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승과 800만 관중’ 숫자로 되돌아 보는 2016 KBO리그


잠실야구장 ⓒ LG 트윈스 제공

[스포츠니어스|김지은 기자] 2016년 KBO리그는 가히 ‘기록의 시즌’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 2일 정규시즌 192일, 720경기 그리고 포스트시즌 24일, 14경기에 이르는 대장정을 마친 2016 KBO리그는 유난히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기록들이 쏟아졌다.

타고투저, 이 단어를 빼놓고는 2016 시즌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이번 시즌 이러한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 마운드는 끊임없이 흔들렸고 방망이를 떠난 공은 끝을 모르고 날라갔다.

5.17과 0.290 그리고 40
2016 시즌의 마운드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번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은 5.17.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기억되는 2014년 리그 평균자책점 5.21에 이어 역대 두 번째 5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리그 타율은 2014년을 뛰어넘고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KBO리그 35년 역사상 최초로 리그 타율 0.290를 돌파했으니 가히 역대 최악의 타고투저 시즌이라고 불릴만한 성적이다. 이 뿐만 아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리그 평균 자책점과 리그 타율은 규정타석 3할 타자 40명이라는 전무후무한 숫자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흔히 고타율이라고 불리는 0.320 이상을 기록한 타자도 21명이나 된다. 규정타석을 채운 55명의 타자 중에서 약 73%가 3할을 기록했으니 이제 더 이상 3할은 A급 타자, 잘 치는 타자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타자들의 기록을 더 넓혀서 보면 더 놀라운 기록들이 쏟아진다. 두 자릿수 홈런 타자는 무려 52명이다. 즉 10개 구단의 베스트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 중 절반 이상이 10홈런 이상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20 홈런을 넘긴 타자도 27명,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도 7명이 다다른다. 이번 시즌에 이렇게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에 시달리는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투수들의 성장 속도에 비해 월등하게 타자들의 성장속도가 빨라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144경기 체제에 돌입하며 얇은 투수층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겠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5
KBO리그는 최근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활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이번 프로야구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25분, 205분으로 역대 두 번째 긴 평균 경기 시간을 기록했다. 144경기 체제 2년 차임에도 각 팀들의 투수력이 갖춰지지 않아 볼넷과 투구수가 늘고 경기가 하염없이 늘어졌다. KBO는 스피드업을 위해 각종 룰을 신설하며 관중들의 몰입도를 높이고자 하고 있다. 결국 야구에 대한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데 타고투저 경기 앞에서 KBO의 스피드업을 향한 노력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축구와 달리 야구는 경기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야구의 영원한 숙제인 경기 시간 단축을 다음 시즌에는 해내야만 하다.

이승엽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승엽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렇게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은 리그 경쟁력의 측면에서 봤을 때 부정적일 수는 있지만 한편으로 팬들에게 눈을 땔 수 없는 기록들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시즌이 진행될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시즌 또한 타격에서 개인 기록뿐만 아니라 팀 기록에서도 역대 급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600과 2000
부가 설명이 필요 없다. 아무 야구팬이나 붙잡고 이번 시즌에 600이 누구의 기록인지 묻는다 하더라도 ‘국민타자’ 이승엽의 한일 통산 600 홈런을 이야기할 것이다. 9월 14일 이승엽은 한화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며 600 홈런의 고지를 밟았다. 뿐 만 아니다. 이승엽은 이번 시즌 올해 118타점을 추가하며 팀 선배인 양준혁이 가지고 있던 1389 타점을 돌파하고 통산 1411 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이승엽은 또 하나의 대기록인 2000안타를 돌파한 역대 8번째 선수가 됐다. 2000안타는 꾸준함의 상징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2000안타의 고지를 점령한 선수는 총 9명인데 역대 6번째에서 9번째까지 4명의 선수가 올 시즌에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역대 6번째 선수인 박용택을 시작으로 정성훈, 이승엽 그리고 박한이까지 2000안타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21과 3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데에는 장타와 끝내기 만한 것이 없다. SK는 21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리며 2004년 KIA의 20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넘어섰다. 또 하나의 놀라운 기록이 하나 있다. KBO리그 역대 단 18번 밖에 나오지 않았던 사이클링 히트가 올 시즌에는 김주찬, 박건우, 최형우까지 3차례나 나와 한 시즌 최다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홈런과 사이클링 히트가 곧 팀의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끝내기는 곧 팀의 승리를 의미하며 짜릿함을 보장한다. 롯데는 이번 시즌 삼성과의 3연전에서 역대 2번째로 3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잊지 못할 3연전을 선사했다.

200 그리고 30 1/3
물론 이번 시즌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것처럼 타격 기록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매서운 타고투저 속에서도 마운드의 분투가 느껴지는 기록들이 있다. 한 투수가 마운드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는 것은 실력뿐만 아니라 꾸준함을 요한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200이닝을 책임진 선수는 KIA의 원투 펀치 헥터와 양현종, 그리고 SK의 캘리까지 무려 3명이다. 200이닝 기록은 2010년 이후 단 4명의 투수만 기록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기록이다. 양현종은 2007년 류현진 이후 9년 만의 토종 투수 200이닝을 기록했다.

