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선수 저러면 안 되죠. 제 정신인가요?” “아. 한 골 실점하고 마네요. 아쉽습니다.” “심판은 뭐하나요. 저런 선수한테 카드 안 주고.” K리그 중계에서 익숙한 중계 멘트다. 이렇게 들으면 이미 공정한 중계의 방향을 잃은 듯하다. 그렇다. 편파 중계이기 때문이다. 지상파나 케이블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의 중계가 턱없이 부족한 각 구단들은 자체적인 인터넷 중계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지역내 방송사와 연계해 이런 중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편파 중계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왜 중계진이 공정하지 못하게 한 쪽 편을 드느냐”는 것이다. 오늘은 이 편파 중계에 관한 내 생각을 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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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는 여전히 중계가 부족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편파 중계를 시청할 수밖에 없다.

편파 중계는 ‘우리팀’을 위한 방송이다

편파 중계는 온전히 해당 팀 팬들을 위한 방송이다. 경기장까지 가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인터넷이나 지역 방송을 통해 경기 장면을 담아 내보내는 거다. 이건 어디까지나 해당 팀 팬들을 위한 서비스다. 상대팀 팬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박지성이 나오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나 대표팀 경기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편파 중계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박지성 경기를 보며 박지성이 공을 잡으면 열광하는 중계진을 수 없이 경험했고 대표팀 경기에서도 한국이 실점하면 탄식하는 중계진을 당연하다고 느껴왔다. 하지만 아무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들 박지성 편이었고 대표팀 편이었기 때문에 중계진과 시청자 모두 하나가 돼 상대팀을 죽일 놈(?) 대우해도 문제가 될 게 없었다.

K리그 편파 중계 역시 마찬가지다. 대상의 차이는 있지만 이는 편파 중계를 준비하는 팀의 팬들을 위한 방송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상대팀 팬들의 편의를 위한 방송에 무임승차(?)해 우리팀 욕을 한다고 비난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편파 중계진을 향한 도 넘은 비난은 물론 심지어 FC서울 위주로 중계를 하던 tbs 교통방송은 누군가의 제보로 인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지금도 각 포털 사이트의 K리그 중계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려고 하면 댓글에는 온통 경기력에 대한 이야기보다 “저 놈은 뭔데 해설을 저따구로 하느냐”는 지적이 더 많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정 자기팀이 욕 먹는 중계가 싫으면 그 중계를 보지 말고 직접 경기장으로 가세요. 아니면 문자 중계를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편파 중계는 상대팀 팬들까지 배려해야 하는 중립적인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SPOTV에서 자체 제작을 할 수 없어 지역 방송의 편파 중계를 그대로 빌려와 송출하게 되면서 이런 편파 중계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역 방송이나 인터넷 방송에서나 할 수 있을 법한 발언들이 SPOTV를 통해 흘러 나오고 이게 또 포털 사이트로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스템의 문제일 뿐 해당 팬들을 위해 열심히 제작하고 중계하는 이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편파 중계가 싫으면 지상파나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중계를 해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 된다. 지상파나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편파 중계를 하면 그건 한 쪽 만을 위한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공정한 방송은 그쪽에서 기대하는 게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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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민 해설위원(오른쪽)은 인천 편파 중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편파 중계, 그 오해를 풀길

인천유나이티드 중계에서 편파 해설로 유명한 손철민 해설위원은 편파 해설을 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철칙이 있다고 했다. “일단 절대 욕은 안 되죠. 이건 인터넷 중계를 할 때부터 철칙이었습니다. 상대팀에 대해 비판을 하는 건 좋지만 비난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또한 저는 연고이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데 인천이 서울이나 제주와 붙으면 아예 그 팀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인천의 상대팀’이라고만 합니다. 직설적인 비난보다는 이렇게 비꼬아서 이야기하는 게 편파 중계의 묘미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만약 상대팀을 비꼬려면 그 확실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상대팀 선수의 실력을 비판할 거면 첫 번째 터치가 좋지 않은 걸 발견해야죠. 그래야 ‘저 선수 보세요. 첫 번째 터치가 저 정도밖에 안 돼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장치가 마련돼야 상대팀도 깎아내릴 수 있지 무턱대고 비난만 하거나 욕설을 내뱉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손철민 해설위원은 인터넷 중계 시절에는 무보수로 해설을 했다. 하지만 상대팀 팬들의 온갖 욕설에 회의감을 느꼈다. “얼굴만 봐도 싫다. 네 목소리를 들으면 하루가 재수 없다”는 건 보통이었다. 자기는 팀에 대한 애정을 갖고 보수도 받지 않으면서 하던 일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가 지금은 인천의 스타 해설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팀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저도 처음에는 무턱대로 상대팀에게 되도 않는 비아냥을 퍼부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가 봐도 상대팀이 잘하고 우리팀이 못하는데 이걸 인정하지 못하는 멘트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편이 못할 때면 ‘저런 기본도 안 된 걸 하니까 우리가 안 되는 거다’라며 우리편에 대한 질책도 했죠. 편파 중계라고 해 무조건 우리편만 감싸고 상대를 깎아내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속 시원하게 우리편도 혼낼 땐 혼내고 칭찬도 해주는 애정이 필요하죠.” 손철민 해설위원은 인천이 2013년 상위 스플릿 진출을 확정지은 날 눈물을 왈칵 쏟은 걸로도 유명하다.

편파 중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팬들이 오해를 조금 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해당팀 팬들을 위한 콘텐츠인데 경기장에 가지 못하거나 중립 중계를 볼 수 없는 상대팀 팬들이 무임승차를 하는 거다. 또한 일부 중계진이 가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도를 넘는 발언을 할 때도 있지만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그들도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하면서도 열정적인 팬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식으로 어휘와 발음, 발성, 맞춤법 등을 배운 전문 방송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수를 통해 경험을 쌓다보면 이들이 더욱 큰 무대에서 K리그를 알리고 전달할 날도 올 것이다. 인천 편파 중계의 달인(?) 손철민 해설위원도 가끔은 상대팀 편파 중계를 어쩔 수 없이 봐야할 때가 있다. “원정경기 중계를 찾다가 없어서 결국 상대팀 편파중계를 보게 됐어요. 제가 하는 것처럼 그분도 우리 인천을 신나게 까더라고요. 결국 볼륨을 줄이고 봤습니다.”

편파 중계 만의 매력, 너그럽게 받아들이자

상대팀 팬에게 선택권은 별로 없다. 이건 온전히 ‘내 팀’을 위한 방송이다. 정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 상대팀 팬들이 제공하는 영상은 그대로 즐기면서 그 콘텐츠를 욕하는 건 참으로 이기적인 일 아닐까. 부득이하게 상대팀이 운영하는 편파 중계를 접하게 된다면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갖는 게 어떨까. 마지막으로 손철민 해설위원은 이런 말을 꼭 전해달라고 말했다. “상대팀 팬이라면 왜 내가 이런 걸 볼 수밖에 없는지 환경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편파 중계 역시 다양한 콘텐츠의 하나로 받아들여줬으면 합니다.이런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K리그도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과거 편파 중계로 대가(?)로 불린 대전의 한 해설자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어록을 남겼다. 대전 소속 배기종이 전남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용가리 아가리에 여의주를 쳐 넣었습니다.” 이런 주옥 같은 멘트가 바로 편파 중계만의 매력 아닐까. 너그럽게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