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시아 축구를 호령했다고 자부했던 J리그가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절반이 흐른 현재 J리그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 했다. 팀당 세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J리그는 대단한 치욕을 맛봤다. 지난 시즌 일본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역대급 경기력’을 선보였던 감바 오사카는 어제(18일) 경기에서도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1-1 무승부에 머무는 등 가시와 레이솔을 제외하고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J리그 세 팀 중 단 한 팀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감바와 가시마 앤틀러스, 우라와 레즈 등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 참담한 경기력에 머물고 있는 이들을 향해 일부에서는 ‘J리그 노답 3형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한때 아시아 축구 정상에 섰다고 자부했던 그들은 왜 이렇게 ‘노답’으로 전락하고 말았을까.

2승 2무 8패의 J리그, 치욕을 겪다

일단 기록부터 살펴보자. 한중일 클럽 중 가장 성적이 좋은 건 중국 슈퍼리그다. 슈퍼리그는 현재까지 조별예선 12경기를 치러 8승 4패 20득점 16실점을 기록하며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슈퍼리그의 성장세가 대단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이 기록에 관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성적 편중 현상이다. 광저우 헝다와 베이징 궈안이 각각 3연승을 내달렸지만 산둥 루넝과 광저우 푸리는 1승 2패에 머물고 말았다. 광저우 헝다와 베이징 궈안이 펄펄 나는 동안 산둥 루넝과 광저우 푸리는 조별예선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3연승의 두 팀과 그렇지 못한 두 팀의 격차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산둥 루넝과 광저우 푸리가 합계 2승 4패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에 머무는 동안 광저우 헝다와 베이징 궈안이 무려 6전 전승을 내달리며 슈퍼리그의 성적을 확 끌어 올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찌 됐건 슈퍼리그는 이제 한중일 리그 중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내는 리그가 됐다는 걸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J리그를 상대로는 3승 1패 9득점 5실점했고 K리그와의 맞대결에서는 2승 2패 3득점 5실점했다.

그렇다면 K리그의 성적은 어떨까. 전북 현대와 성남FC, 수원 블루윙즈, FC서울 등 네 팀이 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K리그는 12경기를 치른 현재 6승 3무 3패 16득점 9실점의 성적을 거뒀다. 전북과 성남이 각각 2승씩을 챙겼고 수원과 서울은 1승 1무 1패를 기록 중이다. 전북이야 애초에 강팀으로 분류됐으니 논외로 치더라도 시민구단으로서 힘겨운 도전에 나선 성남도 2승을 챙겼다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한중일 리그 중 12경기에서 9실점으로 가장 적은 골을 내줬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3전 전승을 거둔 팀은 네 팀 중 단 한 팀도 없지만 2패를 거둔 팀도 없다. 서울이 올 시즌 빈공에 허덕이며 K리그는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골에 머물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성적표다. 특히나 K리그는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1승 1무 2패라는 좋지 않은 성적에 머문 뒤 이후 2,3라운드에서는 5승 2무 1패라는 대단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질주를 시작했다. J리그를 상대로는 3승 1무 5득점 1실점을 기록했고 슈퍼리그와의 격돌에서는 2승 2패 5득점 3실점의 성적을 냈다.

이제 J리그를 살펴보자. 그나마 체면을 살려주고 있는 팀이 가시와다. 가시와는 전북 원정에서 일방적으로 수비만 펼치는 경기를 펼치면서도 무승부를 거뒀고 이후 2연승을 따내며 2승 1무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 2승 중 1승은 최약체인 베트남 빈즈엉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가시와를 제외한 나머지 세 팀의 성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1무 8패 6득점 18실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일본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역사적인 성적을 냈던 감바는 세 경기에서 단 한 골을 넣으며 1무 2패에 그치고 말았고 아시아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을 보유하기로 유명한 우라와와 ‘전통의 명가’ 가시마는 아예 이 세 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네 팀의 성적을 모두 합산하면 J리그는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세 경기에서 2승 2무 8패 13득점 20실점했다. 한중일 세 리그 중 득점은 가장 적고 실점은 가장 많았다. K리그를 상대로는 1무 3패 1득점 5실점했고 슈퍼리그와의 맞대결에서는 1승 3패 5득점 9실점했다. 그나마 가시와가 전북과 비기고 산둥을 이겨서 1승 1무를 거둘 수 있었다.

