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이승헌 기자] KBO리그에서 이제 10억, 20억 원은 우스운 금액이 됐다. 소위 ‘FA 대박’이 터지면서 수십억 원의 수익을 챙기는 선수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도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고 팬들 또한 이 일에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 FA제도가 올바르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에 대해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부족하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KBO리그의 현 FA제도에 대해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려 한다.

모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

FA제도는 1999년 처음 도입됐다. 5명의 선수가 총액 24억 2500만원을 받고 계약을 맺었다. 그 금액은 점점 커져 2015년에 총액은 766억으로 증가했다. 올해 팀을 한화로 옮긴 정우람은 84억을 받았다. 통산기록을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정우람은 공 1개를 던지고 180만원을 받는다. 정우람은 이번 시즌 방어율 3.40 7승 5패 7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정우람보다 블론세이브가 많은 마무리투수는 10개 구단 중 김세현이 유일하다. 현재 보여주고 있는 성적은 기대치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 FA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이적한 선수 중에 충분히 몸값을 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팬이 있을까. 기껏해야 NC 박석민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 김광현, KIA 양현종, 삼성 최형우, 롯데 황재균 등 거물들이 FA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각 구단이 이 선수들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 부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야구 구단이 우승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 그들이 가진 돈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수익구조가 완전히 잘못 되어있고 그조차도 없어지는 추세다. KBO의 수익구조는 기형적이다. 그들이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돈 보다 모기업에게 받는 돈에 더 의존한다. 하지만 미래에는 이조차 사라질 것이다. 현재 팀을 후원하고 있는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이다. 후원을 하는 이유는 그 기업을 알리고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이다. 지금 팀을 후원하고 있는 롯데, 삼성, LG, 한화 등의 대기업은 자기 회사를 더 이상 알릴 필요는 없다.

또한 스포츠를 통한 마케팅에 대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의 투자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삼성의 경우도 제일기획에게 스포츠 전권을 넘기며 투자를 축소했고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구단의 자본은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 한데 FA금액은 커져만 가는 것은 리그를 파산 상태로 이끌 것이다. 높아진 선수들의 연봉을 충당할 수 없다면 선수들은 더 이상 국내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선수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에 대응하는 방식이 너무 단순하고 단기적인 안목에서 결정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실시되고 있는 KBO의 FA제도 자체가 많은 선수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KBO의 FA제도는 자기 자신을 갉아 먹고 있다.

사진 = 다르비슈 고시엔 시절

인프라 확충해야 산다

이번 시즌을 시작으로 경기수가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증가했다. 팀은 10개 구단이 됐다. 그러나 선수들을 늘이려는 노력은 없었다. 만약 좋은 선수들이 많아지면 FA 몸값은 어떻게 될까?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자동적으로 내려간다.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선수들은 금방 찍어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그러므로 긴 시간을 가지고 야구의 저변을 넓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구단들은 편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당장 많은 돈을 써서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오는 것이다. 이는 미래를 전혀 내다보지 못하는 선택이며 KBO리그의 생태계를 해칠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프로야구 자체의 인프라와 ‘생활야구의 저변확대‘ 이 2가지를 넓히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행히 프로야구의 인프라는 점점 좋아지는 중이다. 새로운 구장들이 만들어졌고 2군을 위한 최신식 훈련시설들이 지어졌다. 삼성과 LG는 지난해 각각 경산과 이천에 최신식 퓨처스 훈련 인프라를 구축했다. SK는 강화에 퓨처스파크를 건립하는데 450억을 투자했다. 넥센 또한 퓨처스에만 4명의 외국인 코칭 스태프를 구성하며 육성시스템을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하지만 경기 운영 면에서는 미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퓨처스리그 경기는 보통 오후 한 시에 열린다. 여름에는 35도가 넘는 온도에서 경기를 진행한다. 야간에 경기를 진행 할 수 없는 것일까? 구단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야간경기는 주간경기에 비해 조명, 시설, 숙식등의 비용이 더 나간다. 또한 선수 1군 콜업 문제도 발생한다. 야간 경기를 실행 할 경우 비상시에 선수를 콜업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건강과 관중 집객을 위해서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고교야구는 더 처참한 상황이다. 일본에는 4000여개의 고교팀이 있다. 대한민국에는 60여개의 고교팀이 있다. 당연히 일본에서 뛰어난 선수가 나올 확률이 높다. 많은 학생들에게 야구를 접할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야구 인재를 찾기 위한 노력 또한 줄여준다. 선수관리 부분에서도 문제점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신인 선수들이 프로에 들어와 수술을 하는 일은 낯선 일이 아니다. 아마추어 시절 관리를 받지 못하고 혹사를 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미국 고등학교 야구는 투구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어깨를 지켜주기 위해서다. 110구 제한을 두고 86구 이상 던졌을 때는 3일 휴식을 취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교야구도 투구수 제한은 있지만 130구를 던졌을 때 3일 휴식을 준다. 129개를 던지고 그 다음날 다시 던질 수 있는 것이다. 더 엄격한 투구 수 제한이 필요하다.

