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번화가로 나가 시민들이 얼마나 고양자이크로FC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나는 고양시민이다. 라페스타 ‘이승철 동태탕’에서 소주 마시는 걸 좋아하고 웨스턴돔 ‘하우스텐’에서 커피 마시며 미인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태어나서 처음 쿠폰이란 걸 모으는 곳도 ‘하우스텐’이다. 고양종합운동장은 집에서 5분 거리다. 하지만 이 동네에서 축구의 열기를 느끼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아니 아예 없다고 봐야한다. 특히나 고양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팀이 있다는 사실 조차 피부로 느낄 수 없다. 나만 그런 것일까. 그래서 거리로 직접 나가 시민들에게 물었다. 우리 동네에 프로축구팀 고양자이크로FC가 있다는 것을 아느냐고.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사태가 심각해도 너무 심각하다.

“당신은 고양자이크로FC를 아십니까”

고양자이크로FC가 안산무궁화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경기를 치르는 어제(25일) 고양시 번화가는 여전히 붐볐다. 우리 동네 프로축구단이 K리그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이기지 못하고 있는데도 번화가인 웨스턴돔은 북적였다. 명함을 들고 웨스턴돔을 배회하다 한 젊은 남성을 마주했다. 딱 봐도 축구에 열광할 것 같은 20대 후반 남성에게 “우리 동네 축구팀, 고양자이크로FC를 아느냐”고 물으려던 참이었다. “안녕하세요. 스포츠니어…” 그러자 그가 퉁명하게 말했다. “나이트 안 가요.” 나는 오른손에 쥐어진 내 명함을 슬쩍 뒤로 빼야했다. 이 남성은 그렇게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취재원의 연령대를 높여 보기로 했다. 한 60대 남성에게 다가가 물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혹시 고양자이크로FC라고 아세요?” 그러자 이 남성은 한참을 떠올리다가 나에게 답했다. “자이? 식사동 자이 아파트 말하는 거야?” 고양자이크로FC에 대해서는 모르는 눈치였다. “아뇨. 여기 고양시에 프로축구팀이 있어요. 혹시 들어본 적 있으세요?” 그러자 이 남성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고양시에서만 40년을 살았어. 고양군 시절부터지. 우리 동네 역사는 내가 다 아는데 정말 우리 동네에 프로축구팀이 있어? 고양 자이뭐시기? 난 잘 모르겠는데?” 고양시에 오래 거주한 시민에게도 고양자이크로FC는 생소한 존재였다.

라페스타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 역시 웨스턴돔과 함께 젊은 고양시민이 많이 몰리는 번화가다. 한 30대 초반의 여성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혹시 고양자이크로FC를 아세요?” 그러자 그녀는 불쾌하다는 듯 나에게 답했다. “도 안 믿어요.” 굴하지 않고 이번에는 20대 후반의 여성에게 다가갔다. 굉장한 미모를 자랑하는 내 이상형이었다. “고양자이크로FC를 아느냐”고 묻자 “모른다”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취재 이유를 설명하자 그녀가 말을 덧붙였다. “고양시에 프로축구팀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어요. 그럼 대박이 아빠도 여기로 축구하러 오나요?” 나는 이런 취재원과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후속 취재를 위해 연락처를 줄 수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런 대답을 해왔다. “죄송한데 저 남자친구 있어요.” 물론 나는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고양시민들은 고양종합운동장을 눈앞에 두고도 이 경기장을 쓰는 프로축구팀을 모른다.

관중수 162명이 의미하는 것은?

교복을 입고 수다를 떨고 있는 고등학교 남학생 무리에게 다가갔다. “혹시 축구 좋아하느냐”고 묻자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당연하죠. 메시 지리구요. 호날두 오지구요.” 그래서 곧바로 물었다. “고양시에 있는 프로팀 알아?” 그러자 이들은 신난 표정으로 한마디씩 했다. “알죠. 고양오리온스.”, “고양원더스 있잖아요.”, “야 바보야. 원더스 나가고 고양다이노스 생겼잖아. NC 2군팀.” 애석하게도 축구를 좋아한다던 그들에게도 고양자이크로FC는 아예 없는 존재였다.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이 친구들이 나에게 던지는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올 때 메로나.” 메로나를 참 좋아하는 친구들과 작별하고 한 40대 여성에게 다가가 똑같이 물었다. “혹시 고양자이크로FC라고 아세요?” 그러자 이 아주머니께서는 나를 아래 위로 안쓰럽게 훑어보며 이렇게 말했다. “고,자 뭐요?” 더 이상 나도 말을 이을 수 없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아, 아닙니다.”