헥터도 15승과 200이닝을 동시에 달성한 투수가 되며 한국 무대에서의 첫 시즌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신재영은 데뷔 후 30과 1/3이닝 무볼넷 신기록을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2011년 브라이언 코리가 기록한 20이닝으로 신재영은 이를 훌쩍 뛰어 넘는 기록을 선보였다. 데뷔 후 상대한 121번째 타자 만에 첫 볼넷을 내준 것이다. 올 시즌 전년 대비 전체 볼넷은 5254개에서 5373개로 증가하며 리그 전체의 제구력이 좋지 않았던 것과 대비되어 더 빛나는 기록이 되었다.

니퍼트,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 © 두산 베어스 제공
니퍼트,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 © 두산 베어스 제공

이렇게 이번 시즌의 기록들을 돌아보면 많은 팀들이 마운드 문제로 골머리를 썩었을 것 같지만 딱 한 팀, 21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하고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두산은 예외였다. 리그 전체를 관통하는 타고투저의 분위기 속에서 두산 마운드, 특히 선발진의 특급 활약은 눈에 뛸 수 밖에 없다.

4와 22 그리고 93
올해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두산을 선발 로테이션은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아 돌아갔다. 이들은 각각 22승, 18승, 15승, 15승을 올리며 KBO리그 최초 선발투수 4명 15승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총 70승을 합작했다. 이러한 강력한 선발진을 영웅 영화의 제목에서 따와 ‘판타스틱4’라고 불렀다. 이들 중 가장 중심이 된 선수는 올해 22승을 올리며 역대 단일시즌 외국인 투수 최다 승 타이기록을 세운 니퍼트다. 니퍼트는 올 승수, 평균자책점(2.95) 그리고 승률(88%) 부문에서 리그 1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하며 판타스틱4를 완성한 보우덴은 올 시즌 유일한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다. 보우덴은 외국인 투수로서는 세 번째이자 프로야구 통산 13번째로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러한 선발진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은 올해 93승 1무 50패를 기록했다. 93승은 KBO리그 통산 역대 정규리그 최다 승 기록이다. 2000년 현대 유니콘스의 91승을 넘어선 것인데 물론 144경기 체제에서 세운 기록이어서 최고 승률은 아니지만 최다 승 기록은 올 시즌 두산이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기록이다.

4와 5
일찌감치 1위에서 3위까지 상위권 순위가 결정된 것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새롭게 시작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기 위한 4위와 5위, 중위권 싸움이 치열했다. 포스트시즌 막차를 타기 위해 그리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야구에 눈을 때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한 LG, KIA부터 아쉽게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SK, 한화, 롯데까지 시즌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들을 이어갔다.

원종현 © NC 다이노스 제공
원종현 © NC 다이노스 제공

155와 129
올해 KBO리그에서 치열한 승부와 순위 전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가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그 순간에 있던 구속이 바로 155km와 129km이다. 원종현은 가을야구에서 다시 기록한 155km의 구속으로 NC 팬들을 비롯한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2014시즌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155km의 강속구를 선보인 원종현은 2015시즌을 앞둔 스프링 캠프에서 대장암이 발견돼 지난해 8차례 항암수술과 함께 투병 생활을 했다.

이번 시즌의 마침내 1군에 이름을 올리고 나선 첫 경기서 1이닝 3K 152km를 기록했고, 2년 만에 또 다시 가을야구에 나서 155km의 강속구를 선보였다. 전병두는 2011년 이후 1829일 만의 복귀전을 가졌다. 그러나 이 복귀는 전병두의 마지막 등판이 되었다. 1829일 만의 복귀전에서는 전성기 시절의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볼 수는 없었지만 129km의 공을 뿌리며 자신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했다.

833만9577
KBO리그가 드디어 800만 관중시대에 돌입했다. 833만 9577명, KBO리그 정규시즌 총 관중이자 역대 프로야구 최다 관중 신기록이다. 이제 프로야구는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인기 프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KBO리그는 이에 따르는 책임감을 통감한 시즌을 함께 보냈다. 올해 프로야구 선수가 야구장이 아닌 경찰서를 비롯한 수사기관에 드나든 일이 유난히도 많았다. 4년 만에 또다시 야구장을 찾아주는 팬들을 배신했다. 공정한 승부가 밑바탕이 되어야 할 스포츠를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었다. 지난해 말 야구계를 뒤흔들었던 도박 사건의 여진은 올 시즌 초까지 계속됐고, 시즌의 시작과 마무리를 음주 운전으로 장식했다.

올해 프로야구는 생각지도 못한 악재에도 800만 관중이라는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스포츠 정신에 기반한 공정한 야구와 더 깨끗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공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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