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는 강하다. 전북은 시즌 전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이 개막하자마자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2위 수원과도 승점 9점차를 유지하고 있을 만큼 멀찌감치 앞서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남은 시즌 동안 전북이 험난한 행보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나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팀 내기를 한다면 당연히 전북에 걸겠지만 시즌 초반에 비해서는 전북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어제(30일) 열린 성남과의 원정경기에서도 전북은 1-0으로 승리를 챙겼지만 기존의 막강한 경기력을 뽐내지는 못했다. 지금부터 내가 앞으로 전북의 행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근거를 들어보고자 한다. 물론 나는 이런 예측이 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여러 의견 중 하나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에두 떠난 빈자리가 너무 크다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최근 다섯 경기에서 2승 1무 2패에 머물렀다. 이 다섯 경기에서 세 골을 넣고 다섯 골을 내줬다. 압도적인 1강의 실력을 자랑할 것이라던 시즌 초 예상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전북은 AFC 챔피언스리그 감바 오사카와의 8강 1차전 홈 경기에서도 시종일관 상대를 몰아쳤지만 결국 0-0 무승부에 머물고 말았다. 그나마 최근 다섯 경기에서 이동국과 레오나르도, 이근호가 한 골씩을 넣었을 뿐이다. ‘닥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전북으로서는 실망스러운 성적임에 분명하다. 어제 열린 성남전에서도 전북은 이동국의 페널티킥 골이 아니었더라면 승점 3점을 추가하지 못할 뻔했다. 리그 1위팀다운 경기력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전북의 최근 가장 큰 아쉬움은 에두의 부재다. 에두의 고별전이었던 지난 7월 8일 광주전 이후 전북은 4승 1무 2패를 기록 중인데 7월 11일부터 이어진 3연승을 제외하면 경기력이 상당히 떨어진 모습이다. 특히 에두가 떠나면서 공격진을 혼자 떠안게 된 이동국의 부담이 상당하다. 이동국이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수인 건 분명하지만 최근 그에게 주어진 임무가 너무 많다. 에두가 있을 당시에는 백업 역할을 하고 기회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이동국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방에서의 헤딩 경합은 물론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주는 역할까지도 이동국이 해야 한다. 애 다섯 명 보는 것도 힘들 텐데 경기에만 나오면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다. 하지만 이동국이 아니면 지금 전북 최전방 공격 자원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동국이 이제 37세의 노장 공격수라는 점이다. 사실 몇 년 전 이동국은 혼자 이런 막중한 역할을 다 소화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이동국은 하향세를 타는 선수다. 개인적인 팬으로서 부정하고 싶지만 이동국이 과거 전성기 시절 만큼 스피드를 발휘하고 순발력 있게 공을 터치하고 90분 내내 똑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며 체력을 관리할 수는 없다. 에두가 있을 당시 조력자, 혹은 백업 역할을 하는 정도로도 37세 노장 공격수의 몫은 충분히 하는 셈이었다. 더군다나 이동국은 지난 시즌 후반을 부상으로 날리는 등 팀에서의 비중이 조금씩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아쉽지만 이건 자연의 순리이고 세월의 흐름이다. 자연스럽게 대체자에게 자리를 내주고 부담감을 털어낸 채 정신적인 지주로 선수들을 이끌어주는 것만으로도 노장 공격수의 역할은 충분했다. 하지만 이동국은 지금도 전성기 시절 만큼 뛰어야 한다. 에두가 없기 때문이다.

