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월드컵 본선 진출국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


월드컵
앞으로는 월드컵을 보다 더 현명하게 준비해 보자. ⓒRussianPresident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32개에서 48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본선 참가국을 28년 만에 기존의 32개국에서 48개국까지 늘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인이 참가하는 축제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건 핑계에 불과하다. 참가국 수를 늘리면 수익도 1조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분이 상당히 큰 작용을 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월드컵 참가국이 32개에서 48개로 늘어나는 데 반대한다. 참가국이 늘어나면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나갈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 월드컵 본선 진출 참가국 확대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를 들어보려 한다.

1. 월드컵에서 동전 던지기를 봐야하나?
현재 FIFA는 참가국을 48개로 늘리고 3개국씩 12개조를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 팀 중 두 팀이 32강에 진출하고 32강부터 토너먼트 방식을 쓰겠다는 거다. 사람들은 32강에만 주목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하나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세 팀이 한 조에서 치르는 조별예선의 문제점이다. 여기에는 심각한 단점이 있다. 세 팀이 치르는 조별예선은 딱 세 경기에 불과하다. A와 B, A와 C, B와 C가 붙는 경기 뿐이다. 이 세 경기가 다 1-1 무승부로 끝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승점과 골득실, 다득점, 승자승까지 같아진다. 경기 수가 적을수록 이렇게 팀간의 성적을 가르는 변별력이 사라진다. 그렇다면 결국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동전던지기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세 팀 중 1위팀이 확정되더라도 2,3위가 승점, 골득실, 다득점, 승자승이 모두 같을 경우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북중미 골드컵에서 한국은 코스타리카, 캐나다와 한 조에 속했는데 이때에도 1,2위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조 1위는 코스타리카의 차지였고 한국과 캐나다는 승점(2점)과 득점(2점), 실점(2점), 승자승까지 똑같은 상황이었다. 결국 동전던지기에서 한국은 캐나다에 밀려 탈락했고 캐나다는 이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한 조에 세 팀을 배정하고 이 팀 중 두 팀이 32강에 진출하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변별력이 떨어진다. 또한 지금까지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는 동시에 열렸는데 이렇게 세 팀이 한 조가 되면 조별예선 최종전을 동시에 하는 묘미도 사라진다. 만약 월드컵에서 동전던지기가 밥 먹듯이 일어난다면 한국은 코치로 ‘뽑기의 달인’ 허재를 대동해야 할지도 모른다.

퀴라소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48개가 되면 이 퀴라소 선수들도 월드컵에 나올 수 있다. ⓒ퀴라소축구협회

2. 퀴라소가 나오는 월드컵?
48개국으로 참가팀이 늘어나면 지금껏 우리가 들어보지도 못한 팀들이 월드컵에 나오게 된다. 아직 대륙별 배분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9.5장, 아시아에 8.5장, 북중미에 6.5장 등이 배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뭐 여기에서 0.5장이나 한 장 정도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피파랭킹으로 이를 반영해 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아프리카의 콩고와 부르키나파소, 에티오피아, 북중미의 파나마나 퀴라소 등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들 생소한 나라일 텐데 특히나 퀴라소에 대해서는 아는 이들이 거의 없다. 퀴라소는 서인도제도 남부에 위치한 네덜란드 왕국의 자치령 중 하나다. 그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퀴라소와 에티오피아가 나오는 월드컵을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월드컵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나.

FIFA 랭킹으로 따져보면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이라크나 과테말라, 오만, 요르단 등도 충분히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올 수 있다. 이 나라의 축구팬들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되면 좋겠지만 그건 그들이 실력을 키워 월드컵 본선에 나왔을 때의 이야기다. 독일과 퀴라소가 한 조에 속했다고 가정해 보자.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10-0의 점수가 또 다시 나올 수 있다. 월드컵 대륙별 예선은 이런 경쟁을 통해 변별력 있는 팀들만을 걸러내는 장치인데 월드컵 본선의 문턱이 낮아질수록 월드컵 본선의 가치는 떨어진다. 너무 박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이렇게 누구나 나오는 월드컵을 축제라고 좋아한다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도 문턱을 낮춰 K3리그 고양시민축구단도 참가시켜 달라. 그게 아니라면 ‘별들의 전쟁’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자.

