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룡의 팩트리어트] 겨자씨같은 고양의 작은 희망, 남하늘


남하늘 골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26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당사자가 아니라면 쉽게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K리그 챌린지의 고양 자이크로가 드디어 2승 째를 거뒀다. 2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고양과 충주 험멜의 경기에서 고양은 후반 터진 남하늘의 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 승리를 거뒀다. 시즌 2승 째이자 올 시즌 홈 첫 승리다.

감격스러운 홈 첫 승, 이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남하늘이었다. AFC 챔피언스리그(ACL)와 일정이 겹쳤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 경기이기에 남하늘의 활약은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그 누구보다 감동적인 하루를 보냈다.

“네가 제일 만만해” 양 팀 모두 별렀던 경기

ACL 4강전 전북현대와 FC서울의 경기가 있었던 28일, K리그 챌린지에서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경기가 벌어졌다. 바로 11위 고양 자이크로 FC와 10위 충주 험멜의 경기였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뀌거나 승격 전쟁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드디어 1승 제물이 나타났다”

K리그 챌린지가 33라운드까지 진행됐을 때, 두 팀은 10승도 거두지 못한 ‘유이’한 팀이었다. 충주는 5승 7무 22패(승점 22)를 기록 중이었고, 올 시즌 단 1승만 거둔 고양은 1승 10무 22패(승점 13)로 최하위에 쳐져 있었다. 두 팀의 바로 위에 자리잡은 9위 경남은 승점 40점. 이미 충주와 승점 18점을 앞서 있었다. 두 팀은 큰 이변이 없는 한 현재 순위인 10위와 11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팀은 이 경기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승리에 목말랐기 때문이다. 리그에서 가장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상대를 꼽으라고 한다면 양 팀은 서로 양 팀을 지목할 것이다. 이는 상대 전적으로 증명됐다. 두 팀의 올 시즌 상대 전적은 1승 1무 1패로 팽팽했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올 시즌 양 팀의 마지막 맞대결이다. 적어도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야 남은 일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고양의 입장에서는 지난 5월의 기분 좋은 기억을 재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의 시즌 첫 승 제물은 바로 충주였다. 5월 5일 어린이날에 충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충주와 고양의 경기에서 고양은 감격의 첫 승을 거뒀다. 경기도 극적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박정훈이 득점하며 3-2 짜릿한 역전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들이 올해 처음으로 ‘할 수 있다’란 생각을 갖게 한 팀이 바로 충주였다. 그리고 유일하게 고양이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밀리지 않는 팀이 충주였다(1승 1무 1패).

충주 역시 동기부여는 충분했다. 고양에게 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모든 구단이 고양에게 올 시즌 져본 적이 없었지만 충주는 이미 고양에게 한 번 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어린이날 패배 후 한 달 뒤인 6월 1일 고양에서 4-2로 화끈하게 복수전을 펼쳤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확실하게 승리를 거두고 승점 차를 더욱 벌리는 것이 그들에게는 중요했다.

이가 부러져도 간절했던 남하늘

모두가 알다시피 이날 경기는 고양의 1-0 승리로 종료됐다. 축구는 팀 스포츠지만 이 날 남하늘은 22명의 선수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존재였다. 우리에게는 ‘청춘FC’의 일원으로 더욱 익숙한 그는 고양의 승리에 드라마틱한 요소까지 첨가하며 축구에서 얻을 수 있는 감동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는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했다. 지금까지 단 10경기 출전에 불과한 그가 충주 격파의 선봉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이었다. 중요한 공격 자원인 외국인 선수 데파울라는 벤치에, 빅토르는 명단에 제외된 상황에서 남하늘은 고군분투했다. 충주가 경기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공격 찬스 자체를 잡기 어려웠지만, 프로 무대에서 첫 공격포인트를 올리겠다는 그의 간절한 모습은 눈에 띄었다.

남하늘
슈팅 한 번 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군분투한 남하늘 ⓒ 고양 자이크로 제공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상대 골키퍼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골키퍼의 무릎이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그 바람에 앞니가 부러지고 말았다. 통증이 상당했을 법 했기에 다들 그의 교체를 예상했지만, 후반전에도 그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간절함은 결국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남하늘의 간절한 바람은 골로 이어졌다. 후반 8분 박정훈의 패스를 받은 남하늘은 시원한 중거리슛으로 충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남하늘의 프로 데뷔골과 첫 공격포인트가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고양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반전의 서막을 알린 골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추가골을 노렸지만, 앞서 당한 부상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남하늘은 경기 중 다시 한 번 상대 선수와 안면 부위를 충돌해 입술마저 터졌다. 결국 김상준과 교체되어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심지어 그는 치료를 위해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느라 승리의 감격을 제대로 맛보지도 못했다. 경기 중 부상을 당해 팀의 첫 FA컵 우승을 병원에서 지켜봐야 했던 ‘레전드’ 최은성이 묘하게 오버랩됐다. 그만큼 남하늘은 이날 경기의 중심이었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남하늘은 고양의 ‘겨자씨’가 될 수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양은 ‘팀도 아니다’란 비판에 시달렸다. 그 중에는 나도 있었다. 프로 구단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 팀을 향해 “이럴 거면 K리그 나가라”고 격한 심정을 토로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이날 고양의 홈 첫 승을 함께 기뻐한 관중은 고작 148명에 불과했다.

남하늘 역시 이러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그는 올해 초 ‘청춘FC 출신’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고양에 입단했다. 하지만 1군 경기보다는 R리그에 주로 출전했다. 인지도에 비해 좋지 못한 성적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골을 기록했지만, 냉정하게 그는 11경기에서 1골을 기록한 후보 공격수이기도 하다.

남하늘 청춘FC
청춘FC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프로에서는 조용했다 ⓒ 청춘FC 제공

그렇지만, 남하늘의 투혼은 충분히 박수 받아야 한다. 팀이 열악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비아냥이 가득한 상황에서 그는 열정과 투지로 가득한 플레이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물론 남하늘의 골을 지키기 위해 볼 점유율이 3대 7까지 밀리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고양의 선수들 역시 칭찬 받아야 한다.

이제 K리그 챌린지는 고작 7경기가 남았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승격 전쟁에 모아지고 있다. 강등이 없는 K리그 챌린지이기에 승강 플레이오프와 거리가 먼 팀들은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성적 보다는 시즌을 잘 마무리 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할 수 밖에 없다.

그 가운데서 고양의 승리는 인상적이다. 비록 연속 무승의 기록을 끊어야 한다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나태해지기 쉬운 상황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했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아직 고양의 갈 길은 멀다. 이제 고작 시즌 2승을 거뒀고 순위는 여전히 12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남하늘의 모습에서 그들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느낀다. 성경은 ‘겨자씨 만한 믿음만 있다면 큰 산도 옮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날 경기에서 고양의 겨자씨는 바로 남하늘이었다.

wisdragon@sports-g.com

[사진 = 득점에 성공한 남하늘 ⓒ 고양 자이크로 제공]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7EbVI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