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리어트] ‘비리 온상’의 수장이 한국 체육 이끈다고?


이기흥 대한체육회
ⓒ대한체육회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체육계의 선택은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이하 연맹) 회장이었다.

신임 대한체육회장이 선출됐다. 이기홍 당선인은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 유효 투표 수 892표 중 294표를 얻어 32.9%의 득표율을 기록, 1위를 차지해 초대 통합 대한체육회 회장 당선의 영광을 누렸다.

새로운 체육계 지도자의 등장은 축하하고 박수쳐야 할 일이지만 마냥 그럴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선거를 전후해 여러가지 논란이 일어났다. 특히 이기흥 신임 회장의 당선에 대해 우려와 불안감이 섞인 시선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불안한 눈빛으로 이 당선인을 바라보고, 체육계는 왜 그를 자신들의 새로운 지도자로 뽑았을까? 지금부터 새로운 대한체육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기흥 당선인, 인사청문회가 있었다면 통과됐을까?

대한체육회 100년을 이끌어가고 초대 통합 대한체육회 회장으로 당선된 인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의 과거 행적을 살펴볼 수록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과연 체육계가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의심까지 든다. 만일 대한체육회장이 장관급 인사였다면 인사청문회도 쉽게 통과 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 그만큼 그의 과거 행적은 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

2006년 이 당선인은 우성산업개발 회장에 재직할 당시 횡령으로 재판을 받았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수자원공사가 수주하는 하도급 공사를 수주하도록 도와주겠다”며 건설업체에게 약 71억 원을 받은 혐의였다. 1심에서는 징역 5년을, 2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이 당선인은 당연하게도(?)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상고한 지 4개월 만에 이를 포기했다. 이는 유죄를 인정한다는 얘기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는듯 했으나 포기한 지 단 6일 만에 법무부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돼 사면 복권됐다. 이를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속 시원히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당선인의 가장 큰 오점은 바로 대한수영연맹(이하 연맹)이다. 그가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연맹은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검찰에 의해 연맹의 비리가 드러났을 때 모두는 경악했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 및 연맹 임원 선임 관련 청탁, 실업팀 입단 대가로 월급 상납, 수영 관련 공사업체로부터 상납, 수영 지도자들의 선수 훈련비 횡령 등 죄목도 다양했다. 검찰은 연맹 비리 의혹 수사를 통해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연맹은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검찰 수사 결과 이 당선인과 관련된 의혹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당선인이 연맹의 위법행위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 당선인은 결정적으로 연맹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던 장본인이다. 박태환의 포상금을 다른 용도로 쓰겠다고 한 사람이 이 당선인이다. 당시 그는 “박태환의 포상금은 다이빙 유망주들의 유학 비용으로 쓰겠다”면서 “박태환은 연맹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런던에서도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등 대표선수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상금 미지급 논란의 핵심이었던 ‘괘씸죄’가 그의 입에서 등장한 것이었다.

박태환
박태환의 포상금 논란은 전국민적 격분을 불러 일으켰다 ⓒ 인천시청 제공

결국 그는 연맹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나는 구질구질한 사람이 아니다. 통합체육회 부회장, 이사직을 맡으라고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공문을 보냈는데도 거부한 사람이다. 내 역할은 연맹 통합과 함께 끝난다. 이후 체육계를 떠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발언과 전혀 다른 행보를 걸었다.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위해 가처분 신청까지 내며 입후보에 성공했고,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커녕 체육계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일은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장의 자리는 한국 체육계, 더 나아가 세계 스포츠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도덕성 또한 중요하다. 이 당선인의 과거를 돌아봤을 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한체육회장이라는 자리에 어울릴 지 의심스럽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이 당선인, 그리고 대한체육회의 발목을 두고두고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당선됐을까?

물론 그는 한국 체육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2001년 대한근대5종연맹 고문을 시작으로 대한카누연맹, 대한수영연맹에서 회장직을 맡았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장을 역임했다. 체육계에서 그의 평가는 일반인들에 비해 후한 편인 것으로 보인다.

수영 비리에 대해서는 ‘검찰의 보복 수사’라는 의견도 있다. 대한체육회 통합 과정에서 이 당선인이 정부와 갈등을 빚자 검찰이 연맹에 대해 수사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일부 엘리트 체육계에서는 이 당선인이 정부에 체육인을 대변하며 할 말을 하다가 핍박받는 ‘피해자’로 비쳐졌다는 분석 또한 존재한다.

체육계에서도 이러한 점을 선거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의 당선 이유를 분석한 일부 의견을 살펴보면 그의 강한 추진력,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뚝심, 그리고 체육인들의 생계와 직결된 일자리 창출 공약 등이 표심을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의 대항마’ 이미지는 이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부분 후보가 정부와 친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일명 ‘친정부’ 이미지를 표방한 반면 이 당선인은 “정부에게 할 말은 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정부를 지지하는 선거인단의 표가 분산된 반면 ‘야권’ 성향의 표는 이 당선인에게 집중된 것도 하나의 당선 비결로 꼽힌다.

