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와의 원정경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다. ⓒ카타르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우리는 카타르에게 왜 진땀을 흘려야 했을까?

한국이 카타르에게 진땀승을 거뒀다.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A조 최종예선 3차전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한국은 카타르를 맞아 손흥민의 역전골에 힘입어 3-2 역전승을 거뒀다. 짜릿한 승리지만 입맛이 씁쓸한 진땀승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우리는 카타르의 공격진에 혼쭐났다. 두 골을 허용했다. 전반전이 종료될 때 우리는 '카타르에 잘하면 질 수도 있겠다'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을 것이다. 밀집 수비를 통해 한국의 공격을 차단하고, 곧바로 펼치는 역습은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날 카타르 공격의 중심에는 세바스티안 소리아(32), 로드리고 타바타(35, 이상 알 라이얀), 하산 알 하이도스(27, 알 사드)가 있었다. 이들은 한국의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카타르가 기록한 두 골 모두 이들의 발 끝에서 나왔다. 특히, 세바스티안 소리아는 홍정호의 경고 두 장을 모두 유도해내며 맹활약을 펼쳤다. 한국 팬들의 입에서 "가면 쓴 선수는 저승사자 같았다"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하이도스를 제외한 두 명은 카타르의 귀화 선수라는 사실이다. 카타르전이 열리기 전,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는 귀화 선수로 인해 전력이 많이 강해졌다.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붙어보니 카타르는 정말로 과거에 비해 강해졌고, 그 중심에는 정말로 귀화 선수가 있었다.

사람은 없는데 돈은 많은 카타르의 선택, 귀화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는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자동 본선 진출이 유치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카타르의 축구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카타르의 입장에서는 2022년까지 자국 축구 수준을 어떻게든 끌어 올려야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지 않아 축구선수로 육성할 자원이 얼마 없었다. 카타르의 인구는 고작 240만 명이다. 우리나라 대구광역시 수준이다. 하지만 240만 명 중에서 실제로 카타르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28만 명에 불과하다. 강원도 춘천시 인구와 비슷하다. 게다가 카타르는 '오일 머니'로 엄청난 부를 쌓은 국가다. 굳이 밖에 나가서 땀흘리면서 축구를 할 필요가 없다. 고등학생 한 달 용돈이 300만원 수준인데 굳이 축구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다.

월드컵 유치는 카타르에게 숙제를 안겨줬다 ⓒ Mieslogo

축구 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축구 할 사람이 없는 카타르는 외국인 노동자처럼 축구선수들을 외국에서 데려오기 시작했다. 카타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외국인이다. 2014년 기준 카타르의 경제활동 인구 127만 명 중 120만 명이 외국인이었다. 그만큼 카타르의 경제 활동은 외국인이 책임지고 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몇 년 만에 축구 실력이 올라올 수는 없다. 하지만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에 무조건 나가야 하고, 단기간에 경쟁력을 끌어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들의 선택은 외국인의 귀화였다. 어느 정도 실력이 보장된 외국인 선수를 귀화 시켜 카타르 대표팀 경기에 출전 시키면, 순혈 카타르 대표팀보다는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유망주 육성과 외국인 귀화를 동시에 추진했다. 현재의 부족한 실력은 외국인 선수로 메우고, 미래의 실력은 유망주 육성을 통해 꾸준히 키운다는 것이 카타르의 전략이었다.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지만 카타르의 축구는 이로 인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세바스티안 소리아, '귀화 드림'의 신화

카타르의 귀화 정책은 적극적이다. 축구 좀 잘한다 싶은데 국가대표팀 출전 경력이 없다면 일단 귀화를 추진한다. 그래야 카타르 대표팀에 승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아시안컵에 출전한 카타르 선수 중 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11명이 귀화 선수였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한국전에서 맹활약한 세바스티안 소리아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경기 전 그를 경계 대상으로 꼽았지만, 한국 수비진은 그를 막지 못하고 무너졌다. 소리아는 두 골에 모두 관여하며 카타르에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소리아는 우루과이 출신 공격수다. 2002년 자국 리그 팀인 리버풀 데 몬테비데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카타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4년이었다. 카타르 스타스리그 알 가라파로 이적한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지금까지 그는 카타르 리그에서 뛰고 있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시즌이 12시즌이나 될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월드컵 유치는 카타르에게 숙제를 안겨줬다 ⓒ Mieslogo

카타르 축구협회는 당연히 그를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본격적인 귀화 정책을 시작하면서 소리아는 카타르의 타겟이 됐다. 결국 그는 카타르로 귀화했고, 카타르 대표팀에서 A매치 100경기 이상을 뛰며 센추리클럽에도 가입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직까지도 카타르의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다.

아직까지 카타르의 유망주들이 에이스로 떠오르지는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육성 학교인 아스파이어 아카데미가 2004년에 설립됐기 때문에 그들이 카타르 A대표팀에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스파이어 아카데미의 주축 선수들이 2016 리우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4강까지 진출하는 등 그들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카타르의 '정책'에 당했다

아직까지 카타르의 정책이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는 3전 전패로 조별예선 탈락했고, 이번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최종예선까지는 진출했지만 3번의 경기에서 전패하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 카타르 선수, 귀화 선수, 육성 정책으로 키운 유망주가 뒤섞이면서 조직력이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귀화 선수의 효과는 확실해 보였다. 사람은 없는 대신 돈이 많은 카타르가 세계 축구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린 처방전은 더딘 속도지만 조금씩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카타르가 정책적으로 키우고 있는 유망주들이 A대표팀에 본격적으로 가세해 귀화 선수와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더욱 카타르의 축구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6일 정말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서로 치고받는 경기는 보는 사람에게 아슬아슬한 재미를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단지 그 상대가 A조 최하위였다는 사실이 우리를 서글프게 했을 뿐이다. 한국 대표팀의 실력 부족을 먼저 지적해야겠지만, 카타르의 축구 수준이 전보다 많이 향상됐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022년 월드컵을 앞둔 카타르의 전략이 있었다.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것은 카타르의 조직력, 전술보다는 카타르의 '정책'이었다.

wisdragon@sports-g.com

[사진 = 카타르 축구팬 ⓒ Doha Stadium Plus Qa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