3. 뉴질랜드의 월드컵 평생 이용권?
월드컵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 최대 수혜국이 어디일까. 여러 분석이 있지만 나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려 한다. 엉뚱하게도 뉴질랜드가 최대 수혜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륙별로 선심 쓰듯 참가국 수를 늘려주는데 오세아니아도 당연히 한 장의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은 받아야 한다. 현재 오세아니아의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은 0.5장인데 아시아가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이 8~9장이 된다면 오세아니아도 한 장 이상의 티켓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뉴질랜드는 월드컵 평생 자유 이용권을 얻게 된다. 쿡 제도와 아메리칸 사모아, 바누아투, 솔로몬 제도, 누벨칼레도니 등 이름도 생소한 나라들하고 경쟁해서 뉴질랜드가 밀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 확대가 결정나면 뉴질랜드 팬들은 길거리로 나와서 만세를 불러도 된다.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오세아니아에서 뉴질랜드 다음으로 2등을 한 나라에 누벨칼레도니다. 뉴질랜드가 6전 전승 17득점 2실점하는 동안 누벨칼레도니를 비롯한 다른 팀들은 아무 것도 못했다. 이렇게 압도적인 뉴질랜드도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는 멕시코에 1,2차전 합계 3-9로 탈탈 털렸다. 뉴질랜드에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들은 북중미 4위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었다. 월드컵 참가국이 대거 확대되면서 이런 뉴질랜드가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한 월드컵에 계속 나오는 상황이 된다면 이걸 과연 합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오세아니아는 예나 지금이나 월드컵 본선 티켓 0.5장이 가장 적당한데 다른 대륙 티켓을 늘리면서 뉴질랜드에 월드컵 평생 이용권을 줄 필요는 없다. 롯데월드 평생 자유이용권만 받아도 기분이 좋을 텐데 월드컵 평생 자유이용권을 얻으면 그 기분은 어떨까.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과연 월드컵 평생 무료 이용권을 얻을 수 있을까. ⓒbrett_robertson

4. 월드컵 연속 진출 의미의 퇴색
이건 철저하게 한국의 입장이다. 우리는 지금껏 월드컵 8회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브라질(전 대회 출전), 독일(16회 연속), 이탈리아(14회 연속), 아르헨티나(11회 연속), 스페인(10회 연속)에 이어 전세계에서 6번째로 대단한 기록이다. 아시아라는 대륙에 위치한 장점도 있었지만 아시아에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이 두 장일 때부터 이어온 기록이니 우리는 여기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그런데 만약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이 늘어 월드컵 본선 진출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면 이 연속 출전 기록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도하의 기적부터 도쿄대첩 등 엄청난 명승부와 투혼을 통해 일궈낸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이 앞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 확대로 ‘축구 좀 하면 누구나 다 이룰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일로 역사에 남는 건 우리 선배들의 노고를 깎아내리는 일이 될 것이다. 아시아에 8~9장의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이 배정된다면 그때부터는 월드컵이 못 나가는 게 바보인 대회가 된다.

이 제도가 계속 유지되는 한 한국은 앞으로 말도 안 되는 헛발질만 하지 않는다면 월드컵 18회 연속 출전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월드컵에서 8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간다고 해 과거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업적에 비할 수는 없다. 이건 지극히 우리 관점에서 하는 말이지만 전세계에서 딱 6개 나라만 이룬 위업이, 특히나 아시아에서는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 월드컵 본선 진출국 확대로 누구나 다 이룰 수 있는 일이 되는 건 환영할 수 없다. 늘 긴장감이 감돌았어도 아시아에서 2~3등 안에 들지 못하면 월드컵에 나갈 자격도 없는 시대가 저무는 건 그 시대의 축구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별로 원치 않는 일이다. 또한 월드컵 본선 진출팀이 확대되면 각 대륙별 예선에 대한 긴장감도 사라질 것이다. 아시아에서 8~9개 팀이 나가는 예선이 무슨 긴장감이 있을까. 이건 다른 대륙도 마찬가지다. 한 달 정도하는 월드컵 본선을 살려보겠다고 3년 동안 하는 월드컵 대륙별 예선을 죽이는 꼴이다.

