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새 감독, 김병수가 적임자인 7가지 이유

포항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이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5년 동안 정든 구단과 결별하기로 했다. 포항은 지난 달 29일 “황선홍 감독이 새로운 발전을 위해 재충전 시간을 갖기로 했다”면서 떠돌던 루머가 사실이라고 밝혔다. 2010년 11월 포항에 부임해 2012년 FA컵 우승에 이어 2013년에는 K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석권하는 더블 우승의 대기록을 작성하며 포항의 찬란한 역사를 이끌어간 황선홍 감독의 사퇴는 참으로 아쉽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더 멋진 지도자가 돼 돌아올 그를 기대하며 이제는 포항의 새로운 감독을 찾아야 할 때다. 여러 감독들이 포항의 새 사령탑 후보에 오르고 있지만 나는 영남대학교를 지휘하고 있는 김병수 감독이 포항의 새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지극히 주관적인 내 생각을 전하려 한다. 물론 나는 그에게 커피 한 잔 얻어 먹은 적 없는 사이라는 것부터 밝힌다.

1. 포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포항은 스토리 있는 감독을 원한다. 단순한 축구 지도자가 아니라 포항 구단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이를 감독으로 선임해 정통성을 이어나가려는 의지가 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김병수 감독은 어쩌면 자격 미달(?)로 보일 수도 있다. 그가 선수 생활 기간 동안 포항 유니폼을 입은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크라머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축구 인생 50년 만에 만난 천재”라고 극찬한 김병수는 결국 부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 끝에 1993년 일본 실업축구 팀인 코스모 석유에 입단했고 훈련 없이 경기만 뛰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이후 1997년 오이타 트리니타를 잠시 거친 뒤 공식적인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선수로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그가 프로 무대에서 보여준 이력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그는 포항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1998년 포항 유소년 팀인 포철공고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이곳에서 오범석과 황진성, 박원재 등을 키워냈다. 포철공고가 이전까지는 그럭저럭 축구를 잘하는 학교였지만 김병수 감독 부임 이후 포철공고는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경기를 펼치면서 고교 최강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포철공고 출신 선수들은 졸업 후 포항에서 데뷔해 대단한 활약을 펼쳤고 김병수 코치 역시 2002년부터 포항스틸러스 코치와 기술부장을 지냈다. 그가 포항에서 유소년들과 2군 선수들을 조련한 시간만 하더라도 10년에 이른다. 비록 그는 선수 시절 포항의 레전드는 아니었지만 지도자로서는 포항의 레전드 평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유영진이 SM엔터테인먼트에서 음반을 발매하고도 실패하며 가수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그가 프로듀서로서 SM엔터테인먼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된 것과 마찬가지다. 포항은 김병수 감독을 영입함으로서 특별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2. 개성 있는 축구를 할 수 있다

별명은 남들이 지어줘야 한다. 억지로 내가 “오늘부터 저를 강동원 닮은 칼럼니스트라고 불러주세요”라고 하더라도 이 말을 따라줄 이는 없다. K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감독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축구를 구사한다면서 작위적인 팀 컬러와 별명을 지었다. 개인적으로 박경훈 제주 전감독을 상당히 존경하지만 그 중 그가 말했던 ‘방울뱀 축구’ 같은 작위적인 별칭은 좀 아니었던 것 같다. 제주의 경기력은 매력적이었지만 허점이 보이면 한 번에 강한 독으로 제압하는 방울뱀처럼 상대를 압박하다가 틈이 보이면 바로 한 방을 날리겠다는 ‘방울뱀 축구’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서울 최용수 감독도 “무조건 공격해”라는 의미의 ‘무공해 축구’를 하겠다고 했지만 서울 축구가 냉정히 따져 공격적인 축구는 아니지 않나. 자고로 팀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른 별명은 경기를 보고 남이 지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긍할 수 있는 K리그 구단의 슬로건은 전북의 ‘닥공’이나 울산의 ‘철퇴 축구’, 그리고 포항의 ‘스틸타카’ 정도일 것이다. 이는 감독이나 구단에서 의도적으로 내건 슬로건이 아니라 경기를 지켜본 팬들이 스스로 지어준 사례다. 적어도 다른 구단에 비해서는 확실히 개성 넘치는 경기력을 선보여야 모두가 인정하는 별칭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김병수 감독은 대단히 개성적인 축구를 펼친다. 패스라면 K리그에서 정평이 나 있는 포항보다도 영남대가 패스를 더 많이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병수 감독의 축구는 섬세하고 견고하다. 만약 그가 K리그 지도자로 입성한다면 그의 축구에 어떤 별칭이 붙을지는 모르겠다. 폭탄 돌리기를 하듯 서로 패스를 한다고 해 ‘폭탄 축구’가 될 수도 있고 중원을 압도한 ‘질식 축구’가 될 수도 있다. 아마도 개성 넘치는 그의 축구를 보며 팬들이 스스로 별칭을 하사할 것이다. 나는 그가 포항을 맡아 김병수식 축구를 선보이며 어떤 별칭을 얻을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라면 아마도 개성 넘치는 슬로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 이미 지도력을 입증했다

