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선수단 ⓒ전북현대공식홈페이지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K리그에서 놀라운 기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34년 K리그 역사를 뒤바꿀 만한 기록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현재 진행 중이다. 한 쪽은 K리그 최다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고 또 한 쪽은 K리그 최다 무승 행진을 하고 있다. 이 두 기록 중 하나만 나와도 잊을 수 없는 시즌인데 우리는 이 대단한 기록을 두 개나 접하고 있다. 이런 대기록이 이어지고 있는데 누가 K리그에서 전북이 독주를 해 재미가 떨어진다고 했나. 흥미롭지 아니한가. 그래서 오늘은 이게 얼마나 놀라운 기록인지, 어떤 기록이 더 놀라운 기록인지 한 번 비교해 보자.

비교1. 종전 기록

전북현대 연속 무패

최다 연속 무패 종전 기록 역시 전북이 보유하고 있었다. 전북은 2014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22경기 무패(15승 7무) 행진을 계속했다. 당시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전북은 전남과의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하며 결국 대기록 행진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최강희 감독은 당시 패배 이후 “오히려 홀가분해졌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전북이 22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는 21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한 대우로얄즈(1991년 5월 8일~8월 31일)와 전남드래곤즈(1997년 5월 10일~9월 27일)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뒤를 19경기 연속 무패로 인천유나이티드(2012년 8월 4일~11월 28일), 성남일화(2006년 10월 22일∼2007년 5월 26일), 울산현대(2007년 5월 9일∼9월 29일) 등이 따랐었다.

고양자이크로 연속 무승

K리그 챌린지에서의 연속 무승 기록은 종전 FC안양이 보유하고 있었다. 안양은 지난 시즌 3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18경기 연속 무승(12무 6패)이라는 최악의 성적에 머물렀다. 이 기간 동안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이우형 감독이 팀을 떠나야 했고 단장까지도 사퇴했다. 결국 자극을 받은 안양은 7월 11일 충주를 상대로 2-1 승리를 따내면서 무려 19경기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K리그 챌린지가 아니라 K리그 전체를 놓고 본다면 종전 최다 무승 기록은 광주상무가 가지고 있었다. 광주는 2008년 4월30일부터 그해 10월18일까지 23경기 동안 5무 18패에 그쳤다. 그러다 결국 제주유나이티드를 1-0으로 제압하며 무승 행진을 끊어냈지만 그래도 광주의 이 기록을 깰 만한 팀이 나오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고양자이크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고양은 올 시즌 최악의 경기력으로 K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고양자이크로

비교2. 현재 기록

전북현대 연속 무패

전북은 어제(21일) 벌어진 제주와의 원정경기에서도 김신욱이 두 골을 넣으며 2-2 무승부를 기록, 무패 행진을 31경기로 이어갔다. 이 31경기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무려 17승 14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이 기록은 국내 모든 프로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 축구를 제외한 모든 종목에서는 무승부 가능성이 낮거나 없다는 점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전북의 기록은 무시무시하다. 프로야구의 경우 SK와이번스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달성한 22연승이, 프로농구에서는 울산모비스가 2013년 기록한 17연승이 최다 기록이다. 프로배구는 현대캐피탈이 2016년 18연승을 달성한 바 있다. 전북이 31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건 앞으로도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또한 전북은 올 시즌 전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겹경사까지 누리고 있다. 지난 3월 12일부터 무려 다음 라운드 직전인 10월 1일까지는 무려 204일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연인이 만나서 200일 기념 파티를 할 동안의 긴 기간이다.

고양자이크로 연속 무승

고양은 지난 달 22일 대전시티즌과의 홈 경기에서도 1-2로 패하며 안양의 K리그 챌린지 최다 무승 기록을 깨고 19경기 연속 무승의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고양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K리그 통산 최다 무승 기록을 향해 내달린 고양은 마침내 광주상무가 8년이나 보유하고 있던 K리그 역사상 최다 무승 기록을 가뿐하게 깼다. 지난 19일 대구FC와의 원정경기에 나선 고양은 이 경기에서도 0-1로 패하면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24경기에서 8무 16패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며 34년 K리그 역사를 새로 쓰게 된 것이다. 지난 5월 5일, 그러니까 내가 전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을 때부터 그녀와 헤어지고 다른 여자친구를 만나고 다시 헤어질 때까지 고양은 계속 이기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고양은 앞으로 매 경기 승리를 거두지 못할 때마다 K리그 역사를 업데이트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정말로 주님은 야구팬인 것일까.