선수를 늘리는 방법 중에 외국인 선수의 제한을 완화하는 방법 또한 있다. 물론 우리나라 선수들의 자리가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KBO의 수준은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이고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 현재 KBO에서는 팀당 3명을 보유하되 1경기에 2명만 출전할 수 있고 3명을 모두 한 포지션으로 뽑을 수 없게 돼있다. 즉 투수가 2명이면 1명은 야수로 뽑아야한다. 일본의 모두 한 포지션으로 뽑을 수 없다는 것은 동일하며 총 4명이 등록 가능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육성선수로 제한 없이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가격을 지불 하지 않더라도 2군에서 선수를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BO는 2014년 외국인선수 보수 상한제를 없앴다. 더 좋은 외국인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한 선수가 리그를 좌지우지 하게 하는 것보다 외국인 선수 2군 등록을 자유롭게 해 KBO리그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강화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사진 = 다르비슈 고시엔 시절

야구 선진국 일본과 미국의 FA제도

KBO의 FA제도는 비합리적이다. 현재 FA제도는 FA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해당선수의 전년도 연봉의 200%금액 + 보상 선수 1명(영입구단의 보호 선수 20인 제외) 나 해당 선수의 전년도 연봉의 300% 금액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FA 보상 규정의 취지는 선수 독점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선수들이 과도한 규정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자신의 팀에 오면 효용가치가 있지만 연봉이나 보상선수를 내주기는 아쉬운 것이다. 이런 선수들은 FA 미아가 되고 경기에 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노장진, 차명주, 최영필 등이 대표적인 선수다. 그 선수가 필요한 다른 팀에서 활약할 기회를 빼앗아 가는 것이다. 신생팀인 kt는 신생팀 혜택으로 보상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박경수는 2015년 타율 0.284 22개의 홈런 73타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만약 이런 예외가 없었더라면 박경수는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win-win 인 상황이다. 모두를 위해 KBO FA 제도는 수정되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FA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각 선수들에게 등급을 나누어 보상규정에 차등을 두는 것이다. 팀별 연봉 순위 1~5위는 A급, 6~10위는 B급 나머지는 C급으로 분류하여 보호선수 인원과 선수연봉에 차이를 준다. 선수들이 좀 더 자유롭게 이적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팀별로 총 연봉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5,6위 10,11위에 위치한 선수들에게서 유의미한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미국에서는 퀄리파잉 오퍼(이하 QO)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FA선수에게 제시하는 1년 계약 안이다. 선수가 QO를 승인하게 되면 전년도 연봉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치를 지급하며 1년간 재계약 하는 것이다. 만약 QO를 거부하고 다른 구단과 계약 시에 원 소속팀은 다음 해 2라운드 진행 전 신인 드래프트 시 보상으로 선수를 추가 지명할 수 있다.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선택권을 준다.

일본과 미국 FA제도의 장점을 살리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FA제도가 필요하다. 우선 등급을 나눌 때 연봉 보다는 자신의 속한 포지션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다. 포지션별로 타당한 기준이 필요하다. 연봉 보상 기준도 조정하여야 한다. KBO에서는 FA를 신청 할 시기가 오면 보상을 받을 것을 대비하여 전 시즌에 연봉을 많이 올린다. 따라서 상위 선수들의 평균 연봉을 정할 때 전년도뿐만 아니라 3~5년의 평균으로 나누어 기준을 정한다면 한결 부담을 덜 수 있다. 물론 이런 개선에도 새로운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불합리한 제도를 차근차근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은 모두 동의 할 것이다. KBO 관계자들은 팬, 선수, 구단 모두를 위한 FA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뿌리가 약한 나무는 금방 쓰러진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야구를 보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리그를 유지하려면 그 리그의 생태계를 잘 만들어가야 한다. 현 KBO의 FA제도는 몇 몇 선수들을 돈 방석에 앉게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지금 제도를 뜯어 고치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아마 야구에 많은 투자를 해서 야구 자체에 활기를 더 해야 한다. 뿌리가 약한 나무는 금방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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