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래에서 왔다. 아마 많은 독자들이 “무슨 X아이 같은 소리야?”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어쨌건 오늘 칼럼 콘셉트가 그러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나라고 이러고 싶겠나. 어찌됐건 축구팬이라면 그 어느 때보다 빅 이벤트가 풍성한 2014년을 기대하고 있을 테니 오늘은 미래에서 온 내가 살짝 2014년에 벌어진 풍성한 축구 관련 소식을 먼저 공개하려 한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기사를 미리 보는 재미는 2014년 국내 포털사이트 점유율 1위에 올라선 네이트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이광종호, 초대 AFC U-22 챔피언십 우승 확정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 대표팀이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지난 2014년 1월 27일 오만에서 막을 내린 제1회 아시아축구연맹(AFC) U-22 챔피언십 결승에서 일본을 제치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조별 예선에서 오만과 요르단, 미얀마 등을 차례로 격파한 한국은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안착, 일본을 2-0으로 완파하고 감격적인 우승을 확정지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신예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문창진(포항)과 황의조(성남), 김선민(울산) 등 최전방 공격수들의 활약이 빛났고 윤일록(서울)과 김영욱(전남), 권경원(전북) 등도 중원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조현우(대구)와 노동건(수원), 김경민(제주) 등이 포진한 골키퍼 주전 경쟁도 치열했다.

사실 대회 시작 전 한국의 행보는 불안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고 훈련 기간도 짧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U-20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며 선수단을 완벽히 파악한 이광종 감독은 완벽한 용병술로 아시아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국내파와 더불어 J리거인 장현수(도쿄)와 백성동(주빌로 이와타) 등의 컨디션도 훌륭했다. 또한 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윤일록과 문창진 등은 유럽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아 향후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까지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한편 결승에서 전범기를 흔들며 응원을 하던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향후 A매치 홈 무관중 경기라는 중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태극전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

한국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조별예선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며 H조 1위로 16강에 오른 홍명보호는 16강에서 G조 2위인 포르투갈을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김신욱,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2-1 완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한국은 지난 2014년 7월 5일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8강 아르헨티나전에서 2-3으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아르헨티나가 골을 넣으면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는 저력만큼은 대단했다. 안방에서 열린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바 있는 한국은 이로써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특히 국내파와 해외파의 조화가 완벽했다. 손흥민(레버쿠젠)과 기성용(스완지), 이청용(토트넘) 등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과 이근호(상주상무), 김신욱(울산) 등 국내파 선수들은 그 동안의 불화설을 일축하는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대위업의 주인공이 됐다. 해외 언론 또한 “붉은악마가 브라질에서 깨어났다.” “한국이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걸 입증한 대회”라며 홍명보호의 선전을 대서특필했고 특히 이번 대회에서 세 골을 기록한 이근호의 연봉이 채 150만 원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후 유럽 빅클럽들이 국방부에 이근호 영입 제안을 보내 사이버 심리전단 요원들이 해당 구단 홈페이지에 “현역 군인을 빼가려는 종북 세력”이라는 댓글을 다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편 이번 월드컵 길거리 응원은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주로 오전 5시에 경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경기를 앞두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한잔 두잔 술을 마시던 이들이 결국 경기 시간이 되자 필름이 끊기는 사고가 여기저기에서 발생하고 만 것이다. “술을 마시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경기가 끝나있었다”는 김근석(36세. 웹카투니스트)씨는 “아직 나는 스마트폰 접속도 안했고 뉴스도 보지 않았다. 그러니 제발 나에게 경기 결과를 말하지 말아달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자는 그에게 귓속말로 “한국이 2-0으로 알제리를 이겼어요”라고 친절히 설명해 주기도 했다.

한 여름 무더위 날린 태극 여전사들의 낭보

태극 여전사들의 낭보도 이어졌다. 지난 2010년 U-20 여자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던 한국은 지난 2014년 8월 캐나다에서 열린 2014년 U-20 여자월드컵에서 감격적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숙원을 풀었다. 정성천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여자 챔피언십 5경기에서 4승 1무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으며 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세계를 정복하는 놀라운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결승전에서는 북한과 맞붙어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축구로 남북이 하나가 되는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아시아 무대에서 골 폭풍을 일으켰던 장슬기와 이소담, 최유리 등 다양한 선수들이 월드컵에서도 골을 이어가며 막강 화력을 뽐냈다는 점이 특히 돋보였다. U-20 여자월드컵 우승 이후 침체기에 빠졌던 WK리그에 다시 관중의 발걸음이 이어진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대회 우승을 계기로 박은선 성별 논란 이후 잡음이 많았던 여자축구계가 하나로 화합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큰 수확이었다. 한편 정성천 감독과 장슬기, 여자 대표팀은 2014 AFC 어워즈를 싹쓸이하며 최고의 한 해를 마감했다. 한 여름 태극 여전사들의 낭보에 치킨 업계는 연일 대박을 이어가며 행복한 비명을 내질렀고 닭들은 그냥 비명을 내질렀다.

