[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괴짜 검객’으로 유명한 2012 런던올림픽 펜싱 동메달리스트 최병철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현역 은퇴를 선언한 최병철은 펜싱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면서 최근 서울 한남동에 자신의 이름을 딴 ‘최병철 펜싱 클럽’을 열었다.

최병철 감독은 국내에 하나 밖에 없는 펜싱 클럽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펜싱 청소년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를 직접 채용했다. 경기력만을 끌어 올리는 게 아니라 신체적인 균형을 잡거나 부상 회복을 위한 트레이닝 시설까지도 갖췄다”면서 “스포츠 심리학 박사도 ‘멘탈 코치’로 모셨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펜싱 클럽”이라고 밝혔다. 최병철 감독은 직접 펜싱 클럽 인테리어 하나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운동에 집중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사지실은 물론 샤워실과 다과를 나눌 수 있는 공간까지도 마련했다.

그는 이 펜싱 클럽을 통해 유소년 선수 육성과 저변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5~6년 전 홍콩이나 싱가포르 주니어 선수들이 제법 잘하는 걸 보고 위기감을 느꼈는데 최근에는 남자 플뢰레가 중국과 일본은 물론 홍콩에도 밀려 아시아에서도 4위에 그치는 모습을 봤다”는 최병철 감독은 “위기감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 펜싱이 지금처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유소년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병철 감독은 “우리나라에서는 불평하지 않고 훈련에 열심히 참여한 선수를 ‘성실한 선수’라고 한다. 하지만 고쳐야 할 점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다”면서 “나는 선수 시절 대표팀에 대한 쓴소리를 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적도 있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불편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성인 대표팀 코치로 많은 부분을 바꾸기는 어렵고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어린 선수들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펜싱 클럽에는 6살짜리 회원도 있고 초등학생도 많은데 이제는 이런 어린 선수들에게 악조건을 참고 운동하는 게 성실한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집중해서 운동하는 게 성실함의 기준이라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펜싱이 재미있는 놀이라는 것부터 알려줄 생각”이라는 게 최병철 감독의 설명이다.

“2016 리우올림픽 당시 현지에서 해설을 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는 그는 “많은 이들은 금메달을 딴 박상영을 기억하겠지만 나는 심리적으로 큰 무대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기 경기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 선수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외국에서는 어릴 때 모형 검으로 펜싱을 즐기다 전문 선수가 되는 사례가 많은데 결국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펜싱을 접한 이들에게 결정적인 순간마다 지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최병철 감독은 “어릴 때부터 선수들이 자유롭게 칼을 다룰 수 있도록 유소년 육성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병철 감독 외에도 코치진 역시 국가대표까지 경험한 이들이어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선수 지도에 힘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병철 감독은 ‘최병철 펜싱 클럽’이 펜싱 저변 확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인 취미반도 운영 중인데 대학생부터 의사 선생님까지 회원들이 다양하다”는 그는 “펜싱이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지만 피트니스 센터의 개인 트레이닝과 비교해도 그렇게 비싼 수준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틀에 박힌 펜싱을 거부하고 창조적인 펜싱으로 ‘괴짜 검객’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취미로 펜싱을 배우는 분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꼭 엘리트 선수가 아니어도 펜싱 저변확대에 공헌하고 싶다”고 밝혔다. 취재차 방문한 펜싱 클럽에는 이날도 밤 10시가 넘도록 직장인 회원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최병철 펜싱 클럽’은 한국 펜싱의 경쟁력을 키우고 펜싱 대중화에 앞장 서는 공간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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