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도 넘은 난투극?’ , KBS의 ‘도 넘는 비판’

아이스하키 파이트를 '도 넘은 난투극'이라 보도한 KBS ⓒKBS 방송화면 캡처


[스포츠니어스|한현성 기자] 지난 달 30일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2016-2017 안양한라와 대명 킬러웨이즈와의 경기에서 ‘파이트(Fight)’가 일어났다. 그러자 하루 뒤 KBS는 이를 보고 ‘도 넘는 난투극’, ‘역대 최악의 링크 위 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팬들의 눈살을 찌푸렸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 보도를 통해 “이번 사태는 실랑이를 넘어 역대 최악의 링크 위 폭력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KBS의 보도를 본 이들이 더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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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L Rule Book에 명시된 Fight의 정의와 세부규칙 ⓒ NHL 공식 홈페이지

우선 NBA, NFL 그리고 MLB에 이어 미국의 4대 스포츠 중 하나인 NHL(National Hockey League)의 정식 규정안을 찾아봤다. 역시나 정식 규정안에는 파이트에 대한 정의와 관련 세부 규칙을 명시하고 있었다. 규정안에 따르면 파이트란 한 선수가 경기 중 주먹을 쓰는 행위, 혹은 주먹을 쓰려고 하는 시도를 말한다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니 ‘싸움을 할 때 헬멧만 벗지 말라’는 나름 신사적인 세부 규칙도 나와 있었다. 파이트는 경기에서 또 하나의 규칙이자 일부라는 점을 규정안만 봐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한 선수의 파이트 전적2
파이트 직후 자막으로 선수의 파이트 전적을 보여주고 있다. ⓒ 유튜브 영상 캡쳐

NHL 파이트 영상에서 맞붙은 선수들은 실제로 헬멧을 벗기거나 벗지 않으며 규칙 안에서 파이트를 행하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파이트가 일어나는 순간 이에 가담된 선수들의 프로필과 파이트 전적을 자막으로 중계해주며 팬들에게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이스하키 선진국인만큼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반응도 너그럽다. 한 미국인은 댓글을 통해 ‘내가 이것을 즐기고 있다면 나쁜 사람인가요? (Am I a bad person for enjoying this?)’라고 묻자 ‘아니, 경기의 일부일 뿐이야 (Nope, part of the game)’이라며 서로 대답해주며 소통했다. 이뿐만 아니라 댓글의 대부분은 싸움의 승자가 누구일지 서로 예측하며 경기 결과보다 파이트 결과에 대해 일희일비했다. 얼마나 파이트가 아이스하키에서 흔하게 일어나고 팬들의 또 하나의 관심요소인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벤치클리어링을 '이래서 야구'라며 보도하는 KBS ⓒ KBS 방송화면 캡쳐
벤치클리어링을 ‘이래서 야구’라며 보도하는 KBS ⓒ KBS 방송화면 캡쳐

애초부터 아시아리그와 NHL을 비교하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일 수도 있다. 야구 시장과 축구 시장이 거대한 우리나라에서 아이스하키 시장은 아직 한창 성장 중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청자들에게 아이스하키에 대해 더욱 정확한 정보를 통해 알려주고 이끌어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 아닐까. 야구에서 일어난 ‘벤치클리어링’에 대해서는 ‘이래서 야구다’라고 보도를 한 적이 있는 KBS는 스포츠에 대한 차별적인 이중잣대를 국민들에게 견지한건 아닐까.

2014 소치올림픽 아이스하키 결승전 캐나다vs스웨덴 ⓒ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2014 소치올림픽 아이스하키 결승전 캐나다vs스웨덴 ⓒ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학교 운동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마지막 반 대항 이어달리기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쏠리는 종목이 스포츠 이벤트의 대미를 장식한다. 동계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아이스하키 결승전이다. 한 발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마무리 역시 아이스하키 결승전이 책임진다. 동계스포츠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됐는지는 KBS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이 보도는 어찌보면 그간의 시간과 노력을 무시한 역발상적인 행위이다.

KBS가 보도 당시 사용한 영상은 아이스하키에 관심을 가진 팬이 경기장에 찾아 직접 촬영한 영상이다.촬영을 한 팬은 현재 “KBS에 영상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KBS의 이 보도는 과정에서부터 잘못됐고 내용 또한 잘못됐다. 동계스포츠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마당에 공영방송의 이같은 보도는 아쉽기만 하다. ‘도 넘은 난투극’이라는 KBS 보도 자체가 ‘도 넘은 비판’ 아닐까.

han2some@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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