지독한 패싱 축구, 하지만 이제는 안 통한다

사실 이러한 성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J리그는 2007년 우라와와 2008년 감바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단 한 번도 우승은커녕 결승 무대에도 서지 못했다. K리그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연속 결승 진출팀을 배출하며 이중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고 슈퍼리그가 광저우 헝다를 앞세워 아시아 정상에 서는 동안 J리그는 이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J리그로서는 대단히 치욕적인 성적표다. 이제 J리그는 태국리그나 호주리그와 격돌해도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는 리그가 되고 말았다. 일본과의 경기가 흥행 보증 수표인 한국에서도 더 이상 J리그와의 격돌은 흥밋거리가 되지 못할 정도다. 오히려 광저우 헝다 등과 격돌하는 게 K리그로서는 여론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는 카드가 됐다. 한때 ‘탈아시아’를 외칠 정도로 아시아에서는 자신만만했던 J리그가 왜 이제는 승점을 퍼주는 ‘노답리그’가 됐을까. 지금부터 J리그가 아시아 무대에서 힘 한 번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해보려 한다. 단순히 J리그를 조롱하고 K리그의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게 아니라 그 안에는 우리가 아시아 정상을 지켜낼 해법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건 과거부터 많은 지적을 받아왔던 J리그의 지긋지긋한 패싱 축구에 대한 고집이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J리그는 철저히 미드필드에서부터의 패스를 바탕으로한 축구를 고집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런 방식이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일단 만능형 선수를 요구하는 현대 축구에서 더 이상 중원에서의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를 통해 철저히 세분화된 축구를 구사하는 걸로는 강점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번에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J리그 네 팀 중 가시와를 제외한 세 팀은 J리그에서 철저히 미드필드의 패싱 플레이로 재미를 봤다. 감바는 엔도 야스히토와 아베 히로유키, 곤노 야스유키 등을 배치해 ‘황금 라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가시마는 시바사키 가쿠와 엔도 야스시가 중원에서 제몫을 해냈다. 우라와 역시 아베 유키가 허리에서 빛을 발했다. 하지만 이런 패싱 축구가 J리그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강력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압박하는 아시아 무대에서는 전혀 통하질 않고 있다. 중원에서 1대1 싸움을 즐겨야 하는데 J리그는 이런 강력한 1대1 싸움에서 나가 떨어지기 일쑤다.

그렇다고 J리그의 미드필더들이 K리그 미드필더들에 비해 기량이 압도적일까. 과거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서울의 고명진이나 수원의 김은선과 비교해 봐도 J리그 미드필더들이 이들을 압도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허리 싸움 좀 한다는 J리그가 포항을 상대로 역대 전적에서 1승 3무 7패를 당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참담한 일인가. J리그 특유의 패싱 축구가 전혀 먹히질 않는다. 또한 J리그는 대부분의 팀이 허리에 집중한 패싱 축구를 구사하다보니 각 팀만의 컬러가 사라졌다. K리그와 비교해보면 더욱 극명하다. 이동국과 에두, 레오나르도, 에닝요 등을 앞세운 전북은 공격 축구의 대명사가 됐고 성남은 많이 뛰는 축구를 구사한다. 수원은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울산은 웅크리고 있다 강력한 한 방을 때리는 ‘철퇴 축구’로, 포항은 J리그 팀들을 능가하는 패싱 축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J리그는 어떤가. AFC 챔피언스리그 때문에 10년 넘게 그들을 살펴보고는 있지만 감바나 가시마나 우라와나 이번에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오지 못한 가와사키 프론탈레나 나고야 그램퍼스나 다 그 팀이 그 팀이다. 팀마다 그들을 상징하는 컬러가 있어야 하는데 J리그는 그나마 피지컬을 앞세운 가시와 레이솔과 사간 도스를 제외하면 다 거기서 거기다. 그러니 상대하기가 참 쉽다.