비교3. 다른 팀과의 격차

전북현대 연속 무패

다른 K리그 클래식 팀들이 상,하위 스플릿 경쟁에 집중하는 있는 현재에도 전북은 느긋하다. 다른 팀들이 상위 스플릿 진입과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혈안이 돼 있을 때 전북은 우승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제 3승만 거두면 자력 우승을 확정짓는다. 상,하위 스플릿을 나누는 6,7위와의 현재 승점차는 24점에 이르고 최하위 수원FC보다는 무려 36점이나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2위 FC서울이 한 경기를 더 치렀음에도 전북은 승점에서 9점이나 앞서있다. 전북은 올 시즌 58득점 34실점으로 K리그 클래식에서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 기록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무패 우승’이 목표일 만큼 전북은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고양자이크로 연속 무승

고양은 올 시즌 1승 10무 21패에 그치며 K리그 챌린지에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한 계단 위인 충주가 5승을 거두면서 승점 22점을 따는 동안 고양은 딱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충주와의 승점차도 9점에 이르고 리그 선두인 안산무궁화와는 승점이 무려 44점이나 차이난다. 안산은 그대로 가만히 있고 고양만 경기를 치러도 4년은 있어야 안산을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다. 당초 목표로 했던 '톱 4' 마지노선인 강원FC와의 승점차도 39점이다. 심지어 3위 대구FC와 4위 강원FC는 고양보다 1경기를 덜 치렀다. 고양은 올 시즌 32경기에서 15골을 넣고 51골이나 내줬다. 리그 내 최소 득점, 최다 실점도 당연히 고양의 몫이었다. 고양 이낙영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4강 플레이오프가 목표다. 한 골을 내주면 두 골을 넣겠다”고 했는데 고양은 한 골을 넣으면 세 골을 넘게 내주고 있다.

고양은 올 시즌 최악의 경기력으로 K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고양자이크로

비교4. 위기 OR 기회의 순간은?

전북현대 연속 무패

전북의 무패 행진에 제동이 걸릴 뻔한 큰 위기는 두 번 있었다. 10경기 연속 무패(6승 4무)를 내달리고 있던 지난 5월 29일 상주와의 홈 경기가 첫 위기였다. 이날 전북은 상주에 먼저 두 골을 내준 뒤 뒷심을 발휘하며 레오나르도와 최규백, 로페즈가 세 골을 몰아쳐 극적인 3-2 승리를 따냈다. 만약 이 경기에서 쉽게 포기했더라면 전북의 연속 무패라는 대단한 기록은 일찌감치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을 것이다. 지난 18일 벌어진 수원삼성과의 홈 경기 역시 최대 위기였다. 이날 경기에서 선취골을 허용하고 수비수 조성환까지 퇴장을 당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북은 한 명이 적은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선수들을 투입했고 결국 레오나르도의 프리킥 득점에 힘입어 1-1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런 위기의 순간을 극적으로 넘겼기 때문에 이런 대기록도 이어갈 수 있는 것 아닐까.

고양자이크로 연속 무승

19경기(7무 12패) 무승을 기록 중이던 지난 8월 27일, 고양은 서울이랜드와의 원정경기에 나섰다. 19경기 연속 무승은 물론 이전까지 5연패를 기록 중이던 고양은 이날 경기에서 잠깐 이길 뻔 했다. 전반 20분 만에 김유성이 먼저 선취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좌측에서 이어진 크로스를 김유성이 그대로 헤딩 골로 연결한 것이다. 김유성은 골을 넣은 뒤 ‘JESUS LOVES YOU’라는 문구가 새겨진 속옷을 들어 보이며 환호했지만 하늘은 9분 만에 또 다시 고양을 외면했다. 전반 29분 서울이랜드 최오백이 동점골을 기록한 것이다. 고양이 오랜 만에 리드를 잡았던 이 경기 역시 이렇게 1-1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이 경기를 뺀다면 고양이 24경기를 치르면서 이길 뻔했던 순간은 거의 없다. 프로토를 하는 이들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고양은 올 시즌 최악의 경기력으로 K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고양자이크로

비교5. 이 기록이 대단한 이유는?

전북현대 연속 무패

전북은 K리그만 치르는 게 아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까지 올라있는 상황이다. 한 대회에만 집중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대기록을 낸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또한 K리그 클래식이 12개 팀으로 축소되면서 이제 그 어떤 팀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상황인데 그 안에서 무패를 이어가고 있다는 건 과거의 무패 기록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고양자이크로 연속 무승

고양은 최근 13경기에서 단 세 골밖에 넣지 못했다. 말도 안 되는 경기력이다. 또한 이들의 기록이 더 대단한 이유는 K리그 챌린지에 확실한 ‘승점 자판기’ 충주도 있는데도 고양이 무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고양은 이따금씩 무승을 끊고 갈 수 있는 충주를 만나서도 이기질 못하고 있다. 고양은 무승 터널에 빠진 이후 충주를 만나 1무 1패에 머물고 있다. 고양에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왜 승점을 줘도 먹지를 못하니.”

비교5. 어떤 팀의 기록이 먼저 깨질까?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고양의 무승이 더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전북을 떠올리니 그들이 지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운으로라도 고양이 한 번쯤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들의 경기력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이대로는 고양의 무승 기록도 전북의 무패 기록 못지 않게 오래갈 가능성도 커 보인다. 전북의 독주로 K리그가 시시해졌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런 극과 극인 두 팀을 비교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요소가 되지 않을까. 독자 여러분들은 과연 어떤 팀의 기록이 먼저 깨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보다 더 어려운 질문이 이 질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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