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아를 직접 만나 유쾌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WK리그에서 인천 현대제철이 무려 리그 4연패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녀려 보이는 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이민아였다. 실력보다는 외모로 먼저 주목받았지만 결국 이민아는 WK리그 최강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가치를 입증해 보였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부지런히 뛰던 이 선수는 언제 그렇게 그라운드를 누볐냐는 듯 아리따운 모습으로 약속 장소에 등장했다. 이래서 다들 이민아, 이민아 하나보다. 지금부터 그녀와의 유쾌한 인터뷰를 공개하려 한다.

반갑다. 요새 어떻게 지내나.

WK리그 우승 이후 일주일 정도 휴가를 보내고 동아시안컵 2차예선을 치르기 위해 대표팀에 합류해야 했다. 그래서 일주일 휴가 동안 쉬지도 못하고 인천 현대제철 숙소에 남아 계속 개인 운동을 했다. 동아시안컵 예선에 다녀온 뒤에는 친구들과 함께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갔다가 오늘 한국에 도착했다. 인터뷰가 끝나면 부모님이 계시는 대구로 내려갔다가 일주일 뒤 다시 팀 훈련에 합류해야 한다.

벌써부터 다시 훈련인가. K리그 선수들은 12월 말이나 1월 초에 훈련을 시작하던데 11월 말부터 다시 훈련에 들어가는 당신네 팀은 너무한 것 같다.

남자 선수들은 짧게 바짝 운동을 하면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는데 여자 선수들은 조금 다르다. 그래서 일찍부터 다음 시즌을 대비해야 한다. 국내에서 훈련을 하다가 프랑스와 스페인으로 전지훈련을 갈 것 같다. 아마 WK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으면 계속 국내 전지훈련을 했을 텐데 4년 연속 우승을 하니 4년째 프랑스와 스페인으로 전지훈련을 보내주신다. 역시 성적을 내고 봐야할 것 같다.

내가 이야기하려는 게 그거였다. 인천 현대제철은 올 시즌에도 WK리그에서 우승하며 4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WK리그의 바이에른뮌헨인 것 같다.

구단에서 지원도 많이 해주고 좋은 선수들도 많다. 여기에 최인철 감독님의 지도력까지 합쳐져 이런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팀은 여기에서 만족할 생각이 없다. 클럽하우스까지도 지을 예정인데 그냥 훈련장하고 숙소만 있는 게 아니라 거창하게 짓고 싶어하는 것 같다. 감독님께서 전북현대 클럽하우스를 다녀 오시더니 반한 모양이다. 감독님이 꿈이 크시다.

리그에서 계속 우승하다보니 올해도 어느 정도 우승을 예감했을 것 같다.

아니다. 전반기 성적이 안 좋았다. 1위를 하다가 7월에는 이천대교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정규리그 1위를 해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는데 올해에는 이러다 플레이오프를 거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내 경기력이 별로 안 좋았다. 전반기 동안 너무 못해서 휴식기 동안 대구 집에 가서는 밖엘 아예 나가지 않았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팀이 선두를 빼앗긴 건 당신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다.

전반기에 발목을 다쳐서 한 달 정도 쉬기도 했고 감독님께서 그 전에도 내 경기력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우리 감독님은 분석을 참 열심히 하시는데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혼나기도 많이 혼났고 내 스스로도 만족할 수 없었다. 내가 골을 못 넣어서 그런 거 같고 내가 못해서 그런 거 같았다. 내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조금 내려놨다. 주변 선수들을 도와주자고, 열심히만 하자고 생각하니 오히려 더 잘 풀린 것 같다.

이민아는 올 시즌 소속팀의 WK리그 4연패에 기여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

인천 현대제철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도 이천대교를 4-0으로 대파할 만큼 경기력이 압도적이었다.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사실 챔피언결정전 직행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결정될 만큼 올해에는 이천대교와 경쟁이 심했다. 이천대교도 훌륭한 팀인 건 분명하다. (심)서연 언니를 비롯해 (서)현숙이, (문)미라, (박)은선 언니, (전)민경 언니 등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올해는 우리가 정규리그에서 너무 못했다. 우리 실력만 제대로 나온다면 내년에 5연패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천대교가 별로라는 게 아니라 그만큼 우리 스스로 강하다고 믿는다는 거다.

