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는 2016년 1월 노조를 설립했지만 이 노조는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강원FC

[스포츠니어스|명재영 기자] 3월 4일 개막하는 2017 K리그 클래식 무대를 위해 12개 구단이 일제히 동계훈련에 돌입했다. FC서울의 우승으로 끝난 2016년 리그가 전년도보다 1달여 가까이 일찍 마무리되면서 각 팀의 이적 상황도 빠르게 돌아갔다. 올해 이적 시장은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몇 년간에 비해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용했던 구단들의 대반전

올겨울 이적 시장을 이끄는 구단은 전북현대, FC서울과 같은 대형 클럽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적었던 구단들이 ‘마음먹고’ 지갑을 열었다. 가장 눈길은 끄는 팀은 단연 강원FC다. 2013년 이후 4년 만에 클래식 무대로 복귀한 강원은 지난해 부임한 조태룡 대표이사의 과감한 결단으로 놀랄만한 소식을 연달아 전했다.

‘월드컵 스타’ 이근호의 영입을 신호탄으로 강원은 오범석, 김경중, 김승용, 이범영, 황진성 등 전ㆍ현직 국가대표 선수를 잇달아 영입하며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화룡점정은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했던 정조국의 영입이었다. 일본 J리그로 이적이 유력했던 정조국을 극적으로 영입하면서 강원은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노리겠다’는 포부가 예사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6년 만에 ACL 티켓을 따낸 제주 유나이티드는 알짜배기 영입으로 작년의 선전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제주는 전 포지션에 걸친 실속 있는 보강에 성공했다. 수원FC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던 이창근 골키퍼를 데려왔고 김원일, 박진포, 조용형을 영입하며 수비진의 깊이를 더했다. 광주FC 중원의 핵심이었던 이찬동과 인천유나이티드의 미래로 불렸던 진성욱의 영입은 덤이다. 멘디와 마그노를 새 외국인 공격수로 맞이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상주상무는 대어급 신병들을 한 번에 낚았다. 김병오, 김태환, 김호남, 신세계, 윤주태, 유상훈, 임채민, 홍철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선수들이 이병으로 합류했다. 아시아 챔피언인 전북과 맞붙어도 이름값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부사관 상사급 경력을 자랑하는 김태완 신임 감독의 지휘 능력에 따라 지난해에 기록했던 6위 이상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박 대신 실속을 노린다

리그 챔피언인 서울은 시즌 중반에 부임한 황선홍 감독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입히기 위한 선수단 개편에 나섰다. 2016년 한 해에만 35골을 터트린 아드리아노가 중국 무대로 팀을 옮기면서 대체 자원을 신중하게 찾고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김주영과의 재회에는 실패했지만 포항스틸러스 시절 황 감독과 함께 했던 신광훈을 FA로 영입하며 수비진을 보강했다. 눈에 띄는 점은 라이벌인 수원삼성에서 측면 공격수 이상호를 데려온 것이다. 2006년 백지훈의 수원 이적 이후 교류가 없던 두 팀 간의 선수 이적은 큰 화제를 모았다.

윤정환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김도훈 전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힌 울산현대는 주전 수비수인 이재성과 이용을 내주고 김창수, 이종호, 최규백을 받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협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세 선수 모두 믿을만한 자원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리우 올림픽 멤버인 박용우와 김도훈 감독의 옛 제자였던 조수혁 골키퍼를 영입한 점도 전력 보강 요인이다. 들어온 선수도 있지만 나간 선수도 많다. 김태환, 마스다, 멘디, 하성민 등 적지 않은 주전급 선수들이 이탈했다. 영입 자원들의 첫 번째 목표는 이들의 빈자리를 메꾸는 것이다.

FA컵 챔피언인 수원삼성은 최악의 겨울을 보냈던 작년보다는 나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사간도스로부터 김민우, 최성근을 영입했고 박기동과 호주 수비수 저먼에게 청백적 유니폼을 입혔다. 행운도 따랐다. 취약 포지션으로 꼽혔던 골키퍼 자리에 이범영을 1년 임대로 영입하려 했으나 최종적으로 강원으로의 이적이 성사되면서 눈길을 돌려야 했다. 이때 포항스틸러스의 베테랑 골키퍼 신화용이 시장에 나왔고 수원은 재빨리 신화용을 설득해 완전 이적에 합의했다. ‘머니 싸움’에서 밀린 것이 결과적으로 엄청난 이득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최순호 감독은 최악의 상황에서 팀을 재건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머리 아픈 두 명가

오랜 염원이었던 ACL 우승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전북현대는 우승 후유증으로 예전과는 다른 겨울을 나고 있다. 핵심 자원인 레오나르도가 중동으로 떠났지만 대체 자원 영입에 애를 먹고 있다. 단순히 외국인 쿼터를 채우는 정도를 넘어 레오나르도급의 능력을 갖춘 선수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ACL 결승전에서 장기부상을 당한 로페즈의 공백 기간을 메꿀 외국인 선수를 찾기도 쉽지 않다. 공격진과 달리 수비진에는 김진수, 이재성, 이용이 가세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18일 최악의 변수가 생겼다. AFC 출전관리기구가 심판 매수 사건을 이유로 전북의 올해 ACL 출전권을 박탈하기로 결정하면서 남은 이적 시장 동안의 선수 수급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리그 9위로 자존심을 구긴 포항은 선수 이탈이 계속되면서 올해도 역시 험난한 시즌이 예고된다. 최근 핵심 기둥들이 모조리 차례차례 이적하면서 잇몸으로 버텼지만 ‘원클럽맨’ 신화용마저 수원으로 옮기면서 이제는 그 잇몸조차 사라졌다는 평가다. 주전 수비수인 김원일과 신화용도 이적했지만, 그에 걸맞은 보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축구계에서는 포항이 모기업의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전력 보강은커녕 현상 유지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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