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김치찌개 회식’, 저희가 한 번 해봤습니다


김치찌개 회식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27일 ‘스포츠니어스’ 창간 이후 첫 출장이 잡혔다. 강원도 양구로 취재를 간 것이다. ‘스포츠니어스’ 대표인 나와 세 명의 기자가 함께하는 첫 출장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도중 고생하는 기자들을 위해 대표인 내가 사비를 직접 털어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첫 취재에서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낸 기자들을 위한 자리였다. 이미 첫 미팅 당시 기자들과 함께 독일산 고급 냉동 대패 삼겹살 파티를 했던 탓에 이번에는 조금 더 특별한 메뉴를 선정했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김치찌개였다.

식당에 들어서니 8천 원짜리 동태찌개와 7천 원짜리 김치찌개가 걸린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기자들의 의사를 100% 존중하는 나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음껏 먹어. 난 김치찌개로 할게.” 입술이 이미 “동”을 발음하려던 한 기자가 머뭇거렸고 또 다른 기자는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식당 사장님이 그때 말을 재빨리 가로챘다. “동태찌개 맛있어요. 그걸로 할까요?” 나는 정말 동태찌개보다 김치찌개를 더 좋아한다. 진짜다. 동태찌개가 1천 원 더 비싸고 그게 4인분이면 4천 원이 더 비싼데 이 돈이면 톨게이트비를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정말 동태찌개보다 김치찌개를 더 좋아해서 말했다. “너희들은 먹고 싶은 거 시켜. 사장님, 저는 일단 김치찌개 주세요.” 그러자 기자 셋이 힘이 빠진 듯 말했다. “저희들도 같은 걸로 주세요.” 아마도 힘이 빠진 걸 보니 첫 취재가 무척이나 피곤했던 모양이다.

김치찌개
출장 후 꿀맛 같은 김치찌개 회식 자리에서 기자들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내가 잠시 화장실에 들른 사이 근사한 김치찌개가 나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도 김치찌개 회식을 할 정도로 모두가 사랑하는 김치찌개는 역시나 맛있었다. 그런데 기자들은 입맛이 없어보였다. 아무래도 첫 취재가 무척이나 고달팠던 모양이다. 김치찌개 안에 있던 가루 비슷한 돼지고기를 한 기자의 밥숟갈 위에 올려줬다. “많이 먹어. 그래야 좋은 기사도 쓰지. 김연경도 이거 먹은 다음부터 더 펄펄 날더라.” 그런데 이 기자는 편식이 심한 모양이다. 아니, 채식주의자였던 모양이다. 내가 올려준 가루 비슷한 돼지고기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내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것도 아닌데 김치찌개 같은 귀한 음식 속의 돼지고기를 먹을 자격이 없다’는 눈빛이었다.

그러다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다들 아주 잘 익은 중국 흑룡강산 김치를 뒤척이고 있던 그 순간, 내 밥 밑에 있던 묵직한 무언가가 살짝 속살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속살은 노랗고 하얬다. 기자 셋은 놀랍다는 듯 숟가락질을 멈췄다. 내 밥 밑에 있던 게 다름 아닌 달걀 프라이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식당 사장님이 실수로 내 밥 밑에만 달걀 프라이를 깔아 놓은 모양이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허허, 이게 뭐야. 나 달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사장님이 또 나를 텔레비전에서 봤다고 챙겨주셨네.” 그러자 옆 테이블을 치우던 식당 사장님이 김연경의 강스파이크와도 같은 등짝 스매싱을 나에게 날리며 말했다. “어유 총각, 아까 화장실 가면서 몰래 달걀 프라이 하나만 깔아 달라며.” 나도 울고 기자들도 울고 이 달걀을 낳은 닭도 울었다.

김치찌개
“자네, 이 고기 좀 먹게.” 노사 간에 끈끈한 정을 나누는 ‘스포츠니어스’ 회식 모습.

이후 회사 내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성대한 김치찌개 회식 이후 한 기자는 몰래 ‘인터풋볼 신입 기자 모집’이라는 내용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다 발각됐고 또 다른 한 기자는 다량의 이력서가 본인의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서 발견됐다. 동석했던 나머지 한 기자는 그날 이후 잠적한 상태다. 카톡의 노란색 ‘1’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답장은 없다. 아마도 첫날 취재 이후 무척이나 피곤했던 모양이다. 원래부터 체력이 좋지 않아 보였는데 아직까지도 휴식이 필요해 연락이 없는 것 같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라는 보양식을 먹고도 기력을 차리지 못하는 걸 보니 현장을 누비는 기자로서의 자격은 아마도 부족한 듯 싶다.

이제 막 출범한 신생 매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주변에서는 이게 김치찌개 회식 때문이란다. 강원도까지 가 취재하느라 고생한 기자들에게 김치찌개 따위를 먹게 해서는 안 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강력한 반론을 내고 싶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그 노고를 치하 받으며 먹었던 이 고급진 김치찌개가 왜 문제가 되느냐고 말이다. ‘배구계의 메시’라던 김연경도 금메달에 대한 보답으로 김치찌개를 먹는데 우리 기자들은 왜 안 되느냐고 묻고 싶다. 취재도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취재보다는 배구경기가 체력적으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 텐데 그녀들도 김치찌개를 먹었다. 신생 매체 ‘스포츠니어스’의 근간이 흔들리는 건 김치찌개 때문이 아니라 요즘 젊은 친구들의 정신력이 나태해서 아닌가.

김치찌개
“동작그만 밑장빼기냐.” 밥 밑에 깔았다가 걸린 달걀 프라이의 처참한 모습이 보는 이들의 탄식을 자아낸다.

논란을 해결할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우선 김치찌개를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대단한 업적을 세웠을 때 먹는 고급진 음식으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자들도 대표님이 베풀어주시는 중국 흑룡강산 김치가 들어간 김치찌개 한 수저에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현실적으로 안 된다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을 때 먹는 음식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해당 종목 협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전자가 힘들다면 이제는 후자가 유일한 해결책일 것이다. 한우 파티를 해도 최선을 다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날 한 끼에 대해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앞으론 더 이상 태극마크를 달고 땀 흘린 선수들이 그 보상으로 언제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음식을 먹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이 돌아선 우리 기자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더 이상 김치찌개 회식은 안 할테니 마음 풀어라. 이제부터 동태찌개까지 허락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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