김병수 감독은 2008년 포항 기술부장직을 내놓고 영남대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당시 영남대의 상황은 암담했다. 해체설이 나돌며 선수가 18명밖에 없었고 이중 몇 명은 지금의 나보다 더한 비만으로 축구선수라고는 볼 수도 없었다. 부상자까지 발생해 자체적인 11대11 훈련을 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김병수 감독은 1년 만에 춘계대학연맹전과 전국대학축구대회에서 8강에 오르더니 이듬해에는 춘계대학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무려 33년 만에 영남대의 우승을 이끌어 냈다. 이후에도 영남대는 승승장구했다. 2012년에는 추계대학연맹전에서 우승을 거뒀고 2013년에는 U리그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영남대의 U리그 우승은 비수도권 대학 최초의 우승이어서 의미가 더했다. 좋은 선수들이 연세대나 고려대 등 수도권 대학으로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비수도권 대학의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성인팀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FA컵 8강에 진출했고 올해에도 FA컵 16강에서 비록 성남에 패하기는 했지만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당시 그가 발굴해 낸 선수들이 바로 이명주를 비롯해 신진호와 김승대, 손준호, 김준수 등이다. 이명주는 중동으로 떠났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지금도 포항의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나 고등학교 시절 수비수로 뛰면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해 진학할 대학이 마땅치 않았던 이명주는 김병수 감독의 부름을 받고 영남대에 입학해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 대성공을 이뤘다. 당시 김병수 감독은 신장이 작은 이명주를 수비수로 계속 기용하는 대신 공 다루는 실력을 보고 그를 과감히 중원에 배치해 지금의 ‘슈퍼스타 이명주’를 만들어 냈다. 나는 그가 이런 대단한 지도력을 이제는 프로팀에서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4. 포항 선수들을 잘 안다

새로운 감독이 감독으로 부임하면 선수단을 파악하는 시간이 꽤나 걸린다. 기존 K리그 무대에서 감독 생활을 했던 이들도 새로운 팀 감독이 되면 시간이 필요한데 특히나 아예 K리그 무대를 경험하지 못한 지도자는 더더욱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새 얼굴로 개혁을 노리는 포항으로서는 이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병수 감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앞서 말한 김승대와 손준호, 신진호, 김준수 등이 모두 영남대 시절 김병수 감독의 작품인 건 물론 황지수와 김광석, 신화용 등도 김병수 감독이 포항 2군 코치였을 때 함께 키워낸 선수들이다. 그냥 얼굴만 알고 지내는 정도가 아니라 이 선수들의 특징 하나 하나를 이 선수들 부모님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이가 바로 김병수 감독이다.

한 예로 김승대는 고등학교 시절 측면에서 주로 활약하는 선수였는데 영남대에서 김병수 감독의 지도를 받고 중앙에서 라인을 깨는 플레이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지금은 김승대가 K리그에서 최고의 ‘라인 브레이커’로 각광받고 있다. 순간 스피드와 체력이 좋은 김승대를 알아 본 김병수 감독의 작품이었다. 이런 식으로 김병수 감독은 현재 포항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 상당수의 특징을 꿰고 있다. 다른 감독이 선수들을 파악하고 적응하는 시간이 걸리는 반면 김병수 감독이 포항 지도자로 부임한다면 부임하자마자 곧바로 팀에 적응할 수 있다. 새로 만든 여자친구의 식성은 모르지만 전에 만났던 여자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는 모든 걸 알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5. 투자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다소 서글픈 사실일 수도 있지만 포항 구단은 과거만큼 막대한 투자를 하지 못한다. 이런 방침은 아마도 향후 몇 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른 빅클럽에 비해 포항의 투자가 부족한 건 사실인데 만약 이런 상황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지도자가 필요할까. 바로 스타급 선수를 영입하기보다는 발굴해 내 키울 지도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김병수 감독이 제격이다. 김병수 감독의 특별한 철학 중 하나는 “대표팀에 발탁될 정도로 이미 기량이 만개한 선수는 뽑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풍부한 선수를 발탁해 길러내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가 키운 선수가 대표팀에 선발되는 건 환영하지만 원래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말한 이들 중 대다수는 김병수 감독의 손을 거치기 전까지는 실제로도 그리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이다.

