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A매치 기간 활약한 라 리가의 스타들, 현재 세계 축구계의 슈퍼스타들 다수가 모여있는 곳이 프리메라 리가다.

[스포츠니어스 | 김재학 기자]세계 축구계의 주도권은 늘 유럽에 있었다. 내부를 면밀히 살펴보면 그간 수많은 리그가 부흥했고 몰락했다. 매 시기 유럽 축구계의 헤게모니를 쥔 리그를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상위권팀의 경쟁력이 유럽 전체에서 정상급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당시 5회우승의 레알마드리드와 UEFA 주관 컵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인 FC바르셀로나 등의 팀을 보유한 프리메라 리가는 가장 성공적인 리그였다. 그러나 이후 바이에른 뮌헨이 주죽이 된 분데스 리가, 유벤투스와 밀라노의 팀 등이 활개를 치던 세리에A, 2000년대 중반 이후 빅4팀이 꾸준히 챔피언스리그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둬 온 프리미어 리그 등 세계 축구판의 끊임없는 지각변동 사이에서 라 리가는 예전만큼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라 리가는 양강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이외에도 발렌시아, 세비야, 데포르티보, 아틀레틱 빌바오 등의 중견 강호들을 꾸준히 대륙대회의 높은 곳까지 진출시키며 유럽축구계의 패권을 놓치지 않고 버텼다. 결국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긋지긋한 16강 징크스에서 벗어난 레알 마드리드와 그 기간동안 독보적인 기량을 보여주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단골손님이 된 FC바르셀로나가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더불어 한동안 재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펼쳤던 AT마드리드와 리그 내 다크호스인 세비야까지 여러 팀들이 부활하며 현재에 이르러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두 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현대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전술 중 하나인 '유기적인 패스'와 '전방에서부터의 압박'까지 트렌드를 전반적으로 이끌고 있는 리그는 프리메라 리가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또 다시 세계 축구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라 리가의 이적시장을 파헤쳐본다.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는 오랜 기간동안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아온 팀이었다. 팀에 대한 팬들의 애정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프리메라 리가가 공식적으로 창설된 1928년 이후 단 한차례도 강등되지 않았고 FIFA(국제 축구 연맹)와 IFFHS(국제 축구 역사 통계 연맹)가 정한 20세기 세계 최고의 팀으로 선정될 정도로 역사적으로 늘 최상위 성적을 거둬온 점, 200개가 넘는 유럽축구클럽을 대표하는 ECA(유럽 클럽 협회)의 창립멤버이자 주체로써 행사하는 영향력 등은 팬들에게 '내 팀'이라는 인식을 심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다.

또한 팬들에게 있어 그들이 응원하는 팀에 수퍼스타를 늘 불러 들일 수 있는 요소는 큰 자랑거리다. 레알 마드리드는 2차례의 갈락티코 정책에 따라 지네디 지단,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 등의 선수들을 영입하며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한 편, 성적까지 잡는 모습을 늘상 보여왔다.

그랬던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이적시장에서는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선수 영입에 큰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선수의 이적에 따른 공백을 매우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예가 헤세 로드리게스를 파리 생제르망으로 보내고 유벤투스로부터 알바로 모라타를 복귀시킨 부분이다. 모라타의 영입과 임대선수들의 복귀 이외에 이렇다 할 영입은 결국 이적시장 마감일까지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자신감이다. 이미 팀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실제 지난 시즌에는 중간에 부임한 지네딘 지단 감독이 라파 베니테즈 감독 체제에서 부진하던 팀을 이끌고 다시금 최고의 무대인 챔피언스 리그에서 11번째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뤄냈기 때문에 당장 큰 영입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더욱이 마르코 아센시호, 루카스 바스케스, 마테오 코바시치, 마리아노 디아스 등 잠재성이 풍만한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며 오히려 선수진의 깊이는 더욱 깊어졌다.

다만 문제는 수비진이다. 이번 시즌 있었던 리그 2경기와 UEFA 슈퍼컵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세비야와 셀타비고에 도합 3골을 허용하며 1점차 승리를 거뒀다. 다행인 점은 두 경기 모두 지난 시즌 주축 선수들 중 일부가 빠진 상황이라는 점이다. 주축 선수들이 복귀한다면 레알 마드리드는 다가오는 라 리가 3라운드에서 오사수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자체 기록인 리그 15연승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재가 겹친 레알 마드리드에게 당분간 위협적인 상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FC 바르셀로나-

라 리가 양강 체제의 또 다른 한 축이었던 바르셀로나가 이번 시즌 화끈한 이적 시장을 보냈다. 전통적으로 유소년 선수를 올려쓰던 시스템을 추구하던 지난 날은 어느새 과거가 됐고 최근 몇 시즌간의 행보는 흡사 갈락티코 정책을 펼치던 레알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이미 공격진은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즈, 네이마르로 구축된 삼각편대로 주전 공격진에는 더 이상 손 볼곳이 없다. 따라서 이번 이적시장에서 바르셀로나는 상대적으로 두께가 얇은 미드필더진과 공백이 있는 수비진에 투자를 많이 했다.

