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축구의 아킬레스건, ‘본선 진출 無’ 풋살 월드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이제 우리나라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다고 하면 꽤 충격적일 것이다. 축구 강국인 우리나라는 FIFA가 주관하는 여러 월드컵에서 단골 손님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까지 단골이 되지 못한 월드컵이 하나 있다.

지금 우리가 모르는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 성인 남자 월드컵은 물론, 여자 월드컵, 청소년 연령별 월드컵까지 꼬박꼬박 챙겨보는 우리가 정작 이 월드컵은 놓치고 있다. 물론 나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바로 풋살 월드컵이다.

현재 콜롬비아에서는 2016 FIFA 풋살 월드컵이 한창이다. 총 24개 국가가 본선에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축구계에서 이름을 날리지는 못해도 명함 좀 내밀던 우리나라가 왜 풋살 월드컵은 못나가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 대신 누가 풋살 월드컵에서 활약하고 있을까? 한 번 알아보자.

축구와 비슷한듯 하면서 다른 풋살 월드컵

풋살도 결국에는 축구의 변형된 경기다. 따라서 그 국가의 축구 수준이 풋살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5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국인 것처럼, 풋살 월드컵에서도 브라질이 5회(1989, 1992, 1996, 2008, 2012)로 최다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점도 존재한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는 우승을 한 번도 차지한 적이 없고, 2010년 월드컵이 되어서야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던 스페인은 이미 2000년과 2004년에 일찌감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게다가 ‘축구 좀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역시 우승 없이 준우승만 각 한 번씩 차지했다.

풋살에서 카자흐스탄은 축구의 스웨덴 정도 되시겠다 ⓒ FIFA TV 캡쳐
풋살에서 카자흐스탄은 축구의 스웨덴 정도 되시겠다 ⓒ FIFA TV 캡쳐

축구 월드컵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나라들을 보는 재미도 풋살 월드컵의 묘미다. 파나마와 쿠바, 솔로몬 제도 등은 풋살 월드컵에서만 볼 수 있는 팀들이다. 단순히 참가에 의의를 두는 팀도 있지만, 토너먼트 진출 그 이상을 노리는 풋살 강국 또한 존재한다.

이런 모습은 풋살과 축구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엄연히 함께 존재함을 보여준다. 풋살을 흔히 말할 때 ‘실내 축구’라고 부르지만, 세부 기술과 전술을 살펴보면 축구와는 다른, 풋살 특유의 것들이 존재한다. 이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고 발전시킨 국가는 풋살 강국으로 떠올랐지만, 단순히 ‘축구의 아류’로 치부한 국가는 풋살 월드컵에 모습을 드러내기가 힘들다.

2016 풋살 월드컵, 아시아 자존심 살린 이란-태국

풋살 월드컵에서는 총 24개 국가가 참여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개최국 콜롬비아를 제외하고 아시아 5장, 아프리카 3장, 북중미 4장, 남미 3장, 오세아니아 1장, 유럽 7장으로 배분했다. 축구 월드컵과 비교하자면 남미와 유럽의 티켓이 적고, 아시아의 티켓이 비교적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아시아에서는 이번 대회에 우즈베키스탄, 태국, 베트남, 호주, 이란이 출전했다. 호주와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세 팀은 축구 월드컵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팀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만만치 않은 풋살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태국이 세계 랭킹 12위, 우즈베키스탄이 27위, 베트남은 39위다. 한국은… 뒤에서 다룰 예정이다.

현재는 조별예선이 모두 종료되고, 16강이 진행되고 있다. 조별예선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의 벽을 쉽게 넘지 못하는듯 했다.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호주가 조별예선에서 탈락했고, 이란은 1승 1무 1패로 와일드카드에 겨우 턱걸이했다. 러시아와 접전을 펼치고, 쿠바와 이집트를 격파한 태국이 조 2위로 진출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하지만, 토너먼트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이란과 태국이 그 중심이었다. 이란이 만난 16강전 상대는 브라질이었다. 세계 랭킹 2위와 5위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이다. 16강 대진 중 가장 관심을 모았다. 그래도 월드컵 우승 5회 기록의 팀과 4강 진출 경력이 전부인 팀의 대결이기에 브라질의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란은 브라질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4-4 무승부로 경기를 끌고 가더니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태국은 아쉽게도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세계 랭킹 12위 태국은 10위 아제르바이잔을 만나 이란과 같이 작은 이변을 노렸다. 두 팀 다 수비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공격으로 승리하겠다며 나섰고, 난타전으로 이어졌다. 총 21골이 터졌다. 치열한 승부 끝에 더 많은 골을 넣은 것은 아제르바이잔이었다. 태국은 8-13으로 패하며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정말 후회 없이 싸운 한 판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왜 한국은 풋살 월드컵에 못나갈까?

