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김병지가 우리에게 남긴 강렬한 5가지 기억


김병지는 K리그의 레전드다. ⓒ 울산현대 공식 홈페이지 제공

[스포츠니어스 | 한현성 기자] K리그 706경기 출전이라는 위업을 남긴 전설 골키퍼 김병지가 지난 18일에 열린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동해안더비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그가 데뷔한지 24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머리가 긴 남자에게 ‘김병지 꽁지머리’ 라고 칭하고는 한다.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김병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가 우리에게 준 인상적인 기억을 정리해 봤다.

김병지-이운재 승부차기

2004년 포항과 수원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영원한 라이벌 김병지와 이운재는 마주섰다.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0-0으로 비긴 두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4-3으로 수원이 앞선 상황에서 포항의 다섯번째 키커는 김병지였다. 하지만 이운재는 김병지의 슛팅을 막으면서 우승컵을 수원에게 안겨줬다.

실제 김병지는 K리그에서 넣은 3골 가운데 2골을 페널티킥으로 넣은 경험이 있으며 멘탈이 강한 선수였기 때문에 그가 중요한 순간에 다섯번째 키커로 출전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들 납득한다. 하지만 김병지는 어떻게 골키퍼가 골키퍼에게 골을 넣지 못 할 수 있냐며 여전히 납득하지 못 하고 있다. 그는 은퇴 인터뷰에서도 가장 아쉬운 순간을 이운재와 맞닥뜰인 이 시간을 꼽았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전 미친 선방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 유튜브 동영상 캡처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 ⓒ 유튜브 동영상 캡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예선 2차전의 상대는 파트릭 클루이베르트, 에드가 다비즈, 데니스 베르캄프가 이끄는 우승후보 네덜란드였다. 경기 결과는 0-5 참패였으나 김병지의 미친 선방이 없었다면 경기는 가볍게 10점 이상의 점수를 네덜란드에게 줬을 것이다. 특히, 골대를 비우고 나와 베르캄프의 슛팅을 연속으로 막아내는 장면은 우리 국민들이 마치 정신 승리를 한 것과 같은 짜릿함을 줬다.

당시 네덜란드를 이끌던 히딩크 감독은 “우리는 대한민국의 골키퍼가 너무 뛰어나서 더 많은 골을 넣지 못 했다”라는 인터뷰를 남기고 우리 국가대표 팀 감독을 맡을 당시에도 가장 먼저 김병지를 찾았다. 그러나 그랬던 히딩크에게 김병지는 아주 큰 당혹함을 준 사건이 있었다.

2001년 김병지 폭풍 드리블

드리블 후 공을 뻇긴 김병지 ⓒ 유튜브 캡처
드리블 후 공을 뻇긴 김병지 ⓒ 유튜브 캡처

2001년 홍콩에서 열린 칼스버그 컵 파라과이와의 3위 결정전이 있었다. 이 대회는 월드컵에 출전하기 전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들은 월드컵 명단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참가한 대회였다. 하지만 김병지의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김병지는 드리블로 하프라인까지 치고 올라가더니 허무하게 파라과이 선수에게 공을 뺏기고 말았다. 다행히 파라과이의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벤치에서 지켜보던 히딩크 감독과 핌 베어벡 코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하지만 김병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4년 K리그 올스타전 팀 K리그의 골키퍼 김병지는 상대방 팀 박지성의 감독 히딩크가 지켜보는 가운데 도발이라도 하듯 드리블로 달려 나갔다. 그 결과는 파라과이전과 동일하게 위험한 순간을 자초했다.

1998년 K리그 플레이오프 극적 헤딩골

은퇴식을 가진 김병지 ⓒ 울산현대 공식 홈페이지 제공
은퇴식을 가진 김병지 ⓒ 울산현대 공식 홈페이지 제공

1998년 울산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울산과 포항의 플레이오프 2차전. 당시 1차전 2-3으로 졌던 울산에게는 승리가 꼭 필요했다. 그러는 가운데 후반 1-1 동점인 가운데 울산의 마지막 프리킥이 남은 가운데 김병지는 포항의 골대로 올라갔고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헤딩골을 넣었다. 결국 김병지의 골에 힘입어 울산은 합계스코어 4-4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갔고 승부차기 끝에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의 골은 K리그 사상 최초 골키퍼가 넣은 필드 골이며 지금까지 ‘동해안 더비’가 치열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 스토리의 시작이었다. 김병지는 최근 은퇴식이 열렸던 동해안 더비에서 다음과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그의 아들 김태백의 크로스를 받아 그는 헤딩으로 골망을 갈랐다. 현장의 많은 팬들은 이 장면을 보고 한동안 회상에 젖어 큰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피파온라인3, 김병지 쿼드라 킬

SNS 소통하는 김병지 ⓒ 김병지 페이스북 제공
SNS 소통하는 김병지 ⓒ 김병지 페이스북 캡처

아프리카tv 피파 온라인3 bj 감스트는 2002년 월드컵 전설팩을 방송에서 뜯기 시작했다. 홍명보, 박지성, 황선홍은 모든 피파 온라인 유저들이 갖고 싶어 하는 캐릭터였지만 김병지만은 피하고 싶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김병지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던만큼 그는 가장 낮은 능력치를 갖고 있는 선수였기 때문. 하지만 감스트는 김병지 카드를 연속 네 장을 뽑았고 이에 분노를 감추지 못 하고 키보드를 부수기 시작했다.

김병지는 이 영상을 접하고 그의 SNS에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 속설이 있는데 그래서 오래하는건 아닐런지?”라며 “현실에선 김병지의 지지자가 되는겨~” 라고 하는 아주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김병지는 페이스북, 트위트 등 다양한 SNS에서 팬들과 적극 소통하고 인상적인 멘트를 남기는 팬 친화적인 선수였다.

우리는 필드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 하곤 한다. 그러나 전혀 부러워 할 필요가 없다. 우린 노이어보다 약 20년 먼저 필드에서 뛰는 골키퍼를 지켜본 적이 있었다. 가끔은 가슴을 철렁하게 했던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그리워 할 것이다.

han2some@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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