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은 올 시즌 최악의 경기력으로 K리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고양자이크로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졌다. 또 졌다. 인천 유나이티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비상'의 첫 대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천의 이야기가 아니다. K리그 챌린지의 다른 팀 이야기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도편추방제'라는 제도가 있었다. 국가에 해를 끼칠 것 같은 사람의 이름을 조개껍질이나 도자기 파편에 적어서 투표하는 제도다. 한 사람이 6천 표를 넘으면 그 사람은 국외로 추방된다. 독재자를 방지하기 위한 나름의 민주주의적 방법이었다.

이렇게 뜬금없이 도편추방제를 소개하는 이유는 '만일 K리그에서 도편추방제를 실시하면 어떤 팀이 쫓겨날까?'는 생각이 들어서다. K리그에서 가장 문제가 많고 리그에 있어서는 안될 한 팀을 쫓아내야 한다면, 어느 팀이 가장 많은 표를 받을까? 연고이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서울과 제주? 매수로 스포츠의 명예를 실추시킨 전북과 경남? 적어도 나는 고양 자이크로 FC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여기서는 고양을 둘러싼 기존의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영무 감독의 독재, 종교적인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은 이미 많이 다뤄졌다. 이번에는 이를 제외하고 '고양 자이크로 FC'라는 프로 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과연 이 팀이 프로 팀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승리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하느라 승리는 없다?

고양의 올 시즌 성적은 처참하다. 2016 시즌 현재 고양의 순위는 11개 팀 중 11위다. 그럴 수 있다. K리그 각 팀 간 전력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이것은 1부리그도, 2부리그도 마찬가지다. 한 순간 삐끗하면 끝없이 추락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11위'라는 이름 속에 숨겨진 자세한 그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충격을 금할 수 없다.

31전 1승 10무 20패 승점 13점. 리그 31경기가 열리는 동안 딱 한 번 이겼다. 유일한 승리는 5월 5일 어린이날 열린 충주 원정 경기였다. 이것도 후반 49분 터진 박정훈의 극장골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유일한 승리를 원정에서 챙겨 왔으니 올 시즌 홈 경기 승리는 당연히 없다. 올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고양의 승리를 볼 수 있는 확률보다 로또 자동식 한 게임 사서 1등 당첨될 확률이 더 높다는 얘기다.

시즌 초 고양은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출정식 때 K리그 원년(슈퍼리그) 우승컵을 공개하는 퍼포먼스도 보여줬다. "4강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하되, 궁극적인 목표는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축구를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물론 2년 연속 8위를 한 팀이기에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은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신임 감독이 공개 되자마자 '갸우뚱' 했던 시선은 크나큰 의구심으로 바뀌었다.

고양은 출정식에서 할렐루야의 K리그 원년 우승 트로피를 공개했다. K리그는 그들의 역사 승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고양 자이크로 제공

고양 자이크로의 전신인 할렐루야 축구단 시절부터 감독을 맡아 온 이영무 감독이 올 시즌부터 구단 이사장으로 승진했다. 감독직에 공석이 생기자 그들은 이낙영 감독에게 고양의 지휘봉을 맡겼다. K리그 역사상 최연소 감독의 부임이었다. 고양의 판단은 쉽게 이해가지 않았다. 유소년 팀 코치와 중학교 감독 경험이 전부인 그에게 프로 팀 감독을 맡긴 것이다. 고양은 "팀의 비전과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선수 육성 능력이 탁월하다"고 소개했다.

팀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이낙영 감독의 프로 도전 첫 해는 굉장히 실망스럽다는 점이다. 성적은 형편없고, 감독 선임 이유 중 하나인 선수 육성 능력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현재 고양의 팀 내 득점 순위 1위는 외국인 선수고, 최소 득점 최다 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유망주는 한 명도 없다. 시즌 초 청춘FC의 남하늘을 영입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고작 9경기 출장에 그쳤다.

앞서 인터뷰에서 이영무 이사장이 말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떠나 버렸다. 그렇다면 궁극적인 목표인 '축구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경기'는 이루어지고 있는가? 만일 축구 팬들에게 '아 내가 뛰어도 이것보다는 낫겠다'란 꿈과 희망을 줬다면 이영무 이사장의 비전은 명확하게 실현되고 있다.

