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중국 인구는 14억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아마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는 짧은 순간에도 중국에서는 몇 명의 아이가 태어났을 것이다. 그만큼 인구가 어마어마하다. 1억 명 중에 가장 축구를 잘하는 사람을 한 명씩 뽑아도 14억 명이면 베스트11 외에 벤치멤버까지도 꾸릴 수 있다. 1억 명 가운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같은 재능 있는 선수 한 명 선발하는 건 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닌가. 그런 선수가 14명이 모이면 아마도 지구 최강, 아니 우주 최강이 될 것이다. 같은 아시아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싸우는 우리 입장에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축구를 못한다. 14억 명 중에 축구를 가장 잘하는 사람을 뽑았는데도 여전히 축구를 못한다. 지금까지 중국은 월드컵 본선에 딱 한 번 나간 적이 있는데 그것도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 공동개최를 하면서 어부지리로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혜택을 얻었을 때였다. 심지어 지난 2013년에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태국에 1-5로 대패하는 일도 있었다. “곧 무섭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던 게 20년도 더 된 이야기 같은데 아직도 중국 축구는 별로 안 무섭다. 도대체 왜 일까. 정말로 메시가 될 인물이 산골에서 밭을 갈고 있기 때문일까. 진지하게 중국이 아직까지도 축구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해보려 한다. 내 마음만은 지금 궁서체다.

1. ‘내 위주로’ 한 자녀 정책의 부작용

중국은 1980년대부터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인구억제를 실시했다. 바로 ‘한 자녀 정책’이다. 한 가정에서 아이를 하나만 낳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걸 막으려는 것이었다. “제발 아이 좀 낳으라”고 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정책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이 ‘한 자녀 정책’을 접었다. 경제 활성화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황제처럼 대접받으며 응석받이로 자란 ‘소황제’가 커 각종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컸던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아들만 셋인 우리 집에서는 치킨 값을 줄이기 위해 치킨도 꼭 밥과 함께 먹도록 교육받아서 지금도 나는 밥이 없으면 치킨을 못 먹는데 중국에선 외아들, 외동딸이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먹고 싶은 걸 다 먹으면서 어릴 때부터 버릇이 없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 동생을 낳으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중국 축구와 연관이 되느냐는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축구가 조직력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개인 기량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탁구나 역도, 체조 등에서 중국이 세계 최정상을 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11명이 하나로 묶여 움직여야 하는 축구는 누구 한 명의 기량으로 승부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 너무 억측 아니냐고?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는 중국군 전투병의 80%가 한 자녀 출신인 소황제여서 중국군의 전력이 약하다는 연구를 내놓은 적도 있다. ‘내 위주로’라는 정신이 박힌 이들이 모이면 오합지졸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국이 이 ‘한 자녀 정책’을 폐기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그들이 자라나는 시간을 감안해 적어도 20년 정도는 중국 축구가 지금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일단 20년 동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중국은 홍콩과도 0-0으로 비겼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 숙취에 시달리며 담배 문 선수들

‘대륙의 별’ 이장수 감독이 충칭을 이끌고 중국 축구 정상에 섰을 때 많은 이들은 그 대단한 비결이 뭔지 캐물었다. 하지만 이장수 감독의 대답은 단순했다. “선수들이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하는 걸 못하게 했을 뿐이다.” 한국에서도 술과 담배를 즐기는 선수들이 종종 있지만 중국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 단순히 술과 담배라는 기호 식품이 선수의 컨디션에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도 좋지 않지만 술과 담배도 절제하지도 못하는 이들이 선수로서의 더한 자기 관리가 훌륭할 리도 없다. 이장수 감독은 훈련지에서 무단이탈한 선수 숙소 앞을 밤새 지키고 기다려 이 선수에게 벌금을 내릴 정도로 독하게 선수단을 관리했다. 이렇게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훈련시간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이장수 감독이 이끄는 팀들은 빠르게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저녁만 먹지 않아도 살이 빠질 때의 자괴감을 느껴본 적이 있나. 그건 그만큼 저녁에 폭식을 했다는 뜻이다. 선수가 술과 담배만 멀리했을 데도 성적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중국 축구 전체가 폭식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선수들의 자기 관리 부족은 과거에도 계속 있어왔던 문제고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지금도 유효한 문제다. 상하이선화에서 뛰고 있는 김기희는 이런 말을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원정 경기를 가보면 대부분의 라커룸에 담배 냄새가 찌들어 있다.” 커피숍에서도 이젠 흡연구역이 사라지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항저우뤼청 홍명보 감독 또한 식사 시간에 기름지고 열량 높은 음식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는 선수들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축구선수들의 평균 체지방량이 9.5% 안팎인데 중국 선수들은 12%가 넘는다는 것이다. 전날 과음을 해 훈련시간에 늦은 선수가 라커룸에서 담배를 물고 있다면 이 선수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관심이 아니라 박종환 감독 아닐까. 논란은 많지만 박종환 같은 감독이 중국에 없다는 걸 우리로서는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3. “공부해서 뭐하러 의사를 해? 공이나 차지”

