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선수와 인터뷰를 했다. 한 시간 가량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는 칼럼으로 내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적 등 미묘한 문제가 너무 많이 겹쳐 있어 지금 상황에서 이 선수의 입장을 공론화했다가는 자칫 선수 본인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고 대중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속 시원히 해명할 수도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그러다가 혹시라도 계약 협상 중인 그가 피해를 입는 걸 원치 않았다. 안타깝지만 선수에게 동의를 구한 뒤 선수 본인을 위해 인터뷰 내용은 모두 폐기처리 했다. 이 선수도 칼럼 한 편보다 자신의 입지를 생각해 줘 고맙다면서 이적 문제가 마무리되면 그 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까지도 나에게 가장 먼저 털어놓겠노라고 약속했다. 특종에 가까운 칼럼 하나를 놓쳤지만 나는 그래도 이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적 루머, 대다수가 사실 아니다

K리그 시즌이 끝나고 늘 그랬던 것처럼 이적 루머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언론을 통해 루머가 퍼지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축구 커뮤니티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루머가 마치 사실처럼 공유되기도 한다. 읽다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참 많다. 만약 이대로만 다 이뤄진다면 겨울 이적 시장이 대단히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많다. 출처 불분명한 연예가 소식을 전하는 이른바 ‘찌라시’를 사람들이 이래서 좋아하는 것 같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 물밑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나도 알고 있다는 심리는 마치 훈련소에서 아무도 모르는 자대 배치 명단을 나만 알고 있을 때만큼이나 짜릿하다. 여기에 축구 커뮤니티에서 흘러나오는 이적 루머 중 상당수는 아주 탄탄한 ‘스토리 라인’까지 갖추고 있으니 흥미를 갖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사실을 확인해 보면 진실과 거리가 먼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인터뷰를 다 마친 뒤 결국 인터뷰를 내지 않기로 한 선수에 관한 이야기도 이적 루머상으로는 전혀 반대의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이 선수는 루머상의 입장과는 반대에서 이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루머상 언급된 구단이 아닌 전혀 다른 두 구단과 협상 중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선수의 인터뷰를 내지 않은 것도 이 두 구단과 원소속 구단과의 이적 협상 과정에서 이 선수가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또 다른 한 선수는 루머상으로는 본인이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을 거부했다고 했지만 구단이 재계약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고 또 다른 한 선수 역시 얼마 전에 만나 직접 이야기해 본 결과 더 좋은 팀을 선택하기 위해 본인이 구단에 이적을 요청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루머상으로 이 선수는 구단에 등을 떠밀린 상황으로 묘사돼 있다. 정반대의 상황이다.

축구 커뮤니티에서 도는 ‘찌라시’성 루머를 지탄하려는 건 아니다. 비시즌 동안 팬들이 가장 큰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게 바로 선수들의 이적이기 때문이다. 데얀이 어떤 비행기를 타고 와 누구를 만나 계약 이야기를 나누는지를 알아 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고 혹시라도 새벽에 뜬금없이 이적 소식이 전해질까봐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축구 뉴스란부터 접속하는 것도 축구팬들의 비시즌 일상이다. 내가 응원하는 팀의 주축 선수가 떠난다는 소문에 가슴 졸이고 초대형 영입이 이뤄진다고 해 하루 하루를 흥분하며 살아가는 것도 축구팬들의 숙명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재미로만 봐야 한다. 왜?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축구 커뮤니티에 도는 이적 루머 중 80~90%는 소설(?)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비시즌 동안 이런 흥미로운 소설을 제공해 주는 소설가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이 루머 중 대다수는 번지수를 잘못 짚고 있다.