대형 공격수와 수준급 외국인 선수 없는 J리그

또한 그간 J리그가 패스에 집착하는 천재형 미드필더들의 등장에 열광하는 동안 대형 공격수 배출에는 실패한 것도 결국에는 그들의 부진 요인이 됐다. K리그도 과거에 비해서는 대형 공격수가 잘 나오지 않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동국과 김신욱이 버티고 있다. 이들은 매 시즌 걸출한 외국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J리그 공격수들의 무게감은 깃털처럼 가볍다. 지난 시즌 18골을 넣으며 J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오쿠보 요시토(가와사키)나 15골의 토요다 요헤이(사간 도스), 13골로 득점 4위를 차지한 무토 요시노리(FC도쿄) 등은 K리그에서 경쟁해도 우위를 점하기 힘든 수준이다. 올 시즌 가시마는 도쿠시마에서 데려온 다카사키를 최전방 원톱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경기에 나선 그는 전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다카사키를 제외하고는 대안도 딱히 없다는 것이다. 카나자키와 엔도 등 공격력이 좋은 미드필더를 원톱으로 기용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렇게 가뜩이나 무게감이 떨어지는 공격수들뿐인 J리그가 거칠고 파워풀한 K리그나 슈퍼리그 수비수들을 상대로 골을 뽑아내는 건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과거 J리그는 이러한 문제점을 고연봉의 외국인 선수로 해결했다. 지코와 게리 리네커,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 등이 뛰던 J리그 출범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J리그는 웨슬레이와 에메르송, 아라우조, 와싱톤, 주닝요, 마르키뇨스 등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선수들을 영입해 화끈한 골 잔치를 선보였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6년 동안 브라질 출신 선수들이 득점왕을 차지할 만큼 외국인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2009년에도 에드미우손(우라와)과 주닝요(가와사키) 등이 많은 돈을 받고 J리그에서 뛰었고 이근호(감바)도 외국인 선수 중에는 고액 연봉자였다. 하지만 J리그는 최근 들어 투자를 확 줄였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낸 구단은 라이선스를 박탈한 뒤 3부리그로 강등되는 조항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조항이 신설된 뒤 가장 먼저 조취를 취한 건 나고야였다. 2013년부터 2년 연속 해마다 약 30억 원 가까운 적자를 낸 나고야는 라이선스 박탈을 피해 투자를 줄였다. 당연히 가장 먼저 한 일은 인건비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었고 무려 한화로 55억 원 가량의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선수들을 팔았다. 그렇게 1년에 17억 원 가까운 연봉을 받던 J리그 2년 연속 득점왕이자 호주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조슈아 케네디가 나고야를 떠났다.

나고야뿐 아니라 많은 구단이 현재 2년 연속 적자 이후 인건비를 대폭 삭감하는 추세다. 가시마도 그렇고 선수 영입을 위해 무리했던 구단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적자를 줄이고 경영 투명성을 갖추는 건 옳은 일이지만 이런 투자 부족은 결국 J리그의 질적 추락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적자를 기록하지 않고도 거액 연봉자를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은 막대한 돈을 대는 스폰서를 구하거나 아니면 티켓 가격을 상상 이상으로 올려 돈을 버는 것뿐이지만 침체에 빠진 J리그가 이런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결국 과거 엄청난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해 활력 넘치던 J리그는 최근 들어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실패하며 아시아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일본 대지진 이후 J리그 구단들은 대부분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 독일 국가대표 출신 롭슨 폰테와 브라질 청소년 대표 출신 와싱톤 등 막강한 외국인 선수들을 앞세워 2007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우라와에는 현재 오미야에서 영입한 즐라탄 류비얀키치을 빼면 아예 외국인 선수가 없을 정도다. 1년 적자를 감수하고도 막대한 돈을 투자해 디에고 포를란을 영입했던 세레소 오사카는 강등까지 당해 상당한 위험에 빠져 있기도 하다. 황선홍과 홍명보, 유상철 등 최고의 한국인을 영입했던 때도 있었지만 현재 J리그에 스타급 한국인 선수가 몇 없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가능성 보이면 유럽으로 떠나는 J리거들과 연봉 거품

여기에 최근에는 J리그 이상으로 슈퍼리그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수준급 기량의 선수들을 싹쓸이 해가는 것도 J리그 몰락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 같으면 J리그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제시해 영입했을 무리키와 다리오 콩카, 루카스 바리오스, 알베르토 질라르디노, 알렉산드로 디아만티, 일케손, 히카르두 골라르트 등은 광저우 헝다에서 뛰었거나 지금도 활약 중이다. 예전이었으면 박종우나 하대성, 김영권, 김주영, 장현수 등도 J리그에서 꽤나 많은 돈을 받고 뛰었겠지만 그들 역시 지금은 슈퍼리그에서 뛴다. 슈퍼리그의 어마어마한 투자에 J리그가 맥 없이 무너지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중동의 오일 머니도 그 파워를 입증한지 오래다. 과거 아시아 축구에서 투자라면 단연 돋보였던 게 J리그였지만 지금은 J리그의 파워로는 아시아에서 스타로 각광받는 선수들도 잡을 수 없을 만큼 주변국들의 투자가 어마어마해졌다. 애초에 중국과 중동에 비해 ‘돈질’에서 밀려가는 형국인데 여기에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 라이선스를 박탈당하는 규정까지 생기면서 J리그는 점점 선수 영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말았다.

