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청주에는 정말로 프로축구팀이 생길 수 있을까?

청주가 다시 한 번 프로축구단 창단에 시동을 걸었다. K3리그 청주CITY FC(이하 청주시티)가 프로축구단 창단을 위한 범 시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26일부터 서명운동을 시작해 다음달 7일까지 청주 시내에서 프로축구단 창단을 호소할 예정이다.

청주에서 프로축구단 창단이라는 이슈는 굉장히 오래됐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던 일종의 숙원 사업이다. 이번 서명운동을 통해 청주시티는 내년에 K리그 챌린지에 참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정말로, 이번에는 청주와 청주시티가 프로축구단 창단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청주의 이루어지지 못한 꿈, 프로축구단 창단

충청북도, 그리고 청주의 K리그 도전은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2010년 험멜 축구단이 충주에 자리를 잡고 2013년 K리그 챌린지에 참가하기 전까지 충청북도에는 프로축구단이 단 한 팀도 없었다. 그리고 청주에는 아직까지 축구단이 없다. '축구의 불모지'라는 별명은 이 때문에 붙었다.

그에 비해 축구 열기는 높은 편이었다. 2009년부터 K3리그에 참가한 청주직지FC(現 충북청주FC)의 첫 홈 개막전에는 프로 경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7천여 명의 관중이 찾아오기도 했다. 프로축구팀의 흥행 가능성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월드컵 때마다 충북 프로팀이 창단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최순호 감독 등 충북 지역 축구인들이 충북 연고 축구단을 창단하기 위해 여러 움직임을 보였지만, 본격적으로 청주 프로축구단 창단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당선되면서였다. 이 도지사는 자신의 공약에 '충북 프로축구팀 창단'을 내세웠고, 당선 이후 충북, 그리고 청주 프로축구팀 창단을 추진했다.

도지사가 공약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축구단 창단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충주 험멜이 충북에 입성한 탓도 있겠지만, 비용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었다. 지자체가 운영비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방법, 공모주와 기업 후원을 동시에 모집하는 방법 등이 논의됐지만 확실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게다가 현재 상태로는 K리그 경기를 개최할 수 없는 청주종합경기장의 개조, 또는 리모델링도 문제였다.

그래도 청주는 조금씩 프로축구단 창단에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구광' 회사가 청주에 입성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SMC엔지니어링이 K3리그 천안FC를 인수해 청주로 연고지를 옮겨 '청주시티'라는 이름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팀은 'K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청주의 방향과도 일맥상통했다.

그랬기 때문에 2015년은 청주에게 더욱 아쉬운 한 해였다. SMC엔지니어링이 '기업 컨소시엄과 지자체의 지원을 통해 팀을 창단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며 프로축구단 창단이 실현되는듯 했다. 4개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미포조선을 인수해 팀을 만들겠다며 프로축구연맹에 창단 의향서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막판에 틀어졌다.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힌 청주시가 재정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연맹은 청주시의 지원 없이 구단 창단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결국 컨소시엄은 구단 창단을 포기해야만 했다.

수 차례 좌절된 꿈, 문제는 '돈'

지금까지 청주의 K리그 창단 시도 과정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돈 때문에' 창단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에 이르는 운영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청주는 풀지 못했고, 그래서 구단 창단에 실패했다. 그들의 과제는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SMC엔지니어링이 청주 프로축구단 창단을 준비하면서 제시한 연간 예산은 약 55억 원이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액수다. 하지만, 10년 이상 이 금액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K리그 클래식 팀도 재정 건전성 악화로 운영비를 줄이고, 체질 개선을 하는데 K리그 챌린지 팀이 매년 지자체의 도움 없이 수십억 원의 운영비를 마련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물론, 4개의 기업이 매년 지원금을 구단에게 꼬박꼬박 준다면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청주는 대전 시티즌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97년부터 K리그에 참가한 대전은 시민구단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창단 초기에는 기업 컨소시엄으로 만들어진 구단이었다. 지금 청주가 제시하고 있는 구단 창단 형태와 같다. 이 컨소시엄에는 계룡건설, 동아건설, 동양백화점, 충청은행이 참여했다.

문제는 그 다음 해 IMF가 터졌다는 것이다. 한국을 뒤흔든 IMF는 당연히 K리그와 대전에도 영향을 끼쳤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네 개의 기업 중 세 개가 파산했다. 파산을 면한 계룡건설도 혼자서 구단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대전은 2002년 계룡건설이 구단 운영에 손을 떼면서 시민구단으로 전환된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온 대전 시티즌. 청주는 대전의 발자취를 잘 살펴야 한다 ⓒ 대전 시티즌 제공

비록 IMF가 원인이었지만, 당시 대전을 운영했던 4개의 기업은 작지 않은 규모를 자랑했다. 지난해 청주 프로축구단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기업들보다 큰 규모다. 그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자면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대전의 선례가 있기에 중소기업 4개가 청주 프로축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무래도 불안감을 지우기 어렵다.

청주 프로축구단, 서명운동보다는 내실 다져야

이번 서명운동에는 청주시티를 비롯해 시·도 축구협회와 체육단체, 후원업체 등이 참여한다. 특히, 청주시티의 지역 라이벌인 충북청주FC도 이번 서명운동에 참여한다. 지역 라이벌임에도 불구하고 청주에 프로팀을 창단하겠다는 일념 하에 두 팀이 함께 서명운동을 한다는 소식은 지켜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고, 청주 프로팀 창단에 대한 지역의 열망이 얼마나 뜨거운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스럽다. 과연 1년에 불과한 시간 동안 기존의 창단 계획에서 얼마나 보완된 계획안을 내놓을 지 걱정이다. 재정 지원을 불허했던 청주시의회는 당시 "창단 운영 계획이 너무 허술하다"고 지적했고, 최종적으로 창단 승인을 불허한 연맹은 "청주시의 재정 지원 없이는 창단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결국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이 팀이 생존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었다.

지금 청주시티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서명운동이 아니라, 구단이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더욱 찾고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이 진행하는 서명운동이 취지는 좋을 수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구단의 자립 의지보다는 지자체에게 예산을 따내겠다는 하나의 정치적 행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원리가 적용되는 프로의 세계에서 '지역주민들의 열망' 만으로는 창단할 수 없다.

이미 청주 지역계의 창단에 대한 열망은 여러 번 확인했다. 이제는 실질적인 창단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지난 해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한다. 결국에는 돈이었다. 가뜩이나 연맹은 여러 구단의 재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주 프로축구단이 자립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올해도 창단은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프로축구단을 창단하겠다는 청주의 꿈은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들의 뜨거운 열망은 결국 결실을 맺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꼼꼼하게 준비하지 않고 단순히 '창단하겠다'는 의욕만 가지고 있다면, 차라리 창단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 우리는 열망만 가지고 구단을 창단했다가 '혈세도둑', '시청구단'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골칫덩이로 전락한 여러 구단을 봐왔다.

나는 청주가 서두르지 않고, 숨을 고르면서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창단을 준비했으면 한다. 그들이 간절하게 염원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훌륭한 구단이 창단되는 것이 청주 체육계, 그리고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꿈꾸는 한, 그들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청주 프로축구단의 창단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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