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박소영 기자] 어제(6일) 오후 2017 WBC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을 필두로 송진우 기술위원, 이순철 기술위원이 WBC 예비 엔트리 선발 회의를 가졌다. 바로 전날인 5일까지도 김인식 감독이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1차 엔트리에 포함시킬 지 기술위원들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오승환도 마찬가지다.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밝힐 정도로 이번 예비 엔트리는 오리무중이었다. 결국 여론에 따라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은 제외됐고 이대호(시애틀), 박병호(미네소타), 강정호(피츠버그), 추신수(텍사스), 김현수(볼티모어), 이대은(전 지바롯데) 등 6명은 1차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특급 우완의 부재? 경쟁력 있는 우완 많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 5일 2017 WBC 대표팀 감독으로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우완 투수가 부족해 걱정이 가장 앞선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때도 우완 투수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이번에도 KBO리그에 우완 투수가 숫자상으로도 부족하다. 눈에 띄는 투수도 없다”고 말하며 우완 투수에 대한 근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있었던 국제 대회에서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 특급 좌완 투수들이 즐비했던 것에 비해 우완투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2013 WBC 때도 윤희상, 노경은 정도가 최선의 선택이었고 2015 프리미어12에서는 우규민, 이재학, 이태양까지 우완 투수의 차선택인 사이드암으로 메워야만 했다.

류제국, 김세현, 임창민 ⓒ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물론 김인식 감독의 걱정처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오승환, 윤석민처럼 압도적인 우완 투수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KBO 리그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보인다. 가장 먼저 김인식 감독도 현재 KBO리그 우완 투수 중에서 가장 눈여겨보고 있다고 언급한 류제국이 대표팀 우완 선발 1순위다. 류제국은 국가 대항전 경험은 없지만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만큼 국가 대항전에서도 노련한 경기 운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 경우 미국 구장에 적응하는 데에도 더 수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36세이브를 기록하면서 KBO리그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 김세현 또한 눈에 뛴다. 평균 자책점도 2.64으로 수준급이다. 리그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만큼 선발 자원은 아니지만 중간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지난해 프리미어12에 차출돼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임창민도 이번 시즌 안정적인 활약을 해주고 있다. 임창민은 1승 6홀드 25세이브 평균 자책점 2.36를 기록하며 NC의 마무리로 자리 잡았다. 시즌 말미 컨디션 난조로 위치 이동이 있었지만 보직 이동 이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류제국, 김세현, 임창민 ⓒ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우완 투수가 부족하다면 2015 프리미어12 때와 같이 사이드암 혹은 우완투수가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눈에 뛰는 사이드암 선발 투수를 고르라면 넥센의 신재영을 고를 수 있다. 신재영은 올해 15승으로 선발 승수 공동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평균 자책점 3.86으로 순항 중이다.

다른 사이드암 투수 심창민은 팀 사정상 임시 마무리를 맡아 뒷문을 지켰는데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붙박이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심창민은 2승 24세이브 평균 자책점 3.04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눈에 뛰는 성적은 승계주자 실점이다. 심창민은 10세이브 이상 투수 10명 중에서 두 번째로 적게 승계 주자에게 홈을 허용했다. 지난 프리미어12를 통해 국가 대표 경험이 있다는 것과 올 시즌 외국인 타자 상대 성적이 좋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복귀 추진 이대은 우완 부족 현실 속 한줄기 빛 될까

결국 이대은이 논란 속에서 WBC 1차 엔트리에 포함됐다. 이대은은 이번 시즌 3경기에만 출전하며 지바롯데 퇴단을 결정했다. 올해로 28살인 이대은은 군 복무를 이행할 계획이지만 야구와 병행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대은은 지난 9월 경찰청 야구단에 지원했지만 "해외 진출 뒤 국내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않은 상태로 상무와 경찰청에 입단한 선수는 경기에 출장할 수 없다"는 KBO 신설 규정과 일본 프로야구 2군 등판일정으로 인해 신체 검사에 불참하며 무산됐다. 아직 상무 입대의 가능성은 남아있는데 아직 확실히 결정된 바 없다.

이대은은 상무 입대마저 불발된다면 현역병 입대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난 프리미어12 때 국가대표로서 국제대회에 나선 이대은에게 상무 입단 조차 막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대은이 만약 상무에 입대한다면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의 "이대은이 내년 3월 대회를 앞두고 체계적인 훈련 아래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걱정을 뒤로하고 대표팀에 최종 승선할 수 있다. 이대은은 이번 시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지난 프리미어12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바 있다.

국가대표 중견수∙2루수, 이용규∙정근우는 정말 넘을 수 없는 벽인가

김인식 감독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몇몇 포지션에서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원활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포지션이 중견수와 2루수이다. 이용규와 정근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부터 지난해 2015 프리미어12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선수들이 30대 중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30대 중반의 나이가 될 때까지 뒤를 이을 선수가 대표팀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용규는 이번 시즌 막판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017 WBC까지는 이용규와 정근우가 테이블세터를 이루며 주전 중견수와 2루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들이 WBC 이후 2018년 아시안게임에 나선다는 장담은 없다. 이후 대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류제국, 김세현, 임창민 ⓒ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먼저 이용규를 대체할 선수로는 박해민이 있다. 박해민은 타격뿐만 아니라 2년 연속 도루왕에 근접해 있을 정도로 발이 빠르고 리그를 대표하는 수비력을 가지고 있어서 대표팀에 승선한다면 여러 방면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선수이다. 박해민은 이번 시즌 0.300 타율에 52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프리미어12에서 중견수로 활약한 바 있는 민병헌도 올해 꾸준히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소속팀을 정규 시즌 우승팀으로 만드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민병헌은 이용규나 박해민보다 장타력에서 앞서는데 이번 시즌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16홈런을 기록하며 한방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 대회에서 결정적인 장면은 장타에서부터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후반 대타로도 사용될 수 있다.

류제국, 김세현, 임창민 ⓒ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국가 대표 2루수 정근우의 자리를 물려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로는 서건창이 있다. 지난 프리미어12에서 정근우와 함께 1,2루 간을 지켰던 오재원이 이번 시즌 타격에서 부진해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서건창이 대표팀에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 서건창은 2015 프리미어12 때도 계속해서 대표팀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번 시즌에 서건창은 타율 0.322 준수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고 수비는 말할 필요도 없는 국가대표 급임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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