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드디어 강원FC가 승격의 꿈을 이뤘다. 세 시즌 만이다.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승강PO) 2차전에서 강원이 성남FC와 1-1 무승부를 거두며 꿈에도 그리던 K리그 클래식 승격에 성공했다.

강원의 승격은 단순히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한 시즌 내내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때로는 주춤할 때도 있고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을 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길을 걸었고 그 결과 승격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강원의 한 시즌을 마무리하며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됐던 네 번의 순간을 꼽아봤다. 이 순간들을 이겨냈기 때문에 지금 강원이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승격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며 강원의 중요했던 순간들을 한 번 살펴보자.

5월 29일 오후 2시 원주종합운동장. 강원vs안양

손가락에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 강원FC

그저 '리그 상위권' 정도로 평가받던 강원이 본격적으로 승격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이 경기를 통해서였다. 리그 초반 강원의 경기력은 들쭉날쭉했다. 특히 승점 6점짜리 경기라 불리는 상위권 간의 맞대결(안산, 부산, 부천, 대구전)에서 신통치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나마 안산을 확실히 잡았다는 것이 하나의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강원은 뚝심있게 올라갔다. 결국 일을 냈다. 5월 29일 열린 안양전에서 무려 4골을 몰아치면서 4-1 대승을 거뒀다. 8승 1무 3패(승점 25)를 기록하면서 안산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에 앞서 선두에 등극했다. 상위권 팀과의 경기에서 많은 승점을 벌지 못했지만 이겨야 할 하위권 팀들을 확실히 잡은 것이 유효했다.

이 때부터 강원은 말로만 승격 후보가 아닌 정말로 승격을 꿈꿀 수 있는 위치에 왔다. 지난 시즌 7위로 마감하며 플레이오프를 경험하지도 못했던 강원이 이제 승격을 논할 수 있는 위치에 온 것이다. 5월이었기에 남은 경기는 많았지만 '선두 등극'이라는 것은 강원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다.

10월 22일 오후 3시 안산 와 스타디움. 안산vs강원

이 날의 승점 3점이 없었다면 강원은 어떻게 됐을까? 올해 역시 플레이오프는 남의 집 잔치라 생각하며 내년을 기약해야 했을 것이다. 리그 막바지 안산에 거둔 승리는 승격의 기폭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강원은 무려 안산의 골문에 4골을 퍼부으며 4-0 대승을 거뒀다. 승격을 위한 강원의 상승세는 이 경기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경기 전까지만 해도 강원은 휘청였다. 4경기 1승 3패의 부진에 빠져 있었다. 하위팀 충주를 2-1로 꺾은 것이 유일한 승리였다. 순위 결정의 분수령이었던 부천과 부산에 패배했고 대전에도 일격을 맞았다. 당시 안산이 충주에 0-8 패배를 당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강원이 안산에 강하다고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안산은 리그 1위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서는 딱 2분이면 충분했다. 경기 시작 33초 만에 서보민의 벼락같은 득점으로 선제골을 기록한 강원은 전반 2분에 마테우스의 추가골로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하지만 강원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두 골을 더 추가하며 4-0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기세는 승강PO까지 이어졌다.

11월 5일 오후 2시 부천종합운동장. 부천vs강원

손가락에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 강원FC

플레이오프 첫 경기인 부산전을 1-0 승리로 마무리한 강원은 이제 부천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했다. 상황은 첫 경기보다 불리했다. 부산전은 비겨도 다음 라운드 진출이 가능했지만 부천전은 승리 밖에 답이 없었다. FA컵 4강 진출팀이자 대구에 승점 3점차로 3위를 차지한 부천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다행히 쉽게 풀리는듯 했다. 전반 17분 정승용의 선제골은 부천종합운동장을 침묵 속에 빠뜨렸다. 이대로라면 강원의 승강PO 진출이 유력했다. 하지만 리그 3위 부천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후반 5분 부천 한희훈의 헤딩골은 꺼져가던 부천의 승격 희망을 다시 되살렸다. 단 한 골에 강원과 부천은 서로 울고 웃는 상황이었다.

이 혈투는 90분이 넘어서야 판가름났다. 93분 마라냥이 극적으로 골을 넣은 것이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강원은 이 한 골에 의해 기사회생했다. 이 한 골은 결과적으로 강원 승격의 결정적인 한 방이기도 했다. 만일 마라냥이 골을 넣지 않았다면 어떤 시나리오가 다시 쓰여졌을까? 부천의 승격일 수도, 성남의 잔류일 수도 있었다.

11월 20일 오후 3시 탄천종합운동장. 성남vs강원

앞서 17일 열린 승강PO 1차전에서 강원은 성남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는 사실 성남의 성공이었다. 이 때까지 5경기 동안 필드골이 단 한 골도 없는 성남이었기에 득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대신 무실점으로 1차전을 마무리하며 2차전을 예상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에는 성공했다. 지금까지 승강PO 1차전에서 클래식 팀이 처음으로 무승부를 기록한 사례였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들게 했다.

하지만 강원의 상승세는 2주 휴식도 막을 수 없었다. 강원의 승격은 2차전 하프타임이 시작되기 전 이미 반쯤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반 43분 한석종의 골은 강원의 승격 9부 능선을 넘는 순간이었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거해 성남은 2골 이상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골도 버거운 성남의 공격력은 2골 이상을 넣을 수 없었다. 그나마 황진성의 프리킥이 체면치레를 해준 셈이다.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마무리됐고 강원은 K리그 클래식 승격에 성공했다. 세 시즌 만의 클래식 승격을 확정짓는 순간이자 2013 시즌 승강PO의 아픔을 완벽하게 씻어낸 순간이었다. 선수와 팬 너나할 것 없이 흘리는 기쁨의 눈물은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강원도의 축구에 다시 봄이 올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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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승강 플레이오프 ⓒ 강원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