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어제(1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원정경기에서도 2-1 승리를 거두며 리그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게 됐다. 이쯤 되면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을 능가하는 리그 독주 체제를 굳혔다고도 볼 수 있다. 투자와 열정으로 일궈내는 전북의 눈부신 질주에 대단한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쯤 되니 누가 좀 전북을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그래야 리그가 더 치열해질 테니 말이다. 그래서 고민해 봤다. 모두가 전북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 이때, 과연 전북을 이길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토론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이기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과연 전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부터 내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으려 한다.

1. 가시와가 되어라

J리그 가시와는 신기할 정도로 전북에 강하다. 아시아 최고 투자 구단인 광저우 헝다도 전북을 만나면 기를 펴지 못하는데 가시와는 J리그에서 힘을 쓰지 못할 때도 전북만 만나면 강했다. 전북과 최근 6번 싸워 5승 1무를 기록했고 이중 두 경기에서는 5-1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가시와를 파헤쳐 보면 전북의 독주를 견제할 방안이 떠오를 것이다. 많은 이들은 가시와가 J리그 팀이니 패스 위주의 경기로 전북을 상대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도 있지만 사실 가시와는 애초 J리그 스타일에서 벗어난 팀이었고 전북을 상대할 때마다 철저한 전략을 들고 나와 승리를 따냈다. 가시와 넬싱요 감독은 적지에서 전북을 제압한 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수비 위주의 팀이 아니지만 상대에 맞춰 전술을 운영한다. 전북 같은 강한 공격을 앞세운 팀을 상대로 효과적인 전술 변화를 할 수 있는 팀이다.” 여기에 답이 있다. 자신들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전북과 싸우기란 쉽지 않다. 철저히 자신들의 스타일을 버리고 전북을 파헤쳐야 한다. 가시와처럼 말이다.

2. 투톱으로 나서게 하라

나는 전북의 가장 탁월한 포메이션은 4-2-3-1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신형민이나 김상식 등 투쟁심 강한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텁게 세우고 측면 돌파에 의한 이동국의 최전방 마무리가 전북의 가장 돋보이는 전술 방식이었다. 하지만 전북으로서는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 었다. 케빈이 있을 당시 이동국과 케빈은 스타일이 크게 다르지 않은 선수들이라 함께 기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원톱만 고수해서는 전술의 다양성을 갖출 수도 없었다. 그래서 올 시즌 야심차게 영입한 게 바로 에두다. 침투가 좋은 에두를 원톱으로 기용할 수도 있고 이동국과 함께 투톱으로 기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에두 영입으로 원톱, 투톱 모두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건 한 시즌 동안 엄청난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입이었고 현재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전북을 이기려면 오히려 전북이 투톱으로 나오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동국이건 에두건 원톱으로 나서게 되면 미드필더가 네 명이 아니라 다섯 명이 된다. 물 오른 최보경과 이호, 정훈 등이 미드필드에서 버티게 되면 자칫 반코트 게임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들의 투톱이 약하다는 게 절대 아니라 미드필드 숫자가 많아지면 승산이 더 줄어드니 차라리 미드필드 숫자를 한 명 더 적게 놓고 싸울 수 있는 투톱이 되어야 이기건 지건 도박을 걸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동국과 에두가 나란히 최전방에 포진하면 그 파괴력이야 어마어마하지만 그래도 미드필드 숫자가 한 명 더 적어야 작게나마 승산이 더 있다. 전북은 2012년 가시와와의 원정경기에서 1-5 대패할 당시에도 에닝요와 김정우, 이승현을 스리톱으로 내세우고 미드필드에 네 명을 배치했었는데 이날 경기에서 가시와는 미드필드 싸움에서 전북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달 열린 가시와 원정에서도 투톱을 내세웠다가 2-3으로 패했다. 이날 경기 투톱의 명분은 “그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가시와를 상대로 무승부가 아닌 승리를 따내는 것”이었다. 원정경기에서 안정적인 원톱을 고수할 수도 있었지만 도박을 걸었던 셈이다. 원톱이건 투톱이건 전술을 쓰는 건 최강희 감독 마음이지만 경기 전부터 그의 평정심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면 그래도 승산이 있을 것이다. 전북이 무조건 크게 이겨야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면 언론 플레이를 통해서라도 “전북의 공격은 빈즈엉도 한 골로 막았는데 우리는 무실점할 수 있다”고 떠벌리고 다니자. 전북이 투톱으로 나서면 그나마 생기는 승산도 원톱이 되면 더 적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3. 측면으로 내몰아라

상대 미드필드가 네 명일 경우 수비시에 그들을 측면으로 내몰아야 한다. 한교원과 레오나르도 등은 측면에서 대단히 위력적인 스타일이긴 하다. 여기에 이재성까지 더해지면 답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 팀의 역습을 위해서는 중원이 헐거워야 한다. 네 명인 전북 미드필더가 자꾸 측면으로 빠져줘야 중앙에도 구멍이 생긴다. 지난 달 열린 가시와전에서 2-3으로 패한 뒤 최강희 감독도 “이기는 경기를 하려고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허리가 약해졌다”고 패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전북이 종종 고전하는 경기를 보면 측면에서의 독단적인 플레이가 자주 연출됐다. 물론 측면으로 그들을 내몬다고 해 다 전북을 이길 수는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교원과 레오나르도, 이재성, 에닝요 등을 측면으로 내몬 뒤 막아낼 확실한 수비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도 전북이 투톱으로 나서고 미드필더들이 중앙에서 경합하는 상황을 자주 연출할 수 없도록 한다면 어느 정도는 전북을 상대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4. 빠르게 역습하라