5. 대회가 더 길어진다
팬들에게 월드컵은 환영할 만한 대회지만 4년에 한 번 열리는 이 대회 때문에 각 리그와 선수들은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다. 시즌이 끝나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유럽리그나 시즌 도중 리그를 멈춰야 하는 우리에게도 다 마찬가지다. 그런데 참가국이 48개로 늘어나면 아무리 대회를 짧고 간결하게 치르려고 해도 뜻대로 안 된다. 지금까지 32개국 체제 하에서는 월드컵 기간 동안 64경기가 열렸는데 48개국 체제가 되면 아무리 못해도 80경기 이상이 펼쳐져야 한다. 선수들의 기본적인 휴식시간을 따진다면 한 달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대회를 열어야 한다. FIFA는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80경기를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그러면 당연히 선수들의 체력 저하에 따른 경기력 문제가 일어날 수 있고 부상 위험도 높아진다. 뭐 우리야 많은 경기를 보면 좋은데 일단은 선수의 안전과 경기력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대회 방식이 복잡해지는 것도 반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3개팀이 한 조로 32강을 가릴 수도 있지만 동전던지기가 자주 나올 가능성 때문에 4개팀이 12개 조로 묶일 수도 있다. 이러면 각조 3위 중 와일드카드로 32강을 가려내야 한다. 12개 조 중에 8개 조의 3위만 32강에 오르는 방식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월드컵에서 조3위끼리 다투는 와일드카드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와 한 조가 되느냐 조 편성에 따라 변수가 많은데 다른 조 같은 순위의 팀들과 경쟁해 32강 여부를 가린다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 지금처럼 깔끔하게 32개국 중 딱 절반을 잘라 16강 토너먼트를 하는 방식이 공정하고 간결하다. 대회가 길어지는 것도 원치 않고 그렇다고 짧은 시간 안에 그 많은 경기를 다 소화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룰이 복잡해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축구를 잘 모르는 우리 엄마도 이해하기 쉽게 ‘네 팀 중 두 팀만 16강에 간다’는 공식이 계속 월드컵에 있었으면 좋겠다.

중국 축구
월드컵 본선 진출국 확대는 중국을 위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축구협회

6. 그래도 중국은 못 나간다?
FIFA가 이런 저런 이유를 많이 대지만 결국 그들의 속내는 시장이 큰 중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해 돈을 더 벌려는 것이다. 그러려면 중국이 월드컵에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을 낮춰주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딸을 이화여대에 보내고 싶은데 우리 딸 실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화여대가 우리 딸이 그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입시 규정을 바꿔주면 될 일 아닌가. 최경희, 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속내는 이거다. 그들은 정유라, 아니 중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와 어마어마한 중국인들이 이 축제에 관심을 갖고 돈을 쓰길 바란다. 실제로 중국 최대 부동산그룹인 완다그룹은 지난해 3월 FIFA와 2030년까지 공식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중국의 큰 손이 FIFA와 손을 잡았는데 이 대회에 중국이 없다면 FIFA 입장에서는 ‘고객만족’을 실현시키지 못한다. 그러니 중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올 수 있도록 규정까지 손봐주는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48개로 확대돼도 중국이 월드컵에 나올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현재 FIFA 랭킹으로 따져보면 중국은 아시아에서 8위다. 아시아에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이 8.5장 배정된다면 턱걸이로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다. 그런데 지금껏 중국은 최근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는 ‘톱8’ 안에 들지도 못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조2위로 탈락해 8개 팀이 겨루는 최종 예선에 나가지 못했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도 10개 팀이 나가는 최종 예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치러지는 2018 월드컵에서는 12개 팀이 겨루는 아시아 최종 예선에는 올라갔지만 10경기 중 5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기준으로 12개 팀 중 11위다. 따지고 보면 아시아에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이 12장 정도는 돼야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나올 확률이 생기는 건데 그러려면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48개가 아니라 64개국 정도로 늘려야 한다. 계산해 봤더니 중국이 월드컵에 나오려고 참가국을 64개로 확대하면 아이티와 세인트키츠 앤 네비스, 앤티가 바부다, 기니비사우, 베냉도 나와야 하고 남미는 아예 월드컵 지역 예선 없이 10개국이 전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해야 한다. 중국 하나 때문에 이러지는 말자.

월드컵은 권위를 유지해야 한다. 전세계인의 축제를 만든다는 핑계로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자격 미달의 팀이 대거 월드컵에 나오는 건 스스로 월드컵이 권위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모든 면에서 이미 증명된 32개국 체제에 변화를 주는 게 무슨 매력이 있는지 발견할 수 없다. 꼭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나라들이 월드컵과 아예 분리되는 것도 아니다. 전세계 모든 나라들은 3년 동안이나 치러지는 월드컵 지역 예선부터 이미 그 축제를 즐기고 있지 않은가. 그냥 월드컵 본선은 계속 32개국이 했으면 좋겠다. 32개 나라에 들지 못한다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누릴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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