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서울과 포항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경기에서는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하게 할 법한 대단한 골이 터졌다. 바로 포항 심동운이 그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고도 세상에서 가장 촌스러운 골 세리머니를 하고 말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오늘은 지난 주말 대단한 골을 넣고 눈물을 쏟은 심동운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대학 무대 평정한 심동운의 K리그 입성

풍생중과 신갈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에 입학한 심동운은 169cm라는 작은 키에도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대학 무대를 누볐다. 특히나 축구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플립플랩(발목 힘을 이용해 상대 수비를 제치는 기술) 등을 비롯해 실전에서 쓰기 어려운 다양한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한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개인 훈련 때마다 기술을 연마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과거 호나우지뉴가 즐겨 쓰던 개인기로도 유명한 플립플랩은 심동운의 전매특허였다. “대학교 때 그 기술로 많이 해먹고(?) 다녔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연마했는데 대학 무대에서 자주 써보니 잘 먹히더라고요.”

왕성한 활동량에 탄탄한 개인기까지 갖춘 심동운은 2011년 홍익대 축구부의 에이스 역할을 하며 U리그 권역리그 득점왕을 차지했고 이해 홍익대의 U리그 우승에도 큰 힘을 보탰다. 전국의 대학 축구 선수들이 대거 도전하는 이 무대에서 챔피언십 MVP는 심동운의 몫이었다. 3학년 신분으로 대학 무대를 평정한 심동운을 프로팀에서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대학교 3학년을 마친 뒤 과감하게 K리그 드래프트를 신청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어린 나이에 체력 조건도 왜소했지만 심동운이 드래프트 시장이 나오자 모두들 탐을 내게 됐고 결국 심동운은 전남으로부터 2순위라는 높은 순위에 지명되며 프로 무대에 입성하게 됐다. 그리고 심동운은 곧바로 전남의 주전으로 도약했다. 두 시즌 동안 59경기에 나서 9골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전남의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2014년에는 안용우의 영입으로 입지가 다소 좁아지기는 했지만 심동운은 지난해에도 20경기에 출장해 2골 1도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리그 4년차를 앞둔 심동운은 모험을 택했다.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전남에서 재계약 제의를 했고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막판에 마음을 바꾼 것이었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쟁쟁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포항이었다. “전남에는 상당히 미안하죠. 함께 할 것처럼 했는데 마지막에 팀을 떠나게 됐어요. 하지만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황선홍 감독과 포항에서 멋있는 축구를 하고 싶은 꿈이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포항을 택하게 됐습니다.” 심동운은 그렇게 올 시즌을 앞두고 포항 유니폼을 입게 됐다. 포항 역시 좌우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활동량과 현란한 드리블 능력을 갖춘 심동운에게 많은 기대를 걸게 됐다.

좀처럼 터지지 않던 올 시즌

하지만 심동운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플레이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유독 골운이 따르지 않으며 득점을 올리는 데 번번이 실패한 것이다. 지난 3월 수원과의 개막전에서부터 황선홍 감독은 김승대와 고무열을 제외하고 심동운과 이광혁을 선발로 기용할 만큼 심동운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이날 심동운은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두 차례 슈팅을 날리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이어 벌어진 울산과의 2라운드에서는 손준호의 골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심동운은 이후에도 꾸준히 경기에 투입됐지만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완벽한 골이라고 생각하는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거나 상대 골키퍼에 걸리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심동운은 점점 조급해지고 있었다. 리그 13경기에서 무려 16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그의 슈팅은 단 한 번도 상대편 그물을 출렁이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골이 터지지 않는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훈련 때면 가장 좋은 몸놀림을 보이는 심동운이 경기장에 나서면 그렇게 못하는 것도 아닌데 골이 없다는 건 상당한 의문이었다. 황선홍 감독도 “연습 때 하는 만큼만 하라”고 주문할 정도로 심동운의 유난히도 길어지는 침묵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동료들도 심동운을 많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마음고생이 심한 건 심동운 본인이었다. “주전 경쟁이 없는 팀은 없다고 생각해요. 동료들과의 경쟁을 크게 의식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제가 불만이었던 건 제 스스로 원하는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FA컵 때는 골이 있었는데 리그에서는 완벽히 ‘들어갔다’싶은 슈팅도 골문으로 가지 않더라고요. 언젠가는 터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만으로 버텼습니다.” 대학 무대를 평정하고 프로에 입성하자마자 주전으로 도약했던 심동운으로서는 겪어본 적 없는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지난 주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포항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죽어라 슈팅을 때려도 골이 터지지 않던 심동운에게도 중요한 경기였지만 지난해 FA컵 16강전과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 2차전에서 모두 서울에 비겼음에도 승부차기 끝에 패했던 포항에도 무척 중요한 한판이었다. 더욱이 포항은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서울에 빼앗긴 아픔도 있었다. 리그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도 포항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포항은 이날 전반 21분 박성호의 골로 앞서가다 전반 종료 직전 차두리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19분 신진호가 또 다시 골을 넣으며 2-1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심동운이었다. 심동운은 이날 오른쪽 측면에서 펄펄 날며 무려 5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답답해도 너무 답답했다. 포항이 앞서 나가고 있었지만 심동운에게는 자신의 골이 필요했다.