그의 공과는 둘 다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쳤더라면 어땠을까? 이 당선인의 입장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과 부정적인 것들을 털어낼 기회가 될 수 있었고 연맹의 비리, 과거 행적 등으로 인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중들 역시 좀 더 냉정하게 그를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당선은 체육계가 ‘너희들은 모르니까 가만히 있어’라고 던지는 메세지로 읽혀질 수 있어서 우려스럽다.

애초에 예고된 ‘반쪽짜리’ 선거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한체육회다. 자신들의 수장을 뽑는 대단히 중요한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깜깜이 선거’, ‘반쪽 선거’라는 수식어는 선거가 제 기능을 충실히 발휘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대한체육회는 자신들의 수장에게 힘을 충분히 실어주지 못한 것이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의 투표율은 63.49%다. 총 1405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중 892명이 참여했다. 약 37%에 달하는 선거인단이 선거에 불참했다. 문제는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였다. 10월 7일부터 충청남도 아산시에서 전국체육대회가 열린다. 엘리트 체육계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당연히 이곳에 신경을 쏟을 수 밖에 없다. 대한체육회장 선거 참여를 위해 서울에 올라올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

공명선거
대한체육회는 공명선거 구현에 성공했지만, 선거를 하는 이유는 공정함이 전부일 수 없다 ⓒ 대한체육회 제공

대한체육회도 이를 알았다. 선거인단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버스편과 일비, 식비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전국체전이라는 중대사 앞에 선뜻 서울로 올라올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일모레 결혼식인데 돈 줄테니 지방 출장 다녀오라고 한다면 누가 가겠는가? 결국 첫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생각보다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기흥 당선인은 선거에 참여한 892명 중 294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약 32.9%의 득표율이다. 이 득표율도 만족스럽지 않지만, 전체 선거인단으로 기준을 확대하면 득표율은 더욱 떨어진다. 고작 20.9%로 뚝 떨어진다. 대한민국 체육계를 아우르는 수장을 선택하려면 300명도 안되는 인원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절차 상 문제는 없지만 대표성이 너무나 부족하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선거 기간 내내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대면 선거운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오직 홈페이지, SNS, 문자메세지 등으로만 선거운동이 이루어졌다. 단 한 번 열린 후보 간 토론회는 후보측 인사와 언론에게만 공개했고 후보간 상호 토론이 아닌 자신의 정책을 읊는 수준에 그쳤다. 후보의 공약과 자질을 꼼꼼하게 따질 기회조차 선거인단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국민과 달랐던 선택, 한국 스포츠 발전으로 답하라

물론 체육계 전체가 잘못됐고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이러한 선택을 했다는 주장은 하고싶지 않다. 선거인단 모두 나름의 이유를 갖고 표를 던졌을 것이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명확히 하고 싶다. 연 4,0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600만 명에 이르는 선수들을 관리하는 단체의 수장을 뽑는 과정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 대한체육회는 반드시 비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스포츠를 향한 국민적인 관심을 감안했다면 더욱 이래서는 안됐다. 국민 여론을 감안하지 못한 것은 체육계의 실책으로 지적하고 싶다. 대한체육회장의 자리는 ‘스포츠 대통령’이라 불린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거물급 인사들이 대한체육회장을 맡기도 했다. 여운형, 신익희, 이기붕, 정주영, 노태우 등 우리가 역사 시간에서 들어봤을 법한 인물들이 대한체육회장의 자리를 거쳐 갔다. 그만큼 이 자리는 막중한 자리다.

정주영 대한체육회장
국가적 행사였던 88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이끌었던 것도 대한체육회장, 현대그룹 정주영 창업주였다 ⓒ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이러한 자리를 이어받은 이기흥 당선인 앞에는 이제 수많은 과제들이 던져졌다. “물리적 통합에 이어 화학적 통합을 하겠다”고 말했듯이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안는 일은 물론 한국 스포츠 발전에 실질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지난 수영 연맹에서의 과오를 잊으면 안된다. 체육계는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국민들은 아직도 불안할 것이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박태환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 단체의 수장이 대한체육회장을 맡았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한국 체육계는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왜 이 당선인을 선출해야 했는지 실질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스포츠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 체육계는 또 다시 ‘마피아’라는 비아냥을 들을 것이 분명하다.

정말로 중요한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입맛이 씁쓸하다. 대한체육회장의 자리에 걸맞게 좀 더 멋진, 좀 더 깔끔한 선거가 가능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이제 대한체육회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2020년은 대한체육회(조선체육회) 창립 100주년이다. 과거보다 훨씬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한국 스포츠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고 결국 이는 외면으로 이어질 것이다.

wisdragon@sports-g.com

[사진 = 이기흥 신임 대한체육회장 당선인 ⓒ 대한체육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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