전북이 가시와에 당할 때의 경기를 잘 살펴보면 가시와의 빠른 역습이 돋보인다. 어설프게 패스 축구한답시고 미드필드에서 아기자기한 패스하다가 끊기는 다른 J리그 팀과는 달랐다. 점유율은 전북이 앞서지만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끊어낸 공을 한 번에 빠르게 내달려 해결하는 방법이 주효했다. 지난 2012년 전북이 1-5 대패를 당할 당시 가시와는 전반 40분까지 전북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낸 뒤 세트피스와 페널티킥으로 연이어 두 골을 뽑아내고 곧바로 전반 막판 세 번째 골을 기록했다. 두 골을 내주고 공격에 더 초점을 맞춘 전북을 상대로 끊어낸 공을 역습으로 이어가 도밍게스가 장거리 로빙 슈팅으로 연결한 것이었다. 전반에만 세 골을 허용한 전북은 이후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어설프게 자신들의 스타일을 고수한다거나, 패스 플레이를 하려는 생각은 버리자. 메이웨더는 도망다니는 복싱으로 잔뜩 욕을 먹고 있지만 그래도 그는 수비 복싱으로 파퀴아오를 제압했다. 전북을 잡으려거든 마찬가지로 철저히 웅크리고 있다가 상대가 주먹을 휘둘러 안면이 노출됐을 때 빠른 스트레이트를 날려야 한다. 괜히 맞불을 놓았다가는 KO다.

5. 선취골이 필요하다

앞선 이야기의 연장선일 수도 있다. 가시와는 전북을 상대로 역전승이 아니라 선취골을 먼저 넣고 수월한 상태에서 늘 경기를 펼쳤다. 가뜩이나 개인 기량은 물론 수 싸움에서도 전북이 유리한데 전북에 선취골까지 내줄 경우 경기는 더 어려운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주도권을 완전히 전북에 내준 채 남은 시간을 끌려 다녀야 한다. 앞서 언급한 1-5 대패 경기에서 전북은 6분 동안 내리 세 골을 내주며 무너졌고 2013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전반 초반 한 골을 내준 뒤 공격에만 몰두하다 후반 28분 세트피스 한 방을 더 얻어맞고 0-2로 패했다. 최근 열린 가시와와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할 때도 전북은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며 매우 불리한 상태에서 후반에 임해야 했다. 후반 들어 이동국의 기가 막힌 두 골이 터졌지만 그래도 승부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전북은 늘 이렇게 가시와를 상대로 고전할 때마다 선취골을 내줬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내가 이걸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더 있다. 바로 전북이 후반 들어 공격적인 선수 교체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북과 똑같이 패를 다 까는 경기를 해서는 절대 그들을 능가할 수 없다. 워낙 벤치에 있는 선수들의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 팀은 레오나르도를 빼면 한교원이 나오고 한교원을 빼면 이동국이 나오는 아주 무시무시한 팀이다. 하지만 전북은 지난달 가시와전 2-3 패배 당시 계획된 대로 선수 교체를 하지 못했다. 전반 측면에서 상대 공격에 허물어진 이주용을 후반 시작과 함께 바꿔야 했고 후반 막판에는 수비수 윌킨슨을 빼고 공격수 김동찬을 넣는 도박을 감행해야 했다. 공격진 중에서 체력이 떨어진 이를 연이어 세 명 바꾸는 게 가장 효과적인 선수 교체지만 전북은 상대에게 끌려가며 결국 의도한대로 선수 교체를 할 수 없었다. 전북이 선취골을 넣게 될 경우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상태에서 후반 들어 에닝요와 한교원, 이동국이 투입돼 그라운드를 완전히 지배하는 비참한 일이 펼쳐질 수도 있다.

6. 행운을 바라자

사실 이렇게 해도 전북은 쉽게 잡을 수 없는 팀이다. 22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성적을 냈고 경기력이 날이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다. 이런 팀을 상대로 정상적인 경기를 펼쳐 승점 3점을 따낸다는 건 리그 전체를 따져 봐도 1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경기를 살펴 보면 기본적으로 전북의 완벽한 슈팅이 골대에 두 세 번은 맞는다. 이것 저것 다 해보고 마지막에는 이런 행운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전북은 그만큼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는 강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북이 대단한 팀임에도 그렇다고 절대 이기지 못할 팀은 아니다. J리그에서도 중위권에 머물고 있는 가시와가 지난 달 전북을 3-2로 잡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가시와는 전북을 상대로 5승 1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분명히 전북에도 약점이 있고 이걸 파고 들면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투자를 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는 게 진리이고 나 역시 이를 바란다. 또한 전북의 독주도 K리그 클래식에는 분명 흥미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왕이면 다른 팀들도 전북과 함께 선두 경쟁을 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전북이라고 절대 지지 말란 법이 없다. 다시 말해 그 누구라도 전북에 절대 이기지 말란 법도 없다. 가시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