28년 만의 우승, 그리고 병역 혜택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축구 우승 소식에 2014년 가을은 행복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2014년 10월 막을 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무려 28년 만의 숙원을 풀었다. 일본과 이란,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리트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만만치 않은 팀들의 도전을 받았던 한국은 8강에서 이란을 제압한 뒤 4강에서 우즈벡을 꺾고 결승에서 일본에 맞붙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지동원(도르트문트)과 손흥민(레버쿠젠), 남태희(레퀴야)의 연속골에 힘입어 일본에 3-0 완승을 거두고 안방에서 감격적인 우승을 확정지었다. 여기에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박주호와 김신욱 등의 활약도 빛났다.

일본을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우승이라는 기쁨에 더해 병역 혜택까지 얻는 겹경사를 맞았다. 병역 혜택으로 손흥민의 몸값은 치솟았고 김신욱도 부담을 덜고 유럽 진출을 타진할 수 있게 됐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인천문학경기장을 가득 채운 5만 관중과 선수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의 환호성을 내질렀고 단 한 명, 상주상무 박항서 감독만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 텔레비전 카메라에 포착됐다. 한편 시상식에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사이가 서먹서먹해졌던 이영표와 이동국이 나란히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후배들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며 오랜 앙금을 해소하기도 했다.

올해도 ACL은 K리그가 정복

K리그가 2014년에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무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나선 포항과 울산, 전북, 서울 등 K리그 네 팀은 나란히 승리를 따내고 모두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4년부터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로 나눠 4강까지 진행하는 일정에서 동아시아에 배정된 8강 경기를 모두 K리그가 독식한 것이다. 이는 2010년 동아시아에 걸린 8강 티켓 넉 장을 성남과 수원, 포항, 전북 등 K리그 팀이 모두 차지한 이후 또 다시 K리그가 이뤄낸 대단한 업적이다.

이제 포항과 울산, 전북, 서울 등 K리그 네 팀은 추첨을 통해 서로 격돌한 뒤 동아시아를 대표해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팀을 가릴 예정이다. 이로써 K리그는 6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대위업을 일찌감치 달성하게 됐다. 비록 결승전에서 K리그 구단끼리 맞붙는 모습은 현실이 될 수 없지만 탄탄한 시스템을 갖춘 J리그와 거대 자본이 유입된 중국 슈퍼리그 등을 상대로 K리그의 저력을 2014년에도 충분히 보여준 셈이다. 60년 만에 찾아오는 청마(靑馬)의 해에 K리그는 말처럼 거침없이 내달려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리그라는 걸 올해도 입증했다.

김현회-NS윤지, 열애 인정… “진지한 만남 중”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와 가수 NS윤지가 열애를 인정했다. 이 둘은 지인의 소개로 지난 2014년 3월부터 진지하게 만남을 가졌고 함께 K리그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디스패치에 의해 포착됐다. 평소 NS윤지는 K리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양 측은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니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면서도 “서로 진지하게 만나고 있다. 예쁘게 봐달라”며 열애를 인정했다. 김현회와 NS윤지의 열애 소식에 대해 누리꾼들은 “NS윤지가 전생에 날아 팔아먹었나보네”, “NS윤지 SNS 조심해야 할듯”, “아무리 가상 희망뉴스여도 너무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14년이 밝았다. 올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스포츠 이벤트가 많다. 특히 아시안게임은 월드컵을 피하기 위해 다음 대회를 2019년에 열 예정이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동계올림픽이 한 해에 열리는 건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한국 축구를 비롯해 올해 큰 무대에 도전하는 모든 한국 스포츠가 선전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불쌍한 1996년생 고3들이여, 그냥 1년 재수한다고 생각하고 올해를 마음껏 즐기는 건 어떨까.