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영 대표팀 몰카, ‘중범죄’ 단순히 다뤄선 안된다


수영 경기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8월 26일. JTBC는 믿을 수 없는 단독보도를 내놨다. 19금 소설이나 영상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말했다. 믿고 싶지 않지만, 그 이후 속속 등장한 보도들은 ‘이 사건은 정말 일어난 일이다. 믿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바로 ‘수영 대표팀 선수 몰카 사건’이다.

내용은 이렇다. 남자 수영 국가대표 선수가 충북 진천선수촌 수영장의 여자 탈의실에서 여성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몰카로 촬영했다는 제보가 경찰에 접수됐다. 조사 결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도 참가했던 선수가 범인으로 밝혀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단순히 한 사람의 위법 행위였다면 한 개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징계를 주거나 법적 처벌을 하는 걸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할 수록 사안은 더욱 심각해져 갔다. 아직도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몇 명의 선수들이 이 몰카 영상을 함께 돌려봤고, 그 중 한 사람은 피의자로부터 공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책임 있는 모습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수영 선수의 몰카 사건과 관련된 일련의 보도들을 보면서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성 선수의 나체 영상을 보면서 낄낄댔을 남성 선수와 정신적 고통을 받아 쉽게 잠들지 못했을 여성 선수들이 2016 리우 올림픽에 나란히 함께 출전했을 것이다. 옆에 있는 팀 동료를 성적인 대상으로 쳐다보고, 옆에 있는 팀 동료가 자신을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어떻게 운동에 집중을 하고 무슨 성적을 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더욱 한숨 쉬게 하는 것은 주변 관계자들의 태도였다. 각종 언론에서 나온 수영 연맹 관계자의 코멘트는 이랬다. “우리도 사전에 알고 있지 못했다. 해당 선수가 감독에게 그런 사실을 보고하지도 않았다”

전형적인 ‘책임 회피성 멘트’다. 하지만 사전에 알지 못한다고, 해당 선수가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감독이 몰랐다는 것에 대해 침통해야 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했다. 선수들은 벌써부터 피의자가 공범을 지목하고,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전혀 몰랐다”고 말하는 등 일단 ‘살고보자’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수들 역시 “몰랐다”는 말 한 마디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비겁하다. 10년 지기 친구가 나와 스타크래프트를 하던 중 몰래 맵핵을 쓰다 걸렸을 때도 이 정도로 비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벌써부터 피의자는 ‘어떻게 하면 징계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지’를, 관계자들은 ‘어떻게 하면 이 사건을 조용히 처리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전수조사’ 천명한 대한체육회, 하지만 사후약방문이다

어찌보면 예견된 사건이기도 하다. 이미 대한수영연맹에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조직의 큰 그림을 그리고 기둥 역할을 해 줄 사람이 없다. 이것도 스스로가 자초했다. 2016년 초 연맹 관계자들이 14명이나 구속되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들의 기소장에는 선수 급여 및 훈련비 등 횡령, 수영장 시설공사 인증 비리, 국가대표 선발 비리 등 임원의 지위로 할 수 있는 온갖 나쁜 짓들은 다 적혀 있었다. 주요 임원들이 죄다 기소되거나 구속되니 수영 연맹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대한체육회는 결국 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행정 기능을 상실한 수영 연맹은 결국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전락했다 ⓒ 대한체육회 제공
행정 기능을 상실한 수영 연맹은 결국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전락했다 ⓒ 대한체육회 제공

따라서 수영 연맹 대신 이를 관리하고 있는 대한체육회가 적극적으로 몰카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7일 1차적으로 선수촌을 점검했고, 조만간 전문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정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이 알려진 것은 4월이었다. 언론의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하기 위해서 무려 4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는 것이다. 비록 선수들이 이 사실을 알리기 꺼려 했다지만 그 동안 지도자들은 무엇을 했는 지 묻고 싶다. 피해자인 여성 선수들은 가해자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고 말한다. 만일 지도자들이 이 사건을 모르고 있었다면 이는 국가대표팀 관리와 선수단 장악에 크나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고, 알고 있었다면 범죄 행위를 방조, 또는 동조한 행위다.

