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명재영 기자]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전국을 강타했던 노래가 있었다. 힙합 뮤지션 지누션의 다. 큰 인기를 얻었던 이 노래에는 ‘은메달 따고도 너 울 때’라는 가사가 있다. 1등 혹은 최고만 인정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K리그도 예외가 아니다. 올 시즌 12개의 팀이 K리그 클래식에서 경쟁하지만, 관심은 벌써 빅클럽으로 쏠려있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는 팀이 있다. 그 팀은 바로 대구FC다.

세 번의 좌절은 No

대구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구단이라는 명예다. 2002년 FIFA 한ㆍ일 월드컵의 후광으로 탄생해 2003년 K리그에 뛰어든 대구는 하위권에 익숙한 팀이었지만 나름대로 색깔을 유지하며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08년에는 ‘총알 축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화끈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세간의 주목을 이끌었다. 그러나 영광은 순간이었다. 이듬해 최하위를 기록한 대구는 긴 침체기에 빠졌고 2013년 결국 14개 구단 중 13위로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되는 굴욕을 맛보게 된다.

K리그 챌린지 무대 또한 만만치 않았다. 2010년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우승을 이끈 최덕주 감독을 선임하고 재도약을 꿈꿨지만 7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며 2년 연속 자존심을 구겼다. 이영진 감독 체제로 전환한 대구는 2015년 2위로 승격 플레이오프로 오르며 K리그 클래식 복귀를 눈앞에 두는가 싶었지만, 수원FC의 돌풍에 밀려 다시 무릎을 꿇게 된다. 세 번의 눈물은 없었다. 2015년 리그 MVP와 득점왕을 차지한 조나탄을 떠나보내고도 2016시즌 내내 기복 없이 상위권을 유지했다. 시즌 중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가 4위였다. 승점 70점으로 시즌을 마친 대구는 안산무궁화에 다득점이 밀려 2위로 기록됐지만, 안산이 승격 자격을 잃으면서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당당하게 K리그 클래식 무대로 돌아오게 된다. 강등을 겪은 지 3년 만의 일이었다.

2003년 3월 23일, 대구FC는 최초의 시민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 대구FC 제공

당당하게 K리그 클래식에 돌아왔지만… 존재감이 없다?

K리그 챌린지 무대에서 기초를 튼실하게 다잡고 돌아왔으나 K리그 클래식은 역시 수준이 달랐다. 전북현대, 수원삼성, FC서울 등 대형 구단이 언제나 그렇듯이 팬들의 관심을 대부분 가져갔다. 남은 이목은 대구와 함께 K리그 클래식에 복귀한 강원FC의 몫이었다. 강원은 전례에 없었던 시ㆍ도민구단의 대형 투자를 선보이며 2017년 K리그 클래식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K리그 챌린지에서 더 강한 경기력을 선보인 팀은 대구였지만 이슈 선점은 별개였다. 강원이 화려한 행보로 팬들의 눈을 이끄는 사이, 대구는 조용했다.

승격 동기인 대구와 강원은 전력 보강부터 큰 차이를 보였다. 이근호, 오범석, 김승용, 이범영, 황진성, 정조국 등 이름만으로도 위협적인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강원과 달리 대구는 굵직한 영입을 선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팬들의 위안거리는 지난 시즌 승격의 주역이었던 세징야의 완전 영입 소식이었다. 유스(현풍고등학교) 1군 승격과 고교ㆍ대학 선수들의 자유 계약이 전력 보강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K리그 내에서의 영입은 김선민(대전시티즌), 한희훈(부천FC)이 전부다. 에델과 파울로를 떠나보내면서 공백이 발생한 외국인 쿼터에는 브라질 국적의 레오와 주니오가 자리를 채웠다.

생각보다 조촐한 영입에 불안하다는 시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적지 않은 대구 팬들이 여러 소통 창구를 통해 ‘경쟁의 강도가 다른 클래식 무대에서 이 정도의 준비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일정도 대구의 편이 아니다. 까다로운 광주 원정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대구는 인천유나이티드, 수원삼성, 상주상무, 전남드래곤즈를 시즌 초반에 만난다. 어느 한 팀 하나 숨을 돌릴 수가 없는 대진이다.

2003년 3월 23일, 대구FC는 최초의 시민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 대구FC 제공

“팀으로 승부한다”

팀의 수장인 손현준 감독 또한 외부의 시선을 알고 있었다. 손 감독은 7일 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민구단의 현실을 고려할 때 대폭적인 영입은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붙어 있었다. “우리는 원래 선수의 개인 능력이 아닌 하나의 팀으로써 승부를 봤다”며 “지난 두 시즌 동안 이뤄낸 성과가 그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남해와 중국 쿤밍에서 두 차례의 전지훈련을 마친 대구는 지난 6일부터 다시 남해에서 마지막 전지훈련에 들어갔다.

이번 전지훈련의 목표 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의 적응이다. 손 감독은 “새로 합류한 레오와 주니오가 아직 팀에 완전히 융화되지 못했다”면서 “다섯 차례로 예정된 중국 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팀 적응 및 실전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수 영입 또한 끝나지 않았다. 대구는 시즌을 넓게 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손 감독은 “화려한 선수들의 영입으로 이목을 끄는 것도 좋지만 지금 이 자리까지 함께해 온 선수들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남은 기간 추가 영입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여름 이적 시장까지 넓은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전했다.

애초 잔류가 유력했으나 지난 2일 전북으로 이적한 에델의 빈자리 또한 조만간 메꿔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에델을 대체할 외국인 선수가 팀에 합류했으며 최종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선수단뿐만 아니라 프런트 또한 클래식에 걸맞은 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대구 홍보 담당자는 “우리 구단의 현실상 스타 선수로 팬에게 다가서는 전략은 무리”라며 “대구 지역민들에게 한층 더 다가가는 프로그램들로 마케팅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팬들이 기대하는 축구 전용구장은 2018시즌부터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내년 시즌이 시작하기 직전인 겨울에 완공 예정이었던 신축 경기장은 계획이 살짝 미뤄져 2018년 초ㆍ중반에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손현준 감독이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하고 명확했다. “K리그 클래식으로 올라섰지만 많은 어려움이 계속해서 닥칠 것입니다.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을 수 있습니다. 부족한 점은 선수가 아닌 저에게 질타해주십시오. 선수들을 믿어주신다면 기대 이상으로 기쁨을 돌려드리는 대구FC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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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팬들의 응원 속에 승격에 성공한 대구FC ⓒ 대구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