만년 2위였던 ‘콩데제철’이 이렇게 리그 5연패를 노리는 팀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언니들이 내리 4년 연속 준우승을 하던 해 나는 프로 1년차로 첫 준우승을 경험했다. 감독님도 그 해가 첫 시즌이었다. 사실 그때는 감독님도 “처음 왔는데 바로 우승 못해도 부담 없다”고 생각하셨을 때였고 나도 신인이라 비슷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2년차 때, 그러니까 언니들이 이번에도 우승을 하지 못하면 5년 연속 우승 실패를 겪을 수도 있던 해에는 압박이 장난이 아니었다. 무조건 우승을 해야 했는데 그때 2013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시청을 만났다. (박)은선 언니가 막 씹어 먹고 다닐 때다. 그때 1,2차전 합계 4-2로 이기고 첫 우승을 차지했는데 한두 번 우승을 경험하다보니 이제는 우승하는 습관이 생겼다. 첫 번째 우승을 하고 두 번째 우승 때는 반신반의 했는데 그게 또 되더라. 그런 식으로 자신감이 생겨서 지금은 매 시즌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네 번의 우승 중 언제가 가장 기억에 남나.

다 좋았는데 특히 고양대교를 만나서 우승했던 2014년 두 번째 우승이 가장 짜릿했다. 지난 시즌에도 승부차기 끝에 이천대교를 이겼는데 그때도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물론 난 교체 돼서 승부차기에 나서지 않았다. 승부차기 키커로 나갔을 상상을 하니 정말 아찔하다.

벌써 인천 현대제철에서 네 시즌을 보냈다. 누구와 가장 호흡이 잘 맞나.

비야하고 따이스가 역시 호흡이 잘 맞는다. 처음에는 타이밍도 많이 헷갈리고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내가 걔네들 흐름에 맞춰 침투패스도 넣어주고 그런 타이밍을 잡지 못하겠더라. 걔네들은 원래 잘했고 처음부터 둘이 워낙 잘 맞았다. 처음에는 둘이 알아서 하면서 나한테 패스도 잘 안 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래 하다보고 나도 맞춰주려고 노력하다보니 이제는 셋이 잘 맞는다. 그 친구들도 아마 나처럼 느낄 것이다.

당신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외모로도 굉장히 주목받았다. 그 얘길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스스로 김태희라고 했다가 욕을 먹었던 적도 있었다.

그거 해명 좀 하자. 2013년 WK리그 올스타전 때 유니폼에 다 별명을 새겨 넣었다. 다들 웃긴 별명을 쓰더라. (김)나래 언니는 류현진이라고 썼는데 그 언니를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웃기고 싶은 마음에 ‘그럼 나는 김태희로 할래’라고 한 거다. 정말 내가 외모에 자신이 있었다면 그렇게 망언을 했겠나. 나는 못 생겼으니까 그 분 이름을 쓰면 웃길 것이라고 생각한 거다. 축제여서 재밌자고 했는데 역풍이 거셌다. 어찌 됐건 대배우님께 죄송한 마음밖에 없다. 앞으로 똑같은 이벤트가 있다면 김태희님의 이름은 절대 거론하지 않겠다.

이민아는 올 시즌 소속팀의 WK리그 4연패에 기여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

하지만 당신은 김태희까지는 아니어도 아름답다. 쌍꺼풀 수술이 신의 한…. 아, 미안하다. 속마음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없던 얘기로 하자.

