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시리아. 우리는 이 나라를 다른 말로 '생지옥'이라 부른다.

6일 오후 9시(한국시간), 말레이시아 파로이 스타디움에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과 시리아의 경기가 열린다. 중국전에서 개운치 못한 승점 3점을 획득한 우리나라는 이제 시리아를 상대로 2연승과 함께 A조 선두 등극을 노린다.

모든 사람들이 축구 경기에 이목을 집중시킬 때, 나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곧 다가올 한 경기보다 더 훨씬 중요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이야기다. 그것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시리아 내전의 이야기고, 이에 휩쓸린 시리아 축구의 이야기다.

시리아, 지구 상에 이런 지옥이 어디 있을까

시리아는 지구 상의 지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 전만 해도 시리아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 사회가 몰랐을 뿐 상처가 곪아 결국 터졌을 뿐이었다. 1971년부터 독재 정권이 강압적으로 시리아를 지배해왔고, 이에 대한 불만은 쌓이고 쌓여 결국 생지옥을 만드는 기폭제가 되어 버렸다.

2011년, 시리아 남부 도시에서 일부 학생들이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일어난 '쟈스민 혁명'의 구호를 벽에 써놓으면서 지옥이 시작됐다. 정부가 학생들을 체포하자 시민들이 이들의 석방을 요구했고, 정부는 시민들의 평화 시위를 총으로 진압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고 이는 곧 시리아 내전으로 이어졌다.

시리아 내전은 주변국이 개입하면서 더욱 장기전 양상을 띠었고, 혼란을 틈타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를 주 거점으로 삼으면서 더 이상 이 국가는 사람이 살기 힘든 나라로 변모해갔다. 내전 중에 사용된 화학가스, 셀 수 없이 많은 강간과 약탈은 이제 시리아에서는 일상이다. 사람이 죽는 것이 보편적인, 그야말로 '생지옥'이 된 것이다.

시리아가 지옥인 이유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Freedom House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버리고 떠났다. 2014년 9월 기준으로 시리아를 버리고 유럽으로 떠난 난민은 약 36만 4천명으로 집계된다. 모두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더욱 냉혹했다. 이 중 2천 800명 이상이 지중해를 건너던 중 바다에 빠져 숨지거나 실종됐다.

내전으로 찢기고, '타향살이' 설움 가득한 시리아 축구

시리아 축구도 내전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졌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시리아 축구는 서아시아의 강호였다. 전북이 2006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할 당시 결승전 상대는 알 카라마, 시리아 팀이었다. 국가대표팀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시리아 축구는 우리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내전이 모든 것을 파괴했다. 축구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많은 선수가 전쟁 속에서 목숨을 잃었고, 살기 위해 다른 나라로 탈출한 선수도 있다. 시리아축구협회는 더 이상 자국에서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카타르 도하에 임시로 사무소를 차리고 월드컵 최종예선을 비롯한 각종 축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번 최종예선 경기 개최를 통해 시리아의 어려움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월드컵 2차예선까지 시리아는 오만에서 홈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최종예선부터 오만축구협회가 경기장 사용을 거부했다. 집주인이 쫓아내는데 세입자는 별 수가 없다. 여기저기 경기장을 알아보던 시리아는 마카오축구협회와 시리아의 최종예선 홈 경기를 개최하기로 합의한다.

오만까지는 그나마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유사한 이슬람, 서아시아 문화권이기 때문에 나름의 홈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카오는 엄연히 중국에 위치한 동아시아다. 시리아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원정 경기인 셈이었다.

문제는 마카오축구협회가 갑자기 홈 경기 개최를 거부한 것이다. 비용이 문제였다. 서로 홈 경기 개최에 대한 금액이 맞지 않았고, 마카오가 최종적으로 "홈 경기를 개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사실 중국축구협회가 시리아와의 경기를 홈 경기와 같은 조건인 마카오에서 치르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돈 문제가 불거지며 이는 결렬되고 말았다.

시리아의 홈 경기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리아축구협회와 AFC(아시아축구연맹)의 노력 끝에 말레이시아로 새로운 경기장이 결정됐다. 말레이시아는 AFC 본부가 있는 곳이다. 시간이 촉박한 나머지 다른 국가를 섭외하기 어려워 긴급하게 말레이시아로 정한 것이다. 경기 개최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해졌기 때문에 한국 대표팀도 혼란에 빠졌지만, 시리아 대표팀도 혼란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팀이 맞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양보할 수 없는 승부, 하지만 그들에게 박수 쳐주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완주하고 싶은 꿈이 있다, 아니 완주 해야만 한다. 그들의 뒤에는 생지옥에서도 끝끝내 버티고 있는 시리아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시리아의 국민들은 살해당하고 있다. 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시리아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8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부상 당했다는 속보가 날아들었다.

이들에게 축구는 작은 희망이다. 단 한 번도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고, 심지어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는 부정 선수 출전으로 예선 도중 실격 당하기도 했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시리아가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아시아의 강호들과 대등하게 맞서 싸우면, 그것 자체로도 시리아 국민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

시리아가 지옥인 이유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Freedom House

국내 일부 보도에서는 '시리아가 이후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남은 경기에서 전부 몰수패를 당한다. 따라서 이를 감안해 최대한 다득점으로 이겨야 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좀 아쉽다. 이는 시리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는 그들의 눈물겨운 투혼과 의지를 더욱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시리아는 대한민국이라는 아시아의 축구 강국과 맞붙게 된다. 중국전 이후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긴 했지만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이변을 만들려고 덤벼드는 시리아는 중국보다 더 어려운 상대가 될 수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이기고 조국이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을 꿈꾼다. 코트디부아르가 디디에 드로그바 때문에 내전을 중단한 것 처럼 말이다.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그들의 정신력 만큼은 최강일 것이다.

곧 다가올 시리아전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정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단순히 승점 3점을 위해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뛸 시리아 선수들의 노력을 우리의 안일함과 나태함으로 퇴색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와 좋은 승부를 펼쳐준 시리아에게 박수 한 번 보내줬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다시 시리아에서 원정 경기를 할 날을 기다리면서.

[사진 = 2015 아시안컵 시리아 대표팀 ⓒ Javid Nikp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