그래도 적중률이 높아 보이는 이유

단순히 재미로만 봤으면 좋겠다. 이걸 언론사의 공식 보도라고 믿어버리면 안 된다. 어차피 이 이적 루머가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책임질 만한 사람은 없다. 그냥 진지하고 심층적인 ‘베스트일레븐’ 대신 김현회와 샤다라빠가 이상한 소리만 해대던 가벼운 ‘풋볼위클리’를 읽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나도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고 받아들이면 혹하는 이적 루머도 많지만 사실 그 안의 속사정을 정확히 선수 본인에게 들은 후에는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이어서 당황했던 적도 많다. 단순히 재미로만 받아들이면 이렇게 당황할 일도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증권가 찌라시’의 적중 확률보다도 축구 커뮤니티의 이적 루머가 훨씬 더 적중 확률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축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축구 커뮤니티의 이적 루머가 훨씬 더 재미있지만 말이다. 그냥 편하게 ‘이런 상상도 할 수 있구나’라고 넘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적 루머를 상당히 믿는 입장에서는 그 동안의 적중률이 꽤 괜찮았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껏 재미로 축구 커뮤니티 이적 루머를 즐겼던 ‘열혈 애독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 주장에는 두 가지 허점이 있다. 첫 번째로 전혀 언급되지 않던 이적 루머가 실제로 급물살을 타게 되면 원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데얀이 서울로 온다는 SNS 사진을 올리자 갑자기 이적 루머에는 데얀이 FC서울로 이적할 것이라는 내용이 쓱 들어가더니 FC서울 측에서 이 사실을 부인하자 데얀의 행선지는 원래 서울이랜드FC였고 현재 서울이랜드FC와 연봉 협상 중이라고 ‘팩트’ 자체가 전혀 달라지는 경우다. FC서울을 가건 서울이랜드FC를 가건 데얀이 만약 둘 중의 한 구단에 입단하게 된다면 이 이적 루머는 맞는 게 된다. 이런 식으로 언론 보도에 의해 가시화된 이적을 루머에 쏙 끼워 넣으면 적중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내가 축구 커뮤니티 이적 루머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속된 말로 ‘얻어 걸리는’ 게 꽤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마 축구 커뮤니티 여기저기에는 이적 루머가 수십 개씩 쏟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들 중 한두 개는 맞을 수도 있다. 워낙 많은 소스를 던져 놓다보니 이 루머가 다 사실을 피해가는 게 더 어려울 일일 것이다. 이번 비시즌에는 정성룡의 이적과 김병지의 계약만료 등으로 유난히 골키퍼 대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골키퍼 이적에 대한 루머를 여러 개 푼다면 이적 루머의 적중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속된 말로 막 던지면 된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몇 년 전 비시즌 이적 루머를 한 번 살펴보라. 아마도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소설이 참 많을 것이다. 이들 중 하나만 맞아도 우리는 적중한 한 가지 사실에만 집중한다. 마치 점을 봤는데 점쟁이가 말한 수십 가지 예언 중 하나만 맞아도 족집게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새 내 상태를 보고 “내년에도 결혼은 힘들겠어”라고 말하는 건 점쟁이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단순히 재미로만 보자

사실 이 칼럼을 준비하면서 이적 루머를 작성하는 이의 실체를 알아봤다. 꼭 그를 손가락질 하자는 게 아니라 그가 어떤 방식을 통해 어떤 소스를 얻는지 과정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선수 본인이 전해주는 이야기도 변수가 생겨 100% 현실이 되지 않는데 이런 이적 루머를 작성하는 이를 100% 신뢰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적중률을 떠나 그저 이렇게 K리그 팬들이 비시즌이면 열광하는 이적 루머를 양산하는 이의 정체가 궁금했다. 하지만 여러 곳을 수소문 해봐도 작성자를 찾을 길이 없었다. 나에게 답변을 준 모든 이들은 그저 “나도 어딘가에서 퍼온 글”이라는 말뿐이었다. 축구 커뮤니티에 떠도는 여러 이적 루머를 받아들이는 팬들이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이상으로는 진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미로만 받아들이면 뭐 비시즌 동안의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괜찮다. 신년 운세를 보는 이들 중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없지 않은가. 그냥 재미로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