눈을 의심케 만든 심동운의 아름다운 골과 눈물

그런데 후반 36분 이재원이 수비 진영에서 한 번에 오른쪽 측면으로 넘겨준 공을 심동운이 잡았다. 빠른 전개라 동료들은 아직 공격 진영으로 올라오지 못한 상황이었다. 심동운은 여유롭게 공을 잡고 눈치를 살피더니 순식간에 눈 앞에 있는 김치우를 따돌렸다. 성인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그 플립플랩이었다. 심동운이 대학 시절 ‘많이 해먹고 다녔다’던 그 개인기였다. 심동운이 왼발로 공을 툭 쳤다가 반대 방향인 골 라인 쪽으로 몸을 돌리자 베테랑 수비수 김치우도 영락없이 속고 말았다. 경기장에서는 이 짧은 순간 벌어진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감탄하는 관중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실 프로 무대에서는 플립플랩을 쓸 기회가 많지도 않았고 한국 축구 정서상 이런 개인기는 좋게 비춰지지 않을 것 같아서 자제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서울전에서는 공을 잡았는데 김치우 선수가 달려들지 않고 기다리는 거예요. 그 순간 ‘아 이거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김치우를 완벽히 속인 심동운은 측면에서 그대로 골문을 향해 오른발 강슛을 날렸고 이 공은 이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서울 골키퍼 김용대를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심동운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더니 한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다들 기도 세리머니를 하는가 보다 했다. 동료들 역시 그에게 다가와 함께 축하를 보냈다. 그 누구보다 심동운의 마음 고생을 잘 알던 동료들은 “잘했다.” “고생했다”며 심동운을 토닥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라운드에서 일어난 심동운의 얼굴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지독히도 골이 터지지 않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자 눈물이 왈칵 쏟아진 것이었다. “팀과 동료들에게도 미안했고 스스로에게도 참 가혹한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마침내 골을 넣으니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떠올라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나 봐요. 그리고 골도 멋지게 들어가 감정이 더 복받쳤던 것 같아요.” 심동운은 포항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전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 대부분은 이 짧은 순간 이뤄진 K리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골에 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그에게나 K리그에나 참으로 특별한 골이었다. 심동운 본인에게는 마음 고생을 시원하게 털어내는 리그 마수걸이 골이었고 K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다시 나오기 어려운 대단한 골이었다. 아마도 이 골은 K리그 역사가 계속되는 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 골은 선수 개인에게나 K리그에나 참 많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던져준 골이었다. 22번의 슈팅 만에 첫 골을 뽑아낸 그를 보며 단순히 이 골은 우연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전 21번의 슈팅이 있었기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을 털어낸 심동운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또 어딘가에서 심동운처럼 지독히도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는 이들에게도 응원을 보내고 싶다. 심동운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골처럼 끝까지 버텨내면 언젠가는 이런 멋진 날이 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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