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뭔가 다르긴 다르다. 지금껏 많은 신생팀이 출범하는 모습을 지켜봤지만 서울이랜드FC의 출발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아직 공식적인 첫 경기도 치르지 않은 팀이지만 서울이랜드FC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그 이유가 단순히 이 팀이 서울에 연고를 뒀기 때문일까. 아니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서울이랜드FC가 다르다고 느끼는 건 그만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팬들을 위해, 언론 노출을 위해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거 다른 팀들 올 시즌에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K리그 클래식 승격을 노리는 K리그 챌린지 팀들은 물론 수도권에서 함께 관중 유치 경쟁을 벌이는 K리그 클래식의 빅클럽들도 이제는 서울이랜드FC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확실히 달라도 뭔가 다른 서울이랜드FC의 매력을 분석해봤다. 아직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팀이 팬들을 몰고 다니는 모습을 보니 과거 데뷔하기도 전에 팬클럽이 결정됐던 클릭비가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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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랜드FC 입단을 확정지은 김영광이 잠실종합운동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용을 한 모습. (사진=서울이랜드FC)

쟁쟁한 선수 영입, 그보다 더 무서운 것들

역시 서울이랜드FC가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건 빵빵한 선수들의 영입 때문인 걸 부정할 수는 없다. 국가대표를 지낸 김재성과 김영광을 영입하더니 이번에는 조원희까지 데려왔다. 김재성과 조원희라면 2007년 무렵 함께 대표팀 중원을 책임진 선수이기도 하다. 한 명만 있어도 대단한 효과를 낼 텐데 서울이랜드FC는 이런 국가대표급 선수를 세 명이나 모셔왔다. 과거 수원블루윙즈가 창단할 당시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연이어 영입했을 때 이상의 엄청난 영입이다. 여기에 자메이카 국가대표 라이언 존슨과 트리니다드 토바고 대표선수 칼라일 미첼, 일본 U-20 대표팀 출신 로버트 카렌까지 영입했으니 이건 K리그 챌린지를 뛰어 넘는 선수 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껏 상주상무와 안산경찰청이 양분하던 K리그 챌린지 판돈을 뒤흔들 팀이 등장했다. 이 정도면 K리그 클래식 팀이라고 해도 믿을 만하다.

사실 이런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주목을 받지만 서울이랜드FC가 진짜 무서운 건 선수들 못지 않은 대단한 지도자들을 모셔왔다는 점이다. 미국 프로축구 2부리그 하위권에 머물던 클리브랜드 시티스타즈와 캐롤라이나 레일호크스의 감독으로 부임해 팀을 리그 정상으로 올려놓은 마틴 레니 감독은 물론 EPL과 스코틀랜드 명문 구단에서 피지컬 전문 코치로 활약한 댄 해리스까지 데려왔다. 그리고 내가 주목하는 이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한국인 김희호 코치다. 2009년 한국인으로 영국에서는 처음 UEFA A 코칭 라이선스를 취득하기도 한 김희호 코치는 윤정환 감독과 함께 사간 도스의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김희호 코치는 라이언 긱스와 게리 네빌, 디 마테오 등과 함께 그 어렵다는 UEFA A 라이선스를 같이 취득했다. 영어에 능통해 레니 감독과 선수들 사이를 잘 조율할 수 있다. 레니 감독이 모든 걸 총괄하는 YG의 양현석 사장이라면 김희호 코치는 YG의 작곡을 전담하는 테디 정도 되겠다. 이런 대단한 지도자들을 갖췄다는 건 서울이랜드FC가 유명한 선수들을 영입한 것 이상의 효과다.

그런데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 다음부터다. 좋은 선수와 지도자를 영입하는 건 K리그 빅클럽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서울이랜드FC는 이걸 아주 멋지게 활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동안 K리그에 입단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아주 조용하게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던 것과 달리 서울이랜드FC는 외국인 선수 한 명 한 명에게도 입단 때부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직접 공항에 나가 서울이랜드FC를 상징하는 글귀와 꽃다발을 선물하고 이걸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팬들에게 알린다. 사실 외국인 선수들은 실력을 떠나 적응에 애를 먹으면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카렌이나 미첼, 존슨이 모두 당장 K리그 챌린지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 서울이랜드FC는 뭔가 대단한 영웅이 우리팀을 위해 입국한 것처럼 멋지게 묘사한다. 마치 지구를 구하기 위해 슈퍼맨이 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게 바로 스토리텔링이자 마케팅이다. 팬들은 어떤 외국인 선수가 바로 오늘 입국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구단에서 훈련하는 단체 사진을 보고 누가 영입됐는지 눈치껏 파악해야 하는 일부 구단과는 다른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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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는 어제(5일) 서울이랜드FC 입단을 확정지었다. (사진=서울이랜드FC)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서울이랜드FC

