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팬들 사이에서 장밋빛 희망을 이야기할 때면 늘 동남아시아 마케팅에 대한 주제가 흘러 나온다. 동남아시아 선수를 영입해 현지에 중계권도 팔고 유니폼도 팔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K리그에서 이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스타 선수를 영입하면 국내에 체류 중인 동남아시아인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시나리오도 자주 등장한다. 물론 이대로 되면 참 좋을 것이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해 한국 관중도 늘었고 유니폼 판매 수익도 증가한 것처럼 K리그가 동남아시아에서 이런 역할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오늘 이런 일부 팬들의 막연한 희망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거 현실을 너무나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K리그의 동남아 마케팅, 그 막연한 희망에 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한다.

J2리그에서 실패한 ‘베트남 축구 영웅’ 레 콩 빈

동남아시아 최고 스타를 영입해 마케팅 효과를 보려면 K리그 클래식 내에서도 빅클럽이 나서야 한다. 적어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설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아시아권 내에서도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늘 하는 이야기가 과거 K리그를 주름 잡았던 피아퐁이다. 하지만 이건 무려 30년 전의 일이다. 신체적인 조건이나 실력 면에서 30년의 세월이 변하는 동안 K리그와 동남아 축구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생겨났다. 지금도 K리그에서 피아퐁 같은 선수가 통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면 K리그 빅클럽에서 주전급 선수가 아니라 백업으로라도 활용하기 위해 동남아 선수를 데려온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려면 아시아 쿼터 한 장을 이들을 위해 소비해야 하는데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동남아시아 선수가 그나마 벤치에서 K리그 클래식 국내 백업 선수들과 경쟁 비스무리한 상황을 만든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야심차게 영입한 동남아시아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현지 마케팅이고 뭐고 없다.

내가 이렇게 단언하는 건 이미 그런 사례가 일본에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J2리그 콘사도레 삿포로에서 영입했던 베트남 국적 레 콩 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레 콩 빈은 동남아시아에서 꽤 잘하는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 우리로 치면 박지성 이상의 인기를 자랑하고 실력 또한 현지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다. 포르투갈에 진출하며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초로 유럽 무대를 밟았고 2004년 골든볼을 수상하며 베트남 축구 최고 선수로 우뚝 선 레 콩 빈은 베트남 골든볼을 3회 수상 했고 베트남리그 최고 이적료 기록도 세웠다. 여기에 잘 생긴 외모는 물론 유명 가수와 결혼해 상품성까지 갖췄다. 적어도 동남아시아에서 실력으로보나 상품성으로 보나 레 콩 빈을 뛰어 넘을 만한 선수는 없다. 레 콩 빈은 10년 넘게 베트남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았고 이런 선수는 다시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J2리그 진출 전까지 베트남 1부리그 송람 응에안에서 14경기에 나서 14골을 넣고 있었다. 그가 2013년 J2리그로 진출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동남아 축구에 대변혁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레 콩 빈은 J2리그에서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2013년 J2리그에 진출한 그는 9경기에 나서 두 골을 넣는 데 그치고 말았다. 일왕배에서도 두 골을 넣었지만 상대는 일본 대학팀이었다. 그렇게 ‘베트남 축구 영웅’ 레 콩 빈은 J2리그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후 콘사도레 삿포로는 ‘인도네시아의 이니에스타’라는 스테파노를 다시 한 번 영입했다. 네덜란드인 어머니와 인도네시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스테파노는 네덜란드 1부리그 FC위트레흐트에서 뛴 적도 있는 선수라 많은 기대를 모았고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10골을 넣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그 역시 J2리그에서 12경기에 나선 채 팀을 떠나야 했다. 콘사도레 삿포로는 얼마 전 또 다시 ‘인도네시아의 신성’이자 잘 생긴 외모로 트위터 팔로워수가 무려 4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르판 바흐디무를 영입했다. 하지만 그는 이전 소속팀인 반포레 고후에서 한 시즌 동안 딱 한 경기에 나선 게 전부인 선수다. 그 역시 현지 언론에서는 “J2리그에서도 통하지 않을 선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력에 비해 너무 높은 동남아 스타들의 연봉

