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 김호곤 감독이 이끌던 울산에서 중원을 철통 같이 지키다가 조민국 감독 체제 하에서는 잠시 팀을 떠나야 했던 마스다가 다시 울산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울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윤정환 감독이 새로 부임했고 실망스러웠던 지난 시즌을 뒤로한 채 이제 울산은 새로운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리고 팬들의 기다림에 보답이라도 하듯 마스다는 복귀전인 서울과의 개막전에서 중원을 완전히 지배하더니 포항전에서는 골까지 기록했다. 올 시즌 초반 대단한 경기력으로 2연승을 기록하며 이슈를 몰고 다니는 울산,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마스다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부터 마스다와의 진솔한 대화 내용을 공개한다.

(* 이 인터뷰는 인터뷰이 개인의 의견이므로 사실과 다른 주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마스다를 울산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직접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갓스다’를 만나 너무 반갑다.

나도 반갑다. 그런데 ‘갓스다’는 뭔가.

당신의 플레이가 신과 같다고 해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모르고 있었나.

전혀 모르고 있었다. 대단하지도 않은 나에게 신이라고 표현해 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내가 신이면 울산에는 신보다 더 위대한 선수가 많다. 나 말고도 좋은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참 겸손하다. ‘극혐’이라 불리는 나로서는 그런 겸손이 부럽기만하다. 요즘 몸 상태는 어떤가.

부상도 없고 컨디션도 좋다. 서울과의 복귀전을 치르면서는 사실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그저 여느 경기와 다를 것 없는 경기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끝난 뒤에 ‘그래. 나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그리웠어’라는 생각이 들더라. 1년 만에 울산에 돌아와 이렇게 경기를 할 수 있게 돼 무척이나 기쁘다. 울산이 참 그리웠다.

거의 1년 만에 울산에 복귀했다. 축하한다.

일본에 있는 동안 함께 했던 울산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구단 프런트, 나를 잘 챙겨주던 식당 아주머니도 보고 싶었다. 울산에서는 우승을 경험하지 못해 꼭 한 번은 함께 우승을 해보고 싶었는데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분이 좋다. 이제 내가 잘하고 우리 팀이 잘해 우승만 하면 된다. 김민균과 서용덕, 정동호 등 일본에서 뛰면서 일본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줄 아는 선수들이 나에게 늘 먼저 일본어로 말을 걸어와 줬는데 그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돼 반갑다.

당신, 복귀한 뒤 굉장히 ‘기모찌’해 보인다.

그런 말은 어디에서 배웠나. 아무튼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어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다.

복귀전이었던 서울과의 경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왜 당신을 기다렸는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나는 그저 내 역할에 충실하게 열심히 뛰었을 뿐이다.

울산에 치어리더 김연정이 영입돼 더 힘을 낸 건 아닌가.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잘 몰랐지만 한국 선수들은 그 소식을 듣고 더 힘을 내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앞으로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 그녀가 누구인지 잘 한 번 찾아보겠다.

아마 오늘도 네이트 뉴스에 당신 인터뷰 기사보다 그녀 기사가 더 높은 순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잘 찾아보라. 그런데 지난 시즌 당신을 기용하지 않고 일본으로 보낸 조민국 감독에게 섭섭한 감정도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안 좋은 감정은 전혀 없다. 지난 시즌에 내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건 내 자신이 그라운드에 설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던 내 탓이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나를 기용하지 않고 팀에서 내보냈다고 해 조민국 감독을 원망해본 적은 없다.

만약 당신을 잘 알고 있던 김호곤 감독이 계속 팀을 맡았더라면 그래도 조금 더 믿고 기다려주지 않았을까.

그건 아니다. 김호곤 감독도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는 쓰지 않는 원칙주의자 감독이다. 아마 김호곤 감독이나 조민국 감독이 아니라 그 어떤 감독이었더라도 지난 시즌 나를 경기에 내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나는 준비가 돼 있질 않았다.

당신이 일본으로 돌아간 이유가 향수병 때문이었다는 말도 있다.

그 말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한국에 남아 있고 싶었지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나는 어서 빨리 컨디션을 끌어 올려 울산에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러 이야기가 나온 결과 결국 일본으로 돌아가게 됐다. 하루 이틀 만에 급작스럽게 결정된 일이었다. 향수병은 아니었다.

