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결승전은 슈퍼매치 역사에 없다?


수원 삼성 FA컵 우승
지난 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한 수원삼성은 올 시즌 최악의 부진으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수원삼성

[스포츠니어스|명재영 기자] 수원삼성과 FC서울이 결승전에서 맞붙어 ‘슈퍼 파이널’로 불렸던 2016 KEB하나은행 FA컵의 마지막 두 경기는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하며 잊히지 않을 명승부로 남았다. 그런데 이 승부가 정작 슈퍼매치의 역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웃지 못할 촌극은 프로축구계의 허술한 기록 관리로부터 시작한다.

시계를 여름으로 되돌려보자. 2016년 8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25라운드 FC서울과 수원삼성 간의 경기는 언론으로부터 79번째 슈퍼매치로 조명을 받았다. 표현 그대로 양 팀이 79번째로 맞대결을 펼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정말 79번째 경기였을까?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86번째였다. 그러면 이 79라는 숫자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바로 프로축구연맹에서 산정하는 ‘K리그 기록’에 한정했을 경우다. 프로축구연맹은 클래식ㆍ챌린지를 포함한 K리그와 2011년까지 열렸던 리그컵을 합산해 통계를 낸다.

구단과 언론들은 당연히 프로축구연맹의 기준에 맞춰간다. 이렇다 보니 기록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FA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챔피언스 리그와 같은 대회는 기록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바로 여기서 ‘79’와 ‘86’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슈퍼매치는 K리그 이외에 FA컵과 챔피언스 리그에서 6번을 더 맞붙었다. 여기서 또 의문이 발생한다. 79+6이면 85인데 나머지 한 경기는 어디로 간 것인가. 바로 1999년 3월 20일 열렸던 수퍼컵이다. 안양과의 법정 공방을 불사하고 수원으로 이적한 서정원이 처음으로 안양을 상대했던 바로 그 경기다. 당시 수원은 서정원의 2도움으로 5-1 대승을 거두면서 라이벌 관계에 불을 지폈다. 그런데 이 대회는 프로축구연맹이 주관했음에도 공식 경기 취급을 받지 못하면서 역대 전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프로축구연맹의 이해할 수 없는 기준으로 슈퍼매치의 중요한 역사가 한낱 연습경기 취급을 받는 것이다. 2015년 4월 18일, 수원이 서울을 5-1로 꺾으면서 많은 언론이 1999년 수퍼컵의 재현이라고 전했지만 정작 기사에 나온 역대 통산 전적에는 수퍼컵이 포함되지 않았다. 심지어 어느 언론에서는 FA컵 결승 1차전을 앞두고 80번째 슈퍼매치라 표현했다. 과거의 FA컵 경기를 배제하면서 앞으로 열릴 FA컵 경기를 포함시키는 자기 모순적인 기록이다. 같은 수퍼컵 개념인 잉글랜드의 ‘커뮤니티 실드’나 스페인의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가 공식 전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점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선수 기록 또한 예외가 아니다

2015년 7월 26일, 우리 축구사에 영원히 남을 대기록이 탄생했다. 당시 전남드래곤즈 소속이었던 김병지 골키퍼가 프로축구 출범 이후 최초로 700경기 출전 고지에 오른 것이다. 1992년 데뷔 후 20년이 넘는 기간 내내 철저한 자기 관리로 쌓은 금자탑이었다. 모든 언론이 김병지의 대기록을 조명했고 팬들은 이를 축하했다. 정말 이날 경기가 김병지의 700번째 경기일까?

김병지 700경기 기념
헹가래의 순간, 김병지는 최소 739경기에 출전한 상황이었다 ⓒ전남드래곤즈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 김병지는 데뷔 이래 5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첫 두 팀인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에서는 아시아 무대에 나선 경험이 있다. FA컵에서는 총 39경기에 출전했다. 따라서 2015년 7월 26일이 아닌 훨씬 이전에 700경기에 출전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정확한 700경기 출전 시점은 언제일까. 안타깝게도 ‘본인을 포함한 누구도 명확히 알지 못한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1990년대에 열렸던 아시안 컵 위너스 컵과 같은 대륙컵에 대한 기록이 현재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 경기에 걸맞지 않은 아마추어적인 기록 관리가 만들어낸 크나큰 오류다.

가장 큰 문제는 김병지뿐만 아니라 사실상 모든 선수에게 이런 오류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팬들은 시즌 도중 특정한 선수의 ‘프로 통산 300경기 출전 달성’과 같은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된다. 김병지의 예시를 볼 때 그 기록을 신뢰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FA컵에 한 경기만 나섰어도 이미 ‘사실(Fact)’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프로축구연맹, 각 구단을 포함해 많은 관계자가 이 오류를 모르고 있진 않다. 특히나 구단들은 자체적으로 구단 및 선수단의 기록을 정리하고 있다. 이 업무를 수행하는 담당자는 자연스럽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알면서도 잘못된 기준을 계속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역사가 쌓인 상황에서 뿌리를 뒤흔들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모 구단의 관계자는 ‘아시아축구연맹조차 기록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 구단이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프로축구연맹 또는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의 정리가 필요한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프로스포츠로서 팬들에 대한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프로축구가 출범한 이래 3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왜곡된 정보가 셀 수 없을 만큼 흘러갔다.

프로스포츠의 생명은 기록이며, 기록의 핵심은 정확성이다. 정확하지 않은 기록은 곧 K리그의 가치를 떨어트리게 된다. 내부적으로 큰 구멍이 뚫렸는데 흥행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K리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hanno@sports-g.com

[사진 = 수원삼성 FA컵 우승 ⓒ 수원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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