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상위권 순위에 축구선수의 이름이 올라오는 것을 보기는 쉽지 않다.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권에 축구선수의 이름이 오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전 국민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경기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거나, 시청률 높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예능감을 과시하거나, 아니면 뭔가 용서받을 수 없는 사고를 저지르면 가능하다.

그런데, 19일 주요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에는 무려 두 명의 축구선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이종성(24, 수원삼성)과 이동국(37, 전북현대)이다. 그것도 K리그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네티즌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굉장히 드물다. K리그가 이렇게 엄청난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이야기로 이슈화 됐으면 좋겠지만,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발생한 두 선수의 충돌이 이슈화 됐다. 이 사건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의견을 표출했다. 그런데, 다양한 의견 중에는 일관되게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바로 '나이 권력'과 일부 미디어의 마녀 사냥이었다. 이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이종성은 잘못한 것이 맞다

상황은 이렇다. 전북 레오나르도의 프리킥이 있기 전 양 팀 선수들 간에 충돌이 일어났다. 이 상황에서 이동국은 싸움을 말리러 가면서 이종성의 어깨를 밀었고, 이종성은 누구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다가오는 이동국의 가슴을 밀어 넘어뜨렸다.

이종성의 행위는 마땅히 잘못했다. 경기 중 선수들 간에 불필요한 신체 접촉 행위는 할 필요가 없다.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하는 과열 양상에서 이종성의 행위는 상황을 정리하기 보다는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었다. 심판이 이를 제대로 봤다면 경고, 또는 퇴장까지 명령할 수 있었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알아차린 이종성은 이동국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고 경기는 1-1로 종료됐지만, 이종성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대박이 아빠' 이동국을 밀친 죄는 중죄인듯 하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동국과 이종성의 이름이 오르더니 아직까지도 그의 행위에 대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도대체 '나이'가 왜 나오는가

이 사건을 접한 대부분의 일관된 의견은 '이종성이 이동국에게 잘못한 행동이었다'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마디 더 덧붙이는 사람들 또한 꽤나 많았다. '하늘같은 선배에게 X가지 없이 뭐하는 행동이냐', '선배에게 하는 것 보니 인성이 애초에 글러먹었다'는 등 선배를 밀친 후배 이종성을 나무라는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축구선수 간에 동업자 정신을 위배한 것 보다 후배가 선배를 밀친 사실이 더욱 중요한가보다. 물론 한국은 애초부터 유교 국가라 불렸다. 그래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도 있다. 그 덕에 우리는 민주주의 현대 국가인 아직까지도 '나이가 권력'이 되고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나이 든 대선배를 존중하지 않는 경우 모든 수단을 다해 후배에게 핍박을 가하는 경우를 우리는 아직까지도 보고 있다.

그리고 이종성의 사과(원 안)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 MBC 스포츠플러스 화면 캡쳐

이제는 나이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세상은 지났다. 그것은 축구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동국이 37세이건, 이종성이 24세이건, 경기장 안에서는 그저 '축구선수 1'과 '축구선수 2' 정도다. 둘 다 동등한 위치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거친 몸싸움을 할 수 있고, 때로는 충돌할 수도 있다.

과거 K리그에서 당시 부천의 이임생은 안양의 이영표에게 경기 중 손찌검을 했다. 그 이유는 황당했다. 이영표가 거칠게 이임생을 막자 1차로 "나이 많은 선배좀 봐달라"고 했고, 이영표가 이를 무시하고 재차 이임생을 막아서자 뺨을 때린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에서 프로 경기가 열리니 이러한 촌극도 빚어졌다. '축구선수' 이종성이 아닌 '후배' 이종성을 나무라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이 상황에서 이임생의 행동은 정당했는가? 이영표는 선배를 존중하지 않아 속칭 '맞을 짓'을 했는가?

물론 이종성의 케이스는 앞서 언급한 이임생 케이스와 다르다. 전자가 선배가 후배에게 물리적인 힘을 행사했다면, 후자는 후배가 선배에게 물리적인 힘을 행사한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에게 했느냐'가 아니다. 일종의 폭력이 가해진 사실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나이와 선후배를 논하는 것은 구시대적 악습이 계승되어 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팬들 간 갈등 더 부추기는 미디어들

더 황당한 것은 이에 대한 일부 미디어들의 반응이다. '후배' 이종성이 '선배' 이동국을 밀었다는 내용을 강조하면서 '패륜적인 일'로 몰아가고 있다. 정말 동방예의지국의 미디어다운 모습이지만 '요즘 유행하고 있는 팬티 핫팬츠 패션' 기사를 메인에 떡하니 걸어놓고 '13살 어린 후배 선수' 운운하는 모습은 혼란이 찾아온다.

이들이 갑자기 관심도 없던 이종성에게 일일 훈장으로 변신한 이유는 뻔하다. 이종성과 이동국이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르면서 조회수를 얻기 위해 기사를 쓴 것이다. 전혀 앞뒤 사정 생각하지 않고, 일단 사람들이 많이 볼 만한 기사들을 써내기 위해 이종성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일부 미디어들이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이종성의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혼나야 하는 지 의견을 밝히지도 않는다. 그냥 그들은 '후배가 선배를 밀쳤다'라는 팩트 하나를 사람들에게 던져준다. 그래놓고 비겁하게 '팬들이 그렇게 반응했다'는 코멘트로 이종성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기자 정신을 발휘해 인용하는 것 마냥 쓴다. 그렇게 축구팬을 방패막이로 삼아 뒤에 숨어 버린다. 어쨌든 그들의 기사를 본 사람들이 후배와 인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으니 일부 미디어의 노림수는 성공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디어의 마녀사냥 덕분에 경기장에서 이동국에게 정중히 사과했던 이종성은 또다시 공식 사과문을 써서 공개해야 했다. 이렇게 미디어의 억지 강요에 의해 쓰여진 사과문은 애초에 쓸 필요도 없었고, 큰 의미도 없었다.

그리고 이종성의 사과(원 안)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 MBC 스포츠플러스 화면 캡쳐

이종성, 징계는 받되 기죽지 마라

물론 이종성의 행동이 잘했다고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상대팀에게 한 거친 행동이지만 같은 K리그 선수에게 이러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동업자 정신에 어긋난 행동으로 충분히 비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수의 인성을 운운하며 "어린 놈의 새X가…"로 시작되는 속칭 '꼰대질'을 그에게 가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이종성은 반드시 징계를 받아야 한다. 물론 이날 경기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해 이미 출전정지 징계는 예정되어 있지만, 같은 축구선수끼리 동업자 정신을 저버리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행위는 본인 역시 깊이 반성해야 하고, 재발 방지 차원을 위해서라도 징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생긴 일은 경기장에서 끝내야 하고, K리그에서 벌어진 일은 K리그가 공정하게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이 사건 하나 가지고 이종성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삼가야 한다. 그는 음주운전을 한 것도 아니고, 법정에 출석해야 할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단지 팀의 강등권 탈출을 위한 중요한 경기에서 너무 지나치게 열심히 뛰었고, 생각 없는 어리석은 행동을 저질렀을 뿐이다. 우리는 이 사실에만 집중하면 된다.

2011년에 프로 데뷔해 약 5년의 시간 동안 이종성의 인성이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단순히 한 경기에서 일어난 돌발 상황으로 인해 이종성의 모든 커리어와 행동이 부정 당하고, 조롱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가 이 사건을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제 기량을 발휘할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해본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