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룡의 팩트리어트] ‘하위 스플릿’ 성남,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이 사진은 오늘 칼럼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성남FC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가 종료됐다. 이제부터는 스플릿 라운드다.

긴장감 넘치는 33라운드가 끝나며 K리그 클래식의 1차 순위표가 확정됐다. 이제는 1~6위, 7~12위가 서로 다른 그룹에서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그리고 잔류를 위해 뛴다. 상위와 하위 스플릿으로 나뉜 두 그룹은 이제 FA컵 정도를 제외한다면 올 시즌에 더 이상 만날 일이 없다.

이번 순위표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팀은 성남FC다. 7위로 하위 스플릿을 확정했다. 6위 상주 상무에게 고작 승점 1점이 부족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3월로 돌아가 성남 팬들에게 “성남은 시즌 말미에 하위 스플릿으로 간다”고 말한다면 그 누구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11라운드가 종료되며 리그 한 바퀴를 돌 때까지 성남은 6승 3무 2패(승점 21)를 기록했다. 33경기 동안 따낸 승점 41점 중 절반 이상을 초반에 확보한 셈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성남은 목표했던 ACL 출전이 가능해 보였고, 못하더라도 상위 스플릿 진출은 확실해보였다. 서울, 전북과 선두 경쟁을 할 정도로 성남은 K리그 클래식에서 강팀이었다.

김학범 감독
김학범이 학범슨인 것이 아니라 퍼거슨이 퍼거범이던 시절도 있었다 ⓒ 성남FC 제공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시민구단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스쿼드는 시민구단 그 이상이었다. 티아고가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넣어줬고, 김두현이 버티는 미드필드와 윤영선이 있는 수비진은 탄탄했다. 마지막으로 국가대표급 골키퍼 김동준까지 있으니 성남의 주전 스쿼드는 다른 구단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33라운드가 종료된 현재 성남의 순위는 7위다. 하위 스플릿이다. 전력 평준화된 K리그 클래식에서 한 순간에 미끄러지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지만 우승권을 다투던 성남이 하위 스플릿에 머무른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도대체 왜 성남은 우승권에서 하위 스플릿으로 미끄러졌을까?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하겠다.

1. 매번 똑같은 얼굴, 악순환의 시작

성남의 선발 라인업을 매 경기 살펴보면, 항상 비슷한 이름이 올라와 있다. 이는 김학범 축구의 전형적인 특징이었다. 비시즌 기간 체력을 동안 최대한 끌어 올리고, 시즌 중에는 주로 주전급 멤버들을 중심으로 기용했다. 황의조, 피투, 김태윤은 30경기 이상을 출전했고, 시즌 도중 군 입대한 윤영선은 입대 전까지 16경기를 모두 교체 없이 풀타임으로 뛰었다.

이러다보니 로테이션 멤버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주전 멤버가 부상을 당하거나 경고 누적으로 결장할 경우를 제외하고 로테이션 멤버들을 선발 명단에서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주전 멤버들은 어김없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다보니 주전급 멤버들의 체력은 점점 고갈됐다. 시즌이 진행될 수록 성남의 힘이 떨어진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김학범 전 감독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시즌 중 훈련을 통해 만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떨어진 선수단의 체력이 쉽게 올라오지는 않았다. 게다가 경기를 자주 뛰지 못하는 로테이션 멤버들의 경기 감각 역시 떨어져 있었다.

2. 오히려 독이 된 ‘선수비 후역습’

성남의 주요 전술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선수비 후역습’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구단에 비해 전력이 강하지 않은 시민구단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김 전 감독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술은 강팀을 상대로 경쟁력을 드러내기에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상대 역시 수비적으로 나올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를 반영한 가장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수원 삼성과의 FA컵 8강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성남은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승부차기 끝에 경기를 내줬다. 경기 결과도 그렇지만, 경기 내용 역시 성남의 입장에서는 올 시즌 중 가장 답답한 경기였다.

이 경기의 전반전 동안 성남은 1명, 수원은 2명이 퇴장 당하며 성남은 한 명 더 수적 우위를 가져갔다. 하지만, 후반전 내내 성남의 공격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슈팅을 때리지 못하고 상대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 공만 빙빙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선제골을 넣은 수원이 경기를 지키기 위해서 수비적인 전술을 가동했기 때문이다. 성남의 입장에서는 낯선 순간이었다. 속칭 ‘가둬놓고 패본’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다.

성남의 전력은 최고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하도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보다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성남은 계속해서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역습을 추구했다. 이러다보니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를 놓쳤다. 인천의 시즌 첫 승을 만들어줬고, 탄천종합운동장에는 수원FC의 깃발이 걸렸으며, 같은 시민구단 광주에게는 1승 1무 1패로 시원하게 앞서지 못했다.

성남이 상위 스플릿, 그리고 ACL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지 않는 경기’보다 ‘이기는 경기’를 해야했다. 하지만 성남은 ‘지지 않는 경기’에 더욱 치중했고, 이것은 얻을 수 있는 승점을 얻어내지 못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고 말았다.

3. 반타작도 거두지 못한 이적 시장

앞서 언급했듯이 성남의 스쿼드는 얇은 편이 아니다. 올 시즌에도 성남은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갖췄다. 박준혁, 남준재, 김철호 등이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영입한 선수들은 이를 메우고도 충분하다는 평가였다. 단지 그들이 경기에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조재철, 피투, 안상현, 유창현, 최호정, 황진성이 시즌 초 성남에 합류했다. 그 중에서 2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는 피투와 안상현 뿐이다. 유창현은 고작 3경기를 뛰고 서울 이랜드로 이적했고, 부상에 신음하던 황진성은 최근 들어 경기에 모습을 비추고 있다.

