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강지민 기자] FC서울은 오는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산둥 루넝(이하 산둥)과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 1차전을 치른다.

FC서울과 산둥은 조별 예선에서부터 같은 조로 이미 두 차례나 겨룬 바 있다. 지난 3월 16일 지난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렸던 경기에서 FC서울은 4골을 몰아 넣으며 산둥에게 대승을 거뒀다. FC서울은 정규 리그 개막 전임에도 불구하고 무게감 있는 탄탄한 스쿼드를 뽐냈고 대한민국 클럽 중 유일하게 ACL 예선 중국 원정에서 승리하며 대한민국 클럽의 저력을 보여줬다. FC서울은 조별 예선에서 4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나가며 4승 1무 1패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두 팀은 모두 시즌 도중 감독을 교체했다. FC서울은 최용수 전 감독자리에 황선홍 감독이, 산둥은 마노 메네제스 전 감독자리에 펠릭스 마가트(이하 마가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의 교체는 단순한 교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두 팀 감독 모두 부임 후 첫 ACL 경기를 치른다. 때문에 양 팀 모두 조별 예선 때 보여줬던 플레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팀 감독의 지략에 더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로운 두 수장은 서로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이기 때문에 더 철저히 분석해 준비해야 할 것이다.

황사 머니로 급한 불은 끈 산둥, 스타플레이어 진가 보일지 미지수

오히려 급한 쪽은 산둥이다. 산둥은 현재 불안한 경기력 속에서 리그 11위에 위치해 있다. 높은 순위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성적으로 리그에서는 다음 시즌 ACL 출전권을 따내기엔 역부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FC서울과의 8강전에서 패배한다면 잔여 시즌 경기 결과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이번 경기의 승리가 절실하다.

지난 시즌 중국 슈퍼리그 득점왕 출신 알로이시오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인 타르델리 대신 파격적인 투자로 그라지아노 펠레(이하 펠레)와 파피스 시세(이하 시세)를 데려 왔다. 펠레는 전형적인 타겟형 스트라이커로 원터치 슈팅이 뛰어나고 강력한 제공권을 가진다. 올 시즌 중국 슈퍼리그에서도 6경기 3골을 넣으며 나쁘지만은 않은 출발을 하고 있다.

일명 UFO슛으로 유명한 시세는 12-13시즌부터 6시즌 동안 뉴캐슬 유나이티드(이하 뉴캐슬)에서 131경기에 출전해 44골을 넣은 정상급 공격수다. 시세는 적지 않은 나이로 이번 시즌 6경기 2골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이다. 시세는 분데스리가에서도 뛴 경험이 있어 분데스리가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마가트 감독의 전략에 좀더 용이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록으로 입증한 FC서울, 주요 선수들의 ACL 활약 기대 

펠레와 시세 같은 스타플레이어의 유무가 팀 승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팀 분위기 역시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리그 5연승을 달리며 제대로 상승 기류를 탄 FC서울 역시 여느 스타플레이어 부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름의 사나이’ 데얀의 부활도 기대해 볼만 한 대목이다. 데얀은 최근 FC서울이 연승 가도를 달리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팀의 반전의 계기가 된 경기였던 포항전을 시작으로 슈퍼매치 때를 제외하고 1골 이상씩 성공시키며 단숨에 리그 득점 3위에 올랐다. 한 경기당 평균 1.2골을 터트리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FC서울은 이번 시즌 유독 ACL 무대에서 큰 득점 차이로 대승을 거두고 있다. 그 기록에는 아드리아노가 존재한다. 아드리아노는 이번 시즌 ACL에서 11골을 성공시키며 대회 득점 선도는 물론 역대 ACL 최다 득점 기록을 2골 차로 따라잡으며 ACL역사의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징계 이후 리그 출전 시간만으로 따졌을 때 다른 선수들 보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이번 산둥 전에서 아드리아노의 화력이 기대된다. 특히 산둥을 상대로 아드리아노는 이미 2골을 기록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도 특유의 자신감과 함께 득점을 기대해 볼만 하다.

또 자신감을 되찾은 윤일록의 활약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윤일록은 황선홍 감독의 부임 이후 포지션 변화로 잠시 주춤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플레이로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황선홍은 그런 윤일록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특정 수비상황 외의 플레이는 자유롭게 하도록 뒀다. 자신을 믿는 감독에 보답하듯 윤일록은 최근 연승했던 경기에 모두 출전해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슈퍼매치때 성공시킨 원더골로 팀의 승리를 이끌면서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한 듯 하다.

황선홍 감독은 빡빡한 7월 일정 속에서 FC서울을 맡게 됐다. 시즌 중반에 팀을 완전히 자신의 색깔로 바꾸는 데엔 분명 한계가 있었고 본인도 이 일정 속에서 무리하게 변화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사다난한 7월 일정 후 일주일 동안의 짧은 휴식 기간을 이용해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동시에 틈틈히 자기 스타일로 팀을 녹여내는데 힘 썼다. 슈퍼매치의 승리로 팀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에 황선홍 감독 역시 승리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을 것이다. FC서울의 상승 기류가 펠레와 시세도 제압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K리그와 다른 용병제도, FC서울에 큰 변수 될까

K리그에서는 한 경기 최대 3명의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있다. 반면 슈퍼리그는 한 경기 최대 4명의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있다. 한편, ACL에서는 4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고 1명은 반드시 아시아 선수여야만 한다. 사실상 총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셈이다. 라인업 중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를 외국인 선수에게 할당 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이 갖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

특히 산둥은 펠레와 시세 외에도 브라질 출신 수비수 지우와 아르헨티나 출신 왈테르 몬티요 (이하 몬티요)와 주실레이가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게다가 주실레이는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갖고 있어 아시아쿼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선수 무장한 라인업을 들고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3명의 선수는 이미 ACL F조 조별예선에서 맞붙은 바 있다. 펠레, 시세와 함께 경계해야할 선수들이다. 특히 주실레이는 1차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넣기도 했기 때문에 주실레이를 봉쇄하는데도 신경 써야 한다. 게다가 몬티요는 올 시즌 7골을 넣으며 팀 내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방심하는 순간 실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FC서울은 어느 누구 하나 방심해서는 안된다.

지난 13일 슈퍼매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황선홍 감독은 “승리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과정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팬들에게 경쾌한 축구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본인의 색깔이 잘 녹아 들어 팀 성적이 안정권에 들어섰기 때문에 매 경기마다 발전된 경기력이 기대된다. 이번 산둥과의 경기는 서울의 홈 경기이다. 많은 팬들의 기대 속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많은 관중도 예상된다.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황 감독이 부임 이후 늘 강조했던 자신감을 갖고 상대 흐름에 말리지 않는다면 현재 좋은 경기를 보이고 있는 FC서울이기 때문에 충분히 FC서울만의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사진= 펠릭스 마가트, 황선홍, 그라지아노 펠레, 파피스 시세, 데얀, 아드리아노, 윤일록, 주실레이 ⓒ 산둥루넝 홈페이지, FC서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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