그나마 이들은 양반이다. 말레이시아 U-23 대표 출신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완 자크 하이칼 완 누르와 나지룰 나임 체 하심은 일본 아마추어리그인 JFL FC류큐로 이적했지만 2013년 시즌 완 자크 하이칼 완 누르는 두 경기에 나선 게 전부였고 나지룰 나임 체 하심은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채 팀을 떠나야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동남아 출신 선수들의 K리그나 J리그에서 통할 만큼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레 콩 빈이 실패하는 순간 이미 다른 선수들의 아시아 빅리그 진출 통로는 막혀버릴 것일 수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08년 인도네시아 아레마 말랑에서 21경기에 나서 15골을 기록하며 인도네시아 축구를 평정한 카메룬 국적 공격수 에밀 음밤바는 대구에 와 7경기 출장 무득점에 그치며 6개월 만에 퇴출되기도 했다. 이후 음밤바는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메시 놀이’를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난다 긴다하는 선수들도 아시아 빅리그에서는 경쟁이 전혀 되질 않는다. 동남아 최고 스타를 영입하면 K리그 클래식 빅클럽의 아시아 마케팅에 도움이 될 거라는 건 그야말로 환상일 뿐이다.

그러면 동남아 최정상급 선수들이 K리그 챌린지에서는 통할 수 있을까. 이것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다. K리그 챌린지에도 상주상무와 안산경찰청, 서울이랜드FC 등 K리그 클래식에 버금가는 전력을 갖춘 팀들이 많다. 레 콩 빈이 J2리그에서도 실패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그 이상의 실력을 보유한 선수가 와도 K리그 챌린지에서도 쉽지 않다. 하지만 동남아시아권에서 레 콩 빈 이상의 실력을 갖춘 선수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레 콩 빈의 연봉이 2억 5천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K리그 챌린지에서 감당할 만한 수준도 아니다. 2억 5천만 원이면 검증된 브라질 선수를 쓰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모든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동남아 선수를 데려오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구단은 없다. 단순히 연봉 뿐 아니다.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려면 연봉은 물론 집과 자동차, 통역 등까지 마련해줘야 한다. 여기에 가족들이 모두 한국에 올 경우 생활비는 더 든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라면 국내 선수 두 명의 몫을 해줘야 하는데 백업에 불과한 선수에게 이런 막대한 지원을 해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남아시아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K3리그에서 뛴다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출 수는 있겠지만 K3리그 일부 구단은 1년 예산이 2억 5천만 원 수준이다. 동남아시아 스타들이 K3리그에 올 일도 없을뿐더러 K3리그 구단 역시 이런 선수들을 영입할 만한 여력도 없다. 동남아시아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워도 과거 레 콩 빈을 비롯한 J2리그에서의 실패 사례를 보면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2012년 1월 챌린저스리그(현 K3리그) 소속 이천시민축구단은 시즌이 끝나고 경기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한창 시즌 중인 필리핀 대표팀을 원정에서 만나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적도 있다. 동남아시아 축구 수준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비교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K리그 무대에 ‘제2의 피아퐁’이 혜성처럼 등장해 판도를 바꿔줄 것이라는 건 아직까지는 현실성 부족한 기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동남아시아 선수들이 헐값에 꿈을 위해 K리그에 도전할 거라는 막연한 환상을 거둘 때다. 현지의 축구 인기가 상당해 이 선수들이 어지간한 연봉으로는 움직이지도 않는다. 웬만한 동남아시아 팀 U-19 대표팀 주축 선수 연봉도 1억 원을 넘나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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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부리람을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 과연 이들의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K리그에 비해 뒤진다고 할 수 있을까. (사진=부리람 공식 홈페이지)