이동국이 지쳤다

이동국은 어제 성남전에서 완벽한 찬스 두 개를 날렸다. 하나는 어이 없게 슈팅한 공이 하늘로 치솟았고 하나는 골대를 강타했다. 페널티킥 득점을 했어도 아쉬운 경기였다는 점을 부인할 수가 없다. 감바오사카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도 박원재가 흘린 공을 이동국이 득점으로 연결했더라면 경기를 더 쉽게 풀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상황에서 이동국을 탓하기 보다는 이렇게 된 상황을 탓해야 한다고 본다. 이 37세의 노장 공격수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치러진 6경기 중 5경기에 출장했고 이중 네 경기에서는 풀타임 활약했다. 540분 중 400분을 뛴 것이다. 그나마 전남과의 홈 경기에서 부상 때문에 쉰 게 다행일 정도다. 이 정도면 거의 노인 학대다. 하지만 전북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이동국이 아니면 딱히 최전방을 책임질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로 상당히 버거운 37세의 노장 공격수가 계속 풀타임을 소화하다보니 집중력 부족으로 득점 찬스를 날리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그래도 이동국은 죽어라 헤딩을 따내고 최전방에서 몸으로 버티며 공을 간수하고 있다.

대체자가 있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하지만 베라는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최강희 감독이 베라를 아끼는 게 아니라면 아직은 그에 대한 믿음이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하던 로브렉도 꾸준히 기용하며 최강희 감독이 살려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런 의미에서 베라에게 기회를 이렇게 적게 부여하는 건 베라가 최강희 감독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선수라고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지난 전남전에 나선 베라는 실제로 좋은 신체 조건에 비해서는 그다지 안정적인 볼 간수를 선보이지 못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고 적응기를 거치면 베라가 살아나고 전북의 공격진 운용에도 숨통이 트이겠지만 문제는 지금 당장이다. 반 시즌 만에 11골을 때려 넣은 에두의 존재가 그리울 수밖에 없다. 에두가 있었다면 골잡이 문제도 해결되고 여기에 이동국도 갖은 수모(?)를 당하며 풀타임을 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전북에는 에두가 없다.

에두의 대체자를 찾는 일은 당장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적시장도 문을 닫았다. 그렇다면 있는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 이동국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게 하는 건 ‘노망주’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팀 전체를 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보유하고 있는 자원인 이근호와 베라가 에두의 몫을 나눠서 해줘야 한다. 지난 포항전부터 살펴보면 전북이 넣은 세 골 중 두 골이 페널티킥이었고 한 골은 전남의 수비 실수를 틈 타 넣은 골이었다. 화끈한 공격력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이 전북의 매력이었는데 이 요소가 실종되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이동국의 능력은 여전히 리그에서 정상급이지만 그만을 믿으며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근호와 베라가 이동국에게 주어진 짐을 나누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전북이 그나마 최근 다섯 경기에서 2승을 챙기기는 했지만 과거처럼 경기 막판까지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선수를 투입하며 화끈한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다는 점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두의 역할, 여러 명이 나눠야

여기에 한교원과 레오나르도, 루이스, 김동찬, 이재성 등도 2선에서 한 선수당 서너골씩은 한 시즌에 뽑아줘야 한다. 과거 포항이 파리아스 감독 시절 잘 나가던 2009년에는 황진성과 김태수, 김재성 등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뽑아낸 공격 포인트만 하더라도 11득점 11도움이었다. 이렇게 한 명의 최전방 공격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2선 공격수들도 꾸준히 침투해 득점을 올리는 그림이 이상적이다. 11득점 11도움은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수 한 명을 보유한 것과 다를 게 없는 파괴력이다. 하지만 전북은 현재 이동국과 팀을 떠난 에두를 제외하고 2선 공격수 중 9득점 2도움을 기록 중인 레오나르도를 제외하고는 다들 득점력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전북은 에두의 빈자리를 누구 한 명으로 채울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에두 한 명의 역할을 여러 명이 나눠서 소화해야 한다. 또한 더 멀리 내다봤을 때 이제는 이동국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찾을 시기가 됐다. 이동국은 여전히 그라운드에 있을 때의 무게감이 대단하지만 에두와 이동국의 대체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북은 막강한 선수진을 보유하고도 앞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수도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남은 K리그의 마지막 자존심 전북이 다시 화끈한 공격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