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축구팬의 소망, “평범하게 응원하고 싶어요”

FC서울 서포터 강성민(19)군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축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스포츠다. 장애인들도 마찬가지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어떻게 축구를 즐기고 있으며 그 속에서 느끼는 차별에는 무엇이 있을까. FC서울 서포터 생활을 하고 있는 강성민(19) 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강성민 군은 생후 100일 즈음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 감기라고 생각하고 주변의 병원들을 찾아갔으나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큰 병원에서 척수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감각은 있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걷기가 불편해졌으며 오른쪽 팔을 들어올리는 동작이 힘들고 악력도 약해졌다. 그렇게 성민 군은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고 장애인이 됐다.

그가 축구장에 오는 방법

장애인인 성민 군이 축구장을 찾은 계기가 궁금했다. “초등학교에 있을 때 FC서울이 학생들을 상대로 입장권을 나눠줬어요. 이동이 불편하니 늘 아버지랑 같이 다녔죠. 그렇게 1년에 한번씩 정도 가다가 강원을 상대로 2:0으로 지고 있던 경기를 고요한이 뒤집었죠. 그 경기를 계기로 서포터가 됐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성민 군이 어떻게 축구장에 찾아오고 귀가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자세한 동선을 물어보니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4호선에서 6호선으로 환승할 때 엘리베이터 3번을 타야 해요. 그나마 엘리베이터는 괜찮아요.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버튼을 누르고 난 후 이동하기 위해 5분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도와주시는 분들도 버튼이 눌리면 규정상 유니폼도 따로 입어야 하고 준비하실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리프트의 가장 큰 문제는 음악소리죠.” 성민 군은 리프트의 배경음악이 자신을 홍보하는 듯 하다고 했다. 자신도 그저 지하철을 이용하는 이용객 중 한 명일텐데 말이다.

성민군은 2015년 FC서울 홈 개막전 행사로 인해 언론에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스포츠니어스

기수단 사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는 2015년 3월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성민 군은 FC서울 기수단 이벤트에 참석했다가 잔디문제로 입장을 거부당했고 해당 내용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알렸다. 이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 언론은 헤드라인에 ‘단독’보도를 달며 “FC서울이 홈 개막전 기수단 이벤트에 당첨된 팬을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로 돌려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라고 서술했다. 그러나 성민 군은 그 기사가 일부 와전됐다고 말했다.

“제가 사전에 장애인임을 알리지 않아 현장에서 구단 관계자 분들과 아르바이트 하시는 분들, 그리고 시설관리공단 직원분들끼리 서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구단 관계자 분들은 제가 입장을 거부당했는지 나중에 아셨더라고요. 그 후 구단 측에서 수 차례 직접 찾아와 사과도 하셨고 심지어 물리적 보상도 해주셨어요.”

“제가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그 언론사죠.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시점과 구단 관계자 분들이 사과하러 온 시간적 순서에 차이가 있었어요. 그게 심지어 당시 유명포털 1면에 올라갔죠. 구단 측은 절 최대한 배려하려 했고 저도 제 처지를 미리 공지하지 않은 책임도 있어서 서로 조심하고 있었는데 해당 기사가 올라오고 이슈가 터지니까 제 입장이 많이 난처하고 곤란했습니다. 제 개인정보도 많이 노출됐었고요.”

FC서울은 이 기수단 사건 이후 전광판을 통해 장애인 시설에 대한 안내방송을 시작했으며 장애인 좌석을 늘 개방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성민 군은 단지 자신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약자로 규정된 것, 그리고 그 ‘약자’라는 이미지로 자신이 언론에게 이용당한 것은 아닌지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평범하게 응원하고 싶다

그는 FC서울 서포터즈 ‘수호신 연대’의 한 소모임에 가입되어 있다. 서포터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차별이나 편견이 궁금했다.

“2016년 시즌 동안 수호신의 한 가운데에서 응원 리딩을 하는 팀에 있었죠. 저는 탐(무율 타악기, 응원도구 중 하나)을 쳤는데 지나가던 팬이 ‘장애인인데 대단하다’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뿌듯했지만 이상하다고 느꼈죠. 우리는 다르지 않은데 처음부터 다르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다른 차별적 장치들과 마찬가지로 ‘호의’가 ‘무례’가 되는 사건이었다. 특히 장애인들에게 이러한 사례들이 많다고 한다. 성민 군은 “저 같은 경우는 정 힘들면 그 때 도움을 요청해요.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주변에서는 자꾸 도와주려고 하죠.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불편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를 바가 없다면 그들이 받는 혜택에 불만을 터뜨릴 사람도 있을 듯 했다. 그는 ‘특혜’와 ‘복지’는 분명히 다르다고 한다. “’특혜’는 경쟁을 하는 차원에서 특별한 이득을 얻었을 때, ‘복지’는 핸디캡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지원받는 경우”라고 말했다. 서포터 입장에서 그 복지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물었다.

“가장 편의를 생각해주는 구단은 서울과 성남입니다. 저는 서포터니까 당연히 원정경기도 많이 가고 싶어요. 그러나 아무래도 이동이 어렵습니다. 수원 월드컵경기장은 계단이 낮아서 그나마 이용이 편한데 경기장까지 가는 길이 힘들어요. 광주의 경우는 아예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을만한 경사면이 없어요.”

그도 열정적인 서포터 중 한 명일 뿐이다. ⓒ스포츠니어스

그들도 축구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성민 군을 인터뷰하며 시설적인 차별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민 군은 이에 대해 “장애인들은 소수에요. 시설적으로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더 필요하겠죠. 장애인을 위한 편의는 마련하고 싶으나 수익성 문제가 있겠죠. 장애인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닐 터다. 성민 군은 그들이 축구장에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자라온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죠. 그 분들은 실내활동이 훨씬 편해요.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많이 즐기시기도 하구요. 실제로 지체(몸이 불편한)장애인 분들 중에는 고학력을 가지신 분들도 많죠. 저는 책이 아니라 게임을 잡아서 공부를 못할 뿐이죠.”

성민 군은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의 대답을 보충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도 축구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에 방울을 달고 풋살 같은 형식으로 축구를 즐긴다고 알고 있어요. 그들도 눈이 안보일 뿐이지 거동이 불편한 것은 아니니까요”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으로서 얻고 있는 이득이 더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시청각 장애인이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들이 훨씬 부족하죠”라고도 말했다.

“장애인을 나타내는 상징도 휠체어를 탄 사람이잖아요. 축구뿐만 아니라 국내 스포츠 전체가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장치가 없는 것 같아요. 한 기사를 읽어보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매치데이 매거진을 녹음해 제공한다고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중계 안내를 돕거나 이동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상시 배치되면 좋을 것 같아요.”

성민 군의 의견은 큰 울림을 줬다. 한 보도에 따르면 “K리그 구장들도 휠체어 관람석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들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관람을 돕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현 실태를 꼬집었다. 더 깊게 들어가면 ‘장애인을 돕는다’라는 명분을 이용해 이들을 돕는 인력을 ‘봉사활동’ 혹은 ‘열정페이’로 착취할 확률도 높다. 그러나 투자 없이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없다. 시설적, 인력적 투자뿐만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차별적 인식들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축구를 즐기기 위해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의 반대말은 일반인이었습니다. 지금은 비장애인이 됐죠. 세상은 분명 좋아지고 있어요.”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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