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참 안 풀리는 임창균, “내년엔 승격도 경험하겠다”


임창균
임창균은 올 시즌 두 번째 강등의 아픔을 겪었다. ⓒ수원FC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1부리그인 K리그 클래식과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한 단계 차이인 것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 두 리그 사이에는 엄청난 벽이 있다. 그들에 대한 관심은 물론 경기 여건과 환경, 연봉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선수들은 1부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 남기 위해, 혹은 올라가기 위해 죽어라 애쓴다. 하지만 이 선수는 올해 리그 4년차인데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를 계속 오르락내리락 했다. 이 선수의 사연을 보면 참 안 풀린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번 경험하기도 어려운 강등을 얼마 전 벌써 두 번이나 경험한 수원FC 임창균이다. 이렇게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의 경계선에서 왔다 갔다 하는 선수도 참 드물다.

K리그 챌린지를 평정한 신인 임창균
경희대에 재학 중이던 임창균은 2013년 K리그 드래프트에 도전했다. 사실 많은 이들은 이 드래프트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때였다. 부천FC1995와 FC안양 등 새롭게 K리그 챌린지에 참가하는 구단이 드래프트에서 우선 지명권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화려하고 많은 팬을 보유한 K리그 클래식 팀의 지명을 받고 싶지 팬들과 언론의 관심도 덜하고 여건도 열악한 K리그 챌린지 팀으로 가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우선 지명권을 얻은 부천이 덜컥 임창균을 지목했다. 그것도 1순위였다. 부천은 경희대를 전국체육대회 준우승, 전국추계대학연맹전 준우승으로 이끄는 데 앞장선 임창균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를 부천이나 안양이 지명하지 않았으면 아마 임창균을 가만히 놔둘 K리그 클래식 팀은 없었을 것이다. 주위에서는 그가 K리그 챌린지 팀에서 지명받자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임창균은 밝은 모습이었다.

임창균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K리그 챌린지 생활을 시작했다. “K리그 클래식으로 가지 못한 건 전혀 아쉽지 않았어요. 제가 잘하면 K리그 클래식으로 올라갈 수 있고 제가 이 부천을 이끌고 K리그 클래식으로도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곧바로 K리그 클래식에 진출해 경기에 나가지 못했으면 오히려 더 도전을 일찍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부천에 가게 된 걸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자신감도 있었어요.” 실제로 자신감이 넘친 임창균은 K리그 챌린지 무대에서 펄펄 날았다. 데뷔 첫해 부천에서 32경기에 출장해 5골 7도움을 기록하면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친 것이다. 뭘해도 되던 해였다. “부천에 있을 때는 공 빼앗기는 걸 두려워해 본 적도 없고 그런 걱정을 해본 적도 없었어요.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했는데 그게 잘 먹히더라고요. 되게 신나게 축구를 했던 기억입니다.”

K리그 챌린지에서 펄펄 날아다닌 임창균은 이듬해 곧바로 K리그 클래식에 입성했다. 경남FC가 그를 영입한 것이다. 부천을 K리그 클래식으로 올려놓고 싶었지만 그는 그의 이적이 팀 재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경남 이적을 마음 먹었다. 임창균이 이적하자 일부 부천 팬들은 “고작 그 정도 이적료 수입을 위해 팀의 에이스를 파느냐”고 항의할 정도로 부천에서 그의 존재는 확고했다. 그런데 이적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부천과 경남이 이적료를 놓고 무려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줄다리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임창균은 부천과 경남을 계속 오가는 상황이었고 운동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K리그 클래식 무대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설레고 기대하는 마음이 컸어요. 부천에서 보여준 것처럼만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도 있었고요.” 그렇게 무려 두 달 가까운 이적 협상 끝에 임창균은 경남 유니폼을 입게 됐다. K리그 챌린지에서 K리그 클래식으로 이적한 첫 국내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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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균은 부천FC에서 맹활약하며 이듬해 K리그 클래식 경남FC로 이적했다. ⓒ부천FC1995