아니다. 나 솔직히 말해서 ‘쌍수’했다.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당신의 ‘쌍수’를 놓고 ‘메시와 호날두 중 누가 더 위대한가’라는 주제 못지 않은 논쟁이 펼쳐졌었다. ‘쌍수’를 하지 않았던 때가 더 좋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아니다. 난 지금에 만족한다. 남동생은 쌍꺼풀이 있는데 나는 없다. 근데 눈에 지방이 별로 없어서 수술이 잘 될 눈이었다. 강남에서 비싼 돈 주고 했다. 여기 이 사진 봐봐라. 기사에 올리지 말고 당신만 보라. 이 사진을 보고도 ‘쌍수’를 안 했던 때가 더 낫다고 할 수 있나.

어디 보자. 그래. 당신의 주장을 인정한다. ‘이민아는 쌍수하고 더 예뻐졌다’로 결론 내리겠다. 이걸로 더 이상 축구 커뮤니티에서의 논쟁은 없었으면 한다.

‘예쁘다’는 표현은 늘 오글거린다. 내가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으면 김태희님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지 않은가. 그냥 머리 긴 선수가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데 중계 화면을 보면 피부가 하얗게 나오니까 사람들이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다. 단지 화면에 뽀얗게 나올 뿐이다.

알겠다. 그렇다면 당신과 심서연 중 누가 더 외모로 낫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심)서연 언니가 더 낫다. 이건 조금의 고민도 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다. (심)서연 언니를 이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소연과 당신 중에서는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나.

그건 당연히 내가 낫지 않은가. 난 거짓말은 못한다.

솔직해서 좋다. 남자친구는 없나.

지금은 없다. 지금까지 운동하는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은 없고 평범한 일반인을 만났다. 그래도 좀 축구를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난 것 같다. 그래야 말이 좀 통한다.

나같은 ‘축알못’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어설픈 지식으로 이러쿵 저러쿵 조언을 한다면 어떨 것 같나.

그런 적도 몇 번 있다. 경기장에 경기를 보러 온 다음에 ‘어제 그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렇게 조언을 하면 ‘얘가 이걸 직접 해보고 이야기하는 건가’ 싶을 때도 있었다. 속으로는 ‘뭘 안다고 그러나’하면서도 그래도 날 챙겨주는 거니까 한편으로는 고맙다. 그냥 웃어 넘긴다. 근데 예전에 남자친구가 있을 때 같이 축구도 몇 번 해봤는데 잘 안 맞는다. 남자친구가 따이스나 비야처럼은 못 해주더라.

남자 선수 중에 이상형을 꼽는다면 누굴 꼽고 싶나. 플레이 스타일 이런 거 말고 그냥 이상형이다.

글쎄. 누가 있을까.

임상협 어떤가.

너무 잘생겨서 부담된다.

김신욱은 어떤가.

너무 커서 부담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그건 더더욱 아니다. 아, 전북에 김형일 선수가 너무 멋있더라. 올해 2월 목포에서 우리가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데 전북 선수들도 목포로 훈련을 하러 왔었다. 바로 옆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김형일 선수를 보고 언니들한테 ‘저 분 너무 멋있다’고 했더니 언니들이 ‘결혼했고 가정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하더라. 그래서 더 멋있었는데 얼마 전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상대에게 머리를 차이고도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을 보고는 더더 멋있다고 느꼈다.

김형일은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 멋있다. 거기에다 겸손하고 예의바르기까지 하다.

모든 걸 갖춘 것 같다. 그런 선수들이 축구도 오래하는 것 같다. 앞으로 더 오래 해주셨으면 한다.

이민아는 올 시즌 소속팀의 WK리그 4연패에 기여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

그런데 당신이 원래 군인이 될 뻔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부산상무의 선택을 받았던 그 순간을 기억하나.

