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카드값이 ‘빵꾸’나 이걸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였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중국 C리그 장쑤 순톈에서 제시한 초고액의 영입 제의를 뿌리쳤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카드값 백 만 원이 부족해 쩔쩔 매고 있는 내게 이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1년 연봉 25억 원을 제시하며 2년 6개월 동안 총액 63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최용수 감독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최용수 감독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큰 유혹이었다. 위험했지만 돈을 쫓아서는 안됐다. 생각을 많이 했지만 어떤 선택이 훗날 후회 없는 결정일까를 생각했다.” 말이 63억 원이지 아마도 이게 얼마나 대단한 금액인지 실감나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최용수 감독이 거절한 63억 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설명해보려 한다.

순하리 4,846,000병

‘작업용 소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순하리는 보통 일반 마트에서 1,300원에 판매된다. 최용수 감독이 만약 장쑤로 옮겨 번 63억 원으로 순하리를 샀다면 무려 484만 6천 병을 살 수 있었다. 일주일에 평균 소주 4병을 마시는 내가 121만 150주, 즉 23,234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을 거절한 셈이다. 빈 소주병 하나를 반환하면 40원을 받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 빈병 값만도 무려 1억 9천 4백만 원에 이른다. 이 빈병 반환금으로 또 순하리를 사 먹어도 무려 14만 9천 병을 마실 수 있다. 만약 빈병 반환금으로 또 다시 순하리를 사먹지 않는다면 이 돈만으로도 경기도 운정 신도시 32평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빈병 팔아서 아파트 산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나. 그만큼 최용수 감독은 엄청난 돈을 뿌리친 것이다.

아이폰 7,875대

최용수 감독이 라이벌 구단인 수원의 모기업 휴대폰 제품인 갤럭시를 쓰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63억 원으로 애플의 최신형 아이폰을 몇 대나 구입할 수 있을까. 내장 메모리마다 가격 차이가 있고 나같은 ‘호갱님’은 바가지를 쓰기도 하지만 대략적으로 최신형 아이폰6+ 기기 한 대 값은 80만 원 정도다. 63억 원이라면 7,875대를 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참고로 지난 4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대전시티즌의 경기 관중수가 7,186명이었다. 최용수 감독이 제의 받은 63억 원이면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 모두에게 최신형 아이폰을 한 대씩 다 선물하고도 700여 대가 남을 만큼 엄청난 돈이다. 물론 36개월 약정 같은 건 없다. 일시불 구입이다. 휴대폰 약정이 아직도 23개월이나 남았지만 파손돼 새로 휴대폰을 36개월 약정으로 다시 장만한 나에게는 63억 원은커녕 80만 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7분 돼지김치 958년

새마을식당의 7분 돼지김치는 대단한 음식이다. 아무리 먹어도 안 질린다. 설탕을 듬뿍 넣건 어쩌건 상관 없다. 나는 이 7분 돼지김치를 먹으면서 ‘평생 이것만 먹고 살라고 해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63억 원이 있다면 그 일을 실제로 할 수 있다. 최용수 감독이 제안 받은 63억 원이면 5천 원짜리 7분 돼지김치와 1천 원짜리 공깃밥을 하루 세끼씩 먹어도 35만 일, 무려 958년 동안 먹을 수 있다. 한 세기인 100년 동안 3세대가 대를 잇는다고 가정했을 때 무려 27세대, 그러니까 나의 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증손자까지도 걱정 없이 7분 돼지김치를 하루 세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63억 원은 이렇게 엄청난 돈이다. 나는 지금 7분 돼지김치를 사 먹을 돈이 아까워 라면 물을 올려 놓고 이 칼럼을 쓰고 있다.