임창균, 클래식과 챌린지를 오가다
하지만 임창균의 자신감은 경남 훈련 합류 후 딱 이틀 만에 바닥을 쳤다. 이적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던 데다가 막상 경남 선수들과 부딪혀보니 K리그 클래식의 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걸 느끼게 된 것이다. “이틀 만에 ‘수준이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경남에는 제가 아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거든요. 지금이야 어느 정도 적응 노하우가 생겼지만 그때는 첫 이적이라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훈련장에서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제가 실수를 하면 다른 선수들이 저를 흉보는 것 같고 감독님도 실망하시는 것 같아서 자신감이 금방 뚝 떨어졌죠.” 임창균은 여기에 동계훈련을 마치고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달 가량 휴식을 취해야 했고 부상에서 회복해 세 경기에 나선 뒤에는 또 다시 허리를 다쳐 한 달을 쉬었다. 그 사이 시즌은 이미 중반기를 넘어가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순간이 됐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창균은 벤치도 아니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1년 전 K리그 챌린지에서 자신감 넘치던 그 임창균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임창균은 K리그 챌린지로 내려와야 했다. 그가 또 다시 팀을 옮긴 게 아니라 그가 속한 경남이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창균은 강등을 걱정할 겨를도 없었다. “경기에 나간 형들은 강등을 체감하고 분통터져 했을 텐데 저는 강등보다도 제가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걱정을 더 많이 했어요. 물론 제가 뛰어도 별반 결과는 다를 게 없었겠지만 그래도 제가 그라운드에서 뭐라도 해봤으면 강등을 체감했을 텐데 저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거나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경기를 봐야 했거든요. 그래서 강등이 그렇게 절망적으로 확 와 닿지는 않았어요. 대신 팀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경기에도 나가지 못하는 저에 대한 원망을 했죠.” 그의 첫 번째 강등은 그렇게 무덤덤했다. 팀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기에 나서지 못해 강등을 몸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임창균은 그렇게 경남과 함께 1년 만에 다시 K리그 챌린지로 내려오고 말았다.

“자책감이 컸어요. 형들은 부상을 입고도 쉬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경기에 나서는데 저는 아프지도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거든요. 온몸에 테이핑을 하고 뛰는 형들보다 팔팔한 내 가치가 더 떨어지는구나라고 생각하니 답답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무렵 다수의 K리그 챌린지 팀은 물론이고 몇몇 K리그 클래식 구단에서도 임창균에게 영입 제안을 했다. 임창균이 부상 이후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이차만 감독의 계획에 들어있지 않았을 뿐 여전히 그의 기량을 신뢰하는 구단은 꽤 있었다. 하지만 임창균은 K리그 클래식 팀들의 제안도 마다했다. 팀의 절반 이상이 나간 상황에서 경남에 남아 이제는 뭔가 보여주고 싶었고 팀에서도 이제는 경남에서도 임창균을 필요로 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경남에서의 첫 시즌 이후에는 더 좋은 대우보다는 감독님이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가 더 중요한 조건이 됐어요. 굳이 지금 K리그 클래식으로 가지 않더라도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는 판단도 있었어요.”

임창균
임창균은 지난 7월 수원FC로 이적하면서 다시 K리그 클래식 무대를 밟았다. ⓒ수원FC

그가 수원FC를 선택한 이유는?
2015년 시즌을 앞두고 선수가 절반 이상 바뀐 경남에서 임창균은 스스로 새로운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다리 역할을 했다. 그리고는 “무조건 올 시즌에는 경기에 나간다”고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경쟁에서 이기고 팀을 다시 K리그 클래식으로 올려 놓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스스로도 “가장 열심히 운동했던 때”라고 할 만큼 집중했다. 초반 세 경기에 결장했지만 이후 경기에 출장해 어시스트를 기록한 뒤부터는 박성화 감독의 두터운 신임 속에 리그 마지막까지 계속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임창균은 2015년 경남에서 35경기 출장 4골 9도움이라는 대단한 활약을 펼치며 부천에서의 자신감을 회복했다. 한 시즌을 후보로 지내며 강등을 막지 못했던 임창균은 이제 경남에서 책임감을 가져야 할 주전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경남은 2015년 10승 13무 17패로 K리그 챌린지 11개 팀 중 9위에 머물고 말았고 임창균은 또 다시 K리그 클래식 입성에 실패한 채 2016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그렇게 올 시즌이 시작되고 임창균은 전반기 동안 경남에서 18경기에 출장해 3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전반기가 끝나고 임창균에게 또 한 번의 이적 제안이 들어왔다. 바로 K리그 클래식에서 힘겨운 잔류 경쟁을 펼치던 수원FC였다. 주변에서는 임창균에게 수원FC로 가지 말라고 만류했다. 워낙 수원FC의 상황이 좋지 않아 강등이 유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창균은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너 거기 가서 또 강등되면 강등 전도사 소리 듣는다고 가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수원FC의 잔류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또 한 번 강등을 경험하면 ‘강등 메이커’ 소리 듣는 것도 잘 알고 있었어요. 당시 수원FC가 1승 2무 9패였거든요. 하지만 강등이 두렵다고 도전하지 않는다는 건 축구선수이길 포기한 거죠. 수원FC는 부천 시절 K리그 챌린지에서 많이 붙어봤는데 상대로 만나면 굉장히 부담스러운 팀이었어요. 선수들이 되게 공격적이고 물러섬이 없었거든요. 수원FC에 가면 제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경남FC에서 한 시즌은 벤치를 달구고 이어 한 시즌 반 동안 주전으로 활약했던 임창균은 슬슬 K리그 클래식에 대한 갈증도 생겨났다. “경남이 K리그 클래식에 있던 2014년에는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어요. K리그 클래식의 수준을 눈으로 보기만 했지 직접 느껴볼 기회는 별로 없었거든요. 이제는 그걸 한 번 직접 느껴보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과연 K리그 클래식 선수들은 뚫지 못할 정도로 견고하고 막지 못할 정도로 강한지 부딪혀 보고 싶었어요.” 그를 아끼던 경남 김종부 감독도 수원FC의 영입 제안을 받고는 흔쾌히 이적에 동의했다. K리그 챌린지에서 K리그 클래식으로 올라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제자의 앞길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임창균은 ‘강등 전도사’라는 조롱을 각오하고 K리그 클래식 최약체 수원FC행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의 두 번째 K리그 클래식 도전은 이렇게 악조건 속에서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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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균은 두 번의 강등을 경험했지만 다시 한 번 K리그 챌린지에서 도전해 볼 생각이다. ⓒ수원FC