물론이다. 그 해부터 여자축구연맹에서 드래프트 신청자들한테 드래프트 현장에 와 달라고 했다. 나도 친구들하고 갔는데 부산상무 이미연 감독님이 “너 뽑을 거야”라고 하셔서 “아녜요. 괜찮아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왜? 싫어?” 이러시는 거다. 그냥 “그건 아닌데요”라고 얼버무렸는데 정말 1순위 4번으로 부산상무에서 날 뽑은 거다. 아무리 그래도 나를 불러주는 곳이 있으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감정을 조금 숨겼어야 하는데 군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곧바로 책상에 엎드려서 울었다. 5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육군부사관학교에서 12주간 필수교육을 이수한 뒤 육군 부사관으로 3년간 복무해야 했다. 하루 아침에 군대에 가게 된 거다.

여자한테 이런 말은 처음 해보는데…. 몇월 군번인가.

2011년 12월 군번이다.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대했는데 들어갈 때 눈물이 나더라. 머리도 기르고 있었는데 잘라야 했다. 훈련소에 들어가서는 몇 분 안에 샤워를 해야 했고 10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상무에서 열심히 하자’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틀 만에 퇴소가 결정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혹시 다한증 같은 게 있었나.

인천 현대제철이 나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틀 만에 짐 싸서 나왔다. 전투복도 받아서 명찰 바느질하다가 나왔다. 나는 뭐 이틀짜리 군대 체험이었는데 고생하는 군인 분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옷도 다 각을 세워 놓아야 하고 이불도 각을 잡아 정리해야 하는 것도 생소하고 어려웠다. 군대는 참 춥더라. 군인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이다.

당신과 군대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축구 이야기도 더 해보자. 여성과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뭐든지 물어보라. 난 남자들과 축구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나 같은 여자 없다.

최인철 감독과 인천현대제철에서 5년째 함께 하고 있다. 최인철 감독은 어떤 감독인가.

우리에게는 무서운 분이시다. 평소에는 정말 다가가기도 어렵고 장난도 못 친다. 전반기 끝나고 휴식기 때나 아예 시즌이 끝났을 때 등 1년에 두세 번 정도 같이 술 마실 기회가 있는데 그럴 때 정말 큰 마음 먹고 한 번씩 우리가 슬쩍 장난치는 게 전부다. 장난이라고 하기에도 그렇다. 그냥 한 번씩 까부는 정도다. 무섭고 화도 많이 내신다. 그런데도 이렇게 5년 동안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혼낼 때도 그냥 감정을 가지고 혼내시는 게 아니라 생각하고 혼내시기 때문이다. 축구를 너무 사랑하시고 축구밖에 모르시는 분이다. 전술 공부도 많이 하시고 굉장히 섬세하신 분이다. 매번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대표팀 윤덕여 감독은 어떤가. 되게 인상이 좋아 보인다.

편한 선수들한테는 감독님께서 먼저 장난을 치기도 한다. 선수들을 혼내거나 나무라는 스타일은 아니고 자신 있게 하라고 독려하는 스타일이다. 최인철 감독님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누가 더 좋고 안 좋고는 아니다. 나는 두 감독님을 다 좋아한다.

대표팀이 이제 세대교체 중이다. 당신도 어느덧 중고참이 됐다.

지난 6월 미얀마와의 A매치에서는 선배보다 후배들이 더 많았다. 20세 이하 월드컵에 나가는 동생들까지도 들어와서 연령대가 굉장히 낮았다. 그런데 언니들 밑에서 따라갈 때가 더 편했던 것 같다. 지금은 경기 도중에도 말을 많이 하면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 사실 인천 현대제철에서는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다. 워낙 감독님이 혼을 잘 내시니 우리는 그대로만 따라가면 된다. 딱 자기가 할 것만 하고 말도 필요한 말만 하면 된다. 워낙 오래 발을 맞춰서 잘 맞는다. 그런데 대표팀은 다르다. 잘하는 선수들이 다 모였기 때문에 서로 욕심을 내다보면 약팀하고 경기를 해도 잘 안 풀리는 경우가 있다. 어느덧 대표팀에서 중고참 정도 된 것 같은데 그래서 경기 도중에도 계속 말로 소통하려고 한다.

이제는 언니들 눈치 보지 않아서 편해진 것도 있지 않나.