부모님은 나에게 항상 공부를 열심히 해 의사나 변호사가 되길 원하셨다. 하지만 내가 중국에서 태어났더라면 부모님에 이렇게 당당하게 말씀드렸을 것이다. “엄마, 의사해서 어떻게 먹고 살아?”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의사의 연봉은 평균 1,100만 원에 불과하다. 월급으로 치면 92만 원이다. 한국과 중국의 물가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죽어라 공부해 의사가 돼 저 정도 돈밖에 벌지 못한다면 나는 그냥 차라리 지금처럼 계속 놀겠다. 시립병원에서 일하면 월급이 평균 46만 원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축구선수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 프로축구 1부리그에서 뛰면 평균적인 연봉이 무려 3억 5천만 원에 이른다. 공부 열심히 해서 의사되면 1년에 1,000만 원 남짓 버는데 축구선수가 돼 성공하면 그런 의사가 몰려 있는 병원을 통째로 살 수 있다. 중국에서 프로축구 선수는 부와 명예의 상징이다.

광저우헝다 같은 초특급 구단 선수가 아니라 1부리그에 겨우 턱걸이를 하고 있는 하위권 팀에서만 뛰어도 이미 5대가 놀고 먹을 만한 돈을 버는 셈이다. 2부리그에서만 뛰어도 돈방석이다. 그러니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이번 중국전을 위해 선발한 대표 선수 20명 중 단 세 명만이 국내파 선수다. 중국과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지만 이들은 엄연히 전혀 다른 세계에 뛰어들어 도전하는 ‘해외파’다. 반면 25명의 엔트리를 선발한 중국에는 19세의 공격수 장유닝(네덜란드 비테세)을 제외한 전원이 자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다. 위하이(상하이S상가)와 하오준민(산동루넝), 가오린, 장린펑, 펑샤오팅(이상 광저우 헝다) 등은 유럽 무대에 도전할 만한 능력과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짧게 도전을 마치거나 아예 도전을 하지 않은 채 현재 중국 프로축구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다. 적은 연봉과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자꾸 해외로 나가 도전하는 선수들이 있어야 강해지는 법인데 지금 중국 대표팀 선수들은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나 같아도 그러겠다.

중국은 홍콩과도 0-0으로 비겼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4. 공격수 없이 축구해야 하는 중국

일본은 나카타 히데토시라는 대단한 미드필더가 등장한 이후 어린 선수들이 다 미드필더를 하겠다고 해 지금도 좋은 미드필더가 넘쳐난다. 반면 한국은 황선홍과 최용수, 이동국 등 스트라이커가 주목받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가장 공을 잘 차는 아이들이 공격수를 하는 경향이 짙다. 최근 들어서는 미드필더의 매력에 빠져 중원에서 뛰고 싶어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공격 쪽이 강한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은 공격수 씨가 말라가고 있다. 상징성 있는 선수들이 등장해 어린 선수들이 미드필더나 수비수를 선호해서가 아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엄청나게 돈을 주는 프로 무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공격수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중국 프로축구에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몰려 들면서 자국 공격수들의 설자리는 없어지고 이게 그대로 유망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제 중국에서는 공격수로서 프로 무대의 경쟁을 이겨낼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헐크(상하이 상강)보다 잘할 수 없다면 그냥 미드필더나 수비수가 되는 게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계속 중국으로 모여들고 있는 상황이 끝나지 않는다면 아마도 중국 축구의 공격수 부재는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이다. 중국 프로축구야 이렇게 비싼 선수들을 그때 그때 사와 해결하면 강해지지만 대표팀은 그렇지 않다. 과거 K리그에서는 외국인 골키퍼가 펄펄 날며 한국인 골키퍼 기근에 시달렸었고 이때가 대표팀 골키퍼 수난 시대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다시 외국인 골키퍼 출전 금지 조항이 생긴 뒤 능력있는 자국 골키퍼들이 등장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훌륭한 공격수가 될 자질을 갖춘 이들이 중국에서 태어나면 헐크와 다리오 콩카 때문에 풀백이 돼 오버래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5. 짐 싸놓고 초조해하는 감독들