이번 풋살 월드컵에는 한국의 이름이 없다.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풋살 수준은 세계와 한참 동떨어져 있다. 세계 랭킹은 78위, 아시아에서는 10위권이다. 말레이시아, 대만, 키르기즈스탄 등이 우리보다 순위가 높다. 축구였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풋살 수준은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한국 풋살이 월드컵에 나가기 위해서는 2014년에 열린 AFC 풋살 챔피언십 본선에서 5위 이내의 성적을 거둬야 했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가 진출했다. 하지만 본선에서 3전 전패로 월드컵 티켓을 따지 못한 채 쓸쓸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풋살과 축구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14년 FIFA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들의 풋살 랭킹을 찾아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란이 5위, 일본이 15위, 호주가 26위다. 우즈베키스탄과 이라크 등도 우리보다 높은 풋살 랭킹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축구와 풋살의 수준이 지나치게 불균형적인 모습이다. 물론 한국 역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풋살 대표팀의 감독은 이란 출신의 나세르 살레 감독이다. ‘무슨 이란 사람이 축구를 가르치냐’라고 생각 하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란은 세계 랭킹 5위의 풋살 강국이다. 이렇게 한국은 세계적인 풋살 강국 출신의 지도자를 영입해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의 전력 강화로는 풋살의 수준 강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성적은 끌어올릴 지 몰라도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에는 풋살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풋살 선수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다.

한국은 FK리그라는 풋살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실내 스포츠의 특성을 살려 동계 시즌에 리그가 운영된다. 남성부는 12팀, 여성부는 6팀이 참가하고 있다. 팀 수로만 보면 적지 않아 보인다. FK리그의 창설은 한국 풋살을 한 단계 발전시킨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 최고의 풋살 리그인 FK리그 ⓒ 한국풋살연맹
한국 최고의 풋살 리그인 FK리그 ⓒ 한국풋살연맹

문제는 이 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이다. FK리그에서 ‘전업 풋살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풋살 선수라는 또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아직 구단의 사정이 어렵고, 풋살의 가치가 국내에서 ‘축구의 아류’로 평가 받다보니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의 관심 또한 덜하다.

적어도 풋살 선수가 풋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한국 풋살의 발전에 필수적이다. 먹고 살 걱정을 해결해주고 24시간 풋살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프로 스포츠들이 프로화를 통해 크게 발전한 것처럼, 풋살 역시 프로화를 통해 한 단계 발전을 꾀하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

물론, 서두르기보다 탄탄히 기반을 다져가면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현재 꾸준히 FK리그를 운영하면서 리그 운영의 경험을 쌓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모습은 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풋살 발전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 풋살의 발전은 시간 문제일 것 같다. 우리는 풋살을 발전 시킬 수 있는 경제력과 행정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항상 ‘아시아의 축구 강국’이라고 자부했고, 실제로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가대표팀도, K리그도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진정한 아시아의 축구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풋살이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춰야 한다. 단기적으로 성적을 끌어 올리기보다 100년, 200년 후에도 풋살 월드컵에 꾸준히 진출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풋살의 발전을 노려야 한다.

우리가 본선에 진출하는 월드컵만 월드컵이 아니다. 우리가 아직 나가지 못한 월드컵도 월드컵이다. 정말로 축구 강국의 칭호를 얻고 싶다면, 작은 대회 하나라도 신경써서 살펴야 한다. 풋살의 발전은 진정한 의미의 아시아 축구 강국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풋살의 발전 없이는 아시아 축구 강국이라는 자부심은 반쪽짜리 자부심일 것이다.

wisdragon@sports-g.com

[사진 = 베트남 풋살 대표팀 ⓒ FIFA TV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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