두 번째 강등,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당연히 수원FC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단순히 K리그 클래식을 경험하는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다. 수원FC는 잔류를 위해 매경기 살얼음판 승부를 펼쳐야 하는 팀이었고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팀이었다. “이기면 승점이 몇 점이고 바로 위에 있는 팀하고는 격차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항상 따지고 경기했어요. 솔직히 즐겁게 도전하는 건 아니었고 절박하게 싸워야 했습니다. 조덕제 감독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저를 데려왔거든요.” 하지만 임창균은 팀에 적응할 무렵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쉬는 기간도 있었다. 그런데 경남 시절 K리그 클래식에서 강등 위기에 쳐했을 때는 경기에 나가는 게 우선이었던 임창균은 더 많이 성숙해 있었다. “오히려 부상으로 제가 나가지 못하는 경기 때는 제발 우리 팀이 이기게 해달라고 더 간절하게 기도했어요.” 자신의 목표가 우선이었던 이 어린 선수는 몇 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제는 팀을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선수로 성장해 있었다. 임창균은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활약하며 이적 후 반 시즌 동안 12경기에 나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수원FC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처럼 결국 강등 당하고 말았다. 4년차 프로선수 생활 중 벌써 두 번째 겪는 강등이었다. 임창균은 비록 반 시즌밖에 경험하지 못했지만 수원FC의 간절함을 너무 잘 안다. “우리 선수들이 강등 당하는 그 순간을 맞지 않으려고 노력한 걸 알기 때문에 너무 짠했어요. 기적 같은 승리도 해보고 팬들의 응원도 받았는데 분하고 억울한 마음보다는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지금까지 강등 당한 팀들은 대부분 무기력한 모습이었는데 우리는 올 시즌 마지막까지 잘 싸웠잖아요. 분명히 수원FC는 다시 K리그 챌린지에 가더라도 올해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면 분명히 금방 K리그 클래식으로 갈 수 있는 팀이에요. 선수들과 다시 이 무대에 서자고 약속했어요. 그 약속을 지켜야죠. 지금도 수원FC에 와서 두 번째 강등을 경험했다는 걸 후회하지는 않아요. 결과만 보면 ‘또 강등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선수는 어떤 팀에서 자기를 원한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거든요. 제 가치를 알아주는 이 팀에서 이제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돼야죠.”

비록 이제 4년차 프로선수지만 임창균은 벌써부터 파란만장한 축구 인생을 살고 있다. 주변에서 보면 참으로 안 풀리는 선수라고 할 수도 있다. K리그 챌린지에서 시작한 그는 남들이 한 번 내려가도 힘들어하는 K리그 챌린지에 벌써 두 번이나 떨어져 봤고 남들은 한 번 올라가기도 어려운 K리그 클래식에도 두 번이나 올라가 봤다. 하지만 임창균은 포기하지 않고 또 도전할 생각이다. “라울 같은 원클럽맨이 로망이었는데 한 번 이적하니 이 목표가 확 깨져 버렸어요. 시즌을 마치고 경남 형들을 만났는데 ‘강등 전도사’라고 놀리더라고요. 그래서 내년에는 바로 승격시킨다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수원FC가 K리그 챌린지로 떨어졌다고 해서 이적할 생각은 없고 내년에도 함께 하면서 이제는 승격의 기쁨도 좀 누려보고 싶어요. 팀에 오자마자 강등됐다고 나몰라라하고 떠나버리는 건 비겁한 일이잖아요. 저도 이제는 승격 한 번 해봐야하지 않겠어요? 계속 지기만 하는 건 싫습니다. 프로 무대에 와서 계속 패배자만 됐는데 이제는 승자의 위치에도 서서 제 자신에게 보상도 한 번 줘야할 것 같아요. 내년에는 다시 수원FC를 K리그 클래식으로 올려 놓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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