더 마음에 드는 건 김재성과 김영광, 조원희 등을 영입할 때였다. 서울이랜드FC는 이 선수들 영입 전날부터 SNS를 통해 분위기를 띄웠다. “내일 대단한 영입이 있을 것”이라고 팬들을 설레게 했고 팬들은 영입되는 선수가 누구일지 추측하기 시작했다. 12월 31일이면 내일 디스패치가 어떤 열애설을 터트릴까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각종 축구커뮤니티에서도 이번에 서울이랜드FC가 영입하는 선수가 “김정우다, 이호다, 조원희다”라는 걸로 갑론을박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많은 구단은 선수 영입은 1급 기밀이라면서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는 이른바 ‘옷피셜’이 나오기 전까지는 철저히 함구했다. 팬들이 이미 소문을 들어 다 알고 있어도 “아직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숨겼다. 하지만 서울이랜드FC는 이런 선수 영입설까지도 마케팅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미리 대단한 영입을 언급하며 K리그 팬 전체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나 역시 서울이랜드FC가 SNS를 통해 영입 예고를 하면 바로 다음날 아침 스마트폰부터 켜서 이를 확인해 본다. 서울이랜드FC는 팬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밀당’의 고수다. 사람들에게 관심 받는 법을 너무도 잘 아는 구단이다.

선수 영입을 확정짓고 이걸 SNS에 공개할 때도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옆에는 정수기가 떡하니 보이는 그저 복덕방 같은 구단 사무실에서 유니폼을 입고 악수하는 사진을 찍어 내보내는 일부 구단과는 다르다. 나는 과거 칼럼을 통해 메이저리그 한 구단이 약 20년 동안 단 한 자루의 만년필만을 사용해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걸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유명 선수가 이 구단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만년필로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고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돈 없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서울이랜드FC는 선수 영입을 공개할 때면 유니폼을 입고 악수를 하는 게 아니라 늘 똑같은 배경에서 선수가 계약서에 사인하는 장면을 공개한다. 앞으로 이건 서울이랜드FC의 전통이 될 수 있다. 만년필 하나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서울이랜드FC가 잘하고 있는 게 꼭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서울이랜드FC는 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남해 전지훈련을 앞두고 팬들이 SNS를 통해 이 전지훈련을 함께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자 곧바로 남해 전지훈련 투어 이벤트를 기획했다. 2박 3일에 23만 7천원이 드는 남해투어였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남해 관광을 하기에는 그리 비싸지만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2박 3일 일정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러자 서울이랜드FC는 팬들의 이야기에 또 다시 귀를 기울여 1박 2일로 이벤트를 축소했고 금액도 15만 원으로 낮췄다. 그러면서 SNS를 통해 위트있게 공지를 올렸다. “1박 2일이면 가겠다고 했지? 다 캡쳐돼 있어. 그래서 준비했어. 본격 1박 2일 남해 팬투어.” 또한 코치와 장비 담당 등 구단 관계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극한직업’에 빗대 영상으로 찍어 SNS에 공개하면서 또 한 번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렇게 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작은 것 하나 하나까지도 SNS를 통해 팬들과 나누는 서울이랜드FC는 FC서울과 수원블루윙즈에 이어 벌써 K리그 전체 구단 중 페이스북 ‘좋아요’ 3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아직 단 한 경기도 치르지 않은 신생팀이 K리그 클래식 빅클럽과 견줄 만큼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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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시즌권 티켓 구입자 중 추첨을 통해 선정된 11명과 함께 유람선을 타고 저녁식사를 즐기는 마틴 레니 감독의 모습. (사진=서울이랜드FC)

"다르다“는 찬사, 계속 이어갈 수 있길

서울이랜드FC는 지난해 11월 이화여대생들과 함께 여성 팬들이 원하는 것들과 팬 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팬 포럼을 개최해 진지하게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 팬 포럼을 통해 서울이랜드FC 홈 경기 콘텐츠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했고 어떻게 여성 팬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인지 논의했다. 첫 공개훈련 때 150명이 넘는 팬들이 훈련장을 찾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교감을 나눴던 서울이랜드FC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꾸준히 팬들과 소통할 생각이다. 경기도 청평에 자리 잡을 클럽하우스에 언제든 팬들이 올 수 있도록 공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선수들과 팬들이 같은 건물에서 숙박할 수 있는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서울이랜드FC가 무서운 건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선수 영입을 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팬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구단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으로 우승 트로피를 사려던 과거 일부 구단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당장의 우승이 아니라 탄탄한 팬덤을 갖추는 게 그들과 경쟁하는 K리그 팀들에는 더 무서운 일 아닐까.

사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이렇게 공격적인 영입과 마케팅을 하고도 예상외로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도 충분히 떠올려봐야 한다. 신생팀이다보니 전력을 제대로 가늠할 수도 없고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홍보에 비해 저조한 성적으로 ‘멘붕’을 겪을 수도 있다. 홍보와 마케팅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나타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 중요한 건 당장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을 금방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적은 매 시즌 잘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팬들과 소통하는 홍보, 마케팅은 꾸준히 이어질 때 그 효과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일단 서울이랜드FC의 출발은 좋다. 부디 잠깐의 충만한 의욕이 아니라 앞으로도 서울이랜드FC의 열정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며칠 전 택시를 탔을 때 나를 알아본 그 택시 기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랜드 시즌권 샀습니다. 이 팀은 뭔가 달라요.” 다른 팀과 뭔가 다르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찬사 아닐까. 서울이랜드FC가 이런 찬사를 꾸준히 받을 수 있길 바란다. 지금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