10원짜리 동전 630,000,000개

얼마 전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10원 짜리 만 개로 임금을 지불해 논란이 됐었다. 그렇다면 최용수 감독이 제안 받은 63억 원을 10원 짜리로 모두 바꾸면 어떻게 될까. 새로 나온 10원짜리 한 개당 무게가 1.22g이니 630,000,000개의 10원짜리는 무게만 해도 무려 768,600,000g 약 769톤이라는 엄청난 무게가 된다. 만약 이걸 한 곳에 쌓는다면 976.5km 높이로 쌓을 수 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110개를 한 곳에 세운 높이다. 거리로 따지자면 최용수 감독이 제안 받은 63억 원을 10원짜리로 바꿔 쭉 늘여 놓는다면 11,340km를 채울 수 있다. 지구 한 바퀴가 4만 75km이니 최용수 감독은 10원짜리로 지구 1/4 바퀴를 돌 수 있었다. 8천km 거리인 영국까지도 이 10원짜리를 쭉 세워 놓고도 남은 돈으로 배터지게 순하리와 7분 돼지김치를 먹을 수도 있다.

FC서울 입장권

FC서울 홈 경기 서측 지정석 입장권 가격은 성인 기준으로 2만 원이다. 그렇다면 과연 최용수 감독이 제안 받은 63억 원으로는 입장권을 몇 장이나 살 수 있을까. 한 장에 2만 원이라고 따져볼 경우 63억 원으로는 무려 315,000장의 입장권을 살 수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FC서울은 경기당 17,012명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여 총 323,244명의 관중을 기록했었다. 최용수 감독이 제안 받은 63억 원은 한 시즌 내내 관중을 무료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초대할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K리그 인기 구단의 한 시즌 총 입장 수익에 버금가는 돈을 최용수 감독이 거절한 것이다.

그의 결정이 경이로운 이유

위 비교는 도무지 실감나지 않는 63억 원을 우리 일상에 맞게 따져본 것이다. 원고료가 들어오는 통장은 그저 카드 회사와 국민 연금, 대출금 등이 빠져 나가는 통로일 뿐인 나에게는 아직도 63억 원이라는 돈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실감나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실제로 만져본 가장 많은 돈도 채 100만 원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63억 원은 평범한 우리가 일생을 바쳐도 만져보지 못할 만큼 엄청난 돈이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이걸 거절했다. 나는 얼마 전 칼럼을 통해 최용수 감독이 훨씬 더 공격적인 의지를 보여야한다고 주장했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전술적인 문제를 떠나 엄청난 거액을 뿌리치고 팀에 남았다는 것 자체로는 경이롭다는 표현을 써야할 만큼 대단했다.

최용수 감독은 63억 원의 제안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축구다. 또한 시즌 중반 떠나는 건 아니었다. 타이밍도 아니었고 명분도 없다. 서울을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다. 구단, 선수, 팬과의 신의가 나를 붙잡았다.” 아무리 자신의 가치와 목표가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63억 원이라는, 일생일대의 거액의 유혹을 뿌리치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최용수 감독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남의 인생이기 때문에 ‘가라’ ‘말라’하는 건 쉽지만 아마도 내가 이런 제안을 받았더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을 것이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고 하지만 그런 프로의 세계에서도 최용수 감독처럼 신의를 지키는 이가 있다는 건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한 래퍼는 늘 돈 자랑을 하고 다닌다. 남자라면 다들 한 번이라도 타보고 싶은 근사한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집에는 돈다발을 진열해 놓은 채 이걸 SNS를 통해 자랑한다. 열심히 벌어 돈 자랑 하는 거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가 돈 자랑을 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이런 돈 자랑은 그저 자기 과시일 뿐 그가 멋진 차를 타고 다니고 돈다발을 집에 진열해 놓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품을 이들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돈 자랑하는 래퍼보다는 63억 원이라는 엄청난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의 길을 택한 최용수 감독이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생각한다. 진정 원하는 일이라면 돈 이상의 가치를 쫓는 최용수 감독이야말로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인생의 가치를 심어주는 진정한 영웅이자 희망 아닐까. 이 세상에는 63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보다 더 위대한 가치가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준 최용수 감독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