그들이 외치는 '축구 그 이상의 가치'는 도대체 무엇인가

고양을 이야기할 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의 예비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가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그들이 얻어낸 칭호가 굉장히 자랑스러운 눈치였다. 하지만 눈 두 개, 코와 입 각 한 개씩 있다고 모든 사람들이 메시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이, 프로 스포츠 팀에게 '돈을 버는 것'과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동등하게 중요하다. 어느 것이 더 우선시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고양은 지역 사회 공헌에는 노력하고 있지만,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티켓 정책이다. 고양의 홈 구장 고양종합운동장은 무려 4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 규격의 경기장이다. 종합 경기장이지만 관중석의 각도가 완만하지 않아 경기를 보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경기장의 시설과 관람 환경 등은 K리그 전체 경기장을 통틀어서 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의 경기를 방문한 관중들은 동측 좌석에만 앉을 수 있다. 경기장의 여러 공간을 활용하는 대신, 스스로 자신들이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제한 시킨 것이다. 그렇다고 관중이 제한된 좌석에 꽉 차있는 것도 아니다. 프로축구를 통틀어 유일하게 평균 관중 1,000명을 넘기지 못하는 팀이 바로 고양이다.

일부 구단들은 티켓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기장의 2층을 통천으로 가리는 등 수용 가능 관중수를 줄이고 있다. 그들 역시 스스로 자신들의 공간을 제한시켰다고 비판 받을 수 있지만, 고양의 정책은 이러한 구단들과는 취지가 다르다. 고양에게 고양종합운동장은 그저 축구만 하러 오는 곳이다. 관중 수를 늘리고, 입장 수익을 늘리기 위해 무언가 뚜렷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물론, 그들의 사회 공헌 활동에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지역 관내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홈리스 월드컵 후원 등 사회적 가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내팽개치고 궁극적인 목표만 추구한다면 이러한 활동들이 용인되고, 지지받을 수 있을까? 지금 고양의 모습은 축구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할 프로축구단이 '축구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축구를 내팽개친 모습이다.

고양은 출정식에서 할렐루야의 K리그 원년 우승 트로피를 공개했다. K리그는 그들의 역사 승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고양 자이크로 제공

이럴 거면 차라리 나가라

나는 고양 자이크로에게 "이럴 거면 그냥 나가라"고 말하고 싶다. 더 이상 K리그를 우롱하지 말고, 축구 교실을 차리든지 사회 소외 계층을 위한 축구 자선 사업을 하든지 '프로축구 사회적 기업'이 아닌 '축구 사회적 기업' 본연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 고양이 추구하는 가치는 높게 평가하지만 K리그에서는 아니다.

고양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런 포부가 쓰여 있다. "고양 자이크로 FC는 단순한 프로 스포츠 구단의 의미를 뛰어 넘어 프로축구가 줄 수 있는 열정, 감동을 고양시민들에게 전달함으로서 꿈과 희망을 전해드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솔직히, 현재 고양의 모습은 단순한 프로 스포츠 구단의 의미조차 실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승리 그 이상의 감동, 축구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구단이 지금까지 K리그와 프로 스포츠에서 보여준 것은 각종 논란과 사고들 뿐이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프로 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팬이 아닐까. 팬들을 위한 축구, 팬들을 위한 구단 운영이 전혀 되지 않는 팀은 프로의 자격이 없다. 프로 스포츠의 존재 가치는 팬이다. 팬이 우선시 되지 않는 구단은 프로 스포츠에 남아 있을 자격이 없다.

32경기 1승에 불과한 팀의 경기를 보면서 그 아무도 승리 그 이상의 감동을 느끼지 않는다. 경기장 앞에 가도 K리그가 있는 지도 모르는 곳에서 축구 그 이상의 가치를 깨닫고 갈 수 없다. 고양이 정말로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실현하고 싶다면, 우선 K리그에서 그들의 저력과 수준을 보여줘야 한다.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오늘(19일) 고양은 대구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당연하게도 '고양의 23경기 연속 무승 탈출'이다. 대구의 입장에서는 이 경기를 놓친다면 제대로 '똥 밟는 셈'이 된다. 하지만 고양은 더 이상 웃음거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 팬을 위해서라도, 프로라는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이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된다. 물론 변해야 하는 것은 그 스스로다.

고양이 좋아할 만한 성경책에 이런 구절이 써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 나는 주님이다(레위기)". 고양의 이웃은 K리그고, 팬이다. 앞으로도 고양이 K리그에서 계속 함께하고 싶다면 먼저 팬을 위해 노력하고, K리그의 떳떳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고양의 선의가 필요한 것이 아닌, 의무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