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민구단은 문제점도 많지만 함께 나아가야 할 존재다. ⓒ 성남FC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K리그 대상 시상식이 끝나고 MVP까지 확정됐지만 아직 리그가 끝난 게 아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일 수도 있다. K리그 클래식에서 11위를 차지한 성남FC와 K리그 챌린지에서 험난한 과정을 뚫고 올라온 강원FC가 홈 앤드 어웨이로 마지막 승부를 펼치기 때문이다. 두 번의 경기를 통해 내년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뛸 팀이 정해질 예정이다.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우승 팀이 가려졌고 가장 빛나는 11개의 별도 정해졌지만 하이라이트는 아직 남아 있다. 승격이냐 강등이냐를 놓고 싸우는 이 승부 만큼 피를 말리는 외나무다리 승부도 없기 때문이다. ‘10만원빵’ 물리기 당구의 긴장감은 비할 바가 아니다.

승강 플레이오프, 챌린지가 유리한 이유는?

많은 이들은 강원의 우세를 점친다. 강원이 최근 플레이오프를 포함한 5경기에서 3승 1무 1패의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과 부천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연거푸 제압하며 분위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에 반해 성남은 최근 8경기에서 2무 6패에 머물러 있다. 성남은 최근 8경기에서 단 세 골에 그칠 정도로 경기력이 엉망이다. 분위기는 강원 쪽으로 상당히 많이 기운 듯하다. 지금까지의 통계 역시 강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K리그 챌린지 팀은 지금껏 세 번 모두 K리그 클래식 팀을 제압하고 승격에 성공했다. 이 분위기대로라면 올 시즌에도 기세 좋은 강원이 최악의 분위기에 머물고 있는 성남을 제압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성남이 강원의 추격을 뿌리치고 잔류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펼쳐졌던 승강 플레이오프 상황과 올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 상황을 따져 보면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 강원이 상승세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게 되면서 K리그 챌린지 팀의 승강 플레이오프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말았다. 올 시즌 만큼은 최초로 K리그 클래식 팀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방어에 성공할 가능성을 점치고 싶다. 지금부터 내가 강원보다 성남이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유리한 이유를 꼽아보려 한다. 물론 이건 내 주관적인 생각이니 반대 의견도 환영하고 내 주장을 헛소리로 치부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오는 21일 이 칼럼 댓글에 “꼭 결혼하게 해주세요.” “취직하게 해주세요” 같은 성지순례 글이 넘쳐날 수도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자.

지금까지 K리그 챌린지 팀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세 번이나 연속으로 웃은 건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전자에게 나름대로 체력적인 한계라는 핸디캡을 주기 위해 경기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았지만 이는 오히려 항상 도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체력적인 부담은 더해 갔지만 그러면서 분위기는 하늘을 찌를 만큼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체력과 기세를 맞바꾼 것인데 그 기세의 힘이 대단했다.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낮은 순위의 팀이 연이어 높은 순위의 팀을 제압하고 승격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축구가 기세와 분위기의 싸움이라는 점 때문이다. 패배 분위기에 익숙한 K리그 클래식 하위권 팀이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K리그 챌린지 팀에 제대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강원FC는 부산과 부천을 연달아 제압하고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섰다. ⓒ 강원FC

강원에는 아쉬운 2주간의 휴식기

그런데 이 기세라는 것도 쉬면 안 된다. 2013년에는 K리그 챌린지 우승팀인 상주상무가 11월 30일 마지막 정규리그를 치르고 사흘 뒤 곧바로 K리그 클래식 최하위인 강원과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러 4-1 대승을 따냈다.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은 그리고 또 사흘 뒤 치러졌고 결국 상주가 승격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2014년을 살펴볼까. K리그 챌린지 4위였던 광주FC는 11월 22일 강원을 준플레이오프에서 제압하고 일주일 뒤 안산경찰청에 승리를 거둔 다음에는 나흘 만에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경남FC를 상대했다. 이미 강원과 안산을 차례로 제압하고 분위기를 탄 광주는 이 경기에서 경남에 3-1 승리를 따냈고 사흘 뒤 2차전에서는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격의 영광을 누렸다. 한 번 분위기를 탄 순간부터 쉴 새 없이 단판승부를 연달아 치르며 무서운 기세를 이어간 것이다.

