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김재학 기자]축구사 역대를 통틀어 가장 폭력적이고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더비가 다시금 성사됐다. 한동안 스코틀랜드 하부리그에 머물던 글래스고 레인저스가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한 후 첫 올드펌 더비를 한국시간 10일 오후 11시에 볼 수 있게 됐다.

참 오랫만이다. 지난 4년간 세계에서 가장 열광적인 더비 중 하나인 올드펌 더비를 볼 수 없단 사실은 무릇 많은 축구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들의 경기가 일어날 수 없었던 이유는 레인저스의 재정 상태와 깊은 연관이 있었다.

2012년 당시 레인저스의 구단주가 바뀌던 과정에서 뼛속까지 레인저스의 팬이라 주장하던 크레익 화이트가 구단을 인수했다. 그러나 이후 그는 자신의 자본은 단 한푼도 쓰지 않은 채 부채를 끌어서 구단을 인수한 정황이 드러났고 담보는 무려 4년간 시즌 관중들의 티켓금액을 걸었으며 나머지 수익은 고스란히 그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결국 부채를 견디지 못한 구단은 법인세를 채무했고 영국 정부 주도하의 법정 관리에 들어가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수많은 팬들과 선수들, 직원들의 노력에도 그들은 파산을 했고 스코틀랜드 4부리그까지 강등되는 굴욕까지 맛봤다.

이후 절치부심하던 레인저스는 4부리그에서 1부리그까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초고속 승격을 이뤄냈고, 4년만에 본래의 위치로 돌아오는 성공적인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역 연고지 라이벌이자 눈에 가시같은 셀틱이 리그 우승컵을 독식하는 모습을 저지하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올드펌 더비가 4년간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 경기동안의 전적도 박빙이다. 2015년 레인저스가 2부리그에 있을 당시 리그컵 준결승에서 3년만에 만난 두 팀은 셀틱이 2-0승리를 거뒀지만 이듬해 열린 리그컵 준결승에선 승부차기 끝에 레인저스가 승리를 거두며 아직 그들이 죽지 않았음을 경기장에서 보여줬다.

그들의 의지는 여느 때보다도 결연하다. 4시즌간의 굴욕은 잠시 넣어두고 오직 올드펌 더비라는 이름 하에 격렬하게 치고박을 준비를 마쳤다. 클린트 힐과 필립 센데로스 등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던 수비진과 조이 바튼, 조던 로시터 등 신구조화가 잘 이뤄진 중원은 레인저스가 가장 믿는 구석이다.

리그 무패행진을 펼치며 4년만에 맞붙는 두 팀, 어쩌면 이번 경기는 역사적,종교적 격렬함보다는 오랫만에 만나 후회유기하는 두 팀의 즐거운 한판 승부가 될 것이다. 해당 팀의 팬들뿐만 아니라 축구팬들 전체에게도 기분 좋은 소식인 2016 첫 올드펌 더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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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올드펌 더비 당시 멀글와 밀러 ⓒ 레인저스 FC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