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중국전 3-2, 기분 좋지만은 않은 승리


중국 축구
중국 축구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공한증'도 이제 옛말이 됐다. ⓒ중국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뭔가 찜찜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어제(1일) 중국을 상대로 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3-2 승리를 따내긴 했지만 경기 내용은 아쉬웠다. 먼저 세 골을 넣고 여유 있게 경기를 이끌다가 내리 2실점한 뒤에는 위태로운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패배한 경기에서도 후회 없는 승부를 펼쳤다면 이렇게 말한다. “졌지만 잘 싸웠다.” 하지만 어제 경기에서는 이 말을 조금 바꿔야겠다. “이겼지만 못 싸웠다.”

내용도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이기면 ‘장땡’인 경기도 있는 반면 내용도 충실해야 하는 경기도 있는 법이다. 어제 경기는 후자였다.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이겼음에도 뭔가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였다. 점유율이 66-34였는데 스코어는 3-2다. 축구가 점유율로 승부를 내는 경기는 아니지만 이런 점유율이라면 3-0이 가장 합리적인 스코어다. 많이 양보해도 3-1이다. 상대를 압도해 놓고 난타전 끝에 한 골차 신승을 거뒀다는 건 그만큼 경제적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캐리어 뽑아놓고 히드라 몇 마리 있는 상대에게 본진까지 털리며 아주 힘겹게 이긴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의 기를 살려줬다는 점도 아쉽다. 3-0으로 한국이 앞서 나가자 중국의 많은 관중은 침묵했다. 이때까지 내 칼럼의 주제는 ‘한국까지 와서 당신들 입장에서는 재미없는 경기를 봤으니 서울 관광이나 하고 가시라’고 서울 여행 안내를 하는 거였다. 하지만 연이어 두 골을 넣으며 추격한 중국은 신이 났다. 원정 관중의 함성도 높아졌고 선수들 역시 한국을 상대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중국과의 원정경기도 예정돼 있는데 두 골이나 내주며 그들의 기를 살려줬다는 점은 너무나도 찜찜하다. 아예 싹을 잘랐어야 하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한국과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경쟁을 펼치는 팀이다. 두 번의 홈 앤드 어웨이 맞대결뿐 아니라 다른 팀들과의 경기를 통해 승점 경쟁도 해야 한다. 중국은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예선 당시에는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했었다. 당연히 이번 한국과의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에 엄청난 부담감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서 갖는 부담감 정도를 중국은 이번 경기에서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긴장감을 안고 치른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비록 패하기는 했어도 막판에는 한국을 압도하면서 긴장감을 풀었다. 앞으로 치러질 경기에서 중국이 자신감을 갖고 임하면 승점 싸움에서도 우리에게 좋을 게 없다.

중국 축구
중국은 다가올 한국과의 홈 경기에서 어제 경기 막판의 기세를 이어갈 태세다. ⓒ중국축구협회

중국의 기를 살려줬다
중국은 이제 안방에서 이란을 불러들여 경기를 치르는데 어제 경기 막판에 끌어올린 분위기는 분명히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이란, 우즈벡 등과 경쟁할 줄 알았지만 중국이 분위기를 타 치고 올라오면 그만큼 복잡한 수를 생각해야 한다. 최종예선은 단순히 90분 동안에 경쟁이 끝나는 게 아니다. 또한 중국 선수들이 ‘조금만 더 집중하면 한국을 잡을 수 있겠다’고 자신감을 갖게 한 것 자체로도 아쉽다. 박상영의 “할 수 있다”를 중국 선수들이 외쳤으면 경기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경기였다.

이란과 이런 경기를 했다면 그나마 수긍이 갔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팀도 아니고 중국이다. 피파 랭킹은 78위고 월드컵에는 운이 좋아 딱 한 번 나가본 팀이다. 중국하고 난타전을 할 정도의 경기력이라면 이란이나 우즈벡과의 남은 경기에서도 쉽지만은 않은 승부를 펼쳐야 한다.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낸 건 만족스럽지만 여러 모로 따지고 보면 만족해서는 안 될 경기였다. 더군다나 지금껏 늘 기대이상의 결과를 보여줬던 슈틸리케 감독도 어제 경기에서는 두 골이나 허용했음에도 이렇다 할 전술변화도 주지 않아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후반에 급격히 무너진 수비진과 중원의 대체자가 별로 없다는 것도 걱정스럽다. 슈틸리케 감독은 23명을 선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20명 만 뽑았다. 그중 황희찬(잘츠부르크)은 테스트 차원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손흥민은 중국전만 소화한 뒤 시리아전을 뛰지 않고 토트넘으로 복귀한다. 이 자리를 황의조(성남)가 대체한다. 한국은 11명씩 나눠 뛰는 자체 연습경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명 중에 골키퍼가 세 명이고 필드플레이어는 17명뿐이다. 다가올 시리아전에서도 선발 명단이 중국전과 크게 달라질 수 없다. 참고로 중국은 23명의 엔트리를 넘겨 25명을 선발해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기성용과 구자철, 이청용 등은 후반 막판 체력 저하 현상을 나타냈지만 시리아전에서도 선발 명단에 들 게 확실시 된다. 수비진 역시 김영권 정도를 제외하면 바꿀만한 자원이 없다. 심지어 왼쪽 풀백은 오재석 한 명뿐이다. 최전방 공격수도 어린 황희찬을 제외하면 지동원이 유일하다시피하다. 나는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을 믿고 선택을 존중하는 입장이지만 엔트리를 20명만 선발했다는 점은 쉽게 수긍이 가질 않는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경쟁자가 몇 명이라도 더 있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중국전에서 보여준 경기 막판 집중력 저하와 전술 실패를 타개할 만한 해법이 지금으로서는 딱히 보이질 않는다. 중국전에서 시원하게 3-0 승리를 거뒀으면 이런 우려도 없겠지만 중국전 3-2 신승은 참 아쉬운 대목이다.

기분 좋지만은 않은 승리
누구 한 명에게 잘못의 화살을 돌릴 수 없는 아슬아슬한 경기였다. 일부에서는 두 골을 실점한 정성룡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누고 있는데 특정 선수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첫 번째 실점 상황에서는 오재석의 헤딩 미스가 있었고 두 번째 실점은 상대가 프리킥을 너무 잘 찼다. 누구 한 명이 잘못했다고 모든 걸 다 뒤집어 씌울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 이기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뒤끝이 좋지 않은 경기였다. 승점 3점을 얻었다는 점에 위안을 삼고 일본이 안방에서 UAE에 1-2 패배를 당했다는 점이 더 큰 위안을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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