뭐 그런 것도 없다. 버스에서 내리면 습관이 돼 아직도 내가 공도 챙기고 한다. 원래 소속팀에서는 막내들이 알아서 공도 챙기고 아이스박스도 챙기고 하는데 대표팀은 세대교체 과정이라 뭐 그런 담당이 따로 없다. 그냥 습관이 돼 선배들도 공 챙기고 다 한다. 그러면 막내들이 손에 뭐가 없으니 불편해서 ‘언니 이거 이제 들게요’ 그런다. 그리고 나 아직 손 하나 까딱 안 할 정도로 노장 아니다.

군대로 치면 그래도 상병 말호봉 정도는 된다.

그런데 마음이 안 그렇다. 자꾸 내가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다.

지금은 인천 현대제철에서도 핵심 선수고 대표팀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당신은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던 적도 있다.

2013년 10월에 캐나다 전지훈련을 마지막으로 계속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다가 2015년 8월 동아시안컵 때 뽑혔으니까 거의 2년 동안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했다. 윤덕여 감독님한테 내 장점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자리에 너무나도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다.

그게 누군가.

누구긴 누군가. 첼시에 있는 지메시지. 아, 버거운 상대다.

저런…. 힘들었겠다.

내 능력을 보여줄 기회도 별로 없었고 기회를 부여받아도 장점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 (지)소연 언니가 있어서 내 원래 포지션인 쉐도우 공격수가 아니라 미드필더로 나서다 보니 더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생각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지금 대표팀을 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민아는 올 시즌 소속팀의 WK리그 4연패에 기여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

당신은 원래부터 쉐도우 공격수였나.

아니다. 초등학교 때 처음 축구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반에서 45명 중 한 30명 정도한테 다 축구를 시켰다. 뛸 수만 있으면 다 시킨 거다. 사실 나는 그전까지 공부도 못했고 인정 받아본 적이 없는데 그 30명 안에 이름이 적힌 게 너무 좋았다. 칭찬 받는 게 재미있어서 계속 했다. 어릴 때는 빠른 편이어서 어릴 때는 최전방 공격수부터 시작했다. 근데 가면 갈수록 느려졌고 더 이상 최전방 공격수는 안 시켜 주시더라. 사실 다른 운동도 잘 못한다. 탁구를 해도 지고 농구를 해도 진다. 수영도 못한다. 그냥 축구만 한다.

그런데 지소연과는 동갑 아닌가. 같은 1991년생으로 알고 있다.

그 언니는 빠른 91이고 나는 그냥 91이다.

에이, 나이 먹고 그런 게 어딨나. 그냥 친구지.

안 그래도 ‘같은 91년생인데 친구 아니야?’라고 했다가 죽을 뻔했다. ‘어디 한 번 그렇게 해보라’고 하는데 더는 못 하겠더라. 그냥 나한테는 언니다. 그게 편하다.

앞으로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건 어떤 건가.

아직 올림픽도 못 나가봤고 월드컵도 못 나가봤다. 축구선수로서 올림픽과 월드컵은 꼭 나가보고 싶다. 그리고 일단은 내년 시즌 인천 현대제철의 리그 5연패를 이루고 싶다. WK리그에서 또 한 번의 역사를 써야한다. 훗날에는 더 큰 무대에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아직 이루지 못한 게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여자축구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그 발전을 함께 이뤄나갔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여자축구에 관심을 쏟아주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 감사한 마음이지만 아직은 여자축구가 비인기종목에 속한다. 그라운드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한 명의 관중이라도 더 경기장으로 불러 들인 선수로 평가되면 좋겠다.

이민아는 솔직하면서도 유쾌했고 당찼다. 아리따운 외모로 주목받은 선수지만 그녀는 외모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리그 4연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는 건 아무리 외모가 눈부시다고 해도 실력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이민아가 자신의 바람처럼 경기장으로 더 많은 관중을 불러 모으는 선수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녀의 축구는 경기장에서 직접 보며 응원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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