프랑스 리게 앙에서 제 2의 에릭 아비달이라 불리던 사무엘 움티티를 시작으로 파리 생제르망에서 AS로마로 1시즌간 임대갔던 뤼카 디뉴를 도합 800억원에 가까운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하며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을 옮긴 다니 알베스와 마르크 바르트라, 토마스 베르마엘렌, 또 불안한 수비력을 보였던 제레미 마티유를 대체하기 위한 영입에 성공했다.

또한 발렌시아CF와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에서 우수한 전진능력과 전천후 미드필더로써의 자질을 보여준 안드레 고메스를 (조항 충족 시 최대)1,000억원에 가까운 돈으로 영입했다. 더불어 이적한 클라우디오 브라보와 공격진에서 후보 선수의 역할을 쏠쏠히 무니르 엘 하다디, 산드로 라미레즈를 내보내며 부족해진 선수단의 두께를 더하기 위해 아약스에서 야스퍼 실러센을, 발렌시아CF에서 파코 알카세르를 각각 영입했다.

주전 선수단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다니 알베스를 제외하곤 이적한 선수들 중 주전이라고 말할만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후보 선수진과 장기적으로 주전으로 키우기 위한 유망주들을 많이 영입하며 팀의 현재와 미래 모두를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현재의 바르셀로나는 공수 모두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물론 레알 베티스와의 리그 경기에서 2실점을 했지만 영입된 선수들이 대거 선발로 나선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부분이다. 다가올 리그 경기에서 지난 2번의 리그 경기동안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던 팀의 주축선수들이 복귀한다면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오랜 기간 지속됐던 라 리가의 양강체제를 깨부순 주인공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AT마드리드는 갑자기 나타난 팀이 아닌 수 십년간 양강체제를 꾸준히 두들기며 역대 라 리가 우승 3위를 기록해왔던 전통의 명가였다(물론 1,2위와는 꽤 많은 차이가 난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구단주였던 헤수스 힐이 팀의 재정을 엉망진창으로 운영하며 선수단의 임금을 체불하는 등 재정 건전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그 결과 AT는 충격적인 2부리그 강등을 당하고 재정적으로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이며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후 디에고 포를란과 세르히오 아구에로 등 공격진에 걸출한 선수들을 영입해 화끈한 공격축구를 보였고(물론 이 시기에도 팀명의 약자인 ATM으로 승점 인출기라는 오명은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점차 회복세를 보이던 팀은 2010년 또 다시 재정적 위기로 주축 선수들을 내보내며 몰락하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감독이자 팀의 레전드인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부임 이후 특유의 철퇴축구를 보이며 어느덧 리그 정상권 팀들과 부대끼며 살아남았다. 이는 시메오네 감독 부임 이후 이적시장을 잘 보내왔다는 점 역시 한 몫 한다. 시메오네 감독은 부임 이후 팔카오, 가비, 쿠르투와, 아르다 투란 등 좋은 자원들을 팀에 영입하며 현재의 AT마드리드의 근간을 구축했다.

그런 AT마드리드가 이번 이적시장에서는 큰 영입이 없었다. 대신 각 포지션 별로 알짜 영입을 해내며 보강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레알 마드리드의 올 시즌 영입 과정과 유사해 보이는데, 이미 전 포지션에 거쳐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선수들이 충분히 있기에 가능한 행보다.

공격진에서는 카를로스 바카가 떠난 세비야의 공격진을 이끌며 라 리가에서 검증이 끝난 케빈 가메이로와 벤피카 구단에서 오랜 기간 에이스 역할을 해낸 니콜라스 가이탄을 영입하며 페르난도 토레스와 앙투완 그리즈만 만으로 부족했던 공격진을 충분히 보강했다. 더불어 팀의 오른쪽 수비를 든든히 맡고 있는 후안프란의 백업이자 경쟁자로 시메 브르살코를, 윙어와 공격수 자리를 담당할 수 있는 유망주 지오구 조타를 영입하며 만족스러운 이적시장을 보냈다.

그러나 아직은 그들만의 축구가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리그 2경기에서 연달아 무승부를 기록했고 공격진이 부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군다나 2라운드에서는 팀의 주포 그리즈만이 복귀했고 이동 거리도 가까운 레가네스 원정이었음에도 단조로운 공격전술과 답답한 결정력을 보여줬다. A매치 기간 이후 챔피언스 리그까지 병행해야 하는 악조건에서 시메오네 감독이 팀을 잘 추스를지 여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세비야 FC-

유럽 축구계의 현재 패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는 대륙대회인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어떤 리그가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를 보면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세비야의 유로파리그에서의 약진은 라 리가에게 분명한 호재다. 지난 3년간 세비야는 유로파리그를 석권하며 여느 팀들은 꿈도 꾸기 힘든 위업을 달성했다(유로파리그 3연속 우승은 라 리가 양강팀은 물론 어떤 팀도 해보지 못한 거대한 업적이다).