동남아 마케팅에 대한 우리의 큰 착각

물론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콘사도레 삿포로가 레 콩 빈을 영입했을 당시 삿포로는 1,000만 엔의 새로운 스폰서를 구했고 이후에도 스폰서를 하겠다는 베트남 기업이 줄을 이었다. 한 베트남 방송사에서 레 콩 빈이 뛰는 J2리그 구매하기도 했다.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당연히 이런 시도도 해봄직하다. 그런데 레 콩 빈 영입은 단순히 구단 차원에서 추진한 일이 아니었다. 콘사도레 삿포로 후원사인 삿포로 맥주가 2011년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하면서부터 베트남 현지를 공략하기 위해 레 콩 빈 영입을 추진한 게 그 첫 걸음이었다. 이런 방식이라면 우리도 가능하지 말란 법은 없다. 예를 들어 태국의 A선수가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태국 기업이 A선수 연봉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 K리그 구단에서는 유니폼에 태국 기업 배너를 달아주며 A를 영입하면 금전적인 부분은 보전할 수 있다. 태국 현지 중계권 수익도 태국 기업과 나눠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다. 이것도 선수들의 실력이 기본적으로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레 콩 빈처럼 실력이 부족하면 아무리 좋은 후원사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안 된다.

또한 우리가 크게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동남아시아 선수들을 영입하면 경기장에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인들이 들어찰 것이라는 착각이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자. 박지성이 맨유에 진출했다고 해 중국인이나 일본인 등 다른 아시아인들이 올드 트래포드를 가득 채웠나. 아니다. 한국 시장만 커졌을 뿐이다. 우리는 동남아시아를 다 한 덩어리로 묶고 있지만 태국은 태국이고 베트남은 베트남이다. 태국 선수 한 명 영입했다고 해 경기장에 베트남 사람, 인도네시아 사람, 스리랑카 사람 다 오는 게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동남아시아 선수 한 명 영입하면 동남아시아인들 모두가 경기장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착각한다. 혼다 케이스게가 뛴다고 해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우리가 AC밀란 경기를 챙겨보는 건 아니지 않나. 더군다나 앞서 말한 것처럼 K리그 챌린지에서 통할 선수도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벤치에 앉아 있는 자국 선수를 보러 경기장을 찾을 이들이 얼마나 있겠나. 그렇다고 마케팅을 위해 실력이 안 되는 선수에게 2억 원 넘는 연봉을 주며 억지로 경기에 내보낼 수도 없지 않은 일 아닌가. 동남아시아 마케팅은 참 좋지만 이거 너무나도 애매하다.

최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태국 부리람은 성남을 2-1로 격파했다. 베트남 챔피언 빈즈엉은 비록 2-3으로 패하긴 했지만 중국 FA컵 우승팀 산둥 루넝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과거에 비해 동남아시아 축구 수준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이런 동남아시아 팀들의 선전에는 수준급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가장 큰 요인이다. 부리람은 연봉 7~8억 원을 제시하며 울산현대 출신 고슬기를 영입했고 여기에 브라질 출신 공격수 질베르도 마세나와 다오고를 영입했다. 수비수 안드레스 투네즈 또한 K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만한 자원이다. 자국 리그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게 됐고 이 효과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서서히 입증되고 있다. FC서울의 오스마르 역시 태국리그를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국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난 편은 아니고 외국인 선수 의존도도 높은 상황이다. 자국 선수들은 아직 아시아 정상권에 도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기에 고슬기의 높은 연봉에서 볼 수 있듯 자국 선수들의 연봉도 실력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동남아시아 팀들의 선전은 인상적이지만 그렇다고 해 동남아시아 자국 선수들의 실력도 아시아 무대에서 통할 만큼 성장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앞으로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막대한 투자를 앞세워 자국 선수들의 실력도 꾸준히 좋아질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호주나 우즈벡 등의 선수가 아니라면 K리그에서 아시아 쿼터로서의 가치가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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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과 부리람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 당시 한국 팬들은 태국 부리람 팬들이 보는 텔레비전 중계를 이렇게 인터넷으로 지켜봐야 했다. 이게 우리네 현실이다.