웨스턴돔과 라페스타에서 13명의 고양시민에게 물었는데 단 한 명도 고양자이크로FC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고양시민들이 모르는 고양시 연고 축구팀이 잘 될 수 없는 건 당연해 보였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대화동에 위치한 고양자이크로FC의 홈 구장인 고양종합운동장 근처에서 시민들에게 묻는다면 이 팀을 아는 이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라페스타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고양종합운동장 앞으로 향했다. 이미 이날도 고양자이크로FC는 안산무궁화에 0-4 참패를 당하고 25경기에서 8무 17패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며 34년 K리그 역사를 또 다시 새로 썼다. 이 경기에서 고양자이크로FC는 전반에만 세 골을 허용하며 이미 추격 의지를 완전히 상실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경기장 주변은 불법 주차를 해놓은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무슨 일이지? 갑자기 고양시민들이 고양자이크로FC를 응원하기 시작한 건가? 이렇게 경기장 주변이 막힐 리가 없는데?’ 들뜬 마음으로 경기장 앞에 도착해 알아보니 쓴웃음이 나왔다. 고양종합운동장 바로 옆에서 한 초등학교 총동문회를 개최해 이곳에 사람이 몰린 것이었다. 수백 명이 엠프를 틀어 놓고 신나게 축제를 즐기고 있던 그 순간 바로 옆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고양자이크로FC 홈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의 숫자는 더욱 처참했다. 162명이었다. 도저히 프로축구팀이 기록할 만한 관중수가 아니었다. 무관중 경기가 열릴 때에도 관계자와 취재진 등을 포함해 100여 명이 모이는데 고양자이크로FC는 이날 믿을 수 없는 관중수를 기록했다. 고등학교 체육대회 축구 결승전을 해도 200명 이상은 몰릴 것이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경기에 162명의 관중이 왔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고양시민들은 고양종합운동장을 눈앞에 두고도 이 경기장을 쓰는 프로축구팀을 모른다.

고양시민은 고양자이크로FC를 아예 모른다

경기가 끝나고 10분 정도가 지난 오후 6시 12분에 도착한 경기장 앞은 썰렁했다. 방금까지 K리그 경기가 열렸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경기장 바로 앞에 시내버스를 주차해 놓고 쉬는 기사 분께 다가갔다. “고양시에서만 30년 넘게 살았고 계속 이곳에서 시내버스 운전을 했다”는 기사 분께 물었다. “고양자이크로FC라고 아세요?” 그러자 대답은 명료했다. “몰라. 그런 게 있어?” 이 기사 분 눈 앞에는 고양종합운동장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경기를 하는 팀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고양시에 프로축구팀이 있고 여기에서 경기를 한다고 설명을 하자 기사 분의 답이 돌아왔다. “내가 이 노선만 벌써 7~8년째 운행 중인데 전혀 몰랐어. 예전에 국민은행 경기하고 하면 현수막도 걸려 있고 가끔 사람들도 북적대고 했는데 이젠 그것도 없어졌더라고. 요새 승객들 중에도 축구 얘기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못 봤는데?”

경기장 앞에서 만난 다른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5명의 시민에게 물었는데 놀랍게도 고양자이크로FC를 아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바로 경기장이 눈앞에 보이는 데도 이 경기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는 건 심각한 문제였다. 쉽게 말해 고양시민 18명에게 물었는데 아무도 고양자이크로FC를 몰랐다는 거다. 많지 않은 이들에게 물은 거라 오차가 심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마주친 고양시민들에게 이 팀은 아예 눈꼽 만큼의 관심도 없다는 건 사실이다. 2013년 고양시로 연고를 옮겨 벌써 3년째를 맞은 이 팀은 항상 ‘축구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겠다며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고는 하는데 도대체 고양시민들은 왜 이 팀을 모를까. 아니 알긴 아는데 너무 못해서 응원하기 싫다고 해도 비참할 텐데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 아닌가. 그러니 25경기 무승을 하건 250경기 무승을 하건 목소리를 내는 팬도 없다. 다른 팀이었으면 구단 버스를 가로 막고 감독 퇴진을 요구할 텐데 이 팀은 아주 천하태평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따로 있다. 고양종합운동장 주변에 펄럭이는 현수막을 보고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기장 주변에 펄럭이는 이 현수막은 다름 아닌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리그) 고양다이노스의 홍보 현수막이었기 때문이다. 축구와 야구 편을 가르려는 건 아니지만 이건 고양자이크로FC에 대한 ‘능욕’ 수준이다. 이건 성남시장과 수원시장의 깃발 전쟁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수치다. 더 놀라운 건 고양시내, 아니 이 경기장 주변 그 어디에서도 고양자이크로FC 홍보 현수막이 단 하나도 걸려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길 바라는 게 더 이기적이지 않을까. 시민들이 아무도 모르는 이 팀이 왜 계속 고양시에 있어야 하는지, 왜 계속 K리그에 있어야 하는지 고양자이크로FC 구단에 묻고 싶다.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건 프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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