이렇게 거액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가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J리그가 살 길은 국내 선수들로 탄탄한 전력을 만드는 것뿐이다. 하지만 J리그에서 조금만 각광을 받으면 독일로 떠나는 추세가 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아졌다. 카가와 신지가 도르트문트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우치다(샬케04)를 포함해 마키노(FC쾰른), 호소가이(레버쿠젠), 우사미(바이에른 뮌헨), 야노 키쇼(프라이부르크), 오카자키 신지(슈투트가르트), 기요타케(뉘른베르크), 사카이(하노버) 등 수많은 일본선수들이 독일로 건너갔다. J리그에서 조금만 활약하면 어렵지 않게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심지어 J2리그 도쿄 베르디의 아베 타쿠마도 분데스리가 2부리그 아헨으로 이적할 정도로 선수들의 유출이 심각했다. 오노 유지와 나가이 겐스케는 벨기에 스탕다르 리에주로, 오마에 겐키는 뒤셀도르프로, 카나자키 무는 뉘른베르크로 떠났다. 이들은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로 J리그에서 활약한 기간이 2~3년뿐이다. 유망한 선수들이 유럽 무대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아직 완성되지도 못한 선수들이 대거 유럽으로 떠나면서 J리그는 경쟁력을 서서히 잃어갔다. 무려 20여 명 가까운 선수들이 독일에서 뛰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벤치를 지키고 있거나 국내로 복귀했다.

J리그가 이들의 연봉을 맞춰주지 못할 정도로 이들의 연봉 및 이적료 거품이 심하다는 점도 문제다.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지만 그렇다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도 못했던 오노 유지가 스탕다르 리에주로 이적할 당시 이적료만 약 30억 원, 연봉만 해도 약 7억 원이었으니 그들의 거품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노 유지와 비슷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J리그에서 그와 엇비슷한 연봉을 요구할 경우 그들을 거액에 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떠나보낼 수도 없으니 J리그 구단들의 고민은 점점 커져 가고 있는 실정이고 선수가 자꾸 해외로 떠나면 그 빈자리를 채워줄 선수들이 등장해야 하는데 실력 있는 선수들 수급이 안 되니 J리그가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한 유망주들은 유럽으로 나가고 그 아래 레벨은 J리그에 남는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아시아 쿼터로 다른 아시아 무대에 진출하는 선수들은 울산의 마스다 정도를 제외하면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도전하고 교류하며 흐름을 읽어야 하는데 J리그에서는 일본에 남는 것과 유럽에 가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아시아 다른 무대를 경험하고 J리그로 돌아가는 선수들이 있어야 아시아 다른 팀들에 대비할 수 있는데 말이다. 황보원과 펑샤오팅이 K리그를 경험한 뒤 현재 광저우 헝다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J리그의 상황과 참으로 비교된다.

J리그는 왜 ACL에서 ‘노답’으로 전락했나

현실적으로 J리그의 경기력을 감안해 본다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그들의 출전 티켓은 줄어야 정상이다. 현재 K리그와 마찬가지로 3.5장의 티켓을 보유한 J리그는 현실적으로 3장이나 2.5장의 티켓이 돌아가는 편이 맞을 것이다. 오히려 호주나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태국 등의 티켓을 늘이는 게 AFC 챔피언스리그의 질적 향상과 대중화를 위해서는 더 좋은 일이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팀들에게 J리그 티켓을 나눠주는 것도 AFC 챔피언스리그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더 현명한 방법일지 모른다. 하지만 J리그가 현 상황에서 3.5장인 티켓이 더 줄 일은 없어 보인다. AFC가 출전 티켓을 배분할 때 성적 외에도 관중수와 인프라 등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J리그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고 AFC 챔피언스리그를 후원하는 수 많은 일본 기업 때문에라도 J리그의 진출 티켓은 줄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수준 이하의 J리그 팀들이 3.5장이라는 넉넉한 티켓 때문에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 나와 망신을 당하는 일은 티켓을 줄이지 않는 이상 더 지속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감바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할 정도이니 J리그의 경기력은 심각하다.

한창 J리그가 잘 나갈 때 우리 언론은 늘 “J리그를 보고 배우자”고 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J리그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도 우리가 배울 건 또 있다. 그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봉 거품을 빼면서 투자를 해야 하고 해외로 빠져 나간 선수를 대신할 국내 선수를 계속 육성해야 한다. 여기에 지금처럼 각 팀마다 특색 있는 경기력을 선보여야 하고 대형 공격수를 발굴해 내야 한다. 능력 있는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고 아시아 쿼터를 활용해 아시아 각국 축구의 흐름도 읽어야 한다. 또한 지독히 한 가지 패턴을 고집하지 않고 유연한 전술 대처도 필요하다. J리그 3관왕에 빛나는 감바가 K리그에서도 험난한 도전을 펼치고 있는 시민구단 성남FC에 2-0으로 완패할 만큼 J리그의 추락은 끝이 없어 보인다. J리그의 오답 노트를 통해 우리도 미리 오답을 방지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승점JAPAN기’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