저런, 일본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가 전혀 돼 있질 않은 상황이었던 것 같다.

짐도 다 울산에 놓고 일본으로 갔었다. 모든 게 급하게 결정됐기 때문이다. 잠깐 일본 오미야 구단에 가 계약만 하고 다시 울산으로 돌아와 정리를 할 시간을 갖기로 해 옷도 일주일치만 챙겨 일본에 갔었다. 그런데 오미야 측에서 당장 시즌이 시작하니 곧바로 팀에 합류해 뛰어주길 바랐다. 막상 오미야에 가보니 울산으로 가 짐을 챙길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짐을 그대로 울산에 놓아둔 채 일주일치 옷만 가지고 일본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일본에 돌아가서도 울산 팬들과의 작별이 찜찜했다. 울산에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일본으로 돌아가게 돼 후회를 많이 했다.

일본에서도 울산 소식을 확인해봤나.

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울산 소식을 알아봤다. 경기 영상을 따로 보지는 못했지만 결과 정도는 매주 확인했다. 지난 시즌 울산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영상을 확인하지 못하니 경기력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울산이 이기면 내가 이긴 것처럼 기분이 좋았는데 자주 그런 기분 좋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더라.

다시 울산에 돌아오겠다고 다짐한 것도 그때였나.

아니다. 다시 울산에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나는 닥친 미래에만 집중하고 충실하는 스타일이다. ‘내년에는 어떤 팀에서 뛸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쉽지만 다시 울산에 복귀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알겠다. 이제 힘겨웠던 지난 이야기는 그만하겠다. ‘야메떼’다.

고맙다.

마스다는 지난 시즌 울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결국 일본 오미야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사진=울산현대)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뛸 당시 윤정환 감독이 지휘하는 사간 도스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들었다. 윤정환 감독이 그렇게 싫었나.

2013년 울산에 오기 직전이었다. 대리인을 통해 사간 도스를 비롯한 J리그 몇 구단으로부터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사간 도스 측에서는 직접 나와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통화는 정중히 거절했다. 영입 제안을 받았으니 그쪽의 의사가 무엇인지는 통화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다. 직접 전화를 해 이야기를 나눌 이유는 없었다. 윤정환 감독이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나는 새로운 무대에서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게 울산이었는데 여기에서 다시 윤정환 감독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K리그를 택하는 일본 선수들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군다나 일본 국가대표까지 지낸 당신이 K리그에 오게 된 건 무척이나 의외다.

나는 변화를 원했고 새로운 리그에 간다면 가장 변화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임대를 떠나기도 했지만 가시마에서만 8년을 뛰었으니 뭔가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다. 사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J리그 구단도 여럿 있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까지 경험한 울산에서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을 택하게 됐다.

당신의 도전 정신은 정말 ‘스고이’다. 그런데 흔히들 K리그는 J리그에 비해 굉장히 거칠다고 한다. 두 리그를 모두 경험한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

나 역시 공감한다. 매번 경기를 치를 때마다 이렇게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건 일본에서는 자주 겪을 수 없는 일이다.

그중 가장 당신을 거칠게 대하는 상대 선수는 누구인가.

포항의 수비형 미드필더인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경기 도중에 나를 상당히 많이 괴롭혔다. 그런데 단순히 거칠기만한 게 아니라 굉장히 터프하면서도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황지수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반대로 울산에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느끼는 선수는 누구인가.

김신욱과 구본상이다. 김신욱은 워낙 신체 조건이 좋아 내가 맞대응해 붙으면 아마 백이면 백 다 질 거다. 김신욱과의 격돌은 의미 없는 싸움이 될 거 같다. 또한 구본상은 굉장히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면서도 활동량이 많다. 그런 면이 상대팀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K리그가 굉장히 거칠어 아기자기한 축구를 구사하는 일본 선수들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더해 한 가지 의견을 더 내고 싶다. 바로 훈련 방식에 대한 것이다. 과거 K리그에 진출했던 일본 선수들은 한국의 훈련 방식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국의 옛날 훈련 방식은 군대 같은 트레이닝이었는데 이런 방식에 일본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도 강압적인 훈련 방식에서 벗어났고 울산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면 일본 선수들도 K리그 무대에서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윤정환 감독과 함께 한 기간도 석 달 정도 됐다. 윤정환 감독의 훈련 방식은 어떤가.

