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전, 월드컵 최종예선 한 경기일 뿐


중국 대표팀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첫 판에 올인할 필요는 없다.

매일매일 많은 이슈를 몰고 다니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의 첫 번째 경기 중국전이 9월 1일(목)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한국은 중국전을 시작으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대장정에 오른다.

중국은 이번 최종예선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전을 앞두고 23명의 엔트리를 공개하지 않았고, 공개 훈련도 잠깐, 그것도 선수들의 등번호는 모두 가린 상태에서 진행하는 등 한국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욕으로 충만하다. 이 정도면 거의 유난 떠는 수준이다.

최종예선 기간 동안 중국은 원정 경기를 갈 때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이렇게 유난을 떠는 이유는 한중전이라서가 아니다. 2018년 월드컵에 반드시 나가기 위해서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한 번도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던 중국은 2018 월드컵에 진출하기 위해 그야말로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에 9회 출전에 8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나간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는 월드컵 최종예선보다는 한중전의 중요성을 더 의식하는 것 같다.

공은 둥글다. 우리도 중국에게 질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에게 졌을 경우’다. 이렇게 분위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중국에게 지기라도 한다면, 슈틸리케호의 앞날이 굉장히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중국에게 이기면 무덤덤하다. 항상 이겨왔던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 경우 그 충격파는 오래간다. 항상 이겨왔던 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통 큰 지원과 대규모 원정 응원단이라는 이슈가 더해지면서 슈틸리케호에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다.

공은 둥글다. 90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우리가 중국에게 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망스러운 결과지만, 전혀 예상 못할 일은 아니다. 중국 축구가 우리보다 한 단계 아래라고 하지만 부탄이나 브루나이 같은 국가는 아니다. 이변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게다가 중국 축구의 수준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를 포함해 중국 사회 전체가 중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월드컵 2차예선, 3차예선에서 탈락하고 팬들에게 둘러싸여 “돼지들 꺼져라!”는 소리 듣던 게 불과 몇 년 전 일임을 감안하면 조금씩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 같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중국 축구의 수준은 미약하게라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 유소년 축구
이런 초대형 축구학교에서 기량을 쌓은 유망주들이 미래 중국 축구를 이끈다 ⓒ CNN 방송화면 캡쳐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지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을 슈틸리케호에게 주고 있다. 기나긴 레이스에서 첫 판에 올인하는 느낌이다. 축구 대표팀은 중국전 승리를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러시아 월드컵 진출을 위해 모였다. 중국전을 지더라도 홍콩에서 열릴 시리아전을 포함한 이후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중국팬의 서울 점령? 티켓 정책의 실패일 뿐

중국전의 또 다른 이슈는 많은 원정팬들이 모인다는 소식이다. 이미 중국축구협회가 1만 5000장에 달하는 티켓을 구입했고, 개별로 한국에 방문하는 팬과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까지 합치면 약 3만 명에 달하는 원정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축구계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홈 경기장’을 상대의 분위기로 내주게 되는 상황이다. 6만 6000여 명을 수용 가능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3만 명의 원정팬이 온다면 적어도 홈 팬과 대등한 수준, 또는 더 많은 수준의 팬이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30일 오후 기준으로 한중전 티켓은 4만 5000여 장이 팔렸다. 중국축구협회의 구입분을 제외하면 약 3만 여 장이 팔렸다. 아직 2만여 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누가 더 많은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을 지는 미지수다.

분명 낯선 일이다. A매치에서 원정 팬의 규모가 홈 팬의 규모와 비슷하거나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은 ‘스포츠니어스’가 국내산 고기로 회식하는 것만큼 쉽게 상상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월드컵에 진출하기 위해 온갖 공을 들이는 중국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의 열정이 지나친 것이지 우리나라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냉정하다.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상품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바라본다. 한국인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내가 이 돈을 주고 저 경기를 볼 의향이 없는 것’이다.

중국전 티켓 가격은 1등석 7만원, 2등석 5만원, 3등석 3만원이다. 다른 A매치에 비해 약간 비싸다. 팬들은 더 비싼 돈을 주고 중국의 경기를 보고싶지 않을 뿐이다. 이는 티켓 가격 정책의 실패일 뿐이다. 그저 중국전은 ‘그 돈 주고 보기에는 아까운 경기’였기 때문에 흥행이 부진하는 것이다. 팬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한중전에 꼭 와야한다’는 의무감을 줄 필요는 없다. 매력적인 경기에는 알아서 찾아온다. 2013년 브라질과의 경기를 생각해보자.

물론 중국전의 중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이웃 나라와의 경기고 A매치 기간에는 A매치에 이슈가 집중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기를 이기면 기분도 좋다. 하지만 그 반대로 질 수도 있다. 월드컵 최종예선 한 경기 때문에 대표팀이 통째로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국전은 아시안컵 결승전도 아니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마지막 승부처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중국 원정경기도 있고, 실질적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를 가를 난적 이란과의 맞대결도 두 차례 예정되어 있다. 중국전은 최종예선 첫 경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으로, 지금보다는 좀 더 냉정하게 우리나라 대표팀을 지켜보자.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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