씁쓸한 일이지만 포항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포항은 최근 몇 년 동안 빅스타를 영입하기보다는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을 잘 활용하는 구단으로 변모했다. 당연히 차기 감독 역시 이런 방식에 능해야 한다.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포항은 김병수 감독을 선임하면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도 투자 금액을 능가하는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만약 당장 성적이 나오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미 유소년 축구와 대학 무대에서 선수 육성과 발굴에 능력을 보인 김병수 감독을 기다려줄 명분이 생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김병수 감독이 또 다시 슈퍼스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포항에 “투자하라”고 하는 건 팬들의 당연한 요구지만 포항 입장에서 본다면 그래도 적은 투자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을 것이다. 더군다나 스타 감독이 떠난 이후 팬들의 불만과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 좋지 않은 민심을 돌릴 수 있는 건 이미 포항에서 능력을 보여준 지도자 아닐까. 이명주와 김승대를 이만큼 키워낸 감독이 있는데 아직도 잡지 않고 뭣하나. 빨리 계약서를 들이 밀어라.

6. 대안이 별로 없다

포항이 선택할 수 있는 새 감독군은 별로 없다. 이미 K리그를 경험하며 능력을 보여준 이들 중에는 박경훈 감독 정도가 좋은 후보다. 하지만 제주를 꾸준히 잘 이끌다가 재충전을 위해 다시 대학 강단에 선 박경훈 감독을 1년 만에 다시 K리그 무대로 불러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진철 감독이나 신태용 감독 등 또 다른 능력 있는 지도자들은 이미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맡고 있다. 과거 포항의 영광을 함께 했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볼 수도 있지만 파리아스 감독은 포항 시절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 번 스틸야드에서 보고 싶은 감독이긴하지만 그냥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름다웠던 내 첫사랑 그녀가 애 셋을 키우는 아줌마가 됐을 때의 충격을 또 다시 축구장에서 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포항 출신 레전드인 홍명보 감독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가 언젠간 다시 한 번 지도자로서 부활해야 하고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안정과 수비를 바탕으로 한 홍명보 감독 스타일은 포항과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김병수 감독이 가장 좋은 선택이고 그 대안으로는 황선홍 감독과 함께 한 강철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하는 것 정도다. 이미 레모스 감독에 크게 한 번 당한 포항이 새로운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것도 상당한 모험일 것이다. 이제 포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할 시기다. 다른 대안이 있다면 더 많이 고민해도 되지만 이 상황에서는 별로 고민할 게 없어 보인다. 5지선다형에서 이미 답이 아닌 보기 세 개 정도는 지웠으니 가장 답에 근접해 보이는 두 개 정도의 보기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나는 그 정답이 김병수 감독 쪽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7. 이러다 김병수 감독을 놓친다

김병수 감독은 1970년생이다. 이미 감독으로 성인 무대에서 큰 성공을 맛보고 올림픽 대표팀 감독까지 올라선 신태용 감독과 동갑이다. 대학교 무대에서 선수들을 키워내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이제는 프로팀 감독으로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다. 더군다나 부상으로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고 1998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한 그는 17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경험을 쌓아왔다. 만약 35세에 은퇴한 선수가 있다면 52세의 나이까지 유소년과 대학 무대에서만 지도자 경험을 한 셈이다. 김병수 감독이 지금 여러 프로 구단에서 제의를 받아도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그가 수도권의 빅클럽 감독이 돼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그는 이미 오랜 시간 능력을 입증했다. 만약 포항이 이 좋은 기회에 김병수 감독을 잡지 않는다면 그를 K리그에서 적으로 만나야 할지도 모른다. 나처럼 ‘밀당’을 하다 그녀를 나보다 잘생기고 능력 있는 녀석에게 빼앗겨서는 안 된다. 우물쭈물하다가는 김병수 감독을 놓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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