처음에는 바보처럼 무작정 달리는 축구만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경험해 보니 의외였다. 매 순간마다 창의력을 중시하는 축구를 구사하려는 노력이 자주 보인다. 생각하는 축구를 요구하는데 처음 윤정환 감독을 보고 떠올렸던 무작정 달리는 축구라는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축구였다. 또한 무작정 달리는 축구가 아니라 빠른 공수 전환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최근 들어 서서히 보이고 있다. 윤정환 감독이 오고 울산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은 일본 내에서도 인기 구단인 가시마에서 오랜 시간을 뛰었다. 일본 내에서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인가. 솔직히 말해달라.

인기? 그런 거 없었다. 난 그저 묵묵히 뛰는 선수다.

그럼 손 쉽게 예를 들어 달라. K리그로 치면 “이 정도 인지도의 선수다”라고 누구와 빗대 말할 수 있을까. 김신욱 정도였나.

에이, 무슨 소리인가. 김신욱의 지금 인기는 일본에서 내 인기에 비하면 하늘이다. 나는 그저 울산의 신인 선수 정도 인지도가 전부였다.

너무 겸손하다. 새로 영입된 제파로프와의 호흡은 어떤가. 시즌 초반이지만 굉장히 잘 맞는 것 같다.

제파로프가 나에게 맞춰주는 느낌이다. 제파로프는 실력적으로도 너무 잘하는 데다가 공을 맡기면 리듬을 만들어주는 선수다. 그의 뒤에 있는 선수들이 굉장히 경기하기가 쉬워진다.

그런데 과거 성남 시절 그를 지휘했던 감독은 그에게 혹독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전혀 몰랐던 이야기다. 이렇게 잘하는 제파로프에게 안 좋은 평가를 내렸다니 믿을 수 없다. 도대체 뭐라고 한 건가.

기자회견장에서 “제파로프는 선수도 아니다”라고 독설을 날렸다.

그건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다. 그게 감독의 생각이라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제파로프가 우리팀에서 하는 걸 보라. 너무 잘하고 너무 중요한 선수다.

그런데 그 감독이 경질됐을 때 제파로프가 SNS를 통해 ‘굿 뉴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건 그거대로 또 안 좋은 행동 아닌가. 그런 건 그냥 입 밖에 내지 말고 속으로만 좋아해도 되는 일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조민국 감독이 경질됐을 때 속으로 ‘굿 뉴스’를 외쳤나.

아니다. 나는 전혀 그런 적 없다.

알겠다. 올 시즌 울산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역시 전북이 가장 강력하고 포항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다. 전북이 아무리 좋은 선수를 많이 영입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전북이나 포항 등에 비해 조직적인 능력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K리그에서 우리만큼 조직력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조직력을 중시하는 팀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물론 팀의 우승이다. 2013년 우리는 우승을 눈앞에 두고도 우승에 실패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표현할 수 없는 정도로 분하다. 마지막 실점을 하기 전까지 우승만을 바라보고 있다가 좌절하고 말았다. 다시 울산에 돌아온 이유도 우승을 꼭 하고 싶어서다. J리그에서는 세 번의 우승을 경험했는데 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로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의미일 것 같다. 바라는 건 우승밖에 없다.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모든 경기에 다 출전하고 싶고 구체적으로는 5득점 5어시스트 정도 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올 시즌 목표 말고 선수 생활 전체의 목표도 궁금하다.

올해 내가 서른인데 38살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또한 리그건 FA컵이건 우승을 매년 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동료들에게 대화와 경험을 통해 배울 게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또한 K리그에서는 화려하진 않지만 성실한 플레이를 하던 마스다가 울산에 있었다는 걸 많은 이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팀에 헌신하고 싶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당신을 기다린 울산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에이, 내가 그렇게 인기가 많거나 화려한 선수가 아니라 그다지 기다린 팬들도 없을 것이다.

아니다. 정말 많은 팬들이 당신을 기다렸다.

그렇다면 이렇게 화려하지도 특출나지도 않은 선수를 기다려주고 응원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말로 고마움을 표하는 것보다 그라운드에서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 울산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꼭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울산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