이미 여성에 대한 몰카 문제는 사회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여성에 대한 각종 몰카를 올리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소라넷’ 사건도 있었고, 이제 공공장소나 화장실에서는 ‘몰카는 범죄다’라는 문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한국 체육계에서는 이미 성추문으로 홍역을 앓은 바 있다. 2011년에는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2013년에는 역도 대표팀이 성추문에 휩싸였고, 2014년에는 컬링 대표팀이 성추행에 항의하는 뜻에서 집단 사표를 내기도 했다. 주기적으로 성추문이 꾸준하게 발생한다는 것은 성범죄와 관련한 사안에 각 단체들이 얼마나 책임감 없고 무감각한 지 보여준다.

‘워터파크 사건’ 이후 1년…다시 ‘몰카 근절’ 분위기 조성 계기 되어야

이번 사건의 책임은 한국 사회에게도 있다. 몰카 근절을 위해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경찰과 국회, 정부 역시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 2015년 8월 워터파크 샤워장과 탈의실을 몰래 촬영한 영상이 유포된 이후 전 국민적으로 ‘몰카는 근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실제로 몰카 근절을 위한 입법 활동이나 단속 강화 등 후속 조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2011년부터 몰카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몰카 방지 예방 캠페인
강력한 후속 조치는 없지만, 몰카 방지를 위한 캠페인은 진행되고 있다 ⓒ 서울경찰청 제공

진천선수촌 사건은 ‘반짝’했다가 조용히 묻힌 몰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 한 번 이끌어낼 수 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다른 몰카 사건들보다 관심은 더욱 크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이 신중하게, 하지만 신속하게 징계 여부와 형사 고발 등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단, 전제 조건은 ‘강력한 처벌’이다. 솜방망이 처벌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비겁한 내 식구 챙기기’라는 비난을 받을 뿐이다. 이것은 ‘내 식구 챙기기’도 아니다. 가해자도 수영 선수지만, 피해자 역시 수영 선수다. 비겁할 뿐만 아니라 남성적인 시선에서 여성 선수에게 또다시 폭력을 저지르는 행위다. 비록 현행법은 몰카 범죄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이 징계는 과감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 법이 관대하더라도, 대한체육회는 관대해서는 안된다.

게다가 대한체육회는 수영 종목에 한정짓지 않고 선수촌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공개적으로 수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얼마나 더 성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여기서 추가 범행이 밝혀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체육이 통째로 뒤흔들리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밝히고 확실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체육계는 국민들에게 신뢰 받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

우려되는 2차 피해…확실하고, 속 시원하게 처리하라

이 와중에 더욱 우려되는 것은 피해자가 되어버린 여성 선수들이다. 이미 정신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은 상태에서 또다시 고통 받을 가능성은 꽤 높다. 여성 선수들의 실명과 각종 개인 정보들이 거론될 수도 있고, 수사 과정에서도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2차 피해로 신음하는 몰카 피해자들을 많은 보도를 통해 접해왔다.

그들은 그저 국가대표가 될 만큼 수영 실력이 뛰어났고,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명백히 그들은 보호 받고 존중 받아야 한다. 이들에게 “짧은 치마를 입으니까 성폭행을 당하지” 식의 헛소리는 하지 말자. 그들에 대한 관심 보다는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 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저 찌질하고 철없는 젊은 남자들, 속칭 요즘 말하는 ‘한남’의 일탈에 왜 이렇게 거품을 무냐고. 하지만, 이는 성범죄의 심각성과 피해자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성 관련 범죄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는, 굉장히 심각한 범죄다.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나는 이번 사건을 통해 대한체육회의 속 시원한 모습을 보고 싶다. 가해자에게는 철저한 수사와 함께 엄격한 징계를, 피해자에게는 아무 걱정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는 것에 부끄러워 하지 말고, 이런 사건이 자신들이 관리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 하길 희망한다. 아무쪼록 피해를 당한 선수들에게는 위로와 응원을,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체육 단체들에게는 엄격한 처벌과 함께 다시 한 번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

wisdragon@sports-g.com

[사진 = 올림픽 수영 경기 장면 ⓒ A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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