지난 해에도 그림은 비슷했다. K리그 챌린지에서 3위를 차지한 수원FC는 11월 25일 준플레이오프에서 서울이랜드와 3-3 무승부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사흘 뒤 플레이오프에서는 대구FC에 2-1 승리를 챙겼다. 이 기세를 이어간 수원FC는 나흘 후 부산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두고 사흘 뒤 치러진 2차전에서도 2-0으로 이기면서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3년 연속으로 K리그 챌린지 팀이 K리그 클래식 팀을 제압할 수 있었던 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승강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며 K리그 챌린지 팀의 상승세가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동등한 조건에서 K리그 챌린지 팀과 K리그 클래식 팀이 맞붙으면 그래도 경기력에서는 K리그 클래식 팀이 훨씬 유리할 텐데 지금의 제도 하에서는 K리그 챌린지 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올 시즌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강원은 지난 2일 부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0 승리를 따냈고 사흘 뒤 치른 부천FC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2-1 승리를 따내면서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분위기를 제대로 탄 강원이 이 상황에서 곧바로 성남을 만났으면 성남은 아마 탈탈 털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절묘하게도 이 시기에 무려 2주 가까운 공백이 생기고 말았다. 11월 5일 부천전을 치른 뒤 11월 8일은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열렸고 오는 11일과 15일은 A매치 데이라 캐나다전, 우즈벡전이 열린다. 절대 변동할 수 없는 일정 때문에 승강 플레이오프 일정도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부천과의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따낸 강원으로서는 2주일 가까운 공백이 생기면서 잔뜩 달궈 놓았던 분위기가 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강원FC는 부산과 부천을 연달아 제압하고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섰다. ⓒ 강원FC

경기 일정이 성남에 유리하다

반대로 이렇게 긴 일정 공백은 성남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11월 5일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성남은 강원의 상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성남은 이 최악의 분위기를 끊어낼 수 있는 2주일의 귀중한 시간을 벌었다. 캐나다와 우즈벡 쪽을 향해 절을 올려 그들에게 감사 표시를 해야할 것 같다. 많은 이들은 단순하게 지금껏 K리그 챌린지 팀이 기세를 이어가며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K리그 클래식 팀을 제압했고 강원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올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는 이전 시즌과는 다르다. 아무리 좋은 분위기라도 2주일 동안 경기를 하지 않으면서 이 분위기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정이 성남을 살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50m 달리기를 예로 들어보자. 이전까지 K리그 챌린지 팀은 이미 출발선 10m 전에서 미리 출발해 가속도를 내고 나머지 50m를 달리는 셈이었다. 당연히 자기보다 능력이 조금 더 앞서지만 제자리에서 출발해 가속도를 붙이지 못한 K리그 클래식 팀을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강원은 출발선 10m 전에서 미리 출발했지만 출발선 바로 앞에 있는 물웅덩이 때문에 결국 가속도를 붙이지 못하고 성남과 동등한 입장에서 달리기를 해야 한다. 똑같은 조건에서 달리기를 하면 강원이 경기력에서 성남에 이점을 전혀 누릴 수 없다. 아무리 성남이 요새 개판을 쳐도 객관적인 경기력에서는 그래도 강원보단 성남이 낫다. 2주간의 휴식기 아닌 휴식기가 강원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붙었으면 훨씬 유리했을 텐데 성남이 그로기에 몰린 상황에서 이번 라운드를 끝내는 공이 울리고 만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과연 강원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성남이 최근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고는 해도 성남은 이전까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강등 당한 다른 K리그 클래식 팀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김두현과 장학영 등 베테랑들을 비롯해 황진성과 박진포, 황의조 등은 존재감 자체가 강등을 피할 수 없었던 다른 팀들과는 비교불가다. 아무리 이들이 부진하다고 해도 큰 경기 경험과 한방은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구상범 감독대행은 지난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팬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다. 이 행동 자체가 측은하고 안쓰러운데 오히려 이 모습이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데 상당한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에 이 2주의 준비 기간은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과연 마지막에 웃을 팀은?

물론 강원도 대단히 훌륭한 팀이다. 마테우스와 루이스가 펄펄 날고 있다는 점은 무시무시하고 여기에 부천전 극적인 승리에서 볼 수 있듯 두려움이 없는 팀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내 예상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처럼 이미 한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상황에서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체력을 내주고 상승세를 얻었던 과거 승강 플레이오프에서의 K리그 챌린지 팀과 다르게 강원은 2주간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성남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는 기세 싸움이 아니라 경기력과 경기력이 충돌하는 승부가 될 것이다. 상승세를 탄 강원이 이 시점에서 성남을 만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싸웠어야 했는데 이제 양 팀은 전열을 정비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붙는다. 내가 성남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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