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김재학 기자] 러시아 원정을 떠났던 토트넘이 러시아 원정에서 값진 결과를 거뒀다. 한국시간 3시45분 펼쳐진 CSKA 모스크바와 토트넘 핫스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E조 2라운드 경기에서 손흥민의 귀중한 결승골로 토트넘이 1-0 신승을 낚아챘다.

양 팀 모두 답답했던 경기였다. 홈구장인 '아레나 힘키'로 토트넘을 불러들인 모스크바는 전반전과 후반전 중반까지 철저히 수비적인 축구를 펼쳤다. 비슷한 수준의 팀이 모여있는 E조에서 한 경기라도 승점을 잃게 된다면 조별 예선을 통과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첫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던 모스크바에게 '비기기 작전'은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었다.

오히려 급한 쪽은 원정팀이었던 토트넘이었다. 이미 1차전에서 AS모나코에세 일격을 당한 토트넘은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획득해야 했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골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토트넘 공격진에 자리잡은 선수들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조력자'보다는 '해결사'의 비중이 컸던 토트넘의 공격진은 유기적이지 못했다.

빈센트 얀센과 에릭 라멜라, 손흥민으로 이뤄진 삼각편대를 받쳐줘야하는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델레 알리는 패스보다는 직접 마무리하는 플레이에 더 큰 비중을 뒀고, 중거리슛이 대부분이었던 토트넘은 결과적으로 모스크바가 원했던 방향대로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66분 얀센 대신 투입된 은쿠두가 경기장을 헤집어놓으며 토트넘에게 새로운 활약을 불어넣었고, 장기간 수비에 치중하던 모스크바의 집중력을 흐트러놓았다. 그리고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은 손흥민이 수비진 사이 공간을 잘 파고들어 토트넘의 선제골이자 경기의 결승골을 뽑아냈다.

총 22번의 슈팅을 때렸음에도 단 2번만이 골문으로 향했던 토트넘의 빈공은 역설적으로 손흥민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이전까지 압도적 점유율을 가지고도 위협적인 공격기회를 만들지 못했던 토트넘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골을 뽑아낸 손흥민은 이후에도 수비가담과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모스크바는 선제골을 실점한 이후 부랴부랴 만회골을 뽑기위해 수비태세를 관두며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몇 차례의 공격기회를 번번히 토트넘의 협력수비와 요리스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히며 골을 뽑아내지 못했고, 홈에서 아픈 패배를 당하게 됐다.

승리를 거둔 쪽은 토트넘이었으나, 마냥 웃을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러시아 원정길에 부상을 당하지 않은 주전 선수 대부분을 투입하며 다가오는 프리미어 리그 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계획에 차질이 생겼음은 물론, 모스크바와 같이 걸어 잠구는 팀에 대한 파훼법 역시 명확하게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에게 희망적인 요소라면 역시 공수를 완벽하게 아우르는 손흥민의 존재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펼치던 지공 상황에서 크게 빛나진 않았으나 연결고리 역할에 가담하며 점유율 유지에 보이지 않는 공헌을 하는 한 편, 몇 없는 기회를 살리는 순도 높은 골감각을 이어나가는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의 '해결사'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다가오는 맨시티전이 어쩌면 올 한해 가장 큰 위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위기와 기회는 늘 공존한다. 공격적으로 부진했던 러시아 원정길을 잘 복기하며 다음경기를 준비한다면 토트넘은 어쩌면 더 큰 상승곡선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결승골을 기록한 손흥민 ⓒ 토트넘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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