내실 기해 매력적인 콘텐츠 만드는 게 우선

오늘 너무 부정적인 언급만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K리그의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 자체를 아예 포기하자는 건 아니다. 더 큰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우리도 당연히 동남아시아를 노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정 필요한 건 동남아시아 선수 몇 명을 영입해 로또를 기대하는 대신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J리그도 결국 의식적으로 영입한 동남아시아 선수들이 전부 실패했다. 그런데 정말 J리그의 무서운 점은 동남아시아 선수 영입이 아니다. J리그는 동남아시아 선수 영입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한 무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및 필리핀에 J리그 중계방송을 송출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태국과 대만에서는 이미 지상파TV를 통해 매 라운드 별로 실시간 및 녹화중계가 이뤄지고 있다. 2013년에는 필리핀 민영방송인 ABS-CBN이 J리그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인 'J리그 하이라이트쇼 2013'의 주 2회 방송을 결정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J리그가 중계권료 대신 광고비와 스폰서 수익으로 이 계약을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먼 미래를 내다보고 낮은 자세로 J리그를 동남아시아 현지에 뿌리내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J리그 일부 팀들은 동남아시아 전지훈련을 통해 그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고 J리그 일부 경기를 동남아시아에서 치르는 방향도 논의하는 중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을 현지 선수 영입에 의한 유니폼 및 관중 수익으로만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정말 중요한 건 동남아시아 선수가 K리그 그라운드에서 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동남아시아에서 K리그가 자주 노출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현지 방송에 중계 화면을 제공하고 현지 제작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도 K리그 챌린지 정도 되는 팀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대표를 영입하면 중계권을 팔 수 있고 유니폼 판매 수익도 늘어날 테니 이걸 추진해 보자고 하는 건 너무나도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J리그의 동남아시아 개척 시도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건 선수 영입이 아니다. 동남아시아로 전지훈련을 떠나 현지 팬들에게 수준 높은 경기를 선사하고 연맹 차원에서 직원을 현지에 파견해 교류를 하고 시즌 중에는 보다 수준 높은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의 노력이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선수 발굴 목적을 떠나 현지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지도자 파견 및 후원 등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이들이 이질감 없이 K리그를 대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네 현실을 들여다보자. 당장 이번 주말 열리는 K리그 클래식 개막전 중 전북-성남전을 제외하면 단 한 경기도 지상파의 전파를 타지 못한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3사에서도 프로야구 시범 경기와 프로배구를 중계할 뿐 K리그 개막전 중계는 예정에 없다. 이렇게 자국에서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콘텐츠를 동남아시아로 팔 수 있을까. 보다 양질의 중계 화면을 제공해야 이걸로 이야기도 만들어 낼 수 있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도 제작해 제공할 수 있지만 우리는 전혀 이런 걸 하지 못하고 있다. 자국에서도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있는데 당장 K리그에서 동남아시아 선수를 영입한다고 해 그들이 현금을 싸들고 와 중계권을 사갈까. 우리 시장부터 키워 놓아야 가능한 일이다. 과연 우리가 동남아시아에 비해 축구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실력은 우리가 그들에 비해 조금 나을지 몰라도 그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만한 매력적인 인프라는 전혀 구축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국리그를 이렇게 무시하고 홀대하는 나라에서 무슨 콘텐츠를 수출한단 말인가. 이 상황에서 레 콩 빈이 온다한들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동남아시아 선수 영입해서 관중 수익과 유니폼 수익 좀 내보자”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제는 K리그의 동남아 마케팅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접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그래야 K리그도 동남아시아로 진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