범위를 더 넓게 잡으면 05-06시즌부터 무려 5회 우승을 차지한, 명실상부 유로파리그 최고의 팀이다. 이런 업적이 있기에 비록 리그 우승은 40년대에 1회밖에 없지만 세비야는 안탈루시아 지방의 자존심이자 라 리가에서 강팀으로 대우받는다.

세비야는 여느 강팀들과는 다르게 '거상'이라는 칭호도 가지고 있는데, 매 시즌 이적시장에서 수익을 크게 남기면서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 무수한 표본 속에서 예시를 들자면 다니 알베스, 세르히오 라모스, 카를로스 바카, 알바로 네그레도 등의 선수를 여러 팀으로 보내면서도 늘 좋은 영입으로 선수단의 공백을 안정적으로 매워왔다.

이번 시즌 이적시장에서도 그들의 행보는 거상으로써의 모습을 보였다. 임대를 포함해 무려 11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한 편, 팀의 주축이었던 그레고르 크리호비악과 케빈 가메이로, 자유계약으로 영입했던 페르난도 요렌테를 방출하며 선수매매를 통해 5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겼다. 큰 차익을 남겼음에도 선수단의 공백이 크진 않다. 물론 리그 경기와 UEFA 슈퍼컵, 수페르 코파 등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는 선수단의 수준이 낮아졌다기 보다는 많은 선수들이 바뀐 상황에서 아직 전술적으로 불완전한 모습을 보였다는 시선이 강하다.

그럼에도 매 경기 많은 실점을 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옹호되는 상황은 아니다. 다행히도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골키퍼인 살바토레 시리구와 리베르 플라테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이던 가브리엘 메르카토를 영입했지만 아직까지는 불안한 수비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에 걸쳐 좋은 자원이 다수 들어왔기 때문에 당장은 그렇게 티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상대적으로 약한 수비력을 가리기 위해 화력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세비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발렌시아 CF-

박쥐군단 발렌시아는 국내에서 축구를 오랜기간 본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큼 강팀이었다. 2000년대 초반 라 리가의 우승컵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나눠먹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동을 걸었던 팀은 AT마드리드도, 세비야FC도 아닌 발렌시아 CF였다. 01-02시즌과 03-04시즌에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발렌시아는 명실상부 라 리가의 '3짱'이었다.

그러나 라 리가 대부분의 팀이 그렇듯 발렌시아 역시 재정난에 궁핍한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유망한 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했고 힘든 시기에도 늘 준수한 성적을 거둬왔다. 그러나 정작 돈 많은 구단주 피터림이 구단을 인수한 후 팀에 서서히 망조가 들이닥쳤다.

피터림 구단주는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그의 고객을 팀에 영입했다. 호드리구 모레노, 안드레 고메즈, 주앙 칸셀루, 자카리아 바칼리 등 그의 직/간접적 영향력이 미치는 선수들로 선수단을 채워나갔다. 더욱이 구단 프런트에도 그의 사람인 기술이사 카를로스 카르네이루와 게리 네빌을 감독으로 데리고 오는 등 여러 방향으로 멘데스의 영향력은 커져갔다.

그 결과 그의 선수들은 비싼 이적료와 팬들이 납득할 수 없는 계약을 채결하며 답답한 이적시장을 보내왔다. 결국 장부 상 손해를 크게 남긴 발렌시아는 FFP 규정에 의거해 기존에 좋은 활약을 하던 선수들을 대거 방출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역시 발렌시아 공격의 중심이자 팀의 유소년 팀에서 성장했던 파코 알카세르와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나간 중앙 수비진의 마지막 보루였던 슈코드란 무스타피, 라 리가 정상급 유망주인 안드레 고메즈를 방출할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팀의 부주장 알바로 네그레도의 고주급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미들즈브러로 임대보내는 등 뒤숭숭한 나날을 겪었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 역시 나간 선수들의 자리를 매우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리그 2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2전 2패/20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받았다. 물론 리그는 길고 새로 영입된 선수들 중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기존 선수들의 공백을 매우지 못하고 결국 12위로 마감했던 지난 시즌을 거울삼아 본다면 이번 시즌 발렌시아의 시즌 막바지 성적은 강등권 언저리일 수 있다.

이번 A매치 기간 활약한 라 리가의 스타들, 현재 세계 축구계의 슈퍼스타들 다수가 모여있는 곳이 프리메라리가다.

-총평-

굳건한 두 팀은 늘 그렇듯 최상위 포식자로써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 그런 '천상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팀은 몇 번 나타났으나 이내 사라졌다. 그러나 현재의 라 리가는 기존 2강다툼에서 3강으로 구도가 새롭게 형성되며 양강팀 이외의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줬다. 한편으로는 없는 살림에도 잘 꾸려 나가던 팀들이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에는 3강 영역다툼과 한 때 그들을 위협했던 팀들의 몰락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A매치 기간 활약한 라 리가의 스타들 ⓒ 프리메라리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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