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리어트] ‘연고 이전 논란’ 충주험멜을 위한 변명 아닌 변명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K리그에서 구단과 지자체의 관계를 말할 때 ‘부모자식’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만큼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연고이전이 발생할 때 많은 팬들은 ‘패륜’이라는 격한 단어를 써가면서 구단을 향해 ‘부모를 버린 자식’이라고 비판한다.

<스포츠니어스>가 충주 험멜이 연고이전을 검토 중이라는 단독 보도를 내놓았다. 벌써부터 팬들은 구단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내셔널리그(실업축구) 시절부터 의정부, 이천, 노원 등지를 옮겨다닌 전력이 있고 어쨌든 구단의 운영 주체는 험멜 축구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충주시와 험멜 축구단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양 측이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도대체 충주시와 험멜 축구단은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 옛날이여’ 점점 조여오는 험멜의 허리띠

가장 먼저 험멜 축구단이 충주시에 섭섭함을 느낄 법한 것은 바로 ‘지원금 축소’다. 충주 험멜이 프로화로 전환하고 K리그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지자체가 연간 지원한 금액은 6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충주시에서 직접 지원하는 비용이 3억 원이었고 충주 내 개발을 위해 세워진 특수목적법인인 (주)충주기업도시가 3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충주기업도시
충주기업도시는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법인도 청산을 앞두고 있다 ⓒ 충주기업도시 제공

6억 원이라는 돈이 축구단을 운영하기에는 적어 보일 수 있지만 험멜 축구단의 입장에서 이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충주시의회를 통해 알려진 험멜 축구단의 1년 운영비는 약 40억 원 가량이다. 1년 살림의 15% 정도다. 충주 험멜이 완전한 기업 구단이 아닌 기업-지자체 컨소시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인 험멜이 운영하기 때문에 충주 구단은 타 기업 구단에 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지원받는 예산도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충주시의 지원은 점점 줄어들었다. 충주시는 ‘우리는 지원금을 더 올렸다.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올렸다. 궁극적으로 험멜 축구단에 1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맞다. 문제는 험멜이 실질적으로 받는 예산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충주기업도시의 청산이었다. 충주기업도시가 개발이 대부분 완료되면서 법인 청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충주 험멜을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험멜이 손에 쥐게 되는 예산은 6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줄어들었고, 간접 지원도 지지부진해 실제로 10억 원을 받게 되는 일은 없었다. 결국 금전적으로 험멜 축구단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충주시장이 생각하는 충주 험멜은 무엇일까?

최근 충주시의회는 험멜 축구단 지원 추가 예산 5억원을 삭감했다. 충주시의 예산이 직접 들어가는 것에 대해 시의원들이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에서도 험멜 축구단 지원과 관련된 논의를 할 때 “시 재정이 넉넉치 않다”, “직접 지원은 시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간접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달라”는 발언이 많은 것을 미루어 볼 때 시의회의 입장이 어땠는 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조길형 충주시장의 발언은 실망스럽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예산 삭감에 대해 “험멜 축구단 산하 유소년 3개 팀 지원이 중단되지 않도록 신경 쓰겠다”고 말하면서 “구단 측이 나서서 의지를 보여라. 시가 구단 측에 추가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라고 답변했다.

충주 팬
충주시장의 발언은 경기장을 찾는 팬을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 충주 험멜 페이스북

이 발언을 통해 그가 험멜 축구단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느껴진다. 구단을 지역과 함께 가는 동반자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단지 지역 인재를 키워 나가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구단과 시가 하나되서 문제 해결에 노력하지 않고 시가 먼저 선을 긋는 모양새다.

충북 유일의 구단 외면하는 충북 축구계

충주시가 속해있는 충북 축구계도 험멜에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엄연히 험멜 축구단은 충주시의 축구단이고 충청북도 유일의 프로축구단이다. 하지만 충북 축구계의 행동은 험멜 축구단을 충북의 팀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추진했다 무산된 청주 프로축구단 창단이었다.

