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 pixabay.com

[스포츠니어스 | 강지민 기자] 지난 1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1차전 경기가 치러졌다. 경기장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찾은 관중들로 가득 메워졌다.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도 출전해 많은 관중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들보다 이날 구름 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드론 캠이다. JTBC가 전세계 최초로 야간 스포츠 경기 중계를 위해 띄운 것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등장한 드론

JTBC 드론 중계 화면 ⓒ JTBC 한국 VS 중국 하이라이트 영상 캡쳐

사실 ‘드알못(드론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드론 중계란 낯선 개념이다. 그들에게 ‘드론’이라 하면 맨 처음으로 영화에서 나올 법한 작은 크기의 비행 물체가 떠오른다. 이 물체는 날렵한 움직임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며 경기 내내 선수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그라운드를 무자비하게 휘젓고 다닐 것만 같다. 덧붙여 선수들의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드론은 중계 카메라도 잡을 수 없는 사각지대의 움직임까지도 놓치지 않으며 정교하게 촬영할 법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드알못이 상상한 자유로움과 달리 드론의 세계에도 엄연한 법이 있다. 드론은 아직 법률상 정의된 것은 없지만 항공법 제 2조 제28호에 따라 '초경량 비행장치 중 무인 비행 장치'로 받아들이며 항공법을 따른다. 또 국토교통부에 의해 항공법 제23조, 시행규칙 제68조에 따라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비행장으로부터 반경 9.3㎞ 이내(관제권), 휴전선 인근·서울 도심 상공 일부 비행금지구역, 150m 이상의 고도, 인구밀집지역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의 상공 등에서 드론 비행이 금지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공식적인 허가를 받고 드론 캠을 띄운 JTBC 역시 위의 규제를 따랐다. 해가 지고 나서 열리는 경기였기 때문에 더욱 조심을 기해야 했다. 추락할 수도 있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경기장으로부터 150m 가량 떨어진 지역에서 150m 미만의 고도에서 비행 반경 150m 내외에서만 움직였다. 또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띄우는 것이 아니라 경기가 시작하는 오후 8시부터 9시 30분 사이에서 8분씩 세 번 총 24분만 비행하며 경기장 모습을 담았다.

비공개 훈련장에 드론이 나타났다?

그렇다고 소개한 비행법 내에서 공식적인 허가만 있다면 드론을 조종하는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드론 캠을 띄워 사진이나 영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할 경우 '개인 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고, 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포하거나 유포된 자료를 받으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또 사람이나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면 '위치 정보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되는 등 기본권 침해와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에도 엄격한 법의 통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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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프로축구리그의 산둥루넝(이하 산둥)이 위의 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산둥은 최근 AFC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 경기를 앞두고 상대 FC서울의 비공개 훈련 장면을 ‘드론’을 통해 촬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FC서울이 비공개 훈련을 가지는 동안 경기장 상공에 드론을 띄우며 선수단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만약 산둥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아시아 축구 연맹(AFC)로부터 무관중 경기 등의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둥의 사례 외에도 드론으로 훈련모습을 몰래 찍은 사례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있었다. 피해자는 프랑스 대표팀이었다.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앞둔 6월 온두라스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E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있던 프랑스 대표팀의 훈련에 드론이 나타났다. 첫 등장에는 드론에 카메라가 장착돼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훈련이 거듭될수록 드론의 수가 많아지면서 프랑스 대표팀은 훈련에 방해를 받았다. 이에 같은 조에 속한 팀의 일원이 비공개 훈련을 촬영해 전략을 빼돌리는 것이라고 감독 디디에 데샹은 국제 축구연맹(이하 FIFA)에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확인 결과 경쟁국의 소행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다.

드론, 스포츠의 새로운 콘텐츠가 되길

스포츠에서 드론이 말썽을 일으킨 사례는 또 있었다.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의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예선 3차전에서 벌어진 일이다. 알바니아와 세르비아는 과거 코보소 전쟁으로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 민족 분쟁으로 예민한 관계인 탓에 FIFA는 이 두 나라와 관련된 정치적인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JTBC 드론 중계 화면 ⓒ JTBC 한국 VS 중국 하이라이트 영상 캡쳐

하지만 이 날 경기 도중 알바니아를 찬양하는 깃발이 드론에 매달려 날아니며 경기를 방해했다. 민감한 정치적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 메시지는 드론에 달려있던 탓에 본의 아니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면서 선수와 관중들을 자극했다. 끝내 관중들까지 난입해 난투극을 벌이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고 갈등이 깊던 양국은 이 사건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더 악화됐다.

드론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다. 그리고 드론의 기술이 스포츠 산업의 발전에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드론이 스포츠에 가져다 줄 긍정적인 효과들과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지만 비신사적인 모습과 정치적인 분쟁과 같은 부작용에 뾰족한 대안이 없어 드론 사용 규제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드론이 스포츠에 잘 어우러지기 위해 대단한 것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위 사례들로 미루어 봤을 때 드론이 문제의 중심이 된 이유는 법의 위반에 있다. 현재까지는 스포츠 계에서 드론의 악의적인 이용에 대해 막을 규정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보완할 규정을 신설해야 할 것이다.

월드컵 역사를 논할 때 1954년 스위스월드컵은 터닝 포인트로 꼽힌다. 최초로 텔레비전 중계가 이뤄진 대회였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월드컵을 전세계인의 축제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 때 최초로 선보인 컬러 텔레비전 중계 또한 축구 중계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축구는 텔레비전 중계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역사를 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론이 규정을 지키며 축구장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면 혁신적인 중계 기술 향상에 이바지하지 않을까. 드론의 등장은 아마도 축구장에 혁신적이고도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godjimi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