세계 어느 프로리그나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중국 프로축구에서의 경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 한국인 감독을 만나보니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이 감독은 자신의 계약 내용을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3연패를 당하면 자동 경질이라는 계약 조항이 있습니다.” 그는 몇 번이나 2연패 뒤 극적으로 승리를 거둬 살아남았지만 아직도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짐을 다 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적어도 한 감독이 팀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기 위해서는 3년은 족히 걸리는데 몇 경기 못 이겼다고 해 이렇게 감독을 마치 티슈 뽑아 쓰듯 하고 버리면 될 것도 안 된다. 2연패를 당하고 있는 감독이 그 다음 경기에서 1-0으로 이기고 있다면 전술은 뻔하다. 무조건 잠그고 무조건 시간을 끌고 이기는 것뿐이다. 이건 히딩크가 아니라 히딩크 할아버지가 와도 마찬가지다.

중국 축구는 감독을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별로 없다. 대기업의 오너가 축구를 좌지우지하다보니 인내심이 부족하고 그때 그때 기분에 휘둘리면서 감독을 갈아치우는 게 전통 아닌 전통이 됐다. 그러다보니 전술실험을 할 수도 없고 새로운 선수에게 기회를 줄 수도 없다. 그저 좋은 외국인 선수를 최전방에 배치해 놓고 그들의 능력을 믿으면서 나머지 선수들은 안정적인 수비를 하는 것 뿐이다. 그러니 당연히 대표팀에서도 자유롭게 실험하고 도전하는 분위기가 이어지지 못한다. 참고로 한국에서 가장 불행하면서도 행복한 선수들은 누구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상주상무 선수들인 것 같다. 군대 가는 건 죽도록 싫지만 군대에서 축구하는 건 너무나도 즐겁단다. 성적에 그리 크게 얽매이지 않는(?) 상주는 과거 김정우를 스트라이커로 기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즐긴다. 상주 출신 선수들에게 물으면 “군대에서 축구할 때가 부담도 덜하고 가장 즐거웠다”고 한다. 중국 축구는 지금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을까. 도전을 해보기도 전에 돈에 짓눌려 버리지는 않나.

중국은 홍콩과도 0-0으로 비겼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6. ‘축구 굴기’는 시진핑 마음대로?

중국 축구가 과거에 비해 발전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프로리그는 이제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축구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로 커졌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서는 국가가 주도해 자국선수들을 육성하는 중이다. 축구학교를 전국에 2020년까지 2만 곳 설립해 5천만 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인구 만큼의 축구선수를 키우겠다는 무시무시한 꿈을 꾸고 있다. 중국은 2030년에는 아시아 최강이 되고 2050년에는 세계 최강이 되겠다는 원대한 목표까지 세웠다. 내가 김태희와 결혼한다는 꿈 만큼이나 야무지다. 뭐 목표 달성 여부야 어찌됐건 중국이 원대한 꿈을 꾸고 있고 그에 걸맞는 투자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과거에 비해 확실히 중국 축구가 달라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게 중국 정부 주도라는 점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이렇게 축구 발전에 목을 맨 계기 또한 황당하다.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생일에 태국전 1-5 대패를 지켜보고 화가 나 “축구를 일으키라(축구 굴기)”고 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거 뭐 조선시대 왕도 아니고 리더 말 한마디에 세상이 천지개벽하는 일이 지금도 일어난다는 점이 놀랍다. 만약 시진핑 주석의 임기가 끝나거나 중도에 그가 주석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 시진핑의 색채를 지우고 싶은 차기 지도자가 “시진핑의 유물인 축구를 내다버리라”고 하면 또 하루 아침에 그들이 쌓아놓았던 모든 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즈벡 독재자의 딸이 운영하던 분요드코르가 그녀의 관심에서 멀어진 뒤 손가락을 쪽쪽 빨고 있는 걸 떠올려보자. 이러한 축구 발전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협회와 축구인들이 주도해야 할 문제다. 정부는 누진제 개편 같은 거나 신경 쓰면 된다.

7. 그냥 축구 DNA가 없어서?

여러 이유를 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인구 14억인 나라에서, 그것도 축구가 전국민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나라에서 축구를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면 그냥 그들에게 축구 DNA가 없다고 결론짓는 것도 성급한 일은 아닐 것이다.

중국 축구가 과거에 비해 발전한 건 사실이다. 이미 프로축구는 한국을 앞질렀고 대표팀 역시 언젠가는 중국이 한국을 넘어설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들에게 주어진 숙제가 많고 그들은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여기에서 우리는 세상에 돈으로만 되는 건 없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중국이 오로지 돈을 앞세워 축구를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우리는 보다 더 현명한 방법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축구를 정말 못하는 이유에서 우리가 축구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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