새롭게 창단을 준비했던 청주의 운영 방향은 험멜 축구단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기업체가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지자체는 운영비를 일부 보조하는 형식이었다. 구단의 연고지만 다를 뿐 똑같은 시스템을 가진 구단이 충청북도에 두 개가 생긴다는 얘기였다. 물론 충주 험멜을 광역 연고로 전환하거나 청주를 주 연고지로 삼는 방법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청주 프로축구단 창단 추진 과정에서 충청북도는 험멜 축구단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미 충북 지역의 험멜에 대한 시선은 몇 년 전부터 좋지 않았음이 감지되어 왔다. 충주교육지원청은 2013년 지역 축구 발전을 위해 험멜 축구단에 3억 원의 금액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는 단 1년으로 끝났다. 당시 충북 지역 유일의 K3리그 팀이었던 청주 직지FC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었고 충북 내 타 지역 축구계의 반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 험멜은 미우나 고우나 충주의 자식이다

지금까지 충주시, 그리고 충청북도에 대한 험멜의 시선을 살펴봤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쭉 풀어나가다 보면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거 다 험멜이 돈이 많았으면 상관 없는, 게다가 일어나지도 않았을 이야기 아니냐’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충돌은 ‘둘 다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알다시피 험멜은 스포츠 의류 시장에서 활동하는 업체다. K리그 내 기업구단 중 가장 규모가 작다. 이 팀이 K리그 챌린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험멜 변석화 대표의 의지와, 40년 넘게 역사를 이어온 팀을 유지하겠다는 험멜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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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도 그 동안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충주시의 재정 자립도는 19.4%에 불과하다. 청주(35.3%)와 충청북도(38.4%)의 재정 자립도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다. K리그 팀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 중 하위권이다. 상주 상무의 연고지 상주시(8.4%) 정도가 충주시보다 재정 자립도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주는 험멜 축구단이 들어왔을 당시 없는 살림에 종합운동장 개보수 공사를 진행했고 매년 수억 원의 돈을 험멜 축구단에 지원했다. 이 부분은 확실한 사실이고 비판받아야 할 것 역시 없다.

하지만 험멜 축구단은 외롭다. 충주와 충북을 대표하는 프로 구단이지만 든든한 지원군이 없다. 충북은 험멜 축구단을 외면한 채 청주와 함께 새로운 팀을 만들기 위해 골몰하고 있고, 충주는 과거에 비해 험멜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구단과 같은 편이 아닌 반대편에서 ‘내가 이만큼 줬으니까 성의를 보이라’고 외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충주시가 험멜 축구단 지원과 관련된 합의 사항을 일방적으로 어기고 있어 험멜이 매우 힘든 상황이다”는 소문도 등장하고 있다. 지원금 축소도 문제지만 충주시의 냉담한 태도가 험멜 축구단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느낌이다.

최근 충주 험멜이 연고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드렸다. 이 칼럼은 ‘왜 연고이전을?’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것 같다. 어떤 독자들은 이 칼럼을 ‘일방적으로 험멜을 옹호하는’ 칼럼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을 살펴봤을 때 연고이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공동 책임’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실제로 험멜 축구단이 연고이전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충주시가 얼마나 이를 막을 의지가 있는 지 미지수다.

충주 응원 메세지
‘당신들은 충주의 자랑입니다’ 한 팬의 메세지 ⓒ 충주 험멜 페이스북

어찌됐건 연고이전은 팬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결코 있어서는 안될 행위다. 우리가 바라는 시나리오는 단 한 명의 팬들도 가슴 아프지 않도록 ‘충주 험멜’이 오래도록 K리그에 남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짝사랑 만으로는 골이 깊어가는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다. 양 쪽 모두 솔직하게 서로의 입장을 밝히고 해결책을 찾아봐야 한다.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모두 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는 반드시 저 상대와 함께 갈 것이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충주시와 험멜 축구단, 그리고 충청북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길 바란다. 어찌됐건 지금까지 충주 험멜은 충청북도 유일의 프로축구단이고 20만 충주시민의 유일한 프로 스포츠 팀이다. 험멜의 살림살이가 열악하고 성적도 하위권을 기록한다고 그들을 냉대해서는 안된다. 미우나 고우나 ‘충주 험멜’인 이상 그들은 결국 충주시의 자식들일 수 밖에 없다. 모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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