성남FC 이용
야탑역에서도 그를 봤다는 제보가 없다. 도대체 그는 어디에 있을까? ⓒ 성남FC 제공

게다가 2015년 말 공개테스트로 영입한 선수 7명은 아직까지 단 한 명도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6 시즌을 대비해 영입한 선수 중 제대로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가 반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비슷했다. 윤영선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카타르에서 데려온 중앙 수비수 이용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외국인 선수 영입은 꽤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티아고가 건재했고, 피투가 제 몫을 다해줬다. 티아고가 떠나자 데려온 실빙요 역시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지만 성남은 오히려 내국인 선수들의 영입에 실패하면서 허점을 드러냈다.

4. 결국 티아고가 떠나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

또 하나의 악재는 티아고의 이적이었다. 그는 2016 FA컵 8강전을 마지막으로 사우디의 알 힐랄로 이적했다. 김 전 감독은 성남이 부진하기 시작하면서 선수층이 얇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선수층이 얇기 보다는 티아고가 떠나면서 성남의 진짜 민낯이 드러난 것이었다. 티아고 중심의 전술은 전면적으로 개편되어야 했고,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져 있는 성남 선수단에게는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

유니폼도 주고, 이적료도 안겨주고 그는 떠났따 ⓒ 성남FC 제공
유니폼도 주고, 이적료도 안겨주고 그는 떠났다 ⓒ 성남FC 제공

티아고가 떠나기 전까지 성남은 아무리 발이 무거워도 어떻게든 티아고에게 공을 주면 그가 알아서 골을 넣었다. 그렇게 이겼다. 하지만, 티아고가 없으니 유일한 정답이 사라졌다. 무너져가는 성남을 아슬아슬하게 떠받치고 있던 기둥 하나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티아고가 떠나기 전 마지막 경기였던 수원 삼성과의 FA컵 이후, 성남은 ‘다득점’이라는 것이 사라졌다. 14경기 중 3골 이상 넣은 경기가 없었고, 무득점 경기가 4경기, 승리는 고작 3번이었다. 3승 3무 8패. 김학범 감독 체제로 한정했을 때 성남이 이 기간 동안 홈에서 거둔 승리는 고작 한 번이었다(전남전 2-0).

결국 불만이 폭발한 팬들은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했고, 회관 앞에 장사진을 친 팬들에게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한 김학범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 구상범 U-18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았지만, 부진하는 팀을 다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30라운드부터 1승 3패를 기록하며 7위로 하위 스플릿을 확정했다.

5.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올해 초 성남이 목표로 잡았던 ACL 진출은 완전히 물건너갔다. 다섯 경기가 남은 현재 성남은 11위 인천과 승점 6점, 12위 수원FC와 승점 8점 차로 앞서있다.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남은 다섯 경기에서 2승 이상을 거둘 경우 잔류가 유력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성남은 지금까지 시민구단답지 않게 넉넉한 지원을 받았다. 2015년에는 ACL로 인해, 그리고 올해는 ACL에 진출하기 위해 많지는 않지만 적지도 않은 예산을 지원 받았다. 시 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ACL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많다. 그만큼 성남에게 ACL 진출은 정말로 중요한 이슈였다. 하지만 실패했다.

내년부터는 허리띠를 졸라 매야한다. 성남시에게 올해 수준과 같은 예산을 달라고 요청할 명분이 없다. 게다가 성남시는 지방 재정 개편으로 상당한 수준의 세금을 중앙 정부에 내야 하는 상황이다. 성남FC에게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할 가능성보다는 예산을 줄일 가능성이 더욱 크다.

그렇다면, 성남은 현재 수준의 스쿼드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내년에는 더욱 열악한 상황에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계속해서 ACL 진출이라는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성남의 미래는 ‘그저 그런 시민구단 중 한 팀’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재명 구단주
내년 시즌 이재명 구단주는 팀을 어떻게 운영할까. 이것도 관전 포인트다 ⓒ 성남FC 제공FC

성남의 2016 시즌은 거의 마무리됐다고 봐야한다. 구단 역시 그러한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겠지만, 김학범 감독의 자진 사퇴를 구단이 받아들인 것은 상위 스플릿에 가더라도 ACL 진출권을 따낼 경쟁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었고, 목표했던 ACL 진출은 다음 시즌에 다시 노리겠다는 뜻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내년을 그려야 한다. 현재의 구상범 감독대행에게 감독직을 맡길 것인지, 아니면 다른 감독을 영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감독 선임에 대한 부분을 빠르게 결정해야 내년의 청사진을 그리고, 감독 교체로 인한 어수선함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2017 시즌은 그 동안 잘나갔던 성남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줄어든 지원을 가지고 올 시즌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야 한다. 쉽지 않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올 시즌의 실패가 불러온 예고된 고난이다.

이재명 구단주도, 성남FC도 항상 ‘시민구단의 모범’이 되겠다고 공언해왔다. 지금까지 성남은 그랬다. 하지만 이제 성남의 제대로 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정말로 시민구단의 모범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과거 다른 시민구단이 그랬던 것처럼 성적도 돈도 잡지 못하며 나락으로 떨어질 지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과연 성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것은 성남FC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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