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홍인택 기자] FA 선수를 영입하기 좋아하는 FC서울의 첫 이적료 발생 영입 소식은 수원 블루윙즈의 이상호였다. 역대 4번째 직거래다. 서울이 이상호의 영입을 발표하는 순간 강원이 지배하고 있던 K리그 겨울 이적 시장은 이상호의 이적 소식으로 뜨겁게 타올랐다.

수원팬들의 배신감과 상실감은 컸다. 이상호는 활발한 활동량으로 팀의 살림을 도맡았던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수원의 20주년 베스트 골 영상에는 서울을 상대로 득점한 그의 골 장면이 5위에 매겨져 있다. 그만큼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서울과의 경기 전에는 개인 SNS를 통해 결의를 다지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같은 사건을 이유로 서울팬들에겐 이번 영입 소식이 탐탁지 않았다.

골 세리머니의 강요는 사상검증에 불과하다

양 팀 팬들은 모두 불편했던 이적이었으나, 양 구단과 선수의 합의로 이루어진 이적이다. 이 사건을 더 빨리 받아들이는 쪽은 서울 쪽이었던 듯하다. 찝찝한 마음의 보상심리인 듯 몇몇 팬들은 이상호가 수원을 상대로 골을 넣고 골 세리머니를 해주길 바랐다.

서울은 떠나보낸 선수들에게 비수를 맞는 사건들이 더러 있었다. 서정원은 수원 이적 후 안양 골문을 향해 환상의 오버헤드킥 득점을 성공시킨 후 뜨겁게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7년 백지훈은 서울을 상대로 골을 기록하며 서울에게 패배를 안겨주기도 했으며 심우연은 전북 이적 후 서울을 상대로 득점한 뒤 서울의 심우연이 죽었음을 알렸다.

자신들이 당했던 고통을 나누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라이벌 팀에 소속됐었던 선수의 사상검증 절차로도 볼 수 있다. 팬들은 그저 확실한 편 가르기를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스토리가 슈퍼매치에 새겨질 때도 되었다.

슈퍼매치가 매 경기 뜨겁게 불타오르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다소 거칠고 격양된 모습도 팬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양 팀의 캡틴들이 골을 기록하고 환한 얼굴로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은 양 팀 팬들에게 환상적인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너무 격렬한 모습뿐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드라마와 영화에도 마찬가지다. 작품의 제목이 나오는 시점부터 크레딧이 올라가는 시점까지 클라이맥스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다. 슈퍼매치라는 콘텐츠를 더 풍족하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먹먹한 연출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 유니폼을 다시 입을 수도 있으니까 ⓒ 수원 삼성 제공

새로운 스토리가 필요하다

이상호가 수원을 상대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서울팬들 입장에서는 가장 미워하던 선수가 서울 유니폼을 입고 수원을 상대로 골을 넣은 선수가 된 상황이다. 수원팬들은 7년간 푸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검붉은 유니폼을 입고 자신들의 골문에 골을 득점한 선수를 바라봐야 한다. 이상호가 여기서 골 세리머니를 한다면 여태까지의 슈퍼매치와 다름없다. 수원 팬들은 이상호에게 폭발적인 야유를 퍼붓게 될 것이며 서울 팬들은 그에게 환호를 선물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서술한 것과 같이 이런 장면은 예상할 수 있다. 뻔하다는 얘기다.

득점 후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이상호를 보는 양 팀 팬들의 마음과 그 경기장이 만들어낼 분위기가 더 기대된다. 마리오 괴체는 13-14시즌 13라운드에 바이에른 뮌헨에 소속된 선수로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후반 교체 투입됐다. 도르트문트의 로컬 보이로 성장해온 그는 가장 큰 라이벌인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을 입고 0-0의 균형을 깨는 선제골을 득점 했다. 세레머니는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분데스리가 중계진은 도르트문트 팬들을 비췄는데 사납기로 소문난 도르트문트 팬들은 야유도 하지 않고 그저 착잡한 마음으로 경기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두 시즌도 아니고 7시즌 동안 자신의 뒤에서 묵묵히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이다. 자신을 필요로 한 팀이 라이벌 팀이었을 뿐이고 계약 합의로 이적했을 뿐이다. 프로는 결과로 대답해주면 된다. 그의 활동량은 어느 팀 팬이든 그를 좋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새로운 팀에 적응하기 위해 수원과 그가 함께했던 추억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지 않았으면 좋겠다. 슈퍼